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돌이 오세훈 책상에 앉아 길다란 영어지문을 집중하여 읽던 세훈이 마치 오타쿠가 미미쨩을 상상하며 데헷-하듯 헤헿...흐흫 하며 웃었다. 문을 걸어잠궈 놓아 아무도 없는 방안인데도 주위를 의식하며 의자에 걸쳐진 패딩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홀드를 해제했다. 머리를 푹 숙이는 건 필수요 어쩔 줄 모르며 몸을 비틀고 엄마미소를 짓는건 옵션이니라. 마치 여자친구의 애교섞인 카톡, 혹은 문자를 받거나 첫날 밤을 맞는 새색시마냥 얼굴이 빨개져 몸을 비트는 세훈의 행동은 다름아닌 제 새로산 휴대폰이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며 보여주는 모 아이돌그룹의 멤버 때문이였다. 건장한 남고딩이, 아니 고딩빠돌이가 그럴수도 있지 하며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저 아이돌은 남자이며, 둘째. 세훈은 그 멤버를 사진으로만 보는 정도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세훈은 팬페이지를 운영했다. 그 아이돌 멤버의 탑시드 팬페이지를 고르라면 세훈의 팬페이지가 항상 거론될정도로 세훈은 그 멤버가 데뷔도 하기 전 연습생 때부터 그 멤버를 찍어왔고 사진은 그 멤버의 얼굴도 있지만 완벽한 각도와 보정 덕에 '사진 인화할건데 팬페 추천좀'하면 댓글은 모두 차갑게 세훈의 팬페이지 주소 하나를 던져줄 정도로 예뻤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홈마스터들 사이에서도 대포남신이라 불리며 친해지고 싶은 홈마 1위에도 세훈이 뽑힐 정도였다. 이쯤에서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세훈은 과연 어떠한 남고딩인지, 또한 그 아이돌멤버는 누군지. 세훈은 특기는 춤, 취미는 사진촬영인 18세 겨자색교복의 예고학생이었다. 또, 그 아이돌 멤버는 1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타이트하게 활동하여 일명 요즘대세라는 이엑소의 메인댄서 카이였다. 추가로 본명은 김종인이며 세훈보다 나이는 한 살 많은 19살, 학교는 같다. 자 여기서 학교가 같다는 말은 세훈이 카이, 아니 종인을 따라 들어왔다는 소리다. 원체 세훈이 위에 기입한 것처럼 춤을 잘추고, 또 좋아해서 예고에 들어올 실력이 됐다지만, 글쎄. 종인이 없었다면 과연 이 학교에 들어왔을까? 큼큼 그럼 질문으로 끝나버린 추궁스타일의 김종인, 오세훈 소개는 그만하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보기로 하자. 예고에 입학하겠다고 했을때 세훈의 부모님은 결사반대했다. 경쟁률은 높고, 그에 대비되게 가능성은 낮은 춤으로는 백년장수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직업, 아니 일용직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위해서 세훈은 부모님에게 한가지 딜을 제시했다. 공부는 손에서 놔버리지 않고 계속 꾸준히 하겠다는 것이였다. 세훈의 부모님은 끄떡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한 장면처럼 어쩌다 보게된 세훈의 춤에서 소울을 느낀 후로는 그 딜을 받아들이고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름 양심있던 세훈은 30분씩 요일별로 국어, 영어, 사회 등의 문제집을 풀었다. 물론 그 30분도 10분의 공부와 20분의 헛짓거리+김종인 생각이였지만 이 시대의 공공의 적. 엄마들의 일관성있는 엄마친구아들은~으로 시작하는 뻔한 레파토리의 실존인물 오세훈은 10분으로도 충분히 할 공부를 끝냈다. 그리고는 책상서랍에서 핑크핑크한 소녀감성이 돋보이는 다이어리 하나를 꺼냈다. "다요리 써야지~" 팬페이지 홈마 몇몇의 트윗을 본적이 있다면 아마 이 말투는 좀 익숙할 것이다. 오글 터지는 인소에서의 여주에 빙의해 깜찍발랄★☆한 말투를 구사하는 트윗과 사진명. 세훈의 퍽퍽했던 감성은 트위터로 촉촉하게 바뀌었다. 아니 번들번들할 정도로. 물론 학교에서는 춤 잘추는 훈남선배 혹은 후배 혹은 친구였으나 집에서, 그리고 트위터 앞에서는 자신의 소녀감성을 오롯히 내비쳤다. 세훈의 하루일과는 별다를 것 없었다. 등교. 하교.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팔로워된 홈마의 사진을 관음하며 보정의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노력이 가상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멘션을 보내는 홈마나 일반 안방수니 들에겐 답멘도 꼼꼼히 보내줬다. 물론 소녀감성을 한껏 담아서. 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어렴풋이 자신의 흑역사시절이 생각나며 지루하고 거지같았던 지금까지의 기분을 추억으로써 힐링해줬다. 마지막으로는 다이어리 쓰기. 다이어리는 일기나 실기시험 연습스케쥴 그런 것따위로 채워지지 않았다. 가령 종인이형 보러가기, 연습실 시간 알아보기 등등 모든 행동을 종인에게 맞췄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면서까지. 찬열은 종인과 친하고 또 세훈과도 친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세훈은 뒤에서 몰래몰래 보는 짓따위 하지 않고 찬열이형을 보고 노는 척 하면서 연습하는 섹시한 종인이형의 모습을 보기 일쑤였다. 문득 그 춤못추는 찬열이형이 왜 댄스연습실에 밥 먹듯이 드나들고 있나 하고 의문을 가졌지만 어찌됬던 세훈에게는 좋은 일이였으므로 순식간에 그 생각을 지웠다. 하지만 그런 세훈의 의도는 모른채 찬열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친한 척을 하며(물론 원래도 친했지만) 동생처럼 구는 세훈에 얘가 친구가 없나.....?하는 헛다리를 짚고는 종인과 같이 어울려 다녔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세훈과 종인도 어색해하지 않고 친해진 것 같아 찬열은 마음이 편했다. "음..내일이 수요일이니까....밥은 종인이형이랑 박찬열이랑 같이 먹고.." 오후연습은 종인이형이랑 같이 써야지. 정성스레 써내려간 다이어리의 한면을 보고 흐뭇하게 웃다가 다이어리를 덮었다. 종인을 볼 생각에 잔뜩 들떠있던 세훈은 다이어리가 들어있던 서랍의 바로 밑 큰서랍을 열어 카메라를 꺼냈다. 렌즈를 돌려가며 확인하던 세훈이 그간 찍었던 종인의 사진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홈이나 트위터엔 프리뷰로도 절대 안 올리는 종인의 학교생활모습이였다. 가끔 사진을 보며 내가 사생인가...? 하는 현타와 고민도 겪었지만 중간중간 종인이 카메라를 주시하고 브이 하며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는 그래...종인이형도 협조하는 거잖아..? 라고 자기위로를 한뒤 세훈은 물 만난 고기마냥 더 방대한 양을 찍었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은 세훈은 찬열이 종인과 친해져보라고 만들었던 세명의 단체채팅방에 들어가 핸드폰으로 옮긴 카메라에 있던 사진을 전송했다. 종인이형 여기여~라는 메세지도 덧붙혀 보냈다. 순식간에 2였던 숫자가 1로 줄어들었다. 세훈은 설렜지만 아 존나 못생겼어. 라는 찬열의 카톡에 조용히 화면을 끄고 화를 꾹꾹 눌러담았다. 한낱 오징어새끼가 우리 형한테 못생겼다니... 조만간 복수하겠어. 그 때 핸드폰의 꺼졌던 화면이 켜지면서 카톡 미리보기가 떴다. 찬열이였다. 에이 뭐야...했지만 바로 날아오는 종인의 카톡에 얼른 단톡방에 들어갔다. 박찬열 와 김종인 무서운 사람이네 오후 11:37 종인이형 ㅋ?어쩔 오후 11:37 ?이게 뭔 상황인가 싶었던 세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찬열의 톡이 올라왔다. 박찬열 야야 오세훈 오후 11:38 1 보고있어여 라고 답장을 보낸 세훈이 곧 올라올 찬열의 카톡을 기다렸다. 박찬열 내가 저 사진 보고 못생겼다고 했잔ㄹ앜ㅋㅋ 오후 11:39 1 박찬열 대답 안 하냐? 오후 11:40 1 아 존나 귀찮은 형이네 하며 ㅇㅇ을 보낸 세훈이 다음 멘트를 기다렸다..그 때 종인이 확인이라도 한건지 카톡의 1이 사라졌다. 종인이형 야 닥치고 있어ㄹ라 오후 11:40 박찬열 내가 왜? 오후 11:41 종인이형 아 제발 오후 11:41 박찬열 뭐 해 줄건데? 오후 11:41 종인이형 씨발 오후 11:41 박찬열 말 한다? 오후 11:41 종인이형 니 알ㄹ아서 해 ㅆ시발 오후 11:42 종인이 화난게 아닌가 싶어 걱정하던 세훈이 기다렸다는 듯 올라오는 찬열의 톡을 보고는 실망했다. 허 참 박찬열이 그럼 그렇지. 형이라는 소리도 살짝 빼면서. 박찬열 있냐 내가 저 사진보고 못생겼다 했잖아 오후 11:43 박찬열 근데 김종인잌ㅋㅋㅋ 그걸 봤나봨ㅋㅋ 오후 11:43 박찬열 나한테 전화해서 오후 11:43 박찬열 뭐가 못생겼냐고 존나 따짐ㅋㅋㅋㅋ 오후 11:43 형 그게 웃겨여? 라고 하려던 세훈이 필사적으로 막으려던 종인의 행동을 상기하며 대충 맞받아쳐줬다. ㅇㄴㅋㅋㅋㅋㅋ. 그래도 아까 그 못생겼다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던 자신을 위해 하나 더 덧붙혀서 보냈다. 근데 찬열이형이 여기서 제일 못생겼잖아욬ㅋㅋㅋ춤도 못추곸ㅋㅋㅋ. 카톡을 보내자 바로 2가 사라졌다. 찬열의 발끈할 카톡을 기다리던 세훈이 ㅇ하고 나가버리는 찬열의 행동에 당황했다. 종인도 마찬가지였다. 종인이형 ?뭐냐 박찬열 오후 11:45 종인이형 개쪼잔하네 오후 11:45 종인이형 지금 초대 안하면 더 삐지겠지? 오후 11:45 성심성의껏 답톡을 준비하던 세훈이 쏟아지는 종인의 카톡에 쓰던 답을 지우고 간단하게 말했다. 제가 초대할게여. 별로 초대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찬열이 삐치면 오래간다는 것을 기억해내서 망설임없이 초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