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년."
꿋꿋하게 자리를 잡고 식판을 올려놓았다. 내가 앉자마자 주변에 있던 애들이 하나같이 자리를 뜬다. 나 밥 혼자 먹는거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고. 언제봐도 참 배려가 넘치는 친구들이네.
결국 둥둥 떠다니는 섬마냥 혼자가 된뒤에야 나는 젓가락을 집었다. 아침을 먹지 못한터라 배가 무척 고팠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가 나왔다. 맛있겠다.
"미친년. 존.나 독해."
"존나게 배가 고팠나보지. 먹는거 봐라. 서민음식이 잘도 넘어간다."
"원래 서민이잖아. 아, 밥맛 떨어져."
신경쓰지말자. 나는 배고프고 떡볶이는 맛있으니까. 집어든 젓가락으로 떡볶이를 찔러 들어올렸다. 아, 맛있어. 언제 먹어도 우리학교 떡볶이는 참 맛있는거같다.
"아, 뜨거워."
"헐, 미안. 의자에 발이 걸렸다. 그러게 왜 여기 앉았어. 거슬리게."
내 식판위로 여러개의 식판이 올려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던져진게 맞는거겠지. 얼굴에 튄 국물이 뜨거웠지만 그보다 걱정되는건 떡볶이였다. 아직 두개밖에 못 먹었는데.
아쉬움에 젓가락을 놓는 순간, 어디선가 숟가락이 날아와 머리에 부딪혔다. 동시에 수많은 애들이 나를 향해 식판을 던졌고, 교복은 금새 더러워졌다. 그래, 조용히 지나갈리가 없지.
"너때문에 밥맛 떨어졌잖아, 미친년아."
머리위로 쏟아지는 요거트가 대박이었다. 늘 국물로 샤워했었는데 요거트를 들이부을 생각을 하다니. 웃음이 났다. 오늘은 좀 참신한 괴롭힘이었다. 이 상황에도 웃음이 나다니.
하도 주변에서 미친년, 미친년 하더니 내가 정말로 미쳤나보다.
그래도 계속 이러고있는건 내 비싼 교복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같아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런 나를 보며 애들은 더럽다고 피했다. 떡볶이 국물이 진하게 베인 교복을 보니 보통 세탁으로 끝날것같지는 않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급식실을 나가려는 순간, 머리위에서 흘러내리는 요거트보다 더 진득한 시선으로 날 보는 이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시야를 가리는 요거트를 손으로 치워내며 그 눈을 향해 입을 벙긋거렸다.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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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핑계로 학교 안 올 생각하지마.'
아침부터 이재환의 문자에 기분이 나빠졌다. 현관문 앞에 보란듯이 놓여있는 새교복이 담긴 쇼핑백은 더 기분 나빴다. 그래봤자 안그래도 늘 좋을리 없는 기분이지만.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자 검은색 차 한대가 집앞을 가로막고있다. 보나마나 뻔하지. 내가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도록 이재환이 보낸 차일것이다. 순순히 차에 올라타기엔 오늘따라 내 별로 남지않은 자존심이 허락하지않는다. 결국 난 보란듯이 차를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치 날 보고있는듯한 이재환의 문자가 올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다리병신 되기전에 차에 타.'
말 한번 살벌하게 하네. 문자를 본 이상 나는 아무말없이 차에 올라타야한다. 이재환은 주인이고 난 말 잘 듣는 고양이여야 하니까. 그게 우리의 관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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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배려자 오시네."
"오늘 하루 조심해라. 아침부터 재수없는 얼굴봤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시선들. 이젠 별 감흥도 없다. 지나친 관심은 나를 무뎌지게 만들었다. 아니 무뎌져야만 한다. 나의 불행을 보며 이재환은 행복을 느낄테니까. 이재환이 행복한건 바라지않는다. 내가 불행한만큼 이재환도 불행해져야한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가방을 내려둔 채 책상위로 고개를 쳐박았다. 조회를 하러 들어오신 담임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고도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사회배려자. 이 학교안에서 나는 가장 밑바닥에 있다. 우리집은 지금 내가 입고있는 교복을 살 돈도 없으며 내가 메고다니는 가방도 살 돈이 없다. 학교안에서 가장 만만하고 또 가장 가치없는 사회배려자. 그게 나인데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쉽게 터치하지 못한다. 제일 낮은 주제에 선생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왜냐하면, 나를 괴롭힐 수 있는건 이재환만 할 수 있는거니까.
지금 이순간에도 맨뒷자리에 앉아서 나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을 이재환만이 나를 괴롭힐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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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서 글은 처음 써봐요!
자신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할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