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냐 ”
무심코 열었던 교실문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 고개를 쑤욱 하고 내밀었더니,
남자애 한명이 잠에서 막 깼는지 실눈으로 날 위 아래로 훑어보고있었다.
지금은 점심시간일텐데. 아무도 없을줄알았던 교실에 누군가 앉아있자 난 의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 바,밥 안먹어? “
“ 병신 ”
본의아니게 더듬으며 말하는 내 꼴이 우스웠는지 무표정한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짧디짧은 대화를 끝으로 한동안 둘뿐인 교실에선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후 그는 멍청하게 서있는 나를 향해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 왜 밥안먹냐 ”
“ …그냥. 입맛이없어서 ”
“ …… ”
“ 넌 왜 안먹어? ”
“ 그냥 ”
“ ……에이. 먹을친구가 없어서 그렇지? ”
“ 뒤질래? ”
“ 다,당연히 장난이지! 왜 일어나 ”
“ 찌질이. 쫄았냐? ”
낮게 웃으며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그를보고 순간 움찔했으나,
그는 나를 지나쳐 내 뒤의 열려있던 문을 닫으러 갔다.
“ 착각도 병이다 ”
“ 허. 난 착각한적없거든? ”
“ 뻥치지마. 니 얼굴에 착각중 이라고 써있어 ”
“ 참나. 어이가없어서 그, 그리고 내 자리에 왜 앉는데! ”
“ 내 맘 ”
“ 그런게 어딨어! 나 내 자리에 앉을거야 ”
“ 내 옆에 앉아 ”
“ 싫거든? 넌 니자리 냅두고 왜 내자리에 앉아! ”
“ 비켜줘? ”
“ 당연하지 ”
“ 그렇게 니자리에 앉고싶으면 내 무릎에앉아 ”
개구장이처럼 웃으며 내 다리보다 더 가늘어보이는 자신의 다리를 툭툭치는 김종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 내 얼굴 뚫어지겠다 ”
“ 허. 니 얼굴 보,본적없거든! ”
“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던데 ”
“ 난 니 며,명찰봤거든 ”
“ 지랄 ”
“ 찌질아. 할말없지? ”
“ 그리고! 너,넌 여자한테 찌질이가 뭐야 찌질이가 말 좀 곱게써 ”
“ 내 맘. 그리고 넌 찌질이맞잖아 ”
“ 참나. 내가 찌질이면 넌 …왕찌질이야! ”
“ 생각해낸것 하고는…… ”
김종인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웃었다.
“ 진짜 안비키면 니 무릎에 앉을거야 ”
“ 앉아 ”
“ 진짜 앉는다? ”
아무말없는 김종인의 모습에 그만 오기가 생겨 난 성큼성큼 김종인에게 다가갔다.
“ 아 ㅋㅋ 존나 너 고릴라같애 ”
“ 시끄러 ”
난 김종인의 무릎에 퍽 소리를내며 주저앉듯 앉았다.
“ 윽 존나무거워 역시 고릴라 ”
“ 확 안비키면 더……… ”
고릴라라는 말에 욱해서 뭐라 소리지르려다가 내 허리를 감싸오는 김종인의 차가운 팔에 순간 할말을 잃었다.
텅 빈 백지장같은 머리속에 얼핏 김종인이 애정결핍이라는 말을 들어본것 같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