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가 조금 안된 시각.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뜨인다. 매일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버릇이 들어서 그런지 이젠 자동이다. 대충 씻고선 교복을 챙겨입고, 냉장고를 열어 두유 2개를 꺼내 하나늠 입에 물고, 하나를 전자렌지에 넣어 데운다. 제법 따뜻해진 두유를 가방속에 넣고 집을 나섰다. 아직 밖은 춥다. 그 어둠 사이로 운동을 하러 나서는 어르신들만 간간히 보인다. 기지개를 한 번 켜고선 발길을 재촉했다. 늘 그랬듯이 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한 곳.
이태민이 사는 곳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w.Harvey
시계를 보니 아직 7시도 되지 않았다. 태민이가 나오려면 5분 쯤 더 있어야 한다. 근처 골목에서 태민이네 파란 대문을 올려다봤다. 오들도 덜 말린 머리를 하고 나오려나. 분명 아침은 먹지 않았을테니 챙겨온 두유를 먹이면 되겠지. 가방에서 꺼내든 두유가 아까보다 미지근해졌다. 딱 먹기 좋을 정도로. 가져온 축구공을 가지고 발장난을 치는데 문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골목 안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태민이의 실루엣이 살짝 보인다. 나왔네. 역시나 덜 말린 머리를 툭툭 털면서.
대문을 나서 언덕을 내려오는 태민이를 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매일 아침마다 마주치는 상황이지만 매일 똑같이 떨린다. 손에 든 두유를 꽉 쥔채 골목 어귀로 나와 일부러 공을 태민이가 걸어 내려오는 방향으로 찼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태민이 나를 발견하고 양 손을 머리위로 크게 흔든다. 만화 캐릭터마냥 베시시 웃는 것이 어쩜 저리 귀여울까. 나는 우연잇듯 자연스럽게 한 손을 들어보였다. 발 아래로 굴러온 공을 들고 종종 걸음으로 태민이가 뛰어온다.
"오늘도 운동 했어?"
"응. 그나저나 머리 또 안 말렸네."
"아... 늦잠자서. 머리 말리고 나오면 버스 놓칠까봐"
"아직 날씨 쌀쌀해서 감기걸려. 이거라도 마셔"
"어? 두유다. 내가 짱 좋아하는데. 고마워 민호야"
"조금씩 마셔라. 저번처럼 급하게 먹다가 코로 뿜지말고"
"야! 내가 언제 그랬어!!"
받아들자마자 빨대를 빼더니 홀짝홀짝 두유를 마시는 태민이다. 조금씩 먹으랬다고 저렇게 먹고있다. 저러다 언제 한 병 다 마실런지. 하여간 애기라니까. 학교 근처에 다다르자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한다. 태민이 호들갑을 떨면서 인사하느라 바쁘다. 사교성이 좋은 녀석이라 어지간히 아침부터 피곤하다.
그 때, 내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존재가 보인다. 교문 앞에 아이들이 모여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옆 학교의 여학생 하나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아담한 키에 긴 생머리를 곱게 넘겼다. 무릎길이의 단정한 치마로 봐서 날라리같이 보이진 않는다. 양 볼이 발그레한게 꽤나 귀엽게 생겼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우리가 교문 앞에 다다랐을 무렵, 그 여학생의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우리 쪽을 향해 다가와 떡하니 태민이 앞에 서서는 들고 있던 명찰을 대뜸 내미는거다.
"이거 드릴게요. 만약에 제가 마음에 드시면 저랑 사귀어 주세요."
분명 태민이는 받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여학생은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지 태민의 손에 제 명찰을 쥐어주고는 부리나케 도망가버렸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 입에서 야유가 쏟아진다. 멍하게 손바닥 위에 올려진 명찰을 내려다 보던 태민이 나를 보고 큰 눈을 깜빡거리며 어떡하지? 하고 묻는다.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교문을 지키던 학생주임이 몽둥이를 들고 아이들을 해산시키며 빨리 뛰지 않으면 모두 지각처리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잘됐다 싶어 태민이를 데리고 서둘러 교문을 들어갔다. 얼떨결에 고백을 받아버린 태민이 때문에 아침부터 여간 기분나쁜게 아닌다.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사실 전에도 이런 일은 많았다. 태민이는 웃는게 귀여워서 옆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딱히 운동을 잘 하지도,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도 아닌데 유독 인기가 많았다. 그것이 단순히 귀여운 얼굴때문이라면 오버하는 거겠지만 정말로 이유는 그것 뿐이었다. 귀여움 하나로 이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아이니까. 이태민은. 고백을 받을 때 마다 태민의 옆엔 항상 내가 있었고, 그럴때마다 태민이는 나에게 어떡하지? 하고 물었었다. 한 번도 대답을 해준 적은 없지만 속마음은 늘 똑같이 외치고 있었다.
뭘 어떡해. 갖다 버려 그 명찰.
"이름이 지은이래, 이지은. 이쁘다 이름"
"그런가"
"아까 보니까 얼굴도- 청순하고 귀엽지 않아?"
"그런 얼굴 흔하지 않나. 난 기억도 안나"
"에... 민호 스타일은 아니구나"
당연하지. 내 스타일은 넌데.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하늘을 찌르지만 오늘도 참았다. 저렇게 나를 철썩같이 좋은 친구로 믿고 무슨 상담이든 하는 녀석에게 혼란을 주는 말 따위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게 한숨을 쉬며 교과서를 꺼내 수업 준비를 하는데 태민이 명찰을 어떻게 할 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책상 귀퉁이에 올려놓는다. 하필 눈에 거슬리게 저기에 올려둔담. 작게 인상이 구겨지려는 찰나 거칠게 뒷문이 열리더니 시끄러운 3인조가 납신다.아마 소문을 듣고 왔겠지. 태민이에게 고백한 그 여학생에 대한.
"야! 너 또 고백받았다며?"
"아.. 응. 그렇게 됐네"
"대~단하다. 벌써 몇번째야! 또 명찰 받았어?"
"응"
"이건가봐! 기범아! 진기야! 이거봐봐. 이지은? 이름도 졸라 이쁘다!"
역시나 들어오자마자 호들갑이다. 항상 셋이 몰려다니면서 저렇게 떠드는 통에 녀석들이 복도에 떴다 하면 온 학교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나마 내가 다행인건 같은 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 세 녀석들과 같은 반인 동운이 녀석의 말에 의하면 쉬는 시간마다 괴로워 죽겠단다. 잠도 안자고 수다를 떠는 녀석들 때문에 오죽하면 선생님이 그만 떠들고 차라리 잠을 자라고 했단다. 아무튼 대단한 녀석들이라니까. 저러다 접시 깨는거아냐? 어줍잖은 농담을 하고 있는데 종현이가 내 목에 헤드락을 걸면서 말한다.
"최민호, 너 태민이 관히 확실히 해야겠다?"
"뭔 관리"
"요새 태민이 노리는 애들이 너무 많아져서 말이지"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어허! 그러다 태민이가 그 것들중에 하나한테 넘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냐?"
"헛소리 작작해, 김종현"
"난 진~짜 아쉬울것 같단 말이지. 우리 태민이가 여자랑 손잡고 뽀뽀하고!! 으악!"
"미친놈"
"사실 너도 그렇잖아. 괜찮은척 하기는"
종현이녀석이 주먹으로 장난스럽게 나를 툭툭 친다. 사실 그렇지만, 혹시라도 태민이가 내 생각을 읽어버릴까봐 짜증스럽게 종현이를 밀쳐버렸다.
"그러든 말든 나랑 상관 없어"
재미없다고 호들갑 3인방이 일제히 킥킥대던 웃음을 멈춘다. 너무 정색을 하고 말했나 싶다. 고개를 슬쩍 돌리니 멀뚱하니 우리를 바라보던 태민이가 보인다. 기범이와 진기가 구경하던 여학생의 명찰을 다시 태민의 손에 쥐어주는데도 미동도 없이 나를 뚫어지게 보고 서있다. 수 없이 태민의 눈동자를 봐왔지만 이번만은 뜻을 읽을 수 없다. 나는 종현이 녀석의 장난에 반쯤 밀려 올라간 교복 윗도리를 다시 고쳐 입으며 자리에 앉았다. 호들갑 3인방이 교실을 나가고 나서야 태민이 의자에 앉는다. 그러더니 손에 쥔 명찰을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아까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서 신경이 덜 쓰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인다.
태민이가 주머니에 명찰을 넣은건 처음이니까.
수업시간 내내 한번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평소같으면 내 교과서 위로 태민이가 한 낙서가 가득해야 정상인데 오늘따라 유독 수업에 집중하고 잇다. 그런 태민일 벌써 10번도 넘게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낄텐데도 태민이는 고갯짓 한번 하지 않는다. 칠판, 교과서, 교과서. 다시 칠판, 교과서. 계속 반복이다. 내가 참다못해 펜으로 태민이의 팔을 콕 찌르자 그제서야 한 번 쳐다본다. 눈빛이 차가운게 이상하다.
딱히 할 말을 생각해둔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다시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인상도 살짝 구기고. 내 장난때문에 설명을 놓친 듯 교과서에 물음표를 그려넣는다. 내가 뭘 실수했다.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
"나 먼저 갈게"
"어.. 급한 일 있어?"
"어디좀 들렀다 가려고. 너 먼저 가"
"...그러지 뭐"
수업이 끝나나자 마자 가방을 급하게 싸더니 자리에서 일어난 태민이 먼저 가겠단다. 말하지 않아도 늘 함께 하교를 했었는데 무슨 일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말투 때문에 그냥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대로 나가버릴 것 같이 걸어가던 태민이 뒷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나를 힐끔 바라보며 반가운 소릴 한다.
"아니다. 너도 같이 가자. 같이 가는게 좋겠어"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대로 교실을 나가버린다. 나는 가방을 챙기다 말고 그대로 태민일 따라 교실을 빠져나갔다. 특유의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걷는 태민이 보인다. 몇 걸음 뛰어가 태민의 옆에 섰다. 어깨에 손을 두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어딜가나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곳이다. 태민이 향한 곳은 아침에 보았던 그 여학생이 다니는 옆 학교였다. 하교시간인지라 아이들이 벌떼처럼 교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개중엔 벌써 태민을 알아보고 소리를 지르는 학생들도 있었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핸드폰으로 촬영하는건 기본이고. 곧 사인을 받겠다고 몰려들 기세인거다. 생각보다 대단한 태민의 유명세에 웃음이 난다. 누가 보면 아이돌이라도 납신 줄 알겠네. 내가 피식 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던 태민이 입을 열었다.
"나 대답하러 온거야."
"뭐?"
"아침에 그 여자애. 대답하러 왔다구"
"...그래"
"생각보다 애들이 많네. 벌써 집에 갔을 줄 알았는데"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 무미건조한 어투로 태민이 중얼거리는데 더 이상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다. 바글대는 여자 아이들의 소리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혼란스럽도록 무섭게 심장이 뛴다. 이 자리를 당장 벗어나고 싶다. 차라리, 보고 싶지 않다. 상상만으로도 지독한 상황을.
"저기 온다. 지은이"
태민의 말에 식은땀이 나는 손을 주먹지고는 고개를 들자 아침에 봤던 그 여학생이 수줍게 웃으면서 다가온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태민이 왔다 이건가. 함께 나오던 친구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더 난리가 났다. 부럽다 지지배야. 라든가, 화이팅 이라던가 하는 시덥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꽈배기처럼 베베꼬며 태민의 앞에 멈춰선다. 나는 태민의 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섰다. 태민이 그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명찰을 꺼내 지은의 교복 가슴께에 달아준다. 고작 명찰을 되돌려 주는 것 뿐인데 학교 앞의 떼를 이룬 학생들이 난리가 났다. 지은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여우같은게. 문득 학교에서의 종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런"게" 태민이랑?
"니가 한 말 곰곰히 생각해봤어. 하루종일"
"진...진짜요?"
"응. 우리학교까지 와줘서 고마웠어"
"아니에요! 꼭... 말하고 싶었어요. 진심이니까."
영화찍냐. 짜증나는 대화가 오고간다. 더 이상 있을 필요를 못 느낀 나는 그대로 돌아섰다.잘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태민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러고보니 지은이라는 아이, 평소 태민이 이상형이라고 떠들었던 조건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별의 별 생각이 나를 체념하게 만든다. 그 동안 바보처럼 속 앓이를 했던게 새삼 서러워지려고 한다. 이대로 끝일 줄 알았다면 그냥 고백이라도 해보는건데, 아니 그건 아닌가. 그냥 더 잘 챙겨주기라도 할 것을. 이젠 지은인가 뭔가 하는 아이가 태민일 챙기고 들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간다. 결국엔 나만 조용히 정리하면 된다고 결론이 났다. 시끄럽게 벽을 친 아이들 틈새로 비집고 나가려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너랑 사귈 수는 없을 것 같아."
"...네?"
"그래도 명찰은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온거야."
"조...좋아하시는 분이 계신줄은 몰랐어요. 같이 다니시는 여자는 없는 것 같길래..."
"그게-"
갑자기 고개를 휙-돌린 태민이 나를 보며 고개를 까딱인다. 오라는건가. 변명을 대신 해달라는 것 같다. 대신 거절해 달라고. 태민의 행동에 지은이며 모든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다.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다리는듯이. 순간 난감해진 나는 일단 태민의 옆으로 다가섰다. 마른 입술을 한 번 혀로 적시면서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데 태민의 손이 다짜고짜 내 손을 잡는다. 깍지를 겨오는 행동에 당황한 내가 멀뚱히 태민을 쳐다보았다. 더불어 같이 놀란 지은 앞에 태민의 깍지 껴진 우리의 손을 달랑거리며 흔들어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네???"
"아니,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야하나?"
난데없는 태민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나도, 지은이도, 다른 학생들도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곧 나를 죽일듯 바라보는 지은의 눈빛을 느낄 때 쯤, 태민이 손을 들어 주변에 서 있던 아이들을 가리켜가며 쐐기를 박는 말을 해버렸다.
"그러니까 이제 나한테 고백하지 않았음 좋겠어. 난 민호밖에 없거든"
이태민, 대형사고 쳤네.
-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꿈인가 싶어 태민이 몰래 볼을 꼬집어 보았다. 그렇게 고백, 아니, 선포를 하고서 태민인 평소처럼 내 팔에 매달려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다 울음을 터트리며 뛰어가던 지은의 모습과 황당하게 나를 바라보며 온갖 욕을 해대며 따라가던 지은의 친구들,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오는 정체 모를 응원소리까지.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하루다. 나는 땅거미가 길게 진 골목을 걸으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아까 그 말, 진짜 제대로 먹힌 것 같더라"
"응? 뭐가아?"
"다시는- 누가 너 좋다고 고백 안하겠더라고"
"음... 그렇겠지?"
"근데 너무 장난같지 않았으려나. 오히려 안 믿을 수도 있-"
"장난 아닌데?"
"........아."
"진짜, 정말 진심이었는데..."
이런 말을 두번이나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태민이 슬쩍 팔짱을 푼다. 그러더니 제 가방끈을 꼭 쥐면서 나보다 먼저 걸어가 버린다. 저런 행동이라니, 마치 토라진 여자친구 같잖아! 안절부절, 뭐라고 해야하나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그토록 꿈꿔왔던 순간인데 막상 닥치니 하나도 모르겠다. 이럴땐 김종현처럼 능글맞은 구석도 좀 필요한데 말이다. 그 때 탬니이 잘가라고 하면서 초인종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한다. 저대로 들어가버리면 안되는데.
"나도!!!!!!!!!!!!!"
고민고민해서 내뱉은 말이란게 고작, 이거냐. 최민호. 잘났다 진짜.
"뭐가아?"
태민이 토끼같은 눈을 하고선 되려 물어본다. 나는 바보같이 엉거주춤한 포즈로 빨개져가는 얼굴을 원망하고 서있다. 이거 왜 이렇게 부끄러운거야.
"너 좋아한다고 나도."
"응?"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몰랐는데 어느새 태민이 다가와 내 목을 끌어안았다. 얼마나 세게 안았는지 태민이의 향기가 숨막힐 듯 다가온다. 스칠듯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아쉬운 향기가 아닌 넘치도록 완벽한 이태민의 향기가. 나는 떨리는 손을 슬쩍 태민의 허리에 가져다 댔다. 한 손에 감길 듯이 얇던 허리가, 평소에도 장난처럼 안아봤던 허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애닳다.
태민아, 내가 지금처럼 널 안아보고 싶었던 순간이 그 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는걸 알고 있니?
-
"이젠 나, 너한테 아주 많이 상관 있는 사람인거지?"
"응? 무슨 소리야 그게"
"나 이태민이! 최민호한테 중요한 사람이냐구"
"당연하지. 뭐 그런걸 묻고 그래"
"또 그런 소리 하기만 해봐라! 아주 혼구녕을 내서 눈물 콧물 쏙쏙 빼버릴거야, 너"
"무슨 소리냐고!!"
생각해보니 아까,
내가 실수 했던거 맞구나...
그나저나 내이부터 학교 가면 난리가 나있을텐데, 이걸 어쩌지
일단 그 호들갑 3인방부터 조용히 시켜야겠지.
::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