여러분의 학창시절에 지구과학 '김도영'을 심어드립니다.
1.
"반장은 가정통신문 걷어와."
정말이지 나 반장 너무 잘 했어... 이과반에서 반장하면 개고생 한다는데 솔직히 맞는 말이지만 담임이 김도영인데 무슨 상관. 모두 이과를 선택 하십시오. 후회와 참회의 연속.
"야, 어때. 예뻐?"
"너 그렇게 깜빡이도 안 켜고 얼굴 보이면 죽는다."
황인준 얼굴이 ㄹㅇ 진심이라 사과하고 닥치기로 함. 나도 황인준이 갑자기 얼굴 들이밀면... 엥 난 그냥 그래 너 예쁘다 했을 거 같은데? (허언) 나쁜새끼... 지는 예쁘다 이건가. 그럼 인준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쉬는시간 끝나기 전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갈 거야."
주변에 왜이렇게 잔소리쟁이만 있는지 참 내. 기분이 좀 더러웠지만 도영쌤 본다는 생각에 교무실 가는 길이 꽃길 같았음. 도영 당신 능력은 대체...
"쌤! 가정통신문 걷어왔어요.
"어, 그래... 근데 너 입이 왜 그렇게 빨개."
"기분 탓인가...? 혹시 선생님 눈에 색안경..."
"그런 거 바르지 마. 걸려서 혼나려고 그러지."
"예뻐 보이려고 바른 건데 너무하시네요."
아이오아이 너무너무너무를 김도영 행진곡으로 쓰자. 내가 진짜 립스틱 짙게 바른 거면 말을 안 해. 립밤 가지고 치사하게...
"안 발라도 예쁘니까 바르지 말라고."
"헐, 쌤 드디어 저한테,"
"가라."
쫓겨나듯이 나왔지만 그래도 행복해 좋아 됐어.
2.
도영쌤은 차가운 이과남자이기 때문에 용건 없이 찾아가면 얼굴도 안 보고 퇴짜 놓는게 특기임. 그동안 까였던 수많은 날들이여...
하지만 인간은 발전의 동물이기 때문에 저는 방법을 알아낸 거지요.
"헐. 쌤 어디 아파요?"
"그냥 눈이 좀 피곤해서."
하긴 눈에 온 우주를 다 담고 있으려면 피곤하긴 하겠지... 별만 삼만개를 담고 있는데... 거울을 자주 보면 낫지 않을까...
"거울 자주 보세요 선생님..."
"거울 왜."
"개안 하시라고..."
개안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눈이 피곤한 건 말이 안 돼...
"너랑 무슨 말을 해. 왜 왔어?"
"아, 저 물어볼 게 있어가지고."
"네가 웬일이야, 공부를 다 하고."
"원래 하는데요."
"근데 성적이 왜 그 모양,"
"이거요 쌤, 이거."
다급하게 책을 내밀었음. 성적얘기 다메요. 반칙 중의 반칙이라고 생각함. 차라리 그냥 내가 싫다고 하세요. 아니 그것도 안 돼 마음아파ㅠㅠㅠㅠㅠㅠ 그러지 마ㅠㅠㅠㅠㅠㅠㅠ
"용존 산소량, 이거 아까 일교시에 수업 한 거잖아."
음...일교시... 황인준...(주먹) 일교시에 수업한 걸 모르는 문제인 것처럼 표시 해놨다 이거지? 책 좀 빌려달랬더니 머리를 쓰네 이제... 두고보자.
"음... 뛰어내릴까요?"
"됐어, 설명 해줄테니까 잘 봐."
하면서 설명 해주는데 옆태 솔직히 미친 거 아니냐. 다비드가 다 무슨 소용임 도영쌤이 살아 숨쉬고 있는데 석고상 따위가...ㅠ 이과남자 섹시하다고 누가 말했나 내가 말했지...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남자 매력적이라고 누가 말했나... 내가 말했지...
3.
오늘 문과 친구에게 기가 막힌 표현을 들었음. 무슨 사랑을 어떻게 해서 대체 왜 그런 말이 생겨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분위기상 로맨틱한 말이라는 건 알겠어서 바로 써먹기로 함.
"저는 선생님이랑 별처럼 살고 싶어요."
"교무실 청소나 잘 했으면 하는데."
아니 내 사랑의 구애를 좀 받는 척이라도 해 봐 미친. 그렇게 눈길도 안 주고 노트북만 두드리면 내가 좋아서 심장이 멎을 것 같잖아. 그래, 안 그래. 코부터 목까지 아주 안 예쁜 곳이 없어... 조물주가 당신을 만드느라 기가 다 빠져서 날 이렇게 만들었음이 분명해...
"아니 반응이 뭐 그래요. 사람이 무드가 없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네?"
내가 되물어놓고도 구린내가 나는게 저 요망하지만 사랑스러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별은 자기 몸을 태워서 빛을 내는 거야. 배웠잖아."
"...아."
"일종의 분신자살이지. 나랑 그러고 싶어?"
"불같은 사랑을 하고 싶긴 한데."
"가라."
도영쌤이 과거에 살았으면 우리 나라가 공격 받을 일은 없었을 거야. 철벽으로 성벽을 세우면 뚫리지도 않을테니까 ^~^
4.
요즘에 날씨가 오락가락한게 빡치게 비가 갑자기 왔다가 그치고 내가 우산을 접으면 비가 다시 오는 그런 날이 반복되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
"야, 황인준 우산..."
"미안 하난데 너랑 쓰고 싶진 않아."
그러더니 쌩 가버린 당신... 영원히 기억하겠어... 다음생에는 우리 집 강아지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 거야... 내 뽀뽀나 잔뜩 받으며 살아라...
"교실에 누가 불을 이렇게 켜놨나 했더니."
"헐. 퇴근 안 하셨어요?"
"하려고 했는데 불이 켜져 있길래."
"혹시 우리가 인연..."
"아니야."
이 엘사 같은 사람... 저 비가 도영쌤 철벽을 다 녹아내리게 했으면...
"안 가고 뭐해."
"우산이 없어요..."
"집 어딘데?"
뭐지 그 질문. 마치 나를 데려다주기라도 할 것처럼 물어보는데. 도영쌤은 항상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내가 지금 나의 최선과 도영쌤의 시선에 기대봐도 되는 부분?
"그 큰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있는 아파트요."
"아예 대놓고 네비게이션 식으로 설명하네."
"티 났어요?"
"엄청."
그러면서 이번 한 번만 데려다 주는 거다, 비가 안 와도 작은 우산은 챙겨서 다녀라부터 시작해서 너 나 안 왔으면 어쩔래? 하는 질문까지...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특히 마지막 질문은 꼭 자기가 유일한 것처럼 말하는게 아마도 결혼식은 스몰웨딩으로 하자는 의미 같은데...
"선생님."
"응?"
ㅅㅂ. 왜 맨날 대답하는 것처럼 왜, 부르지 마. 가 아니라 그렇게 귀여운 얼굴과 목소리로 응? 해서 사람 마음을 다 조져주시는지. 정말이지 넘 짜릿해...!
"전 지구과학은 별로지만..."
"넌 그게 내 앞에서 할 소리야?"
"아니 별로지만 선생님은 좋다고요..."
"나 좋아하는만큼 그것도 좋아해 봐."
...그럼 저 나사에 취직해야 돼요... 지구를 김도영별이라고 이름 붙일래...
-글 복구 방법을 찾았어요! 몇몇 글 빼고는 전부 복구 가능입니다 예~
-복구 안 되는 글은 제가 어떻게든 살려볼게요?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이 글 이후의 복구로 올라가는 글은 알림 안 울리게 해둘게요 그게 낫겠죠?
-저의... 멘탈이 되어주셔서 감삼다...(하트)
-이거 외전을 한 편으로 합쳐서 올릴까요 아니면 그냥 나눠서 올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