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청난 이웃
by. Abyss
09 |
09. 미친 나무
남우현이 이상하다. 걔 똘끼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들어 심각해졌다. 버럭버럭 성질을 내던 남우현은 어디가고 말이 부쩍 없어진 수줍남이 된 남우현이 내 앞에 서 있다. 오늘은... 오늘은... 무려 꽃바구니다.
며칠 전에 남우현이 주웠다며 백화점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주운 걸 나한테 버리는 거냐? 성질을 내자 남우현은 또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나 가면 열어봐. 하고 휙 나갔다. 뭐야 이건. 투덜투덜 하면서 열어봤더니, 세상에. 디게 비싸 보이는 목걸이였다. 이걸 주웠다고? 미쳤네! 난 당장 남우현 집으로 가서 문을 쾅쾅쾅 두드려 댔다. "야! 남우현!!! 나와 봐! 야 당장 나와!!" 남우현은 또 나랑 눈도 못 마주치면서 주춤주춤 나왔다. 왜, 무슨 일인데. "이런 걸 주웠으면 경찰서에 갖다 줘야지!! 막 들고 오면 어떡해! 신고당하면 어쩌려구? 당장 제자리 갖다 놔." 내가 쇼핑백을 들이 밀며 남우현에게 말하자 완전 황당한 얼굴로 바뀌었다. 저 뻔뻔한 자식. 자기가 주워놓고 가지기 찜찜하니까 나한테 준 거지! 신고 당하면 자긴 아니라고 하려고!! 와~ 진짜 못 된 인간! "얼른 제자리 갖다 놔. 빨리. 이거 주인이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겠어?" 억지로 쇼핑백을 쥐어주고 등을 떠밀자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남우현이 허탈하게 웃으며 날 쳐다봤다. '야. 넌 멍청한 거냐 눈치가 없는 거냐?" "뭐? 내가 왜!" "아오, 이걸 진짜." 남우현이 열 받은 표정으로 쇼핑백을 다시 내 품에 안겼다. 내가 뭐라고 하려 그러자 얼굴을 딱 굳히고 말한다. "협찬 받은 거 디자인 맘에 안 들어서 주는 거니까 그냥 써라. 나한테 주운 거나 마찬가지라서 주웠다 그런 거고." 뒤돌아서 지네 집으로 들어가면서 또 한 마디. "대체 얼마나 띨띨하면 그런 걸 길가에서 주웠다고 믿을 수가 있지?" 또 쾅 닫히는 문. 슬슬 나도 열 받는다. 뭐? 멍청? 띨띨? 저게 진짜. 밖에서 한바탕 악을 써도 남우현은 내다보지도 않는다. 나만 열 받고 있잖아. 아, 짜증나. 근데 또 생각해보니까 남우현은 나한테 나름대로 선물을 준 셈인데(공짜라도 준 건 준 거니까) 난 그걸 도로 갖다 주라고.. 남우현이 성낼 만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슬쩍 우리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물론 쇼핑백도 들고서. 사실 아까 디자인 봤는데 예뻤단 말이야. 연예인들은 좋겠다 이런 거 막 협찬도 받고.
그 날 이후로 남우현은 거의 매일 우리 집에 뭘 들고 왔다. 팬이 줬다는 왕 큰 곰인형. 협찬으로 두 개 들어와서 나눠 준다는 스킨 로션 세트, 우리 집에 있으니까 공기 나빠서 자기 폐가 힘들다며 사들고 온 공기 청정기(그럴 거면 자기네 집으로나 갈 것이지), 누가 줬다고 한우 등심 세트를... 이건 진짜 좋았다. 간만에 배터지게 소고기 먹음. 또 우리 집 욕조도 없는데 난데없이 입욕제를 갖다 놓질 않나, 알바 갔다 와서 다리 아프다고 칭얼거렸더니 그 날 오후에 바로 다리 마사지 기계가 우리 집에 배달 됐다. 아무 것도 없어 휑했던 우리 집은 남우현이 갖다 버리는 수준으로 가져오는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오늘 이 꽃바구니는, 필시... "...너 어제 내가 티비에 꽃 나온 거 보고 이쁘다 그래서 사온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남우현. 왜 또 저 수줍은 얼굴인지. 누가 보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선물이라도 갖다 바치는 순정남인 줄 알겠네. 일단... 주니까 고맙게 받기는 하는데... 이걸 어디다 쓰지? 처치 곤란해 하는 날 무시하고 남우현은 제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래, 우선 알바가 중요하니까.. 출근부터 하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올 리가 없다. 남우현의 행동은 기상천외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편의점에 뭘 사러 온 명수에게 남우현 얘길 했더니 얘도 남우현이 하는 짓이 이상한지 표정을 굳혔다. 혹시 남우현을 싸이코로 오해하는 거 아냐? "그래도 우현이 좋은 애야. 물론 하는 짓이 이상하긴 하지만서두... 멀쩡해. 제정신일 거고. 걔 연예인이잖아, 그래뵈도." 명수의 표정이 더욱 오묘해진다. 명수도 연예인 비리 뭐 이런 걸 믿는 건 아니겠지. 그건 다 루머라구요!
명수가 찜찜한 얼굴로 돌아가고 나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래, 얘가 있었지. 내 주변에 연예인이 남우현 밖에 없던 게 아니었어. 아, 연락 안 한지 진짜 오래됐는데. 번호는 안 바꿨나 몰라. 신호음이 간다. 컬러링이...... 여전히 발랄하구나. 무슨 노랜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잘 있긴 뭘 잘 있어. 지금 심란해 터짐. "성열이 형? 형이야?" 어? 받았다! 다행히 내가 전화를 걸려고 했던 상대다. "어. 나야. 잘 지냈어?" "난 잘 지냈지. 그러는 형은 뭐 하고 살았어, 연락도 없이!" "너 바쁠까봐 그랬지. 지금 통화 가능해?" "응. 지금 토크쇼 녹화하러 왔는데 메인 게스트가 아직 안 옴. 지금 30분 넘게 대기 중이야. MC랑 패널들 다 빡쳐 가지고 걔 씹고 있어." "일하는 중이었구나. 내가 이따가 다시 전화할까?" "지금 얘기해두 돼. 아마 한 시간은 더 늦게 올 듯. 형 혹시 무슨 일 있어? 그냥 전화할 사람은 아닌데." 좀 찔린다. 미안하네. "아, 그게. 물어볼 게 좀 있어서."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원래 연락 잘 안 하는 거 알잖아. 미안해." "됐어. 새삼스럽게 미안하기는. 물어볼 게 뭔데?"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얘 생각보다 입 싼데. 방송 같은 데서도 폭탄 발언 빵빵하고. 막 남우현이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말하고 다니는 거 아니야? ....뭐 어때. 내 얘기도 아닌데. "어, 있지. 너 혹시, 남우현이랑 친하니?" "..남우현? 우리 멤버였던 그 남우현?" 우리 멤버? "아, 맞다. 너도 인피니트였지." "헐. 놀랍다 진짜. 내가 인피니트였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물어본 거냐?" "미안. 내가 연예인에 관심이 없어가지구." "진짜 이런 형이 어떻게 연습생 한다구 그랬는지 모르겠네." "그땐 그래도 관심 있었어. 아무튼, 걔 잘 알아?" "....우현이 형? 그게... 그냥, 같은 멤버로서? 그 정도만 알아. 왜? 무슨 일.. 있어?" 얘도 남우현이랑은 별로 안 친했나보네. "왜. 무슨 일인데?" "아...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닌데 나한테 전화를 다 해? 형 진짜 이상하다. 무슨 일 있지. 얼른 말해 봐." "......진짜 별 일 아니야." "일이 있긴 하구나. 왜 그러는데? 어?" "진짜 별 거 아닌데." "혀엉. 이러기야? 왜 궁금하게 해놓고 말을 안 해주는 건데. 빨리, 빨리. 응? 응? 아, 혀어어엉~" 결국 다 말해줬다. 어느 날 남우현이 우리 옆집에 이사 온 것부터 우리 집에다 각종 잡동사니를 사다 나르는 것까지. 내가 전화를 건 상대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남우현 진짜 미친 놈 아니야?" 라며 화를 냈다. 내가 얘 이럴 줄 알았어. 은근히 다혈질이라니까. "그러니까 남우현이 원래 그런 애는 아닌 거지?" "걔는 애초에 누구한테 뭘 아무 이유 없이 사다 주거나 할 위인이 아니야. 얼마나 짠돌인데. 같이 살 때도 밥 한 번 얻어먹은 기억이 없어. 밥이 다 뭐냐. 커피나 아이스크림 한 번 쏜 적 없는 구두쇠라면 이해하겠어? 애가 베푸는 법을 못 배운 건지 배려란 걸 모르는 건지. 남들 다 한 번 씩 주머니 털고, 어? 막내였던 내가 맨날 아이스크림 셔틀하고 그랬는데도 뭐 느껴지는 바가 없었나봐. 그냥, 고맙다, 이 한 마디면 끝. 진짜 내가 더러워서..." "그렇게 돈을 안 써?" "어. 완전 왕소금이야. 전생에 자린고비였는지. 아무튼 걔 뭔가 이유가 있어서 형한테 그런 짓 하는 게 아닐까? 가령 형이 맘에 안 든다거나, 뭐 진짜 쓰레기 갖다 버리기 귀찮아서..." "꽃바구니는?" "꽃? 꽃을 사다줬어? 와, 걔 진짜 돌았네." 나보다 더 열 받아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남우현 진짜 왜 그러지? 이유가 뭘까. 내가 싫어서? 괴롭히는 건가? "근데, 남우현 너보다 형 아니야? 나보다 한 살 많은데." "...... 뭐 어때 남우현이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건 그렇고 걔 진짜 미쳤어. 돌았어. 상대해주지마, 형." ....얘 나 없는 데서도 막 나한테 이성열 이성열 거리는 거 아니야? 나 닮은 강아지 인형 같은 거 때리면서. 나 얘한테 잘못한 거 없는데. "어, 형. 게스트 왔다. 저 미친 여자. 당당하게도 들어오네. 이만 끊어야 될 거 같아. 스탠바이 하래." "어어. 그래. 수고해. 나중에 또 연락할게." "응. 나도 전화할게. 아참, 그리고 형." "왜?" "진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응? 뭐가? "남우현이 설마 형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무슨 소리야. 남우현이 날? 남자가 남자를 어떻게 좋아해." "그치이? 나도 참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미치지 않고서야 남우현이 형을." "날 좋아하면 미친 거냐?" "아 그런 뜻이 아니라...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거 말이야." "그런 뜻이었어? 난 또. 날 비방하는 건 줄 알고." "그럴 리가. 형 나 진짜 녹화 들어가 봐야 겠다. 전화 먼저 끊을게. 미안해. 안녕!" "응."
전화가 끊겼다. 얜 참 언제 연락해도 정신없고 그렇구나. 통화는 길게 한 거 같은데 별로 건진 건 없네. 그냥 남우현이 원래 바라는 거 없이 그럴 애는 아니라는 거. 그거 하나 건졌다. 휴. 아니 근데 얘는 왜 난데없이 남우현이 날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그런 황당한 소리를 하고 난리야? 말도 안 돼. 진짜 이건 100퍼센트 아니다. 그럼 진짜 왜 그러는 걸까. 이유가 뭘까. "직접 물어봐야 되나....." 하루 종일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아으. 진짜 미친 남우현. 얘 진짜 왜 이러는 지 누가 좀 알려달라고!!!!!!!
|
더말하기 |
개인썰이니 안 읽을 분들은 안 읽어도 됨ㅋㅋㅋㅋ강요하지 않아요ㅋㅋㅋㅋ
메인 커플링이 아니면 팬픽은 소용가치가 무척이나 떨어지는 군요ㅋㅋㅋ 나 글잡에 다른 닉네임? 하나 더 있는데ㅋㅋㅋ안 쓴지는 좀 됐지만ㅋㅋㅋㅋ갑자기 생각나서 예전에 쓴 글 보는데ㅋㅋㅋㅋ 조회수랑 댓글에 월등한 차이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너라 어쩔 수 없나 봄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소수 정예 고정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응? 성원에? 응??ㅋㅋ힘입어 연재되는 망글.ㅋㅋㅋ끝까지 함께 가여 그대들.ㅋㅋㅋㅋ
내가 공커로 싼 글이랑 이거랑 같은 인간이 쓴 거라 문체도 비슷하고 사용되는 어휘라던지 전개도가 비슷할텐데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에 안 들어도 다음부터는 꼬박꼬박 공커로 쓸까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보고 났더니 기운이 쭉 빠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24 내지 30부작 완결 예상하고 스토리 뽑아놨는데ㅋㅋㅋ급 배터리 방전ㅋㅋㅋㅋㅋㅋㅋ
웃고 있지만 눈에서 땀이 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두 오늘도 고마워영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