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직진사랑에 철벽 '이동혁'을 심어드립니다.
1.
"누나 한 번만 더 내 손 잡으려고 안간힘 쓰면 진짜 접근금지 당할 줄 알아요."
"...진짜 법블레스유 동혁아..."
이동혁은 요즘 유난히 유난을 떨었음. 내가 손 잡으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긴 한데 저렇게 접근금지까지 나온 적은 없었단 말임. 게다가 어디서 배워왔는지 삼진아웃 제도를 갑자기 우리 사이에 도입해서 뭐만 하면 세 번의 기회만 줌... 실패하면 그냥 떠나버리는 쿨가이 동혁... 그런 널 사랑해...
"동혁아 솔직히 누나가 잘못한 건 아니지."
"참 그렇겠네요."
"네 손이 예쁜데 그 손이 눈 앞에 있는 걸 어떡해."
"예, 예."
그렇게 말하면서 이동혁은 됐다는 듯 손을 내저었음. 아니 너 누나가 방금 한 말 뭘로 들었니? 그렇게 손 흔들면 잡고 싶다고... 누가봐도 잡아봐, 잡아봐 하는 느낌 아닙니까. 반박할 사람은 길거리에 삼백만원을 백원짜리로 뿌려주세요.
벌써 두 번이나 써버려서 이제 한 번만 더 잘못 걸리면 이동혁은 날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버릴게 뻔했음. 사람이 너무 폐쇄적인 매력이 있어 동혁... 원래 자고로 아기사슴은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것인데.
"동혁아 솔직히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
"뭐가요."
"누나가 너한테 나쁜짓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손만 잡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는 거야 너 누나가 바이러스 같니?"
"아 또 무슨 소리야 그건."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없어 동혁아..."
근데 동혁아 누나는 널 아주 옛날부터 사랑해왔고 네 형보다 널 더 잘 알아. 한 마디로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이지. *^^*
결국 이동혁 손 잡는데 성공한 내가 사진 한 번만 찍게 해달라니까 방으로 쏙 들어가버림.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 ㅅㅢㅂㅏ
2.
"야 너 이동혁 좋아하는 거 그만해야겠던데."
"왜 난리야 머리 밀어버린다."
"아니 걔 좋아하는 사람 있는 것 같다고."
"롸...?"
퍼킹 내 인생... 생각해보니까 동혁이한테 썸녀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임. 왜냐면 이동혁은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는 숨소리로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 그러니까 지금 이동혁 형이라는 저 놈 입에서 나온 말이 사실이면 그간 내가 동혁이에게 떤 주접과 이동혁의 철벽은 진상과 당연한 반응의 조합이 되는 것이다...
아 요즘 너무 좋은 일만 생긴다 했더니 이렇게 대악운이 오려고 그랬냐고. 동혁... 당신의 손을 잡은 대가가 이거면 너무 가혹해...
"넌 그거 어떻게 알았어...?"
"그냥 feel...?"
"느낌 없어질 때까지 맞아야 정신 차리실...?"
"아니 전화도 계속 나가서 받고 핸드폰 볼 때마다 피식피식 웃길래. 원래 안 그러던 애가 그 정도면 빼박 아니냐."
ㅜㅠㅠㅜㅠㅠㅠㅠ내가 주접 떨 동안 동혁이 얼마나 불편했냐고 근데 왜 말을 모태! 좋아하는 사람 있으니까 이러지 말아달라고 왜 말을 못태! ㅠㅠㅠㅠㅜㅠ 생각해보니까 내가 말할 틈이 없을 정도로 주접을 떤 게 아닐까... 앞으로 민망해서 동혁이 얼굴 어떻게 봐요? 망했어.
그래서 제가 지금 동혁이ㅠ 왔음에도 얌전히 앉아서 티비만 보고 있다 이겁니다. 이미 동혁이ㅠ 옆에 앉아서 어제는ㅠ 왼손을 잡았으니ㅠ 오늘은ㅠ 오른손을 잡아야ㅠ 손이 섭섭해하지 않는다고 완벽한 계획을 실행시켜야 하는데ㅠ 아 자꾸ㅠ 눈물ㅜ
"누나."
"ㅇ, 어?"
"어디 아파요?"
"어..."
마음이 아파! 마음이 존나 아파서 지금 당장 예쁜 동혁이가 필요한데 그럴 수가 없대! 악!
"아니(애써웃음)"
"아닌게 아닌데."
그러면서 훅 다가와서 이마에 손 올려보는 당신이라는 사람... 정말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 제가 참지 못하고 동혁이 손을 잡은 건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니까요.
"열은 없는데."
"도녁아..."
"진짜 왜 그래요?"
"누나가 염치 불구하고 물어볼게."
"누나 원래 염치 같은 거 없ㅇ,"
"좋아하는 사람 있어?"
"누가 그래요?"
"너네 집 애물단지가..."
그 말에 이동혁 표정이 확 굳어지고 내 얼굴은 물 들어간 초콜릿처럼 굳어버려 우우... 드라마가 다 무슨 소용이야 지금 내 앞에 있는 동혁이 얼굴이 배우고 우리 상황이 드라마보다 막장인데.
무슨 소리 들었냐고 너무 진지하게 물어봐서 결국엔 우울하게 주절주절 다 얘기했다고요. 네가 요즘에 전화도 나가서 받고 어쩌고, 핸드폰 보면서 웃고 어쩌고.
"그래서 혹시 누나가 너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불편하게 한 거면 일단 사과부터 좀 하고 앞으로는..."
"둘이 진짜 왜 친구인지 알겠네."
"내가 잘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 말은 기분 나빠..."
이동혁이 허, 하고 웃더니 갑자기 자기 핸드폰 꺼내서 나한테 보여주는 거임; 아니 동혁아 누나가 벌써부터ㅠ네가 좋아하는 사람 얼굴 보기엔 너무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눈물이 날 수도 있으니까 고개를 돌려주겐니...
"너 친구가 없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니 이것밖에 없는데? 아, 헐. 아, 와 대박. 아니 동혁아."
동혁이가 나를 한심하게 보든말든 그건 별로 중요치 않음. 중요한 건 이동혁이 보여준 최근 연락 목록에 나밖에 없다는 거라고. 어? 알아듣겠어요? 세상 사람들! 너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렇지? 이건 나보고 오해하라고 우리 동혁이가 자리를 깔아주다 못해 이불까지 덮어주는 상황이잖아 지금.
"이거 고백이야?"
"아니요."
"아 왜. 아닐리가 없는데."
"아닌데요."
"그럼 뭔데."
"오해 금지 차원."
정말 이런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난 그런 거 모태!
3.
그 집 형제가 집 에어컨이 고장났다며 하루 우리 집으로 피서 온 적이 있었음. 동혁이는 이럴 때만 와 ㅎㅋ 나는 동혁이네 집에 용암이 들끓어도 갈텐데. 동혁이의 그런 비범한 줏대를 난 사랑해...
너무 귀엽게도 에어컨 앞에서 바람만 맞고 있길래 그 귀여운 거 분명히 영상 찍었거든여 근데 걸려서 삭제당함ㅠㅜㅠ인생 무엇이야ㅠ 이동혁은 내가 그걸 찍을 것도 알고 나를 너무 잘 아는게 또 내 스타일...
아무튼 걔가 왔다가 저녁 때쯤에 정말 서운하게도 손이 빠른 수리기사님 덕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그 날 동혁이를 우리집에서 못 재운게 내 평생의 한이다.
그리고 집 정리하는데 못 보던 지갑이 있는 거임. 정말이지 형제라는 게 덤벙거리는 건 닮아가지고 꼭 저렇게 하나씩 흘리고 다님. 그냥 둘까 하다가 테레사 급 포용력으로 연락 해주기로 함.
-누군가가
-지갑 두고 가셨는데
-나 치킨 시켜먹으라는 의미야?♥
누구 건지 보려고 지갑 열었는데 민증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무엇이었냐면 내 동기 선배 후배 엄마 아빠 모두가 레전드라고 인정해준 증명사진이 거기서 나오는 거임.
-아 그거 내 거. 내일 찾으러 갈게요.
제가 그 날 머리가 굳는다는게 뭔지 알았슴다. 왜냐면 내가 그거 줬을 때 이동혁이 안 갖는다고 했기 때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나도 이동혁 사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릴 적에 부모님들이 찍어주신 사진이나 내가 몰래 도촬하다 걸려서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허락 받은 거랑 일년에 한 번 찍어줄까 말까한 셀카들 뿐이었음. 한마디로 저런 독사진은 없다는 의미.
그 때 이동혁이 안 갖는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책상에 뒀던 것 같은데 없어졌길래 당연히 청소하다가 버려졌거나 어디 틈새에 쳐박혀있겠거니 했었다 이거임. 솔직히 이쯤되면 상황파악 할 수 있는 부분 아입니까.
정말이지 이동혁이 깜찍해서 내가 태어난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할 정도야...
4.
이동혁이 지갑 찾으러 왔는데 이걸 어떻게 놀려주지 싶은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할 표정 생각하니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깜찍하고 반짝반짝 너무 예뻐......
"우와 동혁아 너 팔에 근육 있어."
"그건 내가 더 잘 알지 않을까."
"그으래?"
그러니까 이게 태연한 게 아니라 죽어라고 태연한 척 하고 있다 그거 아닌가여? 아니어도 상관은 없긴 함 ㅎㅋ 난 그냥 동혁이가 좋을 뿐... *^^* 진짜 그게 그렇게 귀엽다니까. 원래도 귀여웠는데 날이 갈수록 더 귀여워져가지고 저걸 어쩌면 좋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임.
맨날 먼저 와서 옆에 있다가 내가 건드리면 도망가고 그 뽀짝한 행동에 내가 홀라당 넘어가다 못해 이동혁이라는 바다에 머리 끝까지 입수했다 이겁니다.
원래 비장의 무기는 마지막에 꺼내는 거니까 나중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얘가 그 날따라 66배는 더 예뻐가지고 자꾸 내 마음에 불을 지르는데 내가 어떻게 참겠어 정말 이걸 참으면 세계 4대 성인에 나 끼워줘야돼. 나를 종교로...
"아 우리 동혁이는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지?"
"불안하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요."
"그럼 다른 얘기 해?"
"다른 얘기 뭐요."
"너 왜 내 사진 지갑에 갖고 다녀?"
멀리서 보면 내가 웃는 얼굴로 이동혁 엿먹이는 줄 알았을 거임. 아니 애 표정이 진짜 그래서 난 내가 잘못한 줄 알았잖아.
"누나 내 지갑 봤어요?"
"주인 찾아주려고 봤는데 내가 먼저 나오던데...?"
"그 사진 누나가 줬잖아요."
"줬는데 네가 안 갖는다며."
이동혁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난 꿀단지 주인이 된 그런 기분이 뭔지 아는 사람~? 일단 난 알아ㅠㅠㅠㅠㅠ 난 이동혁이 엄청 귀여운 것도 알아ㅜㅜㅜㅜㅠㅠㅜㅠㅜㅠ
"누나 이상한 생각 안 했어 동혁아, 그냥 우리 동혁이가 누나를 너무 좋아해서,"
"예뻐서 가지고 있었어요, 예뻐서. 됐어?"
"...한 번만 더 말해주면 안 돼...?"
"못 들었으면 말고요."
"듣긴 들었는데..."
"그럼 됐네요."
결국 난 이동혁한테 슈퍼 을이라고.
동혁이가 직접 솔직해지는 때까지 육십억년 걸릴지도 모르지만 누나가 정신줄 잘 잡고서 기다려볼게 (주륵)
-7월 1일에 올라갔던 글입니다.
-와 저 이거 살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