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보!"
"동우야!!!"
"동우야! 동우야, 정신차려!"
"엄마, 나 괜찮아요."
"동우야... 피가..."
"이정도로는 안 죽으니까 걱정하지마세요."
늘 그래왔 듯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붕대로 피가 줄줄 흐르는 손목을 지혈했다. 귀찮게 됐다. 아버지와 엄마가 알아버리다니...
"너... 너 왜 그러는 거니..."
"그냥... 그냥 오늘 일은 못 본척 해주세요."
"동우야!"
아버지가 사업에 성공한 이후에는 삶이 권태로워졌다. 예전엔 어떻게 해서든 용돈을 받으려고 애교를 부리고, 친구들과 같이 놀러가는데 애썼다. 하지만 생활이 넉넉해지면서 용돈도 넘처날만큼 받고, 친구라고 부르는 애들은 다 돈보고 붙은 사람들. 어떻게 학교 선생을 구워 삶았는지 적당히 사고쳐도 눈 감아준다. 뭐든 내가 노력해야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가 손에 쥐어준다. 삶이 권태로워지기 시작하면 내가 살아있는지, 살아있는 것이 중요한 건지 잊게 된다. 이러다가 정말로 내가 내 목숨을 끊는 날이 올 것만 같아서 삶이 정말로 권태로워지면 자살과 비슷한 자학행위를 할 뿐이다. 동맥 근처 정도까지 칼을 찔러넣으면 된다. 느껴지는 아픔과 함께 피가 많이 나와서 어지러워지는 현상이 내가 살아있음을, 살고싶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가끔하는 일종의 취미생활이라고 해야할까? 그것을 들켜버렸다. 잔소리와 함께 엄마의 울음소리, 아버지의 자책이 듣기 싫어 그냥 그 상태로 나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또 한 해의 여름이 지나가는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시간은 잘만 흘러간다.
"아."
"아... 뭐야?"
나와 어깨를 부딪친 남자. 딱 봐도 '나 양아치.' 라고 써있는 얼굴이다.
"하아... 갈 길 가시죠."
"뭐야? 부딪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무슨 삼류 영화에나 나오는 대사. 지겹다.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지냥 지나치려고 하니 혼자 흥분을 하며 나의 어깨를 잡는다.
"왜."
"왜애? x발 맞아야 정신차리지!"
아아... 때리시게요?
"적당히 해라. 권오철."
내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정의의 사도이신가? 무슨 누나들이 보는 소설마냥 스토리가 전개되.
"아... 호원아."
"가라."
"으...응."
깨갱하며 빠른 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다.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 옆에 붙어서 나대는 애구나. 아... 식상해라.
"장동우?"
나를 아나? 나는 너 모르는데...
"누구세요."
"나 같은반인데 이호원."
"나는 너 모르는데."
"그래?"
"응."
표정이 '나를 모르는 사람도 있네?'라는 표정이다. 꽤나 잘나가는 애인 모양이다. 아... 귀찮아. 빨리 놔주지.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응. 나랑 가..."
"아..."
이호원이 잡은 손목은 아까 그은 손목. 지혈이 덜 됐는지 붕대는 빨갛다.
"뭐야? 피?"
"어."
"왜..."
"그냥... 니네 집에 좀 갈 수 있을까?"
"응? 응."
갑자기 들이닥친 부모님때문에 당황해서 제대로 지혈을 하지 못 했나보다. 어지럽기도 하고... 이호원이라는 애의 집은 작았다. 크기는 내방보다도 작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또 집은 더러웠다.
"좀... 더럽지? 내가 혼자 살다보니까..."
"아..."
주섬주섬 흩어진 옷과 쓰레기들은 치우고 쇼파에 나를 앉혔다. 구급상자를 가져와서는 내 손목을 살펴보더니 붕대를 조심스럽게 푼다.
"아... 자살?"
"자학."
"응?"
"그냥 하는거야. 죽을정도로 찔러넣지도 않고 지혈은 꼬박꼬박하니까."
"너..."
"왜?"
"생각보다 무서운애구나."
"그런가?"
"평소엔 그냥 멍하니 있잖아."
"아..."
"지금도 무덤덤한 표정이기는 하지만..."
"그래?"
"거기다 너는 멍한 표정이 무서워보여서 애들도 접근 안 하고."
"..."
"나는 니 표정이 멍한 표정 같은데 애들은 인상 쓴다고 그러잖아."
"..."
"그럴만한게 애들이 접근을 안 하는데 너도 그런거에 관심없어 보이니 더 무서워 보이는거지."
내 손목에 붕대를 갈면서 혼자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인생이 재미없어?"
"뭐... 딱히 재미있을 건 없으니까."
"그래?"
"넌... 인생이 재미있어?"
"음... 그냥 재미있을 땐 있고, 없을 땐...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
"애들한테 자랑해야겠다."
"..?"
"장동우랑 얘기했다고."
"그걸 왜?"
"장동우는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아니니까."
"응?"
"그냥 너는 학교에서 입 떼는건 밥먹는 시간밖에 없잖아."
"..."
"내가 봐도 너는 인생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
"뭐..."
"내가 알려줄까?"
"뭘."
"재미있게 사는 법."
"별로."
"그럴줄 알았어."
그러면서 왜 묻는거냐.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한 번 찾아와."
"..."
"다 됐다."
"고마워."
"어? 응."
"그럼 난 이만 가볼께."
"그래..."
"안녕."
"그래. 내일 학교에서 봐."
재미있게 사는 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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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잌아잌 다른 장르에 도전!!
대...댓글 달아주실 꺼죠...?
아무도 안 달아주시면... 안 써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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