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on
5. 타이밍이 중요해
“야 아침마다 너 주려고 유부초밥 만드는 거 보면 말 다 했다. 그냥 지르고 보라니까?”
아아 부추기지 말라고. 깁스하고 이동혁이랑 있었던 일 말하니까 한 시간 동안 황인준의 설득을 듣는 중임. 설득은 웬 설득이냐, 아무래도 너희 둘은 쌍방인 것 같으니 이동혁에게 치대보거라 하고 귀 얇은 나를 계속 부추기는 거임.
"좋아하지도 않는데 먹여주려고 했다고? 이동혁이 그럴 애냐? 아무리 너희가 어릴 적부터 남매처럼 지내왔다지만 그건 백타 너 좋아하는 거라니까. 눈빛이 달라요, 눈빛이. 이동혁 나 쳐다볼 때 그 경멸하는 눈빛이랑 너 볼 때 오구오구 우리 여주~ 하는 눈빛이랑 진짜 다르다고"
"아 알았으니까 그만.."
"너 그거 모르지? 요즘 이동혁한테 관심있는 애 있는 거"
뭐??? 이동혁 좋아한다면서 이걸 모르냐. 아무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김여주. 황인준 모쏠주제에 연애상담해주는데 나는 안 들립니다. 이동혁한테 끼 부리는 사람이 있다니요. 아무래도 전에 선물 준다던 그 여자애 같은데.
이거 일이 심상치 않은데 나도 더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음. 그래서 세운 계획이 뭐냐, 바로 끼에는 끼, 이동혁한테 끼를 부리겠다 이겁니다. 해보고 나 안좋아한다 싶으면 접을 거긴 한데 한 번 엎질러는 봐야 마음 정리가 확실하게 될 테니까. 아 벌써 쿠크깨지는 건 왜 때문일까.
6. 우연을 가장한
체육복 사건 이후로 더더욱 이동혁을 볼 일이 없어진 나는 수학 쳐다도 보기 싫지만 문제 물어본답시고 이동혁 반을 찾아갔음. 마침 이동혁이 이동수업 갔다가 반에 들어가고 있길래 놀래려고 뒤에서 왁!! 하고 확 안았다. 놀래키려고 한 거 맞는데요(뻔뻔). 이동혁 움찔 놀라더니 아 뭐야아 하고 말꼬리 늘어뜨린다.
"깜짝이야. 지금 빵 사오라고 이러는 거지 너"
허리춤에 있는 내 손 잡고 뒤뚱뒤뚱 걸어간다. 미친, 이건 무슨 신종 공격 기술이야. 심장 부여잡고 수학 수특교재 들이미니까 아 이런 문과~ 어디 줘봐 하면서 책 가져가는 이동혁. 자기 책상 앞에 나 앉히고 연습장에 몇 번 끄적이더니 다 풀었는지 봐봐, 하면서 의자 끌어당긴다.
"여기서 미분하면 3승에서 3이 앞으로 가잖아. 그럼 x가 5라고 했으니까..."
미안하지만 이거 이미 풀어본 문제임. 본 목적이 지적 호기심 충족이 아니고 이동혁 보러 온 거라 들으라는 설명은 안 듣고 목소리 감미롭네, 이딴 생각이나 하고 앉아있었음. 이동혁 지렁이 글씨체 보고 속으로 귀여워서 지구 백번 부셨다.
"알겠어?"
연습장 안 보고 이동혁만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이동혁이랑 눈 마주친다. 음? 어.. 한 번만 다시.. 말 더듬거리면서 급하게 샤프 들고 연습장 쳐다봄.
쪽팔려서 사고 회로 정지될 것 같은데 이동혁 씨익 웃으면서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하고 문제 다시 풀어준다. 안다면 참 유감인데, 응 너 진짜 잘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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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 살 뺀다며-"
"아니라고; 그리고 생라면은 칼로리 낮아서 먹어도 돼"
황인준이랑 생라면 가지고 싸우는 중. 근데 빡치게 다이어트를 들먹이잖아요, 황인준 이 새끼가. 종이 인간 황인준은 나한테 힘으로 못 당해서 말로 안 되면 무력이다, 하고 억지로 봉지 뺏고 입으로 털어버렸다. 근데 스프가 입으로 안 들어가고 눈으로 직행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거 당해본 사람만 아는 고통임; 앗 잠깜맘. 눈에 들어갔지? 놀부 새끼 그러게 친구 걸 왜 뺏냐; 황인준 옆에서 깐족거린다.
아아 진짜 따갑다. 롬곡 줄줄 흘리면서 스프 흘려보내고 있는데 멀리서 이동혁이 계단 올라오고 있는 거임. 이동혁한테 황인준 때문에 눈에 스프 들어갔다고 고자질하려는데 얘가 나를 보고 엄청 급하게 뛰어오는 거야.
"너 왜 울어"
아마도 내가 눈 비비면서 눈물 흘리니까 우는 줄 알았나 봄. 당황스러워서 황인준 쳐다보니까 야 얘 좀 달래줘라 이동혁한테 말하고 윙크하고 지나가는 거우웩임. 아 나 안 운다고. 근데 이 분위기에 라면 스프 눈에 들어가서 운다고 어떻게 말합니까.
평소에도 내가 잘 우는 성격이 아니어서 이동혁은 내가 울기만 하면 맨날 지가 더 안절부절해했다. 물론 지금도 포함. 쭈구려 앉아서 위로 나 쳐다보다가 다시 일어나서 어깨 토닥이는데 양심에 찔려서라도 억지로 울어야 했음.
"오~~ 동혁쓰~~~ 제수씨~~"
"꺼져 얘 울잖아"
"응 동혁 즐데~"
"아 쫌"
이민형 놀라운 구경거리라도 된 듯 옆에서 깐족댄다. 오우 동혁쓰- 여친쓰- 캐나다 갔다 오더니 캐나다 리액션 하는데 넌 이동혁 친구만 아니었으면 내 손에 죽었어. 이동혁 꼴에 숨겨주기라도 하는 듯이 제 품에 꼭 당기는데 난 여기서 화장실로 튈 수밖에 없었음. 아무리 쥐어짜도 눈물이 안 나오는데 더 연기하니까 죄인된 기분이었거든.. 아 근데 이날 이동혁한테 문자로 [괜찮아?] 온건 안 비밀.
7. 뛰는 여주 위에 나는 동혁
한창 시험기간일 때 이동혁은 내 도서관 메이트였음. 막상 가도 쳐 자고 오기는 했지만 이동혁이랑 버스 타고 도서관 가서 밥 먹고 공부하고 하는 게 너무 좋았단 말이야. 여튼 시험기간에도 나는 치대기 프로젝트 진행 중이었지.
시험 보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도서관 간 날, 공부 1도 안 하고 열람실에서 꾸벅꾸벅 졸았는데 이동혁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깨우고 집에 가자고 했음. 분명히 아침 9시에 갔는데 눈떴더니 5시더라구요.. 나 때문에 이동혁 점심도 굶었다 진짜 미안하게..
맨날 도서관에서 컵라면만 먹어서 라면을 정말 사랑하지만 권태기가 왔었음. 오랜만에 이동혁 집 밥 좀 먹으려고 저녁 얘네 집에서 먹기로 하고 같이 버스탔지. 버스 안에 우리 둘밖에 없었고 되게 조용하고 분위기가 되게되게 그랬다.
괜히 아 졸리당- 하고 이동혁 어깨에 기대려는데 이동혁이 피하는 거야. 아 얘 봐라? 불굴의 김여주 모르는 척 계속 기대려고 시도함. 근데 이동혁이 갑자기 얼굴을 코앞에 들이미는 거야. 놀라서 얼굴 뒤로 빼다가 창문에 쿵 부딪힘. 이동혁 가소롭다는 듯이 웃는다.
"ㅈ.. 죽을래? 얼굴을 왜 들이밀어"
말하고 바르게 앉아서 앞만 보고 있는데 이동혁이 안 졸려? 물어봄. 응 너 때문에 잠 다깼어; 고개 절레절레하고 집 갈 때까지 서로 아무 말도 안 했다.
이동혁 삽질일기 3이 초록글에 올랐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글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실텐데 분량 조절 실패했어욤..
아, 그리고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암호닉은 꾸준히 받고 그때그때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암호닉 정리글 한번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