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두 번째 이야기
"나는 또 현실이랑 꿈이랑 구분이 안간다면서 질질 짜는 애는 또 처음본다."
"정말로 이상하다니까."
"너 예전부터 루시드드림인가 뭔가 가능하다고 했잖아. 그런 거겠지."
"…나 사고는 어떻게 났어?"
"차에 치였지."
"그건 당연한 거고!"
"기억도 안나냐? 역시 멍청한 애들은.."
그 동시에 의자에 앉아서 과일을 깎던 엄마는 칼을 그대로 들어 오빠에게 때리는 시늉을 했고
오빠는 어, 엄마! 칼 칼!! 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쌤통이다 저거..
"사고가 나면서 머리를 조금 다쳐서 기억이 안날 수도 있다고 했어.
금방 기억 날 거야. 심부름 보내놨더니 애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
엄마는 또 내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고, 오빠란 놈은 과일을 하나 입에 넣고선 나를 내려다본다.
뭘봐- 내 말에 오빠는 어깨를 으쓱하고선 핸드폰을 보았다.
그냥.. 단지 꿈인 거겠지.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 맞는 거지?
마지막의 여인의 죽음이 너무 현실같이 슬픔이 몰아닥쳐서 하루가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고
아직까지도 난 그 꿈을 생각하면 소름이 다 끼쳐왔다.
"그리고 약 때문에 자주 졸릴 거라고 했어. 며칠동안은 계속 그럴 거니까.."
"엄마. 얘 맨날 졸려했어. 뚱뚱한 애들은 자주 졸려한.."
"입 닥쳐라! 너!"
"엄마. 아들한테 입 닥치라니..?"
"오빠면 오빠 노릇을 좀 할 것이지!"
엄마. 내 부름에 엄마는 오빠와 말다툼을 하다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제 밤에 나왔던 꿈 속의 여인을 떠올리며 엄마를 빤히 보았다.
엄마랑 꽤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해. 우리 엄마도 젊었을 땐 고왔는데..
"꿈 속에."
"그놈에 꿈. 엄마 저거 개꿈이니까. 들을 필요 없어."
"넌 좀.."
"말해봐."
"꿈 속에.. 한 나라의 여왕인 것 같은 사람이 나한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놨는데 말이야."
"……."
"그 사람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큰 잘못을 했다고, 계속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
"……."
"너무 슬퍼보여서 손을 잡아주려고 했는데."
"……."
"그 여자가 죽어버렸다? 근데 너무 슬퍼서. 꿈에 깨서도 엉엉 울었어."
"개꿈이야."
"닥치라고 했다."
"와. 엄마 얘가 나한테 닥치라고 한다니까? 나도 저렇게 죽었다 깨어나면 욕해도 봐주나?"
엄마는 내 말에 웃어주며 마저 과일을 깎았다.
꿈을 꾸고나서 이렇게 계속 하루종일 생각나는 꿈은 또 처음이었다.
꿈 속에 나는 애엄마고, 현실에선 전혀 다니지 못했던 클럽을 다니는 소녀였고, 웬 궁전에 드나들었고, 저승버스에 올랐다.
"졸려."
"졸려? 좀 자. 김강준 너는 시험 보러 안가?"
가야지- 하고선 오빠가 가버리고, 나는 누워서 하얀 천정을 뚫어져라 보았다.
눈이 천천히 또 감긴다. 이번엔 좀 화려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만큼의 의미없는 꿈을 꿨으면 좋겠다.
꿈이다. 나는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다. 분명 꿈인데..
"왜 또 여기야..?"
나는 또 그 일반 집 가정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식탁엔 어제 꾼 꿈 그대로 누룽지탕을 끓인 냄비가 있었다.
그리고.. 하나 달라진 건.. 시간이 달라졌다. 분명 그 남자가 출근을 한다고 했으니까.
아침 8시 쯤은 되었을 거고.. 지금 시간은..
"6시..?"
벽에 달린 led시계를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는 시계만 보는데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려와 놀란듯 일어나 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뭐가 이렇게 지저분해.. 청소는 하나도 안되어있잖아.
"나 왔어어어!"
어제 보았던 아이가 비를 쫄딱 맞고선 내 앞에 섰다.
내가 한참 아이를 내려다보니, 아이는 나와 같이 나를 한참 올려다보다가 곧 집안을 둘러보았다.
"밖에 비 엄청 많이 와. 아빠 늦는다고 해서. 걸어왔거든!.."
"……."
"나 오늘 어린이집 가서 엄마랑 아빠 그렸는데 보여줄까!? 기다려봐."
기다려보라며 가방을 앞으로 매고선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는 아이를 보았다.
꿈을..
"짜잔!"
이어서 꾸고 있ㄷ..
"야 인마. 내가 저렇게 얼굴이 길쭉하냐!? 그리고 머리 색은 왜 다 분홍색이야? 목은 왜 이렇게 얇아?
무슨 닭이야? 닭보다 더 얇겠네."
"색연필이 준비물이었는데. 엄마가 준비물 노트 안봤잖아. 나도 깜빡하고 못챙겼단 말이야.
그래서.. 유성이한테 빌려달라고 했더니 분홍색만 빌려줬어."
"……."
"선생님은 잘그렸다고 해줬는데."
"손도 없잖아."
"손 그러는 게 제일 어려워!"
"바보야?"
"내가 바보면 엄마도 바보야? 엄마가 바보니까 나도 바보인 거 아니야?"
"뭐어?"
"바보."
"……."
"남들은 다 잘했다고 해주는데. 엄마만 못그렸다고 해."
아이가 그 말을 하고선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가버렸다.
바닥에 놓여진 스케치북을 대충 쇼파 위로 올려두고선 청소가 안 된 방을 둘러보았다.
꿈에서 꿈인 걸 알아채는 것도 모자라서.. 꿈을 이어서 꾸고 있어.
다른 꿈도 그대로 꾸려나 싶어서 눈을 꼭 감고, 꿈에서 깨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눈을 떠보았지만
나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어제와는 달랐다. 왜지..? 어제는 분명.. 됐는데.
거실 벽에 달려있는 결혼사진을 보았다. 왜 또 이상하게 저걸 보니까 아련한 건데..
몰라 배째. 꿈인데 굳이 내가 이걸 왜 청소를 해야 돼.. 라고 해도. 더러운 걸 보면 못참는 나로서
주섬주섬 장난감을 하나씩 주워 장난감 통에 넣기 시작했다.
쇼파 위에 있는 리모컨으로 티비를 켰다. 키자마자 나오는 뉴스에 나는 방을 치우면서 뉴스를 보았다.
이 꿈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현실이나 다를 거 없네."
꿈 속에도 대통령은 최악이었다. 마약을 했다는 대통령에 경호원들은 시민들이 던지는 음식들을 대신 맞아주고 있었다.
아, 이 꿈 속에 있는 대통령은 꽤나 젊네. 많아봤자 30대 후반인 것 같은데. 참 신기하네..
- 시민들의 무차별한 경호원 폭행….
시민들이 경호원을 팬다고? 나는 놀라서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한채로 장난감을 통 안에 넣다말고 방에서 나오는 아이를 보았다.
내 눈치를 보고선 욕실로 가버리는 아이는 일단.. 나를 닮은 것 같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재수가 살짝 없달까,
꿈 속의 시간은 정말로 현실처럼 느리게 갔다.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남편이라는 이 남자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무심하게 꽃다발을 건내주었다.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 그 꽃다발을 품에 안고서 가만히 구두를 벗는 남자를 올려다보니.
"……?"
얼굴에 웬 상처들이 가득했다.
"아빠!!"
"아들!"
"얼굴 왜 그래애?! 또 17대 1로 이기고 왔어!? 이번에도 아빠가 1이야!?"
"그럼!"
"아빠 최고!! 아빠 아까! 뉴스에 나온 거! 짱 멋졌어! 나도 나중에 대통령 경호원 할래!"
뉴스..? 내 말에 남자는 나를 빤히 내려다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밥 좀. 밥 안먹고 들어왔는데."
"설마. 맨날 대통령 경호 하다가 다치고 들어오면 17대 1로 싸우다 다쳤다고 뻥치시나? 되게 웃겨.."
"……."
"밥은 알아서 해먹어요. 꿈속에서까지 고생하고싶지는 않아서. 좀 쉬자!!"
꿈이니까.. 꿈이니까. 혼자 계속 생각을 하며 쇼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았다.
와우.. 여기는 무슨 쌀 값이 20키로에 10만원이야? 엄청 비싸네.
윤기가 멀뚱히 서서 탄소를 보았고, 윤혁이 신난듯 스케치북을 쇼파에서 가져와 윤기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짜잔! 잘그렸지!"
"잘그렸네?"
"엄마는 못그렸대! 자꾸 나한테 화냈어."
"화를 냈어?"
"응!"
윤기는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갸웃하고선 탄소를 보았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탄소에 윤기는 우선
윤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부엌으로 와 냉장고 문을 연다.
티비를 보던 탄소도 부엌에서 둘이서 밥을 먹고있는 윤기와 윤혁이 신경쓰이는지 팔짱을 낀채로 둘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둘은 그것도 모르는채 탄소의 뒷담.. 아니, 앞담을 하고만다.
"엄마가 밥 안차려줬어?"
"응. 엄마 완전 이상해. 마귀할멈으로 변했어."
"마귀할멈?"
"응!"
"그럴싸한데."
크흠- 탄소의 헛기침 소리에 윤기는 밥을 크게 한입 입에 넣고선 탄소를 보았고
아들 윤혁은 '싱거워'하며 반찬을 윤기의 입 앞으로 들이민다.
아- 하고 반찬을 받아먹은 윤기에 탄소는 둘을 번갈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둘이 쿵짝 잘맞네. 역시 아빠랑 아들."
"……."
"여러분."
"……."
"여러분!"
"말 해. 듣고있어."
무심하게 탄소를 올려다보고선 밥을 한입 더 먹는 윤기에 탄소는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서는 한참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니까.. 이걸 꿈이라고 하면 이 사람들 반응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탄소는 뭔가 재밌는 게 떠올랐다는듯 한참 턱을 괸채 둘을 번갈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거 꿈이다?"
"……."
"꿈! 드림!"
"어디 아프니."
"응?"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네."
"병원 갈래?"
"아니.. 이거 꿈이라니까? 진지하게. 여봐? 나는 오늘만 기억하고, 전에 있었던 일들은 기억이 안나."
"…뭔 소리야. 윤혁아 가서 옵 갈아입고 와. 엄마 병원 가게."
"아니!.."
"……."
"그래. 현실을 부정하는 거. 그게 원래 이 상황에 맞는 거지. 못 믿겠으면 그쪽이 나한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질문??"
"응. 예를 들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그쪽은 된장찌개."
"맞아."
"뭐? 진짜?"
"응. 내 혈액형."
"오형!"
"내가 싫어하는 음식."
"가지를 싫어하게 생겼군."
"다 맞추는구만. 이상해. 그치?"
그치? 하고선 윤혁의 밥 위로 반찬을 올려주자
윤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탄소는 곧 잠깐! 하고선 둘을 또 번갈아보다가 고민하는듯 눈을 굴리다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거 맞춰. 김치찌개 된장찌개."
"김치찌개."
"바지 치마."
"바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유형."
"잘난척 하는 사람."
"티비! 컴퓨터!"
"둘다 별로 안좋아지만, 굳이 고르자면 티비."
"아이스크림 과자."
"아이스크림, 그중에 브라보콘."
"갈비! 곱창!"
"둘다 아니야. 너 막창 좋아해."
"치킨 피자!"
"피자."
"고양이 강아지!"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알레르기까지. 됐냐?"
"……."
"너야말로 현실부정 좀 그만하지. 갑자기 하지도 않던 장난을 하고 그래."
"……."
"밥 안먹었으면 앉아. 밥 차려줄게."
남자는 무심한 말투였지만, 꽤 따듯했다. 탄소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벙쪄서 둘을 보다가
곧 윤기가 자신을 바라보자, 눈을 피한다.
그래.. 꿈이니까. 이럴 수 있어. 꿈은 항상 말도 안되니까..
자는 시간이 되어 남자는 안방에 들어갔고, 윤혁이도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방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거실 쇼파에 누워 눈을 질끈 감았다.
깨자.. 꼭 깨자. 몇 번의 혼잣말이 끝나자 곧 눈이 떠졌다.
눈이 뜨자마자 거짓말처럼 또 다시 잠에 든 나는 눈을 뜨자마자 또 나는.. 어제 꿈에 궁전이었다.
아침이 되었다. 나는 또 연못에서 눈을 뜨게 되었고
저 멀리 기사단들은 나를 보고선 저 자를 쫓아라! 하며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도망을 쳐야하나 말아야하나. 그 짧은 망설임의 끝에 나는 도망을 쳐버리고 말았다.
뒤에 쫓아오는 기사단을 힐끔 보며 뛰고 있었을까. 누군가와 부딪혀 바닥에 나동그라져버렸다.
작게 인상을 쓰고선 고개를 천천히 들었을 땐..
"또 갑자기 나타났네."
"……."
"갑자기 사라져서, 갑자기 나타나는 게. 그쪽 평상시 취미인가."
"아.. 그.. 안녕하신가요."
기사단들이 급히 날 따라잡자, 남자는 기사단들에게 멈추라는듯 손짓을 했다.
"가보셔도 됩니다."
남자의 말에 기사단들은 목례를 하고선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고
남자는 뒷짐을 진채로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닌데 화들짝 놀라버려 겸연쩍어 뒷걸음질을쳤다.
"우리 어머니가. 숨을 거두면서 네 얘기를 하더군."
"어..머니?"
"아주 예쁘고, 특별하고, 이상하게 마음을 홀리는 소녀가 있으니. 꼭 곁에 두고 지켜보라고 말씀하셨어."
"…결국."
"……."
"돌아가셨나요?"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는 여전히 외로운 눈을 하고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자, 남자는 따듯한 목소리를 건내주었다.
"어머니는 아프셨지.. 어제 웬일로 걸어 나올 수 있는가 했더니..
결굴 어느순간부터 나타난 암살자의 의해 눈을 감으셨지만.."
"……."
"어머니의 뜻대로 여러모로 신기한 너를 지켜보려는데 괜찮은가?"
"…저를 지켜보겠다구요?"
"이제부터 소녀는 마음대로 궁전에 드나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어머니의 뜻대로, 내 뜻대로."
"……."
"내 곁에 항상 맴돌아도 된다. 이 소리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나를 지나쳐 걷기에, 나는 그 남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당장.. 어머니가 잃은 사람치곤.. 너무 평온해 보여. 눈빛을 제외하고 말이야.
남자의 뒤를 천천히 밟으며 따라가면, 남자는 내게 말했다.
"네게 줄 것이 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어제의 연못을 지났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여인의 죽음은 너무 슬퍼서. 이 꿈 속의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다.
궁전을 따라 들어가자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궁전이 따로 없었다.
궁전 안에는 몇십명의 하녀들이 가득했고, 그 하녀들은 내 앞에 남자에게 허리숙여 인사를 한다.
큰 방 안으로 들어오니 딱 보아도 여자가 썼을 법한 방이었다.
벽에 걸려있는 몇벌의 옷들은 꽤 아름다웠다. 신기한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남자는 상자에서 무언갈 꺼내 내게 건내주었다.
"어머니가 네게 전하라 했던 물건이야."
"…반지?"
"맞는 손가락에 끼도록 해."
"왜.. 저한테 이걸.."
"이유는.."
"……."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반지를 받아내 손가락에 끼워보자..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에 딱 맞았다.
왜 그 여왕은.. 그 여인은 내게 반지를 전해주라고 한 것일까. 이유가 궁금해졌지만..
이미 이 세상엔 없는 사람에게 들을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근데.. 어머니라니."
"……."
"엄청 젊어보이시던데.."
"열여섯에 나를 낳았다고 들었어. 그리고 내 밑으로 동생이 둘이 있지."
"…엄청 일찍 낳으셨네. 고생이 많으셨어요."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진 종이를 보았다. 괜히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쓸데없이.. 여왕의 아들 옆에서 눈치도 없이 말이다.
내게 어제 따듯하게 말해준 게 떠올라 제멋대로 결국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곧 남자를 따라 방에서 나왔을까. 어제 보았던 남자 두명과 마주치게 되었다.
"……."
"……."
이 둘이.. 동생인 걸까. 첫째와 다르게 표정이 꽤 어두워보이는 둘은 나를 한참 뚫어져라 보았고
첫째는 내 옆에 서서 둘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말했던 소녀다. 서로 각별히 신경을 써주길 바래. 오른쪽에 서있는 애는 막내 차은우."
"…안녕하세요."
"왼쪽엔 둘째 김태형. 둘째만 어머니의 성을 따랐어. 이제부터 방을 하나 내어줄테니 그 방에서.."
"아, 아니에요! 저는.. 어디 한곳에만 있는 걸 엄청 불편해해서.. 그냥 밖에서.."
"마음껏 드나들어도 된다."
"……."
"이건 괜찮은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고개를 천천히 들었을 땐. 왕의 아들이라 불리는 둘째와 막내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막내가 먼저 날 지나쳤고, 둘째는 반갑다. 하고 작게 말하고선 내 옆을 지나쳤다.
어머니를 잃은 왕의 아들들은 모두.. 힘이 없어 보였지만, 그러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궁전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숨을 한 번 길게 내뱉었다.
뭐가 이렇게 긴장감이 도는 거야. 슬픈 건 둘째치고.. 너무 기가 빨리는 느낌이란 말이야.
궁전에 나와서 한참 걸었을까, 길지 않은 숲속을 지나자 웬 마을이 보였다.
아.. 그래 내가 예전에 항상 상상하던 그런 고급져 보이는 마을이었다. 딱.. 이거야.
갑자기 누군가 내 팔을 덥썩 잡기에 놀라 옆을 보니..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예쁘다... 여긴..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 천지인가봐.
"…워.."
"……."
"근데 누구세.."
"누구세?? 기억을 잃은 척 하는 거야?"
그래 꿈이라고 짓걸여봤자. 전에 애아빠 반응처럼 대들기야 더 하겠지..
그냥 기억을 잃었다고 하자..
"잠깐 숲속에서 굴렀는데.. 그 이후로 기억이 안나는데.."
과연 이런 유치한 거짓말이 통하겠어.
"정말..?"
통하네?
나는 이김에 이 여자애를 속여 한 번 이 꿈속의 내 스토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도 기억을 몇 번 잃었던적이 있으니. 내가 특별히 다시 너의 기억을 되돌려주지."
"그래그래. 얼른 말해줘."
"너는 고아야."
시작부터 나보고 고아랜다.
"그래서 너를 발견한 내가 어머니께 부탁해 같이 살게 되었고."
"근데.. 저어기 궁전 있잖아."
"쉿! 궁전 얘기는 웬만해서 하지 않는 게 좋아. 애가 정말 기억을 잃었나. 겁도 없이.."
"나 어제 저기 들어갔다 나왔는데.."
"뭐!?"
"왜..?"
"근데 살아서 돌아왔단 말이야!?"
"그럼 이 몸이 죽은 거로 보이니."
"아..니? 잠깐.. 어제면.. 여왕님이 돌아가신.."
"응."
"말도 안 돼. 들어가서? 들어가서 어떻게 됐는데?"
"사람들 다 착하던데.."
"그럴리가 없어. 거기엔 평민들이 들어가게 되면.. 바로 처형을 당해."
"에이!~"
"…진짜야!"
"근데.."
"응?"
"여왕이 죽고나서.. 그 아들 세명이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았어."
"…몇년 전부터 갑자기 암살자가 나타나 왕을 암살했지.
그리고, 왕은 죽기 전 첫째에게 말해."
"……."
"왕의 자식들은, 궁전에 들어 온 모든 인간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 할 시간은 단 하루다."
"……."
"궁전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처럼 냉정하고, 괴물같아야 한다. 이거지."
"괴물?"
"자, 이제 기억이 나? 근데.. 궁전에 어떻게 들어가게 됐어? 궁금해.
어떻게 가서 잡히지 않은 거야?"
저 언덕 위에서 이 아이의 어머니인 것 같은 사람이 이 아이에게 얼른 오라며 소리쳤고
아이는 일단 가자! 하며 먼저 앞장서 뛰어갔고
나는 다시금 숲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선 꿈에 깨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엔 눈을 감았다 뜨니 바로.. 그때 그 자신이 재벌집 아들이라 칭했던 남자의 집앞이었다.
아.. 나 집에 들어가려다가 꿈에서 깼었지.. 한숨을 내쉬어보자
곧 갑자기 내 뒤에서 에헴-!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깜짝이야!"
"이제서야 오세요? 왜? 아예 내일 오시지 그래요."
"또야.. 또.. 또 같은 꿈.."
"갑자기 그렇게 사라져버리면 골치 아프다고. 너는 꿈일지라도 여기 사람들은 꿈이 아니야."
"어?"
"일단 들어와. 밖에 이 자세로 가만히 4시간이나 있었더니 다리에 쥐났거든?"
남자가 자길 따라오라며 정원에 들어섰고, 나는 먼저 앞장서 가는 남자를 따라 뛰어 그의 옆에 서서 말했다.
"갑자기 사라지면!? 꿈이 뭐..?"
"뭘 그렇게 놀라? 얼굴 완전 못생겼어. 훠이. 멀어져줄래?"
"너..!"
"뭐."
남자가 도어락장치에 손을 대자, 지문인식을 통해 문이 열렸고, 집은 꽤 화려했다.
들어와- 하고선 쇼파에 무작정 앉아버리는 남자의 앞에 서자
남자는 '불켜'라고 말한다. 그 동시에 거실 불이 켜지고, 나는 신기했지만 그래도 티내지않고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꿈이라고 했어?"
"그래. 꿈"
"넌 내가 이게 꿈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래."
"어떻게? 잠깐.. 이거 또 꿈에서 그냥 지어지는 얘기 아니야..?"
"너 계속 꿈 이어서 꾸지."
"어.."
"근데도 계속 현실부정중이시냐? 일단 앉아."
남자는 앉아있으라며 부엌으로 가서 따듯한 차를 타는듯 했다.
이 남자.. 분명 평범한 꿈 속의 인물이 아닌 듯 하다.
"꿈에서 깨고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면 너는 꿈에서 깨게 돼. 맞지?"
"응 맞아."
"꿈 속은 다른 세계야. 여태 네가 꿨던 꿈들을 기억해봐. 너무 현실같은 꿈들이 많았지?"
"…응."
"네가 여태동안 꾼 몇만개의 꿈들은 다 또 다른 세계들이라고. 이해가 가?"
"……."
"그러니까. 갑자기 사라지고 그런 행동 하지 마.
네가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꿈에서 깨버리면, 갑자기 네가 마법처럼 사라져버린다고.
그럼 이 세계에선 너 덕분에 난리가 나겠지?"
"…무슨 다른 세계야. 말도 안 ㄷ.."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라는 더럽기도하고, 아름답기도 한 생명체들도 살아가는데.
세계가 네가 사는 세계 딱 하나일 거란 생각은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
"…그럼 넌!"
"……."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어떻게 알고.. 나한테 이렇게 얘기 해주는 거냐고."
남자는 내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찻잔을 내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남자가 내 맞은편 쇼파에 앉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서 입을 열었다.
"나도."
"……."
"나도 너랑 같은 상황을 겪었던 사람이니까."
"……."
"일단 마셔. 난 진도 빠르게 빼는 거, 별로 안좋아해."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로.. 나와 같은 상황을 겪었던.. 특별한 사람이. 내 꿈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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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여 저 미리 쓰고 있는데여.. 인티.. 왜 이러는 걸까요.. 임시 저장을 눌렀는데도 자꾸 저장이 안 되어서
첨부터 다시 써버리긔 ㅡㅡ
아! 그리공 ㅎ_ㅎ 안녕, 꿈!!은..!! 첫사랑 보관소가 끝나게 되면
첫사랑 보관소 나오던 시간대에 나올 거예요 ㅎ_ㅎ 첫사랑 보관소 할 동안에는 12시 전에는 연재가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