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랑해.
종인아, 저거봐! 잔뜩 들뜬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 항상 서있다. 키는 쪼끄매서 아가고, 눈은 땡그래서는 엄청 큰 햄스터. 밀짚모자 챙을 짚은 손은 굳은살 없이 보드라워 솜털. 죄다 사랑스러운 것 투성이다.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을 보고 방방 뛰던 팔랑거리는 몸이, 얼마 가지 않아 잔디 위로 발랑 엎어져 버렸다. 놀라 달려가면 좋다고 헤헤. 양 팔을 쭉 벌리는 모양새를 어이없이 내려다보다 결국은 안아들고 뽀뽀하면, 여기까지 와서 무슨 키스냐고 어깨를 콩콩. 보채는 목소리가 귀여워 아랫입술을 살짝 한 번 깨물고 고개를 뗀다.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인데. 땅에 내려놓자 마자 홱 튀어나가 하얀 울타리를 밟고 올라가는 말썽쟁이 일도 서슴없다.
말아, 이리와! 여기여기. 하얀 뒷목에서 흔들거리는 머리카락이 이미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허리를 푹 숙여 팔을 쭉 뺀 꾸러기는 곧 울타리에서 떨어지고 만다. 남편이 불안했거든. 허리를 붙들어 안고 멀리 걸으면 또 투정부리기 바쁘다. 한 번만 만져볼래, 한번만! 니 남편이나 많이 만져주지 그래. 능글거리는 어투로 말하고 추켜안아 목에 입술을 묻으니 그게 뭐냐며 까르르.
볼 거 많이 남았잖아. 뉴질랜드의 파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면, 팔을 죽죽 잡아당기며 산 아래로 내려가자고 보챈다. 벌써 싫증난거야? 그건 또 아니라고 고개를 휘휘. 헐렁하고 하얀 반팔티 밖으로 튀어나온 하얀 팔이 무언갈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 도통 그게 뭔지 모르겠다. 숟가락으로 뭘 퍼먹는 것 같기도 한데. 동그란 눈과 한껏 집중해 삐죽 나온 아랫입술을 즐겁게 쳐다보다가 결국 슬쩍 웃고 마는 귀여운 녀석을 끌어다 안아버린다. 목에 손을 감더니 이젠 허리에 제 다리를 감는데ᆢ 어어. 그 바람에 중심이 흔들렸지만 허벅지를 잡아 간신히 바로 설 수 있었다. 으히, 잘생겼다. 위에서 예쁘게 웃으며 내려다보던 녀석이 고개를 숙여 내 눈에 짧게 뽀뽀했다. 뭐 그 뒤엔 호텔로 달려가려는 날 붙잡아야 했지만.
맛있겠다! 접시가 놓이자마자 터져나온 탄성에도 절대 난 웃을 수가 없었다. 딸기시럽이 뭐 이리 많아. 이미 숟가락을 들이대 한 숟갈 뜬 녀석은 입 옆에 다 묻히도록 떠넣고. 옆의 휴지를 뽑아 일어서 닦아주며 너 입 그렇게 안 크다고 핀잔주면 발을 동동 구른다. 차가어! 당연하지 아이스크림인데. 내가 휴지를 밀어두고 씩 웃자 슥 흘겨보더니 볼에 두 손을 갖다대고 간신히 삼켜낸다. 후엔 머리잡고 굴렀지.
우와. 그ᆢ뭐지. 쨌든 좋다! ᆢ경치 좋다고 해야지 아가야. 끅끅 웃으면서 허리를 껴안자 잠깐 잃어버린거야, 하면서 앞의 난간을 꼭 잡는다. 밀짚모자 너머로 보이는 긴 속눈썹이 느리게 감겼다 떠지고, 잔잔한 산들바람에 얇은 흰 티가 팔 밖으로 휘날린다.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웰링턴의 풍경이 평온하고 아름다워 절로 나른해져 쇄골이 도드라진 어깨에 턱을 갖대닸다. 흐흥, 간지러. 웃으며 허리를 비틀어 품에서 떨어져 나온 녀석 때문에, 쓰고 있던 밀짚모자가 그만 난간 밑으로 떨어져 버리고. 챙 위에 매듭 달린 빨간 끈이 바람에 펄럭여 사라졌다. 어떡해! 몸을 쭉 빼 난간 밑을 보는 몸을 끌어당기면 내려가자고 징징. 말없이 손을 잡아끌어 떨어진 곳을 보면 하필 트레인 선로 밑이다. 저거 주워올까? 하고 물으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안된다며 팔을 붙들어 도리도리. 위험하단말야. 씩 웃으며 귀여운 얼굴을 흝어보다 살며시 입을 맞댔다. 미끄럽게 들어가는 혀에 순종적으로 장단을 맞추는 귀여운 혀가, 어깨를 붙잡는 귀여운 손이, 눈 밑에 닿는 귀여운 속눈썹도 모두 예뻐 죽을 것 같다. 가는 허리를 쓰다듬으며 달달한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입을 몇 차례 깨문 뒤에야 입을 뗐다. 붉게 홍조진 뺨이 귀여워 한번 더 쪽. 숙소로 돌아갈까? 끄덕끄덕. 수줍게 웃는 얼굴을 뒤로 허리를 굽혀앉아 업히라며 손을 뻗었다.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올라오는 낭창한 몸에 다리를 잡고 일어섰다. 목에 감은 손이 자꾸 얼굴을 만져서 웃기긴 했지만.
행복한 여행이다 경수야.
장편 쓰다 쉴 겸 쓴 달달글^^
카디는 참 마성의 커플이네여... 달달 아련 다 소화한다ㅠㅠㅠ
사랑해 카디들아. 떡밥좀 많이 주구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