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kie cookie rookie
w.문달
19. "쿠키야!" "어떻게 알았어?" "뭐?" "형이 여기 어떻게 알아?" 지금 심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글씨도 빼곡하게 겹쳐 쓰면 뭐라고 썼는지 못 알아보는 것처럼 제가 그래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쿠키 모습이 그대로 앞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는지 슬프다고 해야하는지. 어쩌다가 여기 있는 것이며, 그동안 무얼 하며 어떻게, 어디서 지냈는지. 날 아직도 미워하고 있는지. 나와 같이 돌아갈 의사는 없는지. "그냥, 그냥 우연이야. 나도 몰랐어. 그나저나 쿠키 너 하나도 안 변했네. 바로 알아봤어.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여긴 언제부터 있었어? 제제랑은," "쿠키 아니야." "..." "나는 우키야. " 단호하게 선을 긋는 태도에 입이 다물렸어요. 맞아요. 전 이 애한테 안부 물을 자격도 못 돼요. 주인으로서 책임지고 돌봐주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래 우키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해도 돼?" 쿠키가, 우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지금 주인한테는 사랑 많이받는 우키 됐으면 좋겠다." "..." 저는 자격이 없다는 걸 확인 받았어요. 우키가 잘 산다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우키가 제제 사랑하니까. 괜찮아. 안녕히 가세요 형." 자기가 더 사랑하면 그만이라네요. 저도 됐습니다. 이제, 정말. 20. 저 솔직하게 속상해요. 나 혼자 사는 자취방이니까 집에 돌아오면 당연히 집안은 텅 비어있어야 하는 게 맞아요. 습관처럼 인사를 하며 들어오면 정신 없이 어질러놓고 간 내 물건들 밖에 없어요. 치우다보면 먹먹해져요. 기운 없어서 씻기도 귀찮고, 뭘 먹는 것도 귀찮고. 핸드폰만 주구장창하다가 자정 가까이 될 때까지 외출복 차림 그대로 있어요. 지금이라도 안 씻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겨우 일어나 씻고 침대에 누으면 한없이 울적해요. 짜증나서 눈물 찔끔 흘리다 잔 적도 많아요. 영호 선배랑은 잘 되는건 그른 것 같고, 인사 하기도 껄끄러워요. 선배는 자기가 괜히 우리 집까지 와서 우키가 가출한 거라고 여기고 있거든요. 내가 잘못한 건데. 내 말에 우키가 트리거 눌려서 나간건데. 황제제는 못난이라 그래, 선배 때문이야. 선배가 집까지 데려다 주지만 않았어도 우키랑 싸우지도 않았을거야. 하고 합리화를 해요. 그래야 그나마 죄책감이 덜어지니까요. "제제야. 너 영호 선배랑 뭔 일 있지." 동 떨어져 앉은 선배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친구가 옆구리를 찔러왔어요. "아니? 뭔 일 없는데?" "뭐가 잘 안 됐어? 설마 차였냐?" "뭐래. 뭐가 있어야 차이지.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그나저나 요새 왜 이렇게 넋을 놓고 다녀?" "그냥. 인생 노잼 시긴가봐." "오늘 술 마실래?" 술 좋죠.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가 신나하는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업이 시작됐고, 술 마실 생각에 빠져있는 친구를 보니까 입꼬리가 올라가긴 했습니다. 단순한 녀석. 절 이대로 혼자 방치만 해두면 영영 무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요. 무뎌지는 연습을 해야 하나봐요. "제제 너 닭발 좋아하잖아." "맞아! 와, 얼마만의 닭발이야. 내가 또 발골 하나는 기막히게 하지." "제발 천천히 먹자? 내가 체하겠어." 웨이팅 때문에 겨우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한강 생각이 났습니다. 가게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한강 공원이거든요. 갑자기 떠올라서 손뼉 짝짝 치며 친구한테 포장 해달래서 가져가서 먹자고 했습니다. "와! 개좋다. 내가 좋아하는 한강에서 좋아하는 닭발이랑 술 마시기!" "야, 짠~짠~" 각자 한 모금 들이키고 닭발을 집어 들었습니다. 먹는데 집중한 제게 친구가 말했습니다. "너 한동안 기운 없이 축 처져 있길래 애들끼리 제제 뭔 일 있는거 아니냐고 막 얘기하고 그랬잖아." "진짜? 아냐. 나 평소랑 똑같은데." "응. 그렇긴 한데 더 심해진? 너 한... 두 달인가? 요근래는 갑자기 활기차져가지고. 암튼 그랬잖아. 뭔진 모르겠는데 기분 좋아보였어." 그 정도였구나. 친구가 말하는 시기는 아마 우키와 같이 살 때 인 것 같습니다. 그때 정말 다른 의미로 정신 없었죠. 머릿속엔 우키 생각 뿐이었어요. 뭘 하든지간에.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러 가면 나중에 우키 영화관 구경 시켜줘야지, 쇼핑하러 가면 나도 모르게 남성옷 코너로 가서 완전 우키 옷이네 하고 가격표 확인하고 있고. 이거 보면 우키 되게 좋아하겠다, 여기 우키 데려와야지. 수업 끝나고 갑자기 일 생기면 우키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몇 시까지는 끝나야 우키 저녁 챙겨주는데 걱정하고. 여기저기 다 우키였어요. 제 하루를 차지하던 우키가 이제 없어요. "제제야? 너 울어? 야아- 왜 울어, 너 진짜 무슨 일 있지?" 친구가 우냐고 물으며 제 얼굴을 살피다 안아줬어요. 저도 모르게 울고 있었나봐요. 친구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우키 닭발 좋아할까? 우키랑 한강도 와볼 걸. 이딴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었어요. 우키가 보고싶어요. 내가 이 정도로 자길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할텐데 말이죠. 겨우 눈물 뚝 그치고 닭발을 마저 입으로 가져갔어요.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그와중에 먹을 건 다 먹는다고 장난으로 비꼬았어요. "근데 제제 너 개 키운다 안 했냐?" "엉. 근데 이제 안 키워." "왜?" "사정이 있어서 잠깐 어디 맡겼어." "쟤네 갑갑하겠다. 입마개 하고 다녀야 해서." 친구가 먼 곳을 응시하며 누군가를 칭했어요. 친구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저만치 앞에 꽤 나 큰 사이즈의 개와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어요. 왠지 저 애를 가까이서 보고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어요. 친구가 뒤에서 제 이름을 부르며 따라왔어요. "우, 우키...!" 앞을 가로막은 저 때문에 주인분도 놀라고 개도 갑자기 튀어나온 저를 보고 옆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야! 뭐 해!" 친구가 제 어깨를 잡고 뒤로 당겼어요. 얼빠져 있는 저를 대신해 사과드렸어요. "왜 그래? 아는 개야?" "...아니. 착각했나봐. 미안. 정말 미안한데 나 집에 가봐야 될 것 같아. 미안해. 내일 봐!" "엥? 야! 제제야!" "미안해!" 알아요. 저도 알아요. 이렇게 달려봤자, 초조하게 전철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려봤자, 엘리베이터가 이미 위로 올라가고 있어서 다리 아프게 계단을 뛰어올라가봤자. "하, 힘들어." 그래봤자 집엔 아무도 없고 내가 불을 켜야 한다는 걸. 그런데 어떡해요. 없는 거 아는데도 집까지 쉬지 않고 뛰어가야 좀 살겠는걸 어떡해요. 허무해도 어떡해요. 21. 상처를 주는 말은 말하는 사람의 입 안에서부터 날카롭게 찢으며 나와요. 나는 입으로, 듣는 우키는 마음으로 피를 흘리는 거죠. 한번만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미안하다고. 내가 너를 많이 아끼고 있다고, 보고싶다고, 잘못했으니까 다시 돌아와달라고. 말 할 기회를 얻고 싶어요. 날 리트리버들이 가득한 곳에 넣고 찾으라 해도 좋아. 어떻게든 찾아서 우키한테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상관 없는 남들은 웃긴다 하겠지만 그건 정말 남이니까 그따구로 행동할 수 있는거고. 전 매우 진지해요. 어린 아이들처럼 악을 쓰며 우는 게 부끄러워지고, 나아가서는 눈물을 삼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도 벌어지는 시점이 찾아와요. 울음 소리도 시원하게 못 뱉고 손으로 꾹꾹 막아서 소리내 우는 게 이젠 힘겹더라고요. 이런 말을 하는 저는 고작 스물 하나 먹었습니다만 사람마다 시기와 환경은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키 옆에서 펑펑 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히이잉...절루 가라고오... 나 울자나아- 제발 너네들끼리 놀라구우-" 동네 길냥이들이 다시 저한테 붙기 시작했어요. 이 뜻은 제 몸에 묻어있던 우키 체취가 약해졌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얘네가 집 가는 길 막고 발 밑에서 돌아다니며 안 놔주지. "에구머니 이게 뭐람! 아가씨가 키우는 애들이야?" 저번에 봤던 2층 아주머니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신건지 주차장 쪽에서 고양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저를 보며 소리치셨습니다. 운다고 힘 없는 목소리로 제가 키우는 애들이 아니고,라고 말하는데 아주머니가 제 말을 가로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엄연히 같이 쓰는 공간이고, 더군다나 나처럼 고양이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주차장에서 이러면 좀 개념 없는거지~ 조심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네... 죄송합니다." "여기가 자기네 집 안방이야 뭐야, 고양이들 다 풀어놓고. 쯧쯧. 하여간에 배려 좀 합시다~!" 잔뜩 서러워졌습니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일단 갈 생각을 않는 고양이들을 빌라에서 벗어난 골목으로 유인한 다음 전력으로 뛰었습니다. 겨우 집에 들어와 현관에 엎어졌습니다. 우키가 입었던 옷을 안고 자면 혹시 낫지 않을까 싶어 꼭 안고 있다가 코로 가져다댔는데 눈물이 또 났습니다. 비참했어요. 대체 나 뭐 하고 있는거지, 얘 없이 어떻게 살았는데 이렇게 휘청이지. 일 년도 아니고 고작 한 두 달 같이 산 거 갖고 나도 참 유난이다. 그래도, 내면에 불어치는 다양한 감정들이 서로 격돌하며 나를 나무라도 그래도 라는 부사가 꼭 결론을 짓습니다. 그래도 청승은 계속 떨고싶다. 우키 목소리가 벌써 희미해져요. 높낮이가 어느정도 였는지, 내가 기억하는 이 목소리가 진짜 우키 목소리인지. '우키도. 누나 예뻐서.' 우키야. 미안한데 네 목소리가 이게 맞나. 22. 영호 선배: 제제야, 할 말이 있는데 이거 보는대로 전화해줘. 강의 시간 중에 진동이 짧게 울렸습니다. 핸드폰을 쥐고 교수님 눈치를 보며 뭔가 확인을 했는데 선배였습니다. 무슨 할 말일까. 대충 우키 얘기임을 짐작했지만 집중 못하고 시간만 계속 들여다봤습니다. 교수님이 10분 쉬고 다시 하자시길래 바로 강의실을 나와 복도에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선배!" -어. 제제야. 지금 통화 가능해? "네! 무슨 일인데요?" -어어. 그게,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방법은 어떨까 해서... "뭔데요?" 역시나 우키 얘기였습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선배의 말을 기다렸습니다. - 전단지를 만드는 건 어떤가 해서. 우키랑 다니던 쪽이랑 너네 집 근처에 붙여놓으면 우키가 우연히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아. 감사해요 선배. 해볼게요." -응. 요새 기운 없어 보이던데 그래도 힘 내고. 밥 잘 챙겨먹고 다녀. "네... 감사해요." 마침 컴퓨터가 있는 강의실 수업이라 교수님 몰래 창 하나를 더 띄워놓고 전단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키를 찾습니다.] 이름: 우키 골든 리트리버 수컷 서울시 달무동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릅니다. 너무 소중한 아이입니다.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010-1999-0129 황욱희 돌아와 전단지를 붙이는데 실소가 나왔습니다. 사진 한 장 없이, 몇 살인지도 몰라 나이도 넣지 않고, 특징도 차마 쓸 수가 없어서 겨우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남긴 게 황욱희 돌아와 였습니다. 우키가 이걸 볼 수는 있을까요? 다른 동네로 아예 넘어가 버린 거라면 소용 없는 짓이잖아요. 그래도 일단 붙이는 게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테이프를 뜯었습니다. 바람에 날아갈까봐 위 아래로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동네에 덕지덕지 붙여놨더니 학교가는 길 내내 어제 고생해 붙인 전단지들만 눈에 띕니다. 아무도 내가 붙였다는 걸 모를텐데 왜 부끄러워질까요. 괜시리 누가 알아보기라도 할까 목이 움츠러듭니다. 와중에도 몇 개 붙였는지 셌습니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돌아오는 길에 전단지들이 잘 붙어있나 확인하는 게 하루 루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붙이고나서 일주일 쯤 지났나? 어느날부터인가 한 장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언놈이 내 프린트값을 아깝게 만드는가 싶어서 날을 잡아 동네 일대를 돌며 개고생을 하기로 했습니다. 잡히는 놈은 무조건 그 자리에서 죽사발이다. 소중한 하루를 버리며 순찰을 돌았습니다. 아침에 출근 하시던 아저씨가 저녁에 퇴근하셔서 여전히 수상하게 걸어다니고 있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셨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피했지만 엄청 쪽팔렸습니다. "아니. 시발... 이럴 때 생리 터지면 어쩌라고...좆같네!" 아래에 기분 나쁜 뜨거움이 느껴져서 설마 하며 만져봤는데 생리가 터졌습니다. 입에 욕을 한가득 담고 고민하다가 결국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최대한 빨리 갈고 나온다고 나왔는데 그 잠깐 사이에 새로 붙인 하나가 결국 사라져 있었습니다. 놓쳐버렸다. 아침부터 동네 주민들 따가운 눈총 받으며 빙빙 돌았는데 망했습니다. 분해서 나오는 눈물 그대로 흘려보내며 갖고 나온 전단지를 새로 붙였습니다. "짜증나 진짜. 뭐 하나 제대로인 게 없냐 왜애." 테이프도 다 써서 아래쪽에만 붙이면 되는데 끊겼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팔랑거리던 종이를 손으로 누르며 한숨 쉬고 있는데 아래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뉘엿뉘엿 지는 해 따라 나타났구나 싶었습니다. "나 좋아하지 마라.난 너 안 좋아한다." 지금 나한테 달라붙어야 할 애는 이름 모를 네가 아니고 우키란다. "가! 가!" 여전히 종이에 손을 대고 있는 채로 반대편 손을 휘저으며 쫓아내는데 가는 척 하면서 다시 돌아와 야옹 야옹 울던 고양이가 갑자기 도망치듯 가버렸습니다. 영문 몰라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커다란 손이 제 손 위로 겹쳐졌습니다. "...우키야." "주인. 우키 찾았어?"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안 믿겨서 우키 얼굴을 더듬으며 울먹였습니다. "우, 우키..." "응." "우키 맞아? 우키야?" "응." "우키, 진짜 우키라고? 정말? 이거 진짜야?" "주인 바보야? 우키 얼굴 몰라?" "알아. 알아." 우키가 허리를 감싸 안고 이마를 맞붙여왔습니다. 해가 지자 가로등 불이 일제히 켜졌습니다. "나 소중해?" "응?" "나 보고 싶었어?" "응..." 심장이 갑자기 내달리니 숨도 가빠졌습니다. 우키 어깨에 얹고 있던 손에 힘을 실어 살짝 밀어냈습니다. "우키야, 너 나가고 내가 생각을 많이 해봤어. 내가 정말 미안해. 너한테 막말해서 미안해. 네가 없으니까 집이 너무 허전하고 쓸쓸하고. 나도 우울하고 무료하고,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전에는 어떻게 혼자 살았는지 모르겠더라. 그러니까 내 말은 그때 일은 정말 미안하고, 네가 진짜 많이 보고싶었어!"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정리 안된 상태에서 생각나는대로 뱉어내다가 급하게 마무리 지으며 고개를 처들었습니다. 우키가 말없이 저를 내려다봤습니다. 우키 뺨을 어루만지며 눈을 맞추는데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누나가 많이 미안해, 우키야." "미안 그만하고 우키랑 뽀뽀해." "응?" "우키 다녀왔습니다-" 속눈썹에 눈물 방울을 매단 채 감았습니다. 떨어진 눈물 줄기가 붙어있는 입술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그만 그치라는 듯 우키가 입술을 뗐다가 다시 붙여왔습니다. 23. "전단지 범인이 너였어? 이게!" 짝소리 나게 등을 내리치니 아프다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릅니다. 괘씸해서 발로도 한번 차줬습니다. "봤으면 즉각 들어올 것이지! 비번도 안 바꿨는데!" 바보같이 헤헤 웃으며 주인이 우키 찾는 게 좋아서 그랬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프다고 인상을 씁니다. "너무 아파. 피 나." "피가 왜 나. 손 자국만 났는데." 우키 엄살에 티셔츠를 들추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선명하게 찍힌 자국에 손을 대보는데 웃겨서 실실 웃었습니다. 그러니까 째려봅니다. "못됐어." "허! 야. 못되기는 너도 똑같거든? 주인이 애타게 찾는 거 뻔히 알면서 그랬다는 거잖아." "몰라. 안 들려." 어디서 고얀 것만 배워왔는지 침대로 올라와 늘어져서는 모른다 어쩐다 내뺍니다. "너 밖에 싸돌아다니다가 씻지도 않고 침대 위로 올라가면 혼나. 얼른 씻어." "몰라. 씻겨줘." "누나가 씻는 법 다 알려줬잖아. 우키는 할 수 있어요. 얼른 일어나." "나 우키 아니야. 나 황 욱 희 야." "황욱희 씻어." 엉덩이를 토닥여주자 우키가 꿈틀거리더니 눈웃음을 치며 애교를 부렸습니다."제제~ 이리와. 우키 옆에 누워." 잠깐 흔들렸는데 겨우 참고 우키 다리를 잡아당겼습니다. "내려와, 이놈아." 순순히 내려온 우키가 입을 쭉 내밀고 주인~ 하며 안겨들었습니다. 이거거든. 이 안정감 있는 무게. 바로 이거거든! 우키를 토닥이며 같이 몸을 옆으로 기우뚱 거리다가 물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응?" "음. 말 안 할래." "왜? 말 해주면 안돼?" "응. 주인이 속상해." "그러니까 잠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뭣하러 밖에서 오랫동안 개고생을 하고 다녀. 이 옷은 누구꺼야?" 우키가 입고있는 바짓단을 쥐고 흔드니까 비밀이라고만 둘러댑니다. 계속 어디서 난거냐고 추궁하니 말 못하게 입을 맞춰왔습니다. "비밀이야." 돌진하는 우키 얼굴을 급하게 잡고 마구 뭉개며 혼냈습니다. "이 꼬질한 멈무. 얼른 씻겨야겠어. 안 씻으면 나랑 같이 못 자." 나 삐졌어요 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툴툴 거리는 우키 등을 화장실까지 떠밀었습니다. 들여보내면 나오고, 들여보내면 다시 나와서 결국 같이 들어갔습니다. "제제가 목욕 줘?" "목욕 주냐고? 목욕시켜 주냐고? 씻겨줘?" 우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고있던 웃옷을 훌렁 벗어냈습니다. 거침없이 벗어 제끼는 우키에 당황해서 손만 떨다가 벽 쪽을 쳐다봤습니다. 타일 벽에 뒤로 가까이 다가오는 우키의 커다란 그림자가 보입니다. 나보다도 한참은 큰 우키의 그림자가 제 위로 포개집니다. "안 떨어지면 안 씻겨줄거야." "어! 안 씻을래." "더럽다고! 밖에서 놀고 들어와도 손,발 다 닦아야 하는 마당에 황우키 너 며칠을 밖에서 싸돌아다녔어!" "화 나지 말자. 우키 힘들어." 힘들다는 핑계로 허리를 세게 조여 안는데 좁은 화장실에서 이러고 있는 게 민망해서 몸부림 쳤습니다. "얼, 얼른 통 안으로 들어가! 얼른!" "네에." 벌거벗은 우키를 보지 안으려고 고개를 돌린 채 대야 쪽으로 손을 휘저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기 위해서 선글라스라도 끼고 오겠다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우키가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잠깐만 기다려." "아니. 혼자 씻을게. 우키 혼자 잘 해." "아이구~ 우리 우키가 언제 이렇게 컸지~? 기특하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까 좋다고 헤실거립니다. "라고 해줄 줄 알았지? 흥! 당연히 혼자 씻어야지 바보 댕댕아!" (고작 그 말에) 충격먹은 표정으로 순식간에 입꼬리가 내려가서는 주인...! 하는 우키에게 혀까지 내밀고는 화장실 문을 닫았습니다. 주먹으로 문을 두번 두들기며 깨끗이 씻고 나오라 말하고는 침대로 몸을 던졌습니다. 아까 우키처럼 사람 하나 더 들어갈 자리 하나 비워놓고 비스듬히 누웠습니다. 샤워기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질러진 방바닥과 책상 위에 쌓아올려진 우키를 찾는 전단지들이 눈에 담깁니다. "우키 칭찬해~! 깨끗해!" "그래. 잘했어, 우리 우키." 우키가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순간 흔들거리는 침대가 무너지지 않을까 불안해 했습니다. 머리를 마구 흔드는 바람에 물이 튀었습니다. 저리 가라고 밀쳐내니까 그대로 굴러 떨어집니다. "괜찮아? 미안. 떨어질 줄 몰랐음."
"응, 주인 나 머리 해줘야 돼. 주세요." "머리 말려 달라고?" "네." 얌전히 앉아있는 우키 뒤로 가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었습니다. 젖어서 달라붙어있던 머리칼이 점점 복실복실 올라왔습니다. 내 머리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샴푸향이 옅게 올라옵니다. 생각없이 그대로 코를 우키 정수리에 박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내가 머리 말려주다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우키가 뒤돌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습니다. "뽀뽀 거기 아니야. 뽀뽀 여기." 그러더니 자기 입술을 톡톡 칩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는 거냐며 이마를 꾹 눌러 미니까 자기 이말 누르는 검지 손을 잡고 그대로 입술로 내려갑니다. "여기 여기." 도톰한 우키의 입술이 내 손가락 아래에서 눌리고 있습니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뿌리쳤습니다. "자, 자자! 다 말랐다! 자자 우키야!" "응!" "불 끄고 와!" "응!" 후다닥- 그래봤자 우키 다리는 길고 원룸은 좁다- 벽에 붙은 스위치로 달려가 끄고 다이빙 하듯 뛰어옵니다. 이러다 침대가 동강 날 것 같습니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먼지 날리게 진짜. 누나가 뛰지 말랬지." "미안해요. 용서해요. 안 그럴게요." "너 되게 메뉴얼처럼 영혼 없이 줄줄 내뱉는다." 어둠 속에서도 우키는 잘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가까이에 마주보고 누워있거든요. 우키 이마에 꿀밤을 먹이고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눈을 감았습니다. "제제 잘거야?" "응. 근데 우키." "응." "너 왜 반말하냐. 주인한테." "...주인." "전에는 그래도 누나 누나 하더만 이젠 아주 친구 먹네?" 우키가 꼼질거리며 위로 올라갑니다. 벽에 머리를 꽁 부딪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우키야." "응. 누나." "제제 안아줘." 우키가 냉큼 안아옵니다. 팔을 올려 우키 등을 끌어안고 파고들었습니다. 나와 똑같은 바디워시를 쓰고, 나와 똑같은 샴푸, 똑같은 로션, 똑같은 섬유 유연제를 쓰는 우키가 다시 내게로 돌아왔구나. 실감이 나는 순간입니다. "우키야. 너무 보고싶었어." "나도." "참 나. 이제 두번 다시는 가출 하지 마? 알겠어?" "응. 우키는 오래오래 제제랑 있어." "근데 너 왜 안 늙어? 선배 말로는 너 그대로라더라?" "아. 아! 형 얘기 하지 마." 바로 보고 배우는 우키는 아까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마에 딱밤을 먹입니다. 아프다고 성질을 부리니까 자기가 때렸던 부위를 문질러주더니 입을 맞췄습니다. "너 이제 다시 개로 안 변해?" "음. 으으음." "뭐야. 이렇게 껴안고 뽀뽀하고 있다가 갑자기 개로 변하면 좀 그럴 것 같애." "아니야. 아니야. 우키가 제제 사랑해서 계속 사람 해." "어우 야! 남사스럽다!" 부끄러워서 우키 품 안을 벗어나 상체를 일으켰습니다. 괜히 큰 소리를 내며 우키 가슴팍을 퍽퍽 쳤습니다. 우키가 손목을 끌어내리며 도로 눕게 했습니다. 손을 맞잡고 마주 누웠습니다. "나 쭈글쭈글 할머니 됐는데도 너 그대로면 어떡해?" "그럼 나도 쭈글 할래!" "너는 할머니 못 해. 할아버지는 할 수 있어. 나 다 늙어서 골골대도 사랑해줄거야?" 위치가 바뀐 것 같죠. 반려견에게 사랑 해줄거냐 묻는 주인이라니. 뭐, 이게 다 사람 모습 하고 있는 댕청한 리트리버 때문입니다. "제제 사랑해. 우키를 사랑 안 해도. " 우키는 제제를 사랑해. 저도 그렇습니다. FIN WOOKIE COOKIE ROOKIE ☆ LUCKY ☆
☆그래도 쿠키야 나 네 형이였어... 여름이 지독해서 꼿꼿이 서 있지 못하고 죽어가던 풀이 비 흠뻑 맞고 되살아난 것처럼 제제가 그랬습니다. 우키가, 돌아왔대요. 잘됐다고 했습니다. 우키가 돌아왔으니까요. 그리고 쿠키를 찾았으니까요. 제대로 교집합이 생겨버린 뒤로 제제는 저랑 있을 때면 질리도록 우키 얘기를 했습니다. "근데 우키 어려운 단어도 은근 많이 알더라고요. 선배가 가르쳐 준 거예요?" "글쎄. 고딩 때 공부한다고 우키 앞에 앉혀놓고 시험 공부 한 적은 많은데." "우키 외우는 것도 잘해요. 아세요? 완전 똑똑이에요. 지금 몇 시야? 하면 몇 시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음,외우는 거랑 시간 잘 보는 거랑은 무슨," "그냥 우리 우키 똘똘하다고요." "...그래." "우키 사람으로 변했을 때 어떠셨어요? 저는 경찰까지 불렀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나는 놀라긴 했는데 뭔가 당연하게 얘는 내가 기르는 강아지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다시 개로 돌아가면 어쩌지 싶어요. 이거는 선배니까 말씀 드리는 건데 어제 우키랑 어쩌다가 분위기 타서 키스하는데 문득 그 걱정이 드는 거예요! 진짜. 하. 다시 개로 돌아간 모습 보면 저 현타 오질 것 같아요." "으응. 그랬구나. 걱정 되겠다. 아니야. 다시 안 변할거야. 어떤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도 그렇고 그대론 거 보면 약간 불멸? 그런 느낌 같아." "사실 그 대답을 원했어요. 감사합니다." "선배 근데 우키가 선배랑 놀지 말래요." "왜?" "선배 싫대요." "진짜 웃긴다. 아니, 생각할 수록 억울한데?" "그러게요. 근데 저 우키 말 잘듣는 주인이라 선배랑 거리 좀 둘게요." "제제야 너 그러는거 아니야. 그리고 우키한테 진짜 그러는 거 아니라고 전해줘."
☆ 당신이 사랑하는 우키 기다려, 하면 현관 앞에서 몇 시간이고 계속 기다릴 수 있어. 기분 괜찮아질 때까지 잠자코 옆에서 얘기 들어줄게. 바빠서 눈길 한번 안 준대도 나는 괜찮아. 언제든지 누나 눈동자 안으로 뛰어들 수 있게 준비하고 있을게. 내가 잠깐 싫어진대도 괜찮아. 누나가 변덕스럽게 굴어도, 못되게 굴어도 끄덕없어. 잠시 뿐인 것들에 쉽게 무너지거나 하지 않아. 약하지 않아. 누나. 네 말은 내가 진짜 잘 듣잖아. 그러니까 누나. 사랑은, 구체적으로 하자. 끝입니다.감사합니다! 여러분 저 내일까지만 바짝 일하면 9월 3일부터 프리예요 ㅠㅠㅠ 지금 드림이들 일정 1도 못 따라가서 벼르고 있습니다 ㅠㅠ달달 너무 보고시퍼ㅠㅠㅠㅠㅠ + 마지막 럭키 보너스는... 그냥 네 말은 내가 진짜 잘 듣잖아. 이 말이 갑자기 너무 좋아서 넣으려고 문달이가 억지 부린 거임. 우키랑 제제 사이에 무슨 일 샌긴 거 아님미다. 히 ++ 않이..인티 서버 웨그래 나한테...8ㅁ8 중복된 글 삭제 했어요ㅠㅠㅠ죄송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