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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34
BGM :: 아프로디노 - 편지를 써줄래
아침에는 주로 삼촌의 목소리로 잠을 깨곤 했는데, 오늘은 슬금슬금 몸을 타고 올라오는 손길에 의해 눈을 뜨게 되었다.
뭐 그렇다고,말할 수 없는 은밀한 부위를 만진 것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누가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단 말이지.
나도 피곤했던지라 침대에서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던 것 같다.
오세훈은 그렇게 마셔대놓고 어떻게 일어났는지, 역시 젊은게 좋은가.
흐흥-하는 콧소리가 난다 싶었더니 턱을 괴고 내 자는 얼굴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나는 그 얼굴을 세게 밀어낸다. 부담스럽다.
"누나,"
끙끙대며 밀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오세훈이 느릿하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래왔듯 퉁명스레 왜, 하고 대답하려했는데
"나랑 결혼해요."
말도 안 되는 녀석의 청혼이 이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내가 힘을 더 주어 얼굴을 밀어냈다.
얘는 뭐 소리도 끙끙, 이 아니라 꾸우꾸우- 이런 소리가 난다.
슥슥 밀어내면 꾸우꾸우 밀려나면서도 다시 꿉꿉 하는 소리를 내며 제 자리를 찾으려 한다.
꾸우꿉 꾸꿉? 꿉? 아, 나까지 이상해지는 기분이야.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애타게 발목을 붙잡는 오세훈을 발을 휘휘 저어 뿌리쳤다.
출근해야 하는데, 개망했다. 파티가 끝나고 나서는 본격적인 연말~연초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더 바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렇게 여유부릴 시간이 없다. 아 언제 옷 갈아입고 언제 또 다시 화장을 하느냔 말이야.
이게 다 망할 오세훈놈 때문일까, 아니. 그냥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던 것 같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급해여."
내가 자신을 뿌리쳤다는 사실에 잔뜩 심통이 난 오세훈이 퉁명스레 말을 건다.
신경쓸 것 없다고 무시하려 했는데, 다시 뒤에서 치근덕대는 큼지막한 남정네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나 진짜 급하다니까 그러네. 핸드폰은 어디있는거야. 아, 어제 오세훈이 뺏어갔었나.
내가 어제 오세훈 핸드폰 염탐하고 나서.. 안 찾았구나. 시팔.
"이거 찾아요?"
흐헹. 뒤에 요상한 추임새는 좀 넣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게 이 녀석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내 핸드폰을 들고 딸랑딸랑 흔드는데 그 표정이 꽤나 개구진게 돌려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어디를 때려야 손을 펼 수 있을까. 팔뚝 안쪽을 누르면 손이 펴진다는 속설을 들은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오늘 출근 안 해도 돼요."
"니가 뭔데"
"작은 아버님께서 누나에게 특별 휴가를 주셔써여."
"뭐?"
"휴가 이유는,"
핸드폰을 탁자 위에 다소곳이 올려둔 오세훈이 양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편다.
피노키오도 아니면서 왜 코가 자라는 것 같은지 모르겠다. 코가 길어지는 것 같다. 아니 그냥 콧대를 잔뜩 세우고 있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 이유가 뿌듯한지 말은 않고 계속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쟤 진짜 죽여버릴까.
그래서 뭔데, 뭐냐구. 나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며 밖으로는 애써 웃어보였다. 쟤 속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어서.
"예비 신랑과의 데이트?"
좆까.
-
특별 휴가는 무슨, 하루 하루가 바쁘다.
빠르게 집에 들러 준비할까 하다가 동료 직원들에게 연장을 얻기로 결심하고 아랫층으로 향했다.
물론 뒤에서 울부짖는 오세훈이 있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사무실 안은 꽤나 프리한 구조였기에 캐주얼한 복장이 가능했다. 그래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호텔 인포메이션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마냥 항상 정장을 갖춰입고 출근했다. 물론 이 선택은 합격점을 받았다.
그래서 문제는, 잔뜩 구겨진 와이셔츠가 많이 신경쓰인다는 거다.
물론 잠에 빠졌을 당시에는 안에 받쳐 입었던 반팔티 하나였지만 씻고 나서 정신이 없었는지 바닥에 구겨진 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나한테서 오세훈한테 옮겨온 술냄새도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웬수다 웬수.
사무실로 향하려다 카페테리아에서 여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Melvin과 눈이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 인사했는데 어제 그 남자는 누구냐며 능글맞은 장난을 친다.
네 눈에도 우리가 연인으로 보이는구나. 듣기만 해도 간지러운 허니, 달링 같은 말을 주고받을 사이로 보이는구나.
Your Lover? 하고 묻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알겠다면서 평소처럼 머리 위에 손을 얹어 두어번 쓰다듬는다. 약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세훈이 나의 Lover.가 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정도의 벽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다.
여태까지 내가 겪어왔던 일들을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그 벽으로 은연중에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을 방지하기도 했고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벽을 쌓아두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편이 편했고,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적합했다.
그런 나의 '철로 만든 벽'을 뚫고 들어온 사람이 몇이나 됐더라.
종대같은 경우에는 온전히 제 힘, 제 노력으로 그 벽을 뚫었던 유일한 사람이다.
종대가 뚫어놓은 벽에 얻어걸렸던 것이 박찬열이었고 그리고 오세훈은,
"바람-현장-적발."
지금 열심히 벽을 뚫기 위해 노력중인 사람이지 않을까.
진짜 쟤는 사람 무안주는 데에 뭐가 있나보다.
쉬즈 마인! 쉬즈 마인! 마이 와잎! 하고 크게 외치던 오세훈을 보며 킬킬 웃은 Melvin은
연신 내 어깨를 팡팡 치면서 배를 잡고 깔깔 웃는 이 MELVIN은 말이다.
"hey, I have ma boy friend."
동성애자란 말야.
-
"그럼 좀 그렇다고 말을 해주지."
카페테리아에서 제일 잘 팔리는 생과일 스무디를 입에 물려줬다.
기어코 기다리겠다는 녀석을 구석에 쳐박아놓고 두어시간 문서작업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둘의 오해가 풀렸나보다. 싱겁게.
원래 입이 작은건지 별로 줄지도 않은 스무디를 빨대로 휘저으며 입술을 삐죽삐죽 내민다.
니가 물어보기라도 했었냐.
사무실에 들어서자 마자 삼촌은 나를 쫓아내려 했다. 둘이 어떤 작당을 하면 이렇게까지 될까.
삼촌이.. 애기가 보고싶으신가? 그럼 본인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시면 될텐데,
아니 왜 애기로 가지? 우선은 나랑 얘랑 결혼을 해야 그런 말이 성립할 것,
어쩌다 내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됐더라? 아. 진짜.
"누나?"
모르겠다. 진짜. 얘랑 있으면 자꾸 말려드는 느낌이야.
남은 스무디나 열심히 먹으라고 언질을 주고 나는 사무실에 가려고 했다. 정말로 그랬는데,
사무실 문이 잠겼다. 삼촌 진짜. 아오, 진짜.
"이제 뭐 어쩔 수 없이, 빼도박도 못하게 됐습니다."
"뭐 또. 왜 또."
"저랑 데이트 하셔야져. 누나"
하, 깊은 한숨이 뿜어져 나온다.
얘는 왜 한국에 있지 않고 싱가폴… 아, 아. 아.
문득 오세훈의 출세계획표의 한쪽이 떠올랐다.
'이 모든 계획이 성공한다면, 누나와 결혼한다.
물론 눈아의 마음도 중요하니까 데이트도 몇번 하궁..♡'
그러니까. 데이트 타령을 한다는게.
"1조 1항이 대학이었던건 기억해요?"
데이트 타령을 했던 이유가.
"나는 모든 조항 다 기억해요. 몇번을 읽고 몇번을 고쳐썼는데."
설마 그 계획들을 다.
"자그마치 2년이에요 누나."
1조 2항 누나한테 누구보다 완벽한 남자가 되기 위해 몸짱이 된다.
1조 3항 몸짱으로 끝나면 안 되지, 이빨을 열심히 닦아 건치미남이 된다.
1조 4항 누나는 빵을 좋아하니까 제과제빵을 배운다. 전문가는 못 되도 자격증정도는 따기.
1조 5항 누나 발이 아프니까 운전면허를 딴다.
:
2조 1항 과탑이 된다. 즐길거 다 즐기면 누나를 놓친다.
2조 2항 학교에서 하는 체육대회에 모조리 참가한다. 누나는 힘이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되든 안 되는 1등을 한다. 무조건 1등.
2조 3항 토익/토플 공부를 한다. 누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누나의 성적은 경수를 통해 들었다.
:
3조 1항 부모님께 '버린 아들'타이틀을 회수해달라고 요청한다.
3조 2항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다.
3조 3항 아버지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자랑스런 아들이 된다.
3조 4항 아버지 밑에서 회사 일을 배운다. 돈 많이 벌어야 한다.
:
"처음만났던 그 날, 진짜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계속 보니까 꽤나 정도 많은 사람이고 또 예쁘고.
투덜거리면서도 주변 사람들 되게 잘 챙겨주면서 예쁘고.
맨날 욕하면서 때리는데 또 순정적인 면도 있으면서 예쁘고.
결론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누나가 너무 좋아진거에요."
내가 태어나서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게 진짜 사랑인가 싶었는데
누나만 보면 좋아서 죽을 것 같고. 평생 할 일 없었던 것들을 하면서도 누나 생각하면 또 행복하고 그랬어요.
그 김민석 형. 그 형 보면 진짜 너무너무 부러운거에요. 어떻게 누나를 가졌을까, 그래서 저 그 형 분석하는 글도 쓰고 그랬어요.
누나랑 그 형이랑 헤어졌다고 했을 때에 솔직히 조금 좋았는데 경수가 누나가 한탕 울고 왔다고 했을때는 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냥 누나가 행복했으면 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근데 누나가 애초에 좋아했던건 종대형이라면서요? 이거 어디서 들었는지는 비밀로 할게요. 저는 의리있는 남자니까, 으리!
그래서 또 저는 엑소 첸, 막 검색하고 난리도 아니였어요. 진짜 누가 보면 엑소 좋아하는 줄 알았을거에요.
노래 잘하는 남자 좋아하나 싶어서 노래도 연습했는데.. 음. 들려드리진 않을게요.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튼, 그랬는데 누나가 진짜 어느날부터 너무너무 예쁜거에요. 막 아 진짜 이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가끔 누나 우연히 만나고 다음날 학교에 가면 여자애들이 진짜 그냥 여자사람으로 보이고 누나는 여신으로 보여요.
여신을 탐하는건 나쁜 짓이잖아요. 모두의 여신이니까. 근데 제가 도둑놈이 한번 되어보고 싶은거에요.
그 와중에 박찬열 형 대놓고 대시하지, 김종인 눈빛 완전 심상치 않지.
그래서 저도 도둑놈이 되자 싶어서 누나한테 막 들이댔는데, 누나가 또 막 철벽치는 것 같지 않고.
근데 또 저한테 여지를 주지도 않았잖아요. 나쁜 사람.
아니다. 누나는 잘못이 없어요. 다 도둑놈 오세훈이 잘못한거지.
그렇게 막 누나 싱가폴 가고, 아유 왜 이렇게 할 말이 많아. 결론은.
누나랑 연락이 안 되도 누나 애인이 되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너무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사나이는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하잖아요. 그래서 계획 지키려고 죽어라 했어요.
MT가서도 공부했어요. 근데 또 누나 남자친구가 어디가서 공부벌레 재수탱이 소리 들으면 안되니까 잘 피해서 했어요.
우리 대학교 애들 진짜 미친것같아요 그래도 과탑 유지하기 힘들어요.
아니, 저 왜 이렇게 자꾸 삼천포로 빠지죠? 이게 다 누나가 너무 예뻐서.
아니 누나한테는 잘못이 없어요. 아, 그러니까.
진짜 누나랑 있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거든요.
정신이 없다. 말을 정말 필터링 없이 생각나는대로 뱉고있다 얘는.
정장을 입은 동양인 여직원과 캐주얼한 복장을 한 동양인 청년이 호텔 카페테리아 구석에서 이런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한쪽이 한쪽에게 설움을 토로하듯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이목이 집중되겠지.
그리고 그 청년이 이야기하다 말고 주머니에서 누가 봐도 프로포즈할 것 처럼 보이는 작은 상자를 꺼낸다면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 것이다.
청년은 작은 케이스를 여직원쪽으로 밀었다. 여직원은 미동도 없이 그저 케이스를 응시할 뿐이다.
청년은 조심스레 케이스를 열어 그 안을 보인다. 역시나, 반짝이는 작은 물체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청년은 여직원의 턱끝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여직원과 청년은 두 눈을 마주한다.
움직임 없는 입꼬리와 달리 여직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청년은 살짝 웃는다.
"도둑놈을 친히 죽여주세요, 여신님."
청년은 프로포즈 스킬을(를) 발동했다!
얼떨떨, 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첫키스의 종소리 이런것보다는 덜 로맨틱하고 사탕같은 목소리보다는 덜 달달하지만
지금 내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더 크게 들려올 그럴 소리가 들려.
내 철벽이 녹아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야,"
"네?"
"오세훈."
"왜, 왜요. 나 지금 되게 멋있었는,"
"키스할래?"
+
콩알탄 = 브금추천봇 아니겠읍니까 저는 오늘도 제가 조화하는 노래 한 곡을 브금으로 추천합니다 흐흐
아프로디노 목소리 너무 좋아여..♡
그나저나 오늘은 싱크짤들 먼저 소개하고 가시께여..
내가 생각하는 능글거리는 세훈이.gif
프로포즈 후,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가 한 말들이 멋있고 뿌듯한데
누나한테 욕먹을까봐 자중하고 있지만 입꼬리 제어가 잘 안되는 세훈이.jpg
여러분히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다고 해서 너무 안심돼요!! 헿헤 아프지 마시구 항상 건강하시구
제가 많이 사랑해요!♡ 이따만큼!♡
추천요정들 그리고 보잘것 없는 글 항상 추천하고 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예쁜 개구리들
존재 자체가 기적인 여러분께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