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 햇빛 비치는 그런 오후,
"태일씨."
유권이 자신의 다리를 베고 누워 책을 보고있는 태일을 불렀다. 누워서 보면 눈 나빠진다, 했는데도 너 다리 베고 누워서 보는건 괜찮다며 누운 태일이었다. 집중해서 책을 보고 있던 태일이 책을 가슴에 얹어두고 눈을 돌려 유권을 봤다. 반짝거리는 눈동자는 언제봐도 유권을 설레게 했다.
"왜요."
언뜻 들으면 무심한 듯 툭 던진 말이었지만 달랐다. 태일의 말투, 입 모양, 표정이 짧은 말이었지만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권은 태일의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가만히 웃었다. 앞머리가 눈을 살짝 스쳤는지 태일이 눈을 찌푸렸다.
"태일씨."
유권이 한 번 더 태일을 불렀다. 태일은 유권이 정리해준 앞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앞머리를 정리했다. 작은 손으로 꼬물거리는게 여간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왜요."
앞머리 정리를 끝낸 태일이 다시 책 위에 손을 얹고 대답했다. 유권은 그런 태일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자신의 손에 쏙 들어오는 손이, 태일이 대답을 기다리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 상황이 유권을 기분좋게했다.
"태일씨"
한 번 더 눈을 마주보고 태일을 불렀다.
"아 왜! 왜 자꾸 불러 김유권."
결국 태일이 참지 못하고 투정을 부렸다. 유권은 세 번은 안되는구나, 생각하며 작게 소리내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요."
"그 존댓말 좀 안할 순 없냐."
"왜요?"
유권이 장난끼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부터 오물거리며 불만을 얘기하고 있는 입술이, 그러면서도 포개어진 손은 빼지않는 태일이 유권을 더욱 장난끼 넘치게 만들었다. 언제봐도 이 형은 정말, 유권은 포개어진 손을 때고 아까 태일이 다시 정리한 앞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뭐냐 그..쪼끔 오글거려."
다시 앞머리에 손을 대는 유권의 손을 눈으로 따라가던 태일이 유권의 손을 다시 잡아내려서 책 위에 얹었다. 제 손은 유권의 손 위에 얹었다.
"태일아."
유권의 손 위에 얹어진 태일의 손이 움찔,했다. 태일은 심장이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떨리기도 하고 제 손 밑에 있는 유권의 손이 신경쓰였고 유권이 만지작거린 앞머리도 신경쓰였다. 이 세상에 둘만 남겨진 이상한 기분, 그런 기분에 태일은 나름의 자존심을 지킨다고 작게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그건 좀"
"형."
아까의 장난끼는 어디가고 바로 호칭을 바꾸는 유권이 지금의 태일에게는 조금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태일의 자존심에 한 번 더 불러달라고 하지는 못해 아쉬운 마음을 한숨섞인 대답으로 대신했다.
"그래 그거."
"그냥 형이라고 해 그럼?"
유권이 태일의 마음을 다 알고있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유권은 표정에 기분이 다 드러나는 태일이 정말 귀여웠다. 태일에게 이걸 말한다면 아니라고 말할게 분명하지만. 지금도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보니 어떻게 대답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태일아, 하고 부르는 거 한 번 더 들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럼 뭐라고 할라구."
태일이 은근히 기대섞인 눈빛을 보냈다. 정말이지 밤새 괴롭히고 싶은 그런 눈빛, 유권은 태일의 그런 점이 좋았다. 장난치고 싶고 괴롭히고 싶고, 울리고 싶고. 유권의 생각은 아는지 모르는지 태일은 유권의 입에서 나올 대답에만 집중하는 듯 보였다.
"태일씨."
태일과 유권의 입술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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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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