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는 전망이 거지같다. 낡아빠진 판자촌이 거지같다. 모든게 허름해. 다 늙었어. 그래. 거지다. 나도, 너도, 여기 사는 인간도 모두 다 거지다. 나처럼 거지다.
t r i g g e r
우리 집 담장 밑에는 개가 있었다. 개는 컹컹거리며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귀를 막고싶을만큼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마저 활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찡그리는 인상 대신 엺게 머금은 미소가 존재했다. 가끔 그 개는 전봇대 아래를 지나칠때면 한쪽 다리를 들어 소위 말하는 영역표시를 했는데 그 지독한 찌린내가 온 동네에 풍겼지만 개는 뭐가 그리 좋은지 그저 컹컹댔다.
나는 이 모든것들을 사랑했다.
다 무너져가는 판자촌에 지나지않은 이 허름한 곳에서 생동감이 있다. 활력이 있다. 웃음이 있고, 표정이 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사랑했다. 이것은 나 뿐만이 아닌 모두에게 해당될것이다. 모든 이들은 이 개의 활력을 사랑했고, 이 개의 생기와 짖음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 개는 눍어 체 짖지도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라 길거리를 맴돌았다.
그 밖에도 내가 좋아하던건 많았다.
조글거리던 할머니의 손등을, 웃을때면 더욱 깊어지는 아버지의 주름을 좋아했다. 나보다 더 따뜻했던 그 큰 손들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것들은 내게 평온을 가져다주었고 콘크리트의 건물이 허물어져가는 그 소음에서도 어린 날의 평온을 그 말대로 평온했다.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나는 점점 자랐다. 키는 크고 몸무게는 늘었으며 입고 있는 교복 사이즈 또 한 점점 늘어났다. 급기야는 학기중에도 교복점에 찾아가야했었는데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매우 곤란해하셨다. 교복 값이 없는 형편에 만만치않았기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마 살아가는데는 별 도움안되는, 그저 그런 공식을 외웠다. 도대체 얼마나 펜을 잡았는지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굳은살 마저 베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책상에 얌전히 앉아 갑갑한 열기와 싸우고는 했는데. 결국 결과가 두툼한 문제집과 하향선을 띄는 곡선 그래프였을 때는 한숨이 평소보다 더욱 더 짙어졌던 것 같다. 마치 청구서가 찾아오는 날이면 짙어지는 어머니의 한숨처럼.
나는 낭만보다는 현실을 찾았다.
갈구하다시피 찾았다. 현실이 최우선임을 왜 난 진작 알지못했을까. 애꿎은 후회까지했다. 하지만 나는 영리했다. 후회가 주는 패배감과 절망마저 역이용했다. 쓰라림은 자극제가 되고 그렇기에 한 우물을 파는 데 있어 광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나는 내 스스로에게 질타를 했다. 그로 인해 남들에게 있어서는 은근한 우월함을 과시할 수 있게되었다.
그렇게 마냥 현실만을 보고 달려온 고등학교 떄. 우리 반에는 전국에서 논다하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이 김준수였다.
김준수는 곱게 자란 티가 역력한 말 그대로 마마보이였다. 항간에는 꽤 괜찮은 중소기업의 후계자라는 말이 있었지만 기업을 뒷배경으로 살 만큼 부유해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스스럼없이 맑게 자라와 이타적인 아이 같았다. 그렇기에 천성이 착한 듯 싶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했으며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라 하더라도 만면에는 미소를 가득 띄운 체 모든 것에 성실히 임했다.
나는 바보같이 착한 김준수가 싫은건 아니었지만 바보같이 등쳐먹기 딱 좋은 그가 답답하기도 해서 그닥 좋아하는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 김준수가 이득만 보려는 아이들에게 부탁아닌 이용을 당하고 있음을 알기에 그 안쓰러움에서라도 나는 그에게 호의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내 동정에서 비롯된 호의를 좋을대로 넘겨짚고 다가온 것이다. 예견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는 우등생이었으며 부유한 편의 집안이었다. 그러한 김준수를 내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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