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파파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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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민운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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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에 난 너무 당황스러웠다. 또 다시 조용해져 이제 갔으려나 문에 귀를 바짝 붙여 엿들었다.
털썩하며 주저 앉는 소리와 함께 꼬마는 온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어
"우리!!!아빠는!!! 민운기!!!!!생일은!!! 구십삼년!!!삼월!!!!구일!!!"
다짜고짜 내이름과 생년월일을 외쳐대는 것이다. 입이 바싹바싹 마름과 동시에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그 짧은 순간에 별생각이 다들어 온통 머릿속이 하얘졌다. 불안함과 동시에 두려운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꼬마는 계속 복도에서 반복적으로 외쳐댔고 더이상 냅두면 큰일이 날것같아 문을 열었다.
꼬마는 환한 빛을 본것마냥 환하게 웃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졌고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일단 들어오라는 내 말에 꼬질꼬질한 팔로 두 눈에 맺혀져 있던 눈물을 하염없이 닦아냈다.
"아..아..빠.."
들어오자마자 울음이 섞인 쉰 목소리로 아빠라고 부르며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이게 어떻게 된건지 설명을 듣고싶어
소파에 앉혔다. 꼬마는 추웠는지 바들바들 떨었고 소파 옆에 있던 담요를 둘러주고 따뜻한 물 한컵을 건넸다.
"내 이름이랑 생일은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알려줬어요"
"엄마?"
"네...엄마 이름은 김여주 에요 생일은.."
"김여주..?"
"저 때문에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아! 그리고 맨날맨날 밤마다 저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제가 잠들기전에
아빠이름이랑 생일이랑 주소 알려줬어요. 그러구나서 다음날 엄마는 멀리멀리 갔어요"
순간적으로 어지러움과 동시에 오바이트가 쏠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김여주...
고등학교 2학년 내가 많이 사랑했고 내가 많이 싫어했던 사람.
어느날 갑자기 얘기도 없이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모습도 보이지 않은채
전학을 가버렸고 죽기살기 그녀를 찾아 헤맸지만 돌아온건 아무것도 없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자살했다는 얘기와 멀리 이민갔다는 얘기. 매번 동창회에 나가면
친구들은 나와 김여주의 이야기로 안주삼아 씹어댔다.
그 모습이 꼴배기가 싫어 동창회를 안나갔다.
그리고 몇년 후 그녀와 똑닮은 꼬마가 나에게 찾아와 다짜고짜 아빠라고 불렀다.
입을 헹구고 거실로 나오며 나는 물었다.
"꼬마야 다른 가족은 없어?"
꼬마는 경직된 채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며 오물오물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장례식 치루고 할머니한테 갔는데 할머니가 괴롭혔어요. 그리구 밥도 안주구...옷도..안주구..나 버리구 영영 사라졌어요."
이내 서러웠는지 꼬마는 엉엉 울기 시작했고 답답하고 분한 마음에 한숨과 함께 눈물이 차올랐다.
왜냐면 여주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아니까 그 괴로움이 머리 끝까지 닿았다.
울음을 그칠때까지 달래주고 달래주었다. 이제 밤11시 다 되어가는 시간에 꼬마를 내칠수도 없고 일단 하룻밤 재워야겠다.
꼬질꼬질한 꼬마를 씻겨야한다는 생각에 일으켜 화장실까지 보냈다. 우쭐대며 혼자서도 할수있다는 말에 머쓱해졌다.
거실에 나와 꼬마가 매고 온 흙탕물 범벅이 된 솜토끼 가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아니 대체 어떻게 매고 왔으면...
토끼가방을 열어 봤다. 크레파스..싸인펜...스케치북...케스터네츠..?여기에 케스터네츠가 왜 있지?
대충 정리하고 가방은 세탁기에 넣었다.다 씻었는지 룰루랄라 하며 말끔해진 상태로 수건을 도로록 말고 나왔다.
입힐 옷이 마땅한게 없어 그냥 박스티셔츠를 입히려는 순간 등이며 허벅지며 멍투성과 생채기가 보였고
그날 나는 그 꼬마의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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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사키입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슈가파파는 5부작이며 내용 흐름상 추가예정입니다. 내용은 윤기가 꼬마의 아빠가 되어가는 모습과 꼬마가 윤기를 만나 행복해지는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하트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