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너무 훅 들어 온 거 아니냐. 나는 너랑 사귀면 당연히 좋지. 오늘부터 잘 부탁해 탄소야."
제 반말에 남준도 말을 놓았다, 예상한 답이였다. 아까 먹은 아이스 초코보다 더욱 달다. 분위기가 달다 못 해 녹을 것 같았다.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가을 같은 사람아. 제게 정국은 여름이였다, 뜨겁고 뜨거운 사람. 결국 뜨거워 갖지 못 할 그런 사람, 저 혼자 데이고 말 사랑. 남준은 제게 가을이였다, 적당히 따스했고 적당히 차가웠다. 행복이 뭔지 알려줄 사람이였다. 선선하고 따스한 가을 같이. 같이 마시는 이 와인이 달았다, 저를 사랑한다며 바라보는 눈빛. 녹아 내려도 할 말이 없다.
"야, 김탄소. 너 사귄다며."
함께 학식을 먹던 태형이 제게 물어 왔다, 컥. 체할 거 같았다, 어디서 듣고 저러는 거야 싶어 고갤 들어 녀석을 바라보자 남준의 인스타 프사가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이였다. 어? 하며 제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자 녀석이 헤실헤실 웃었다. 으, 건수 잡았다는 저 표정 정말 싫다. 괜히 돈까스를 푹푹 찌르며 먹었다, 아우 김태형. 괜히 돈까스만 괴롭히고 있자 제 옆에 놓이는 또 다른 돈까스에 고갤 들어 보자 정국이였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뭐람. 애써 무시하고 제 접시에 놓인 밥을 한 술 떠 먹었다. 으 질어. 제 옆에 앉아 돈까스를 먹기 시작하는 정국에 태형이 인사를 건넸다.
"여, 전정국. 오랜만. 근데 너 그거 들었냐? 김탄소."
"사귄다며."
태형의 말을 끊고 답 하는 정국에 태형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정국까지 안다는 사실에 체 할거 같았다. 불편해 미치겠네. 대충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정국이 더 난리였다. '남았잖아.' 체 할거 같아 그냥 배가 부르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여튼, 미치겠네. 허겁지겁 교내 식당을 나와 학교를 가로질러 걸었다, 도움 안 되는 건 정국이나 태형이나 같다고 생각하며 껌을 꺼내 씹었다.
남준괴 첫 소개팅 때 갔던 바비큐 집에 가 저녁을 먹고 베라에 가 남준이 좋아한다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입 안이 시원 해지는 게 기분이 좋았다. 달고새콤했다, 요즘 들어 선선해지는 날씨에 기분도 훨씬 좋았다. 어느 새 바닥난 아이스크림에 아쉬워하자 남준이 저를 보고 웃었다, 귀엽다며 제게 하는 칭찬에 쑥스러워 숟가락을 내려두고 남준을 바라봤다. 귀여운 건 저면서. 김남준은 자신을 모른다. 바보 멍청이. 슬슬 헤어질 시간에 남준이 저를 집 앞에 바래다줬다, 헤어지기 아쉬움이 가득한 남준에 짧게 뽀뽀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손으로 저를 잡고 진득히 키스하는 남준에 저도 고민하다 남준의 목에 손을 감았다. 아까 먹은 아이스크림보다 달다, 아쉬움이 가득한 인사를 마치고 뒤를 돌았다.
"잘 가, 준아!"
제 인사에 뒤돌아 손을 흔드는 녀석이 귀여워 살풋 웃음이 났다, 갈수록 깊어지는 거 같았다. 점점 저를 끌어 당기는 사람. 멀어지는 남준의 뒷 모습에 저도 제 집을 향해 뒤를 돌았다, 제 집 앞으로 다가갈수록 보이는 익숙한 모습에 고갤 갸우뚱 거리자 희미한 달빛에 저를 내려다 보는 정국이였다.
"어디 갔다 오냐."
술에 취한 듯 밤 공기를 타고 희미하게 제게 전해지는 술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제게 다가와 저를 멍하니 바라보는 정국에 숨이 막혔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눈빛, 아까 교내 식당에서 와 달리 우중충한 녀석의 느낌 괜히 싫었다. 지나쳐 가려는 저를 잡는 손에 제 걸음이 멈췄다. 공기가 답답했다, 저를 보는 눈이 왜 저리 우울한지 알 수 없다.
"…어져."
"뭐라고?"
앞에 말을 제대로 듣지 못 해 다시 묻자 저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이 슬픔이 가득하다.
"헤어지면 안 되냐."
또렷히 제 귀를 울리는 녀석에 말에 놀라 녀석을 바라 봤다, 무슨. 어이가 없어 녀석을 올려보자 녀석은 다시 제게 입을 열었다. 진한 술냄새와 함께.
"왜인지 모르겠는데, 신경 쓰여. 아마. 아마도 내가."
뒤에 나올 녀석의 말이 상상이 갔다, 좋아하나봐 라는 진부하고 뻔한 말. 녀석은 그럴 사람이니까, 먼저 선수를 쳤다. 이제 와 들어도 소용 없을 말이니까.
"혹시 좋아하나봐 이런 진부한 말 할거면, 그만해 정국아. 나 너 좋아한다고 나름 티도 냈잖아. 넌 답 없었고."
제가 이야기 하고도 웃겼다, 떨리는 손 끝이 녀석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애써 주먹을 쥐었다. 이제 와 저를 좋아한다라 얼마 전 저와 남준이 본 영화에 여자 주인공 같았다. 남자 주인공에게 뒤늦게 제 마음을 고백하던 허나 영화는 영화였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잠시나 행복했던 그들과 달리 우리는 어긋났다. 그래, 너는 내 여름이였으니. 여름은 뜨겁고 아프고 아려 정국아, 그리고 너는 내 여름이야. 미련이 없다는 듯 뒤돌아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집에 홀로 주저 앉아 소리내 울었다.
여름은 뜨거워 저를 다치게 하였고 저는 결국 그 여름에 데였다, 결국 제게 남은 것은 가을이였다. 선선한 바람이 제 데인 곳을 어루 만졌고 곧 따스한 바람으로 변해 저의 곁에 오래 머물렀다, 이것이 행복이다 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어졌다. 아슬아슬 제 방으로 들어온 달빛처럼 가을이 제게 아슬아슬 스며 들었다. 안녕, 나의 여름아.
여름을 바랬으나 결국 가고 제게 남은 것은 가을이였네.
아아, 내 여름아. 부디 행복하길 바라네.
여름아, 부디 안녕.
탄소의 짝사랑 대상 전정국 X 2년째 짝사랑 중인 김탄소 X 소개팅남 김남준
안녕하세요, 斐 입니다.
엉성하고 빨리 달리던 여름과 가을의 차이가 上, 中, 下 세 편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의미 하는 건 두 가지 였는데요, 여름과 가을 완전 상반 되는 계절은 아니지만 묘하게 다른 두 계절을 택하여 뜨거운 여름과 선선하며 따스한 가을에 대해 주인공들을 표현 하고자 했던 의미가 있습니다. 여름인 정국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가을인 남준을 만나며 치유하는, 세세히 표현 하지 않았지만 남준은 선선한 가을을 표현 합니다.
또한 다른 의미는 정말 말 그대로 여름과 가을의 차이를 뜻 합니다, 미묘한 여름과 가을의 차이.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다가오려는 시점이기도 한데요, 여름은 떠나가는 이. 가을은 제게 다가오는 이 라고 말 하고 싶습니다. 떠나가는 이를 다가오는 이로 잊어 가는 계절이 순환하듯 관계도 순환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망해 버렸네요. 다음 주 중으로 여름과 가을차이의 외전이 3편 나올 예정 입니다, 주인공인 탄소의 입장에서, 가을인 남준의 입장에서 그리고 여름인 정국의 입장을 정리해 보여 드릴 예정 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안온한 밤 그리고 좋은 날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