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방탄소년단
W. 백소
- 23 -
바다로 떠나기 하루 전날, 오랜만에 다 함께 마트에 들렀다.
그전처럼 몇 명이 나누어지게 되었는데 나와 지민과 정국, 석진과 윤기와 호석, 남준과 태형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전과 비해 조금 불안한 인원으로 나누어진 게 아니었기에 이번 쇼핑은 조금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카트를 끄는 정국과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지민의 사이에서 걸어가고 있는데 먼발치에서 보이는 익숙한 곳이 눈에 띄었다.
그곳은 바로 지민과 정국이 들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던 수영복 매장이었다.
양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걷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매장 앞에 멈춰 서는 지민이었다.
설마 또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나? 싶으며 그의 이름을 부르는데 고개를 돌려 날 내려다보는 지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긴장되어있는 내 모습에 지민은 피식 웃어 보였다.
" 왜 그런 눈으로 봐요? "
" … "
" 설마 제가 또 여기에 들어갈까 봐요? "
지민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는데 다시 앞장서 걸어가는 지민이었고 그런 그의 뒤를 뒤따라가는 나와 정국이었다.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지민은 뒤돌아 보지 않은 채 날 향해 말을 꺼내었다.
" 전에 누나가 왜 수영복을 안 입으려고 했는지 이젠 이해가 가요. "
" … "
" 그러니까 수영복 입어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
그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려 생긋 웃는 지민이었고 그 모습에 긴장이 풀리며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카트에 넣고 있는데 뒷주머니에 넣어뒀던 지민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액정을 내려다보며 발신자를 확인하던 지민은 이내 표정이 굳어지더니 다시 뒷주머니에 넣었다.
며칠 전에도 저런 반응이던데 그때 걸려왔던 스팸전화인가…
" 누구야? "
" 아, 스팸이요. "
" 또? "
" 네. "
역시나 스팸이라고 대답하는 지민을 보는데 카트를 끌던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눈알을 굴려 반대쪽을 보는 정국이었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이번에도 역시 의아해졌다.
그 이후에도 계속 쇼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게 가고 싶어졌다.
" 얘들아…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와도 될까…? "
" 갔다 와요. "
나는 서둘러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두 사람은 밖에서 나를 기다리기로 했다.
급한 볼일을 보고 난 후 세면대 앞으로 걸어가 손을 씻어내고 거울 속의 나를 빤히 보며 전부터 좀 전까지 이어진 지민의 행동을 생각했다.
' 누구야? '
' 스팸이에요. '
대체 무슨 스팸전화이길래 표정이 그렇게 굳어졌던 걸까.
지민을 보는 정국과 호석의 표정이 겹쳐 보였다.
날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분명 그 전화에 대해 아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부모님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하지 않았기에 선뜻 단정 짓지는 못했다.
교수님께 물어보면 빠르겠지만 최근 들어 일이 많이 바빠지신 교수님은 연락이 닿기 쉽지 않았다.
며칠 전에 문자를 보냈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는 걸 보아하니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림짐작만 하고선 한숨을 작게 내쉬며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을 나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모퉁이 너머로 지민과 정국의 대화가 들려왔다.
" 아까 형한테 걸려온 전화 혹시 형 아빠 아니에요? "
" 어? …맞아. "
" 아직도 전화받지 못하겠어요? "
" …응. "
" 왜요? "
" 아직… 당당히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
역시 내 짐작이 맞았었다.
내게 스팸이라고 했던 전화들은 사실 지민의 아버님이셨던 거다.
아직도 당당히 마주할 자신이 없다니… 지민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애들이 보이지 않게 벽 쪽으로 몸을 밀착시켜 두 사람의 대화를 조금 더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나가야 할 타이밍은 지금인 것 같다는 생각에 벽에 기댔던 등을 떼어 두 사람의 곁으로 걸어갔다.
" 뭐야,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설마 나 나올 때까지 이렇게 조용히 있었던 건 아니지? "
" 아니에요. "
" 무슨 얘기들 하고 있었어? "
" 그냥 이제 뭘 살까 얘기하고 있었어요. "
" 그랬어? 가자. 이번에는 뭘 고를까? "
아무것도 못 들은 양 정국의 옆에 있던 카트를 끌면서 앞장섰다.
그런 내게 다가와 다시 카트를 미는 정국이었고 지민 역시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함께 걷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계곡에 갈 때보다 더 많은 간식과 술…을 카트에 담아내며 내일 바다로 향할 준비에 열을 내고 있었다.
***
" 바다다~! "
예상했던 것보다 많지 않은 사람들과 푸른 빛을 띄고 있는 바닷물에 신이 난 막내들이었다.
모래사장 위를 뛰어다니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막내들을 보던 석진은 코가 높아지며 우쭐해 보였다.
" 어때? 정말 좋지? "
" 와, 정국아 이것 좀 봐! 여기 바닷물 완전 투명해!! "
" 정말요?? "
" 야, 물 장난 없게 차가워!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심장마비 걸릴 듯. "
석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저들끼리 물가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하는 지민과 태형, 정국이었다.
그런 셋을 보며 석진은 입술을 삐죽였다.
" 그래, 마음껏 놀아라. 여기까지 와서 싫다고 투덜댔으면 가만두지 않았어. "
석진의 투덜거림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요즘 들어 그들과 내가 처음 만났던 날이 자주 떠오르곤 한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이렇게 다 같이 여행을 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조금 달라지겠지, 싶었는데 그 이상으로 바뀐 모습들에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해수욕장과 가까운 호텔로 숙소를 잡았고 각자 옷을 갈아입은 후 각자 바닷가로 향하였다.
먼저 석진과 나, 막내들이 먼저 왔고 그 뒤를 이어 호석과 윤기, 남준이 함께 왔다.
석진과 함께 모래사장에 앉아 물가에서 뛰어노는 세 사람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보는 정국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더니 지민과 태형이와 대화를 나누던 정국이었고 곧이어 정국의 말을 듣고 있던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씩 변해갔다.
그런 셋을 보고 있던 석진이 내게 말해왔다.
" 애들이 이번에도 너 빠트릴 생각인가 본데? "
" 그러면 당장 호텔로 들어갈 거야. "
" 행운을 빌게. "
그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는 석진이었고 나는 울상이 된 채 그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한테 곧장 달려올 줄 알았던 세 사람은 석진에게 달려갔고 팔과 다리를 붙잡은 채 그대로 물가로 달려가 석진을 던져버리는 지민, 태형, 정국이었다.
잡혀가는 내내 이거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외치는 석진의 모습에 왠지 짠하게 느껴졌다.
물에 빠졌던 석진이 금방 모습을 드러내며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그리도 새삼 잘생겨 보이던 지.
하지만 석진이 잘생겼든 아니든 저들끼리 숨넘어갈 듯이 웃어대는 막내들이었다.
" 하… 전쟁이다… "
결국 그들은 물속에서 싸웠다.
네 사람 중 석진이 제일 맏형이었지만 어째 막내 정국도 감당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속으로 석진이 파이팅을 외치는데 순식간에 내 옆을 빠르게 지나쳐 네 사람에게로 달려가는 한 명이 있었다.
그 사람은 호석이었고, 홀로 막내들과 상대하고 있는 석진과 한 팀을 이뤄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다.
열심히 물싸움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 뒤늦게 남준과 윤기의 행방이 궁금해진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두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비치체어에 앉아있는 윤기와 남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저 비치체어는 대체 어디서 난 거야…
그들을 보고 있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밑으로 살짝 내리며 날 보는 윤기와 시선이 닿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하고 있는데 고개를 돌리더니 정국을 빤히 보는 윤기였다.
그런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윤기와 눈이 마주친 듯 멍하니 서있는 정국이 보였고, 다시 고개를 돌려 윤기를 보자 정국을 향해 오라는 제스처로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사장으로 나와 윤기와 남준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정국이었다.
잠시 그들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가더니 이내 정국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뭘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커다란 비치파라솔을 가지고 오는 정국이었다.
저 파라솔을 빌린 것도 대단하지만 혼자서 들고 오는 것 자체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남들은 힘겹게 들고 올 것 같은 크기의 파라솔을 혼자서 가볍게 들고 오다니…
멍하니 정국을 보는데 윤기와 남준이가 앉아있는 비치체어 가운데에 파라솔을 툭 내려 놓는 정국이었다.
그런 정국의 행동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윤기였고 남준은 옆에서 정국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역시 대단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는데 오히려 정국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다시 물속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과연 정국은 전생에 뭐였을까…
해수욕장에서 얼마나 놀았던 건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하나같이 지친 기색으로 돌아왔다.
아, 남준과 윤기는 빼고^^…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부터 했고 욕실에서 나오자 어느새 테라스 너머로 해가 뉘엿거리며 넘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늘에는 분홍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져 그라데이션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넋을 놓으며 테라스로 나갔다.
거의 넋을 반 놓은 상태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숙소에서부터 챙겨왔던 카메라를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들고 있는 정국이가 서 있었다.
" 설마 지금 나 찍은 거야? "
" 네. "
갑자기 사진에 찍혀 당황했지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정국이의 모습에 날 찍은 사진이 궁금해져 웃으며 어떻게 찍혔냐고 물었다.
" 예쁘게 잘 찍혔어요. "
" 그래? 보여줘 봐. "
" 누나가 이 방으로 넘어오면요. "
" 나 머리도 말리고 가면 시간 좀 걸릴 텐데 괜찮아? "
" 그냥 와도 돼요. 지금도 되게 예쁜데… "
" 안 돼. 감기 걸릴지도 몰라. "
" 그럼 제가 말려줄게요. "
정국이의 말에 됐다고 거절하려는데 정국이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태형이가 보였다.
위험하게 고개를 내미는 태형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얼른 들어가라고 얘기했다.
" 누나 머리 젖은 모습 저번에 정국이랑 같이 비 맞고 온 이후로 오랜만에 보네요? "
" 김태형 위험해! 빨리 몸 집어넣어, 전정국 너도! "
" 하나도 안 위험한데… "
" 들어가. "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하자 이내 군말 없이 숙였던 허리를 바로 세우는 정국과 태형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점점 보라색에서 진한 파란색으로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보다가 두 사람에게 먼저 들어간다고 얘기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
다 함께 저녁을 먹고 난 후 지민이가 있는 방에 모여 술파티를 하고 있었다.
방은 석진과 윤기, 남준, 호석이 한 방을 썼고 지민, 태형, 정국이 한 방을 쓰게 되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형라인과 막내라인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계곡에 갔을 때보단 한결 편해진 분위기에 다들 술에 금방 취하지 않은 듯 보였다.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술이 떨어진 것이 보였고 지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보며 어디 가냐고 묻는 정국이었다.
" 술이 떨어진 것 같아서 더 사 오려고. "
" 그럼 같이 가요. "
날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정국의 팔을 잡으며 미성년자가 어딜 가냐고 말하는 남준이었다.
결국 남준과 함께 가기로 했고 정국은 입술을 삐죽이며 종이컵에 담겨있던 음료수를 마셨다.
호텔을 나와 편의점을 향한 우리는 술과 함께 인원수에 맞게 아이스크림도 샀다.
함께 편의점을 나오고 바닷가에서 조금 걷다가 들어가자는 남준의 말에 흔쾌히 허락했다.
낮의 푸른 하늘과는 대조되게 밤의 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무수히 박혀있었다.
처음으로 별이 많다는 걸 깨달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남준과 함께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
" 어? 뭔데? "
" 지금이야 누나가 이렇게 계속 찾아와줘서 모두가 전보다 나아졌지만, 나중에 다시 병이 도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
" … "
남준의 물음에 자리에 멈춰 서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런 날 따라 자리에 멈추더니 남준 역시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다시 물어왔다.
" 그땐 포기할 거예요? "
" …아니. "
" 힘들지 않아요? "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대답보다 미소를 먼저 지었다.
"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
" … "
" 나도 사람이라서 가끔 힘들 때도 있어. 하지만 힘들다고 포기했다면 애초에 나는 이 직업으로 인생을 전향시키지도 않았겠지. "
" … "
" 매일 그 집으로 가기 전에 아, 오늘도 또 가는구나. 오늘 하루 어떻게 버텨내지?
이런 마음을 가지고 갔다면 날이 갈수록 하기 싫어져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그랬을 거야.
하지만 반대로 오늘은 가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더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가면 힘든 것보다 기대가 더 생겨나더라. "
" … "
그 말을 하며 멈췄던 걸음을 다시 걷기 시작했고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 나는 '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라는 말이 참 좋아. "
" … "
" 이룰 수 있을까? 싶던 일들이 이루어지면 그게 그렇게 뜻깊지 않을 수가 없더라. "
" 대표적인 예로는 윤기형 같은? "
남준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다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 그런가…? "
" 솔직히 윤기형이 그렇게 변한 거 보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정말 내가 처음에 봤던 그 형이 맞나? 라는 생각이 매일 들 정도로요. "
"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대하는 거. "
" … "
"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또 병이 생기게 된다면 방법은 알았으니 똑같은 방법을 써서 도와줄 거야. "
" … "
" 사실 나는 그것밖에 하지 못해. 내가 겪었던 게 있으니 거짓으로는 내가 다가가지 못하겠더라.
좋게 말하면 일관성 있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련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
어느새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에게 질문했다.
" 혹시 누가 병이 도지거나 생겼어…? "
나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 남준이다.
" 아뇨, 그냥 물어본 거예요. 누나가 어떤 말을 해줄지 궁금해서. "
" 어우… 궁금해서 물어봤다니 이해하겠지만 말이 씨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얘기는 삼가 줘… "
그의 대답에 안심해하며 말하자 양 볼에 보조개가 패일 정도로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하는 남준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4층에 도착했고 곧바로 모두가 모여있는 방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석진이 문을 열어줬고 나와 남준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째 10분 전에 봤을 때보다 분위기가 좀 달라진 듯 보였다.
취한 건지 졸린 건지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있는 호석과 제 몸을 가누지 못한 채로 좌우로 흔들거리는 태형,
그리고 조금 취한 듯이 눈이 풀린 상태로 자신의 옆에 있는 윤기와 대화하고 있는 지민이었다.
정국이는 미성년자라 음료수만 마시고 있었던 탓에 제일 멀쩡해 보였었고 그런 정국의 옆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점점 목이 건조해지는 느낌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을 찾는데 정국의 앞에 놓여있는 물이 든 종이컵이 눈에 띄었다.
" 정국아, 나 물 좀 마실게…? "
" 네? 어, 어, 누나 잠시만…! "
그 말을 하며 정국이의 물이 든 종이컵을 들어 조금 마시려는데 그런 날 다급하게 저지하는 정국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정국이를 보며 아주 조금 물을 마시는데 목을 타고 흐르는 물맛에 점점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다 입가에 대었던 종이컵을 떼어내며 물을 내려다봤다.
아니, 이거 물이 아닌데?
인상을 찌푸리며 정국을 보는데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하는 정국이었고 다시 종이컵에 든 물을 조금 더 마셨다.
확실히 물이 아닌 맛에 종이컵을 내리며 정국이를 째려봤다.
" 전정국, 너 언제부터 술 마시고 있었어? "
" … "
그렇다.
정국이의 종이컵에 담긴 것은 물도 아니고 음료도 아니라 술이었다.
나의 물음에 정국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고 정국의 옆에 앉아있던 태형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며 어눌하게 말해 보였다.
" 바보같이… 들키냐 전정국…? "
" 말하지 마요 형… "
" 줘도 못 먹네… 바~보… "
다급하게 태형의 입을 손으로 막는 정국이었고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정국 다음으로 멀쩡해 보이는 윤기와 석진을 보며 물었다.
" 둘은 알고 있었어? 정국이가 술 마시고 있었던 거. "
" 난 몰랐어. "
" 나도. "
나의 물음에 대답을 회피하는 두 사람이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정국을 쳐다봤다.
" 나도… 이제 곧… 성인인데… "
" 아직 생일 안 지났잖아. "
" 형들이 있어서 괜찮은데… "
" 정국아 그래도 술은 아니야. "
내 말에 정국은 입술을 삐죽였고 종이컵에 든 소주를 내 앞에 내려놨다.
그러자 우리를 말없이 보고만 있던 윤기가 말해왔다.
" 딱 한 잔만 허락해주지. "
" 미성년자가 술은 아니지. "
" 이 분위기 속에서 혼자만 음료 마시기에는 심심할 것 같은데? 둘이 나가자마자 태형이가 이제 딱 한 잔 따라줬던 건데. "
" 그래도 아직 미성년자인데… "
" 정국이도 약속했어, 한 잔만 마셔보겠다고. "
" … "
윤기의 설득에 왠지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날 보는 정국이의 시선에 눈을 마주쳤고 결국에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종이컵을 돌려줬다.
그러자 해사한 웃음을 흘리며 종이컵을 받아드는 정국이었다.
그런 정국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가 뒤늦게 내게 했던 윤기의 말이 떠올랐고 고개를 돌려 석진과 번갈아 쳐다봤다.
" 뭐야. 둘이 알고 있었잖아? "
내 물음에 시선을 피하며 옆에 있는 지민과 대화를 이어가는 윤기와 남준과 내가 사온 봉지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냉장고로 향하는 석진이었다.
여러분.. 이번 태풍 무섭다는데 오늘 창문 꼭 닫고 자세요..
전 뇌공포증있어서 무섭습니다ㅠㅠ
내일 학교가고 출근하는 모든 분들 몸조심하시고 감기 걸리지마세요ㅠㅠ!!
24화는 금요일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