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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전체글ll조회 2392l 18

성규

 

 

 

고3의 3월. 3월도 슬슬 끝물에 접어들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 해 봄의 마지막 꽃샘추위가 찬바람을 몰고 오고 있었다. 1학년 때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바꿔 버린 이상한 연어색의 커튼은 이제 색이 바래 연한 분홍색이 되었다. 날은 맑지만 바람만이 차고 세게 불어 굳게 닫아 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그 커튼을 한 차례 통해 은은하고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그런 2교시, 자습시간은 나른했다. 50분 수업 중 이제 23분 남았다. 잠들지 않기 위해 책을 들고 교실 뒤로 갔다. 3개인 키다리 책상은 이미 전부 애들이 쓰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사물한 위에 책을 올려 놓았다. 마흔 명 정도의 사람들로 꽉찬 교실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일제희 고개를 숙이고 제 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숨죽인 아이들의 뒷통수들을 한 번 휘- 둘러보고 나도 뒤어어 내 공부를 시작했다. 그 때, 드르륵-, 하며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키다리 책상에 서서 공부를 하고 있던 부반장이 가장 뒷자리인 제 자리에서 의자를 끌고 와 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쟤는 저럴 거면 뭐하러 뒤에 나와서 공부하냐.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런 얘길 꺼낼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문제집 위로 시선을 돌리고 10분 쯤 지났을까, 수학은 이제 그만하고 윤리나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내 사물함 쪽으로 갔다. 내 사물함 앞쪽에 앉은 부반장을 봤다. 부반장은, 의자에 앉아 두 손은 가지런히 포개어 키다리 책상 위에 올려놓고, 손등 위로 얼굴을 대고 자고 있었다. 아니, 실은 자는 건지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어폰을 꽃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으휴, 반장이라는 기집애가, 하며 가볍게 웃고 수학은 넣어두고 윤리를 꺼냈다. 그리고 반장 옆을 지나가려는데, 노랫소리가 들렸다. 무슨 노랜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였다. 항상 생글생글 웃고 씩씩해보이는 반장이 이런 소녀 같은 음악을 다 듣네. 고개를 돌려 부반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직 마이를 입고 다녀야 하지만 반장은 쿨하게 춘추복에 가디건을 걸치고 다녔다(우리학교는 가디건이 없어서 마이 안 입고 가디건 입고 다니면 교칙위반이었다). 천천히 옆쪽에 서서 부반장을 봤다. 희고 뽀얀 피부에 아래로 드리운 속눈썹, 단정하게 뒤로 말아올린 머리카락, 그리고 보라색 얇은 머리띠. 교복 위에 남색 가디건. 커튼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볼은 적당한 홍조를 띄고 있었다. 어라, 얘가 이렇게 예쁜 애였나? 당황스러웠다. 부반장이 이런 애라는 것도, 그리고 내가 부반장을 예쁘다고 느꼈다는 것도. 그래도 눈을 뗼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가만가만, 부반장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얘 나랑 2학년 떄도 같은 반이었던 것 같은데, 왜 여태까지 이런 애인 줄 몰랐지? 그저 할 일 씩씩하게 열심히 하고 애들한테서 인기가 많은, 쾌활한 아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들은 하는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반짝,

 

 


부반장이 눈을 떴다.
그리고 아직 채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곁에 있던 날 발견하고는 슬몃, 웃어주었다. 휘어지는 눈꼬리와 눈밑에 지는 그 음영, 그리고 느린 템포의 음악에, 나는 갓 잠에서 깬 흰 나비마냥, 취해버린 기분이었다.

 

 


동우

 

 

 

"야! 너 보충 안 해?"
"어. 나 학원 가잖아-."
"아 그래? 부럽다아."

 

부럽긴 개뿔.
난 나한테 보충 안 하냐고 물었던 같은 반 남자애한테 가볍게 웃어주고 계단을 내려왔다.
너넨 그냥 교실에서 가만히 공부하는 게 행복한 건 줄 알아라, 좀.

 

 

 

 


매번 그렇다. 보충이랑 야자 안 하고 학원 간다고 그러면 되게 팔자 좋은 애라는 듯이 바라보면서 부럽다아-... 하고 말한다. 까고 있네. 학원이 코 앞이면 말도 안 하겠는데, 경기도에서 서울로 넘어가고, 너네 야자 끝날 때 나도 같이 끝나서 너네 잘 때 쯤에야 집에 들어가는 내 하루 일정을 알기는 아니? 게다가 일반 예체능도 아니고 유학 준비하는 거라서 학교에서 이 설움을 공감해 줄만 한 애도 없는데! 아으, 저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복장 터질 것 같다.

 

 

학원을 가려고 지하철을 탄다.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칸에 타는 우리 학교 남자애. 우리 학년, 아마 이름이 장동우랬던가 그랬던 것 같다. 애들 말로는 1, 2학년들 사이에서도 '춤추는 오빠'로 유명하댔다. 쟤가 춤을 그렇게 끝내주게 잘 춘다며? 그런데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딱히 그런 거에 신경을 쓰는 타입도 아니었고, 쟤 춤을 볼 수 있는 기회마다 나는 학원을 가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맞은 편 좌석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있는 장동우를 한 번 힐끔 쳐다보고 단어장을 꺼냈다. 이 놈의 단어는 왜 외워도 끝이 없는지를 모르겠다.

 

 


아 피곤해.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2시. 지금 당장 잠이 들면 3시간 반 정도는 잘 수 있다. 별 생각없이 가만히 누웠있자니 잠이 솔솔 오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잠이 들락말락하는 사이에, 지잉-, 하고 진동이 울리며 문자가 왔다. 진동에 깜짝 놀라 깨며 문자를 확인했다. 별 다른 내용은 아니었고, 수행평가 언제하냐는 친구의 문자였다. 대충 키패드를 꾹꾹 눌러찍으며 다음 주 화요일이라고 말해줬다. 나쁜 년.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내다니, 매너도 없지. 잠도 다 깨게 말이야. 하여튼 고 기지배 문자 때문에 오늘 잠은 다 잤으니까 내일 매점에서 빵이나 사라고 해야겠네. 말똥말똥한 눈으로 도대체 뭘 하며 이 밤을 보내야하나 고민했다. 심심한데 과거여행이나 해볼까. 읏차,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앨범을 꺼냈다. 내 졸업사진은 정상적이었지만 친구의 졸업사진은 영 별로였기 때문에 오늘 보고 내일 가서 놀려줄 생각이었다.
어디 보자, 내가 6학년 때 몇 반이었지? 기억을 더듬어 5반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여자가 앞번호였어서 내 사진과 친구 사진을 보고 속으로 한참 비웃어줬다. 이게 바로 네 흑역사다, 요 년아. 그리고 사진을 보고서야 기억나는 얼굴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 이런 애도 있었지, 저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말이다. 이젠 남자애들이 나오는 페이지였다. 나 어렸을 땐 남자애들이랑도 잘 놀았는데, 하면서 찬찬히 사진들을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랐다. 32번. 이름은, 장동우, 였다. 아 헐. 나 얘랑 초등학교 같이 나왔었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되고 다른 중학교를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냥 당연히 아예 처음 만나는 애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하는 마음에 아무리 다시 봐도 이 얼굴은 장동우 그 자체였다. 와우, 잇츠 언빌리버블. 역시 세상은 좁다.

 

 

 

퀭한 눈으로 등교했다. 너 어제 야동 봤냐, 라는 친구에게 한 마디 해주려다가 네가 제일 나빠, 이 년아, 라고만 하고 책상에 엎드렸다.

 


"어디 아프냐?"
"아니."
"근데 왜 이래."

 

정신 좀 차려, 라며 엎드린 내 위로 미스트를 뿌렸다.

 


"아 쫌! 니가 어제 문자 보내서 잠 깨서 한숨도 못 잤잖아!"
"아, 그랬어? 미안."

 

전혀 안 미안하다는 말투로 미안하다 그러면 내 기분이 어떻겠니, 이 기지배야.

 


"아 맞다. 야, 장동우 알아?"
"어. 걔 3반이잖아. 근데 걘 왜."
"걔 6학년 때 우리랑 같은 반이었더라."
"몰랐냐. 걔 그래서 나랑 연락 많이 하는데."
"헐."
"다른 애들이랑도 많이 해. 넌 안 하냐?"
"어. 뭐야, 왜 나만 따돌려."
"그러게. 장동우가 너 싫어하나 보다."

 

 


오늘도 만났다, 장동우. 도대체 왜 작년부터 같이 지하철 타고 가는데도 아는 척도 안 하는 거지? 그러면서 가끔씩 내 쪽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무슨 내 눈치 보는 것도 아니고.

 


"야."
"... 어엉? 나, 나?"

 

내가 딱딱하게 부르자 움찔하더니 한 쪽 이어폰을 빼고 내 쪽을 바라봤다.

 


"너 나랑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거 알지."
"어... 어."
"근데 왜 아는 척 안 했어?"

 

아오. 말하고 나니까 나 왜 이렇게 찌질해 보이니. 아무래도 오늘 밤에 집에 가서 잠이 들랑 말랑할 쯤에 이불에다가 하이킥 한 번 거하게 하고 지쳐서 잠들 것 같다.

 


"아, 아니 그게..."
"'그게' 뭐."
"네가 싫어하는 것 같아서..."
"... 내가 싫어하고 자시고 할 게 뭐 있냐. 아예 기억을 못 했는데. 그리고 내 친구랑은 연락하면서 어떻게 나한텐 인사 한 번도 안 할 수가 있냐. 사람 섭섭하게."
"아아... 미안."
"내 친구가 말 안 해줬으면 도와줬던 게 너라는 것도 기억 못 했을 거야."
"... 엉...?"
"얌마, 도와줬었던 일이 있었으면 생색이라도 내지 그랬냐."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는 그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천방지축이었던 나는 걸핏하면 넘어지고 쓸리고 하면서 다치기 일쑤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그게 다쳤던 게 남자애들과 장난치다가 놀이터의 정글짐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그러다가 팔이 부러졌는데 나는 아프다고 울기만 했고 남자애들은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안절부절하는 상황에서 장동우가 왕자님마냥 짠, 하고 등장해서 날 업고 우리 집까지 뛰어갔다고 했다. 도대체 팔이 부러졌는데 업긴 왜 업은 건지,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여튼 그랬댔다. 덕분에 나는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한동안은 장동우가 내 실내화 가방 셔틀을 자처했댔다.

 


"늦었지만 고마웠어."
"아..."

 

쑥쓰러운 건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그 땐 왜 그렇게 도와줬던 거야?"

 

덜컹이는 지하철 안에서 나란히 서서 나는 장동우에게 물었다.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석양에 장동우의 얼굴이 붉어 보였다. 난감한 듯한 표정과 어쩔 줄 몰라하는 행동. 쟤 왜 저러지?

 


"아. 나 이제 내려야 해."
"어? 그래? 잘 가-."

 

대뜸 내려야 한다며 말을 돌린 장동우가 정말 그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재생시켰다. 지잉-. 치마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고,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가 한 통 있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

 

어쩐지 귓가에선 크리스 브라운의 목소리가 아닌 장동우의 야속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현

 

 

 

"안녕-."

 

남우현은 여러 모로 참 대단한 놈이었다.

 

 

 

 

 

 

그렇게 안 생겨서 노래를 꽤 잘하는 것도, 그리고 노는 건 아닌데 그런 애들하고 은근히 친한 것도, 그러면서도 탈선의 길은 절대 안 걷는 것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꽤 반듯한 놈이었다. 저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남자애들은 귀찮아서 죽으려 한다는 편지나 쪽지도 꼬박꼬박 잘 써주고 다정다감하게 잘 챙겨주는 놈이었다. 이걸 내가 어떻게 다 아냐고? 난 이래뵈도 남우현이랑 태어날 때부터 안 사이다. 물론 저 새끼가 학교 일찍 들어가면서 한 학년 위가 돼서 밖에서 볼 땐 난감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 놈은 나랑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이거다.

 


"야."
"... 얌마, 넌 오빠한테 야, 가 뭐냐."

 

남우현네 집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서 TV보다가 소파 아래에 앉아있는 남우현을 발 끝으로 툭 쳤다.

 


"우리 돈 모아서 치킨 시킬까."
"콜. 근데 너 얼마 있는데."
"어... 8천원?"
"반반으로 시킨다?"
"응."

 

남우현은 나한테 돈을 받아들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너 노래는 잘 돼가냐."
"어. 뭐, 그럭저럭."

 

개그프로를 보면서 낄낄거리며 무성의하게 묻고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부현 오빠는 언제 옴?"
"야. 근데 넌 왜 형은 오빤데 나는 야, 냐."
"까고 말해서 너랑 나랑 한 달 밖에 차이 안 나잖아."
"그래도 학년은 내가 한 학년 위잖아."
"그래서 내가 너한테 밖에서 야, 라고 부르냐."
"그럴 거면 그냥 안에서도 오빠라고 불러."
"TV나 봐."

 

 

 

나는 남우현네서 치킨 먹고 뒷정리까지 다하고 좀 더 놀다가 집에 왔다. 얘 최근에 좋은 일 생겼다는 것 같던데 그래서 내가 야, 야, 거려도 막 뭐라고 안 하는 건가. 진짜 간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곧 죽어도 안에선 남우현한테 오빠라고 안 부르려는 나와 안에서도 오빠라는 소릴 듣고 싶어하는 남우현은 틈만 나면 으르렁거렸고, 그 사이에서 우리 가족과 남우현네 가족만 죽어나는 꼴이었다.

 

 

 

 

 

 

 

야. 너 왜 이제 들어가.

 

자정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 남우현과 버스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우현은 보컬학원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고 나는 놀다가 늦게 들어가는 길이었다. 안 그래도 집에서 된통 깨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에 남우현한테 잔소리 듣겠다.

 


"... 애들이랑 놀다가."
"너 내가 밖에서 까불지 말고 밥 때 되면 째깍째짝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했어, 안 했어."
"... 했어."
"위험하다고 했지. 근데 왜 이제야 집에 들어가."

 


너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줄이나 알아? 뉴스는 보고 사냐? 어? 진짜 정신 차리고 사는 거 맞아? 기지배가 그것도 학생이 자정이 되서나 집에 기어들어가고 말이야.

쉴 새 없이 쏘아붙이는 남우현의 잔소리에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내려야 할 정류장의 전 정류장에서 버저를 누르고 남우현을 밀치고 일어났다.

 


"어어-... 야!"

 

문이 열리자마자 내렸고, 남우현은 당황하고 문에 한 번 끼일 뻔 했다가 날 따라 내렸다.

 


"너 진짜 미쳤냐? 내가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여기서 내려! 너 내가 안 따라 내렸으면 어쩌려고!"
"... 야! 남우현!"

 

뒤따라오면서도 그칠 줄 모르는 잔소리에 짜증이 나서 빽, 소리질렀다.

 


"야! 까고 말해서 부현 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이해하거든? 오빠는 나보다 오빠니까! 근데 넌 뭔데 그러냐? 너 나랑 동갑이거든? 그리고! 뭘 해도 정도껏 좀 해!"

 

아오 정말! 하고 씩씩거리면서 걷는 내 뒤를 뛰어서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곧장 내 옆에 서진 않았다. 날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자박자박 걷는 발걸음 소리와 가로등 불빛 때문에 길게 늘어선 그림자 두 개가 일정하게 겹쳤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야."
"..."
"야아-."

 

또, 또, 또. 또 나왔다, 남우현 애교. 내가 삐지거나 한 날이면 사내녀석이 징그럽게 애교를 부리며 곰살궃게 굴어왔다.

 


"듣고 있는 거 다 알아-."
"..."
"야. 난 그렇다? 난 이 동네가 참 좋아. 별 다른 일도 안 생기고 따분할 정도로 조용한 동네지만, 여기가 좋아. 만약 내가 나중에 아주 큰 사람이 돼서 멀리까지 나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여기로 돌아오고 싶어. 내 시작도 여기었으니까, 끝도 여기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뜬금없이 제 할 말만 다 해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렇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우리 집 앞까지 왔다. 나는 들어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뚱한 표정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남우현이 다급하게 다가와 내 옷자락을 잡았다.

 


"뭐야."
"그러니까, 너도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어. 별 탈 없이."

 

도대체 얘가 뭔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맹하게 바라보자 남우현은 씨익 웃으며 내 앞머리 쪽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

 


"좋아하니까, 걱정하는 거라고."
"... 야! 남우현!"
"잘 자!"
"야아-!"
"안녕-!"

 

사람 심란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저는 집으로 쏘옥 들어가버렸다. 아니, 얘는 무슨 기미도 없다가 갑자기 저렇게 고백해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무슨 기미라도 보여야지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해놓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아까 남우현이 만졌었던 앞머리를 손 끝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호원

 

 

 

요즘 세상 흉흉하다지만 이건 진짜 어디 무서워서 세상 살겠나. 등교하는 버스에서 나온 라디오 뉴스를 듣고 그런 생각을 했다. 연쇄살인에 토막살인.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소식들이었다. 야자 끝나면 아빠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말이라도 해야하나.

 

 

 

 

 

*

"우리 스승의 날 파티 할 거니까 다들 2000원 씩 총무한테 내!"

반장이 애들한테 말했다. 그리고 칠판 한 구석에 총무한테 2000원, 이라고 남자애치고는 단정한 글씨로 적었다. 글씨체도 이미지랑 잘 맞네. 반듯하고 깔끔하고. 이름도 이미지랑 잘 맞았다. 이호원. 우리 반 25번 이호원. 반장 이호원. 자리로 돌아가는 이호원을 보고 나는 다시 수능특강에 시선을 돌렸다. 좀만 더 하면 이거 끝나고 인터넷 수능 풀 수 있다.

 

 

 


"그거 들었어?"
"어어? 뭐?"

 

급식 다 먹고 친구랑 교실로 들어가는데 짝꿍이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듣긴 뭘 들어?

 


"우리 학교 뒤에 M 아파트 있잖아, 거기서 토막시체 발견 됐대!"
"헐..."
"근데도 우리 학교 야자한대."
"그게 더 충격이다. 하여튼 우리 학굔."

 

옆에 있던 친구가 투덜대며 사물함에서 양치도구를 꺼냈다.
그 아파트랑 우리 집은 반대방향이긴 했지만 한 2주 전 쯤에 옆동네에서 시체가 발견된 적도 있는지라 괜히 더 무서웠다. 게다가 나는 특별 진학반을 듣고 있어서 11시 반에 친구도 없이 혼자 하교했다.

 


"얘들아, 너희도 들었니?"
"예-."
"쌤! 저희 진짜 야자 10시까지 해요?"
"헐. 그럼 진짜 미친거다."
"조용-. 우리 진짜 10시까지 야자 다하고, 여자애들은 되도록이면 방향 같은 남자애들이랑 같이 하교해라."

 

애들은 또 한 번 소란스러워졌지만 곧 고3이라는 특수상황에 순응하고 묵묵히 공부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석식도 먹고 야자도 했다.

 


"수업 잘 듣고,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고. 나한테 전화라도 하면서 가."

 

친구는 내 두 손을 꼭 붙들고 말했다.

 


"알았어. 얼른 가, 네 남친 기다린다."
"응. 진짜 조심해서 들어가고."
"알았다니까."

 

친구는 내려가고 나는 수업을 듣는 교실로 올라갔다. 열다섯 명 정도가 있는 교실은 중간중간 대답하는 소리와 선생님의 수업하는 소리 빼면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11시 반이 되고, 오늘은 이만 하고 가자, 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복도로 나갔다. 우리가 썼던 교실에서 나오는 불빛을 제외하고는 온통 어둠 뿐인 복도는 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괴기했다. 학교랑 참 이상한 곳이다. 낮시간 동안에는 그토록 시끌벅적하더니만 밤이 되면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하고 어두운 곳이다. 나는 친하지도 않고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아이들 사이에 묻혀서 가장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동쪽 현관에서 신발도 가장 마지막으로 갈아신고 고개를 드는 순간,

 


"악!"

 

이호원이 서있었다.

 


"... 같이 가자."
"... 어어?!"

 

목소리가 조금 갈라져서 나왔지만 그 부끄러운 것보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요즘, 위험하니까, 같이 가자고."
"아..."

 

멍청하게 아무 대답 못하고 이상한 소리나 냈다. 생각해보니까 이호원은 수학은 잘하는데 언어가 수학 점수에 못 미쳐 언어 특별 진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가자. 너 몇 번 버스 타냐?"

 

멍 때리는 내 손목을 잡고 이끌며 이호원과 나, 우리는 동쪽 현관부터 교정을 걸어 교문까지 갔다. 으슥한 학교 앞 정류장에서 이호원과 나만이 아무 말도 없이 내가 타고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기억하냐, 너랑 나랑 2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당연하지. 너 그 때 체육대회 때 축구랑 계주 둘 다 나갔었잖아."
"응. 우리 우승했었는데."
"맞아. 그 때 재밌었는데. 피곤한데 단합하고."

 

확실히 이호원의 활약이 컸었다. 그 때도 반장이었는데 축구랑 계주 둘 다 나가서 우승하고 상금도 받아와서 답합 때 그 돈 썼던 기억이 있다.

 


"너 다시 렌즈 끼면 안 돼?"
"응? 갑자기 왠 렌즈."
"아니다."
"싱겁긴."

 

나는 문제집들을 껴안고 있었고 이호원은 들어줄까, 하고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다시 정적. 타이밍 좋게 버스가 왔고, 우리는 텅 빈 버스의 2인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우리 집까지 함께 갔다.

 


"너 이 쪽 살면 D중 나왔겠네."
"응. 넌?"
"J중."
"아, 그래? J중 나온 애들 많던데."
"우리 학교랑 맞은 편이잖아."

 

자연스럽게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고 우리 집 앞까지 이호원이 바래다줬다. 잘 가, 하고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2층에 살아서 계단을 올라가다가 그러고보니 이호원은 어느 동에 살았지? 하며 창 밖으 내다보자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이호원이 보였다. 쟤 왜 저쪽으로 돌아가지? 이상하다, 싶었다. 다음 날 등교하자마자 출석부를 확인했다. 25번 이호원. J동 S아파트 301동 1605호. J동은 우리 학교가 있는 동네였다. 그럼 어젯밤은 일부러 버스타고 10분이나 걸리는 우리 동네까지 왔었다는 얘기였다.

 

 

 

 

 


"같이 가자."
"이호원."
"어?"
"너 S아파트 살잖아."
"어어?"
"... 너, 나 좋아하냐?"

 

우리 둘 뿐인 교정, 내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이호원의 굳은 얼굴에서 귀만 빨개졌다.

 


"야."
"왜."
"내가 지켜주고 싶다."

 

무뚝뚝한 듯 다정한 말과 함께 이호원은 은근슬쩍 내 손을 잡아왔고,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호원은 작년 체육대회 때부터 혼자서 날 좋아해 왔다고 했다. 평소에는 안경만 끼다가 렌즈도 끼고 머리도 풀렀다 묶고, 결정적으로 '5월 말이라 다 초록색 나뭇잎이 햇빛 받고 바람 불어서 반짝거리는데 네가 햇빛 받아서 햐아얀거야, 하얀 것도 아니고 새하이얘서 반'했단다. 하여튼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어.

 

 

 

 


성열

 


 

나는 겉보기엔 돌이라도 씹어먹을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툭하면 아픈 애였다. 고3이 되면서 시도때도 없이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렸다. 이젠 하도 앓아서 병원에 안 가도 내가 내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였고, 그 날도 나는 스트레스성 위염에 이온음료만 마시며 버틴지 5일 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도 안 먹어?"
"응..."
"밥 먹고 올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엎드렸다. 친구들은 내 등을 두어 번 두드려주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애들이 교실 불을 다 끄고 나가면서 교실은 어둡고 조용한 상태가 되었다. 열린 운동장 쪽 창에선 1, 2학년 남자애들이 축구하는 소리가 산들바람을 타고 아득하게 들려왔다. 아픈 위를 부여잡고 있다가 마악 잠이 들락말락하는데, 아 왜 다 나 버리고 갔는데! 하며 짜증내는 소리와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성열이었다.

 


"아! 아무도 없잖아! ... 아, 뭐야. 아니네."

 

이성열은 도대체 어딜 갔다온 건지 점심시간 타이밍을 놓치고 등장했다.

 


"... 야, 너 어디 아프냐?"
"..."
"어라? 얘 진짜 아픈가 보네."

 

대답도 안 하는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너 은근 자주 아프더라. 맨날 보면 약 먹고 있고."
"..."

 

내 옆자리 책상에 걸터앉은 게 느껴졌다.

 


"맨날 밥 거르니까 그렇지."

 

밥 걸러서 아픈 게 아니라 아파서 거르는 거다, 임마.

 


"어휴. 그나저나 난 어떡하냐. 혼자 밥 먹으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도 잠이나 잘까, 이성열을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으-. 몸이 찌뿌둥했던 모양이었다.

 


"야! 이열! 너 어디 갔었냐!"
"아 뭐야! 왜 나 버리고 가는데!"
"너 없길래 먼저 간 줄 알았지!"
"치사한 놈들!"
"야, 매점 가자. 형이 빵 사줄게."
"콜."

 

그렇게 이성열과 그 무리들은 우르르 교실을 떠났다. 얼마 안 있어 내 친구들도 왔고 나를 깨워서 함께 양치를 하러 갔다. 그리고 5교시, 6교시, 7교시, 8교시까지 다 마치고 석식시간이었다.

 


"너 석식도 안 먹냐."
"어? 어어... 근데 너 왜 안 갔어?"

 

이성열은 연기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정규수업만 듣고 하교했다. 그런데 왠일로 오늘은 안 갔대?

 


"오늘 학원 휴강."
"아... 그래? 너 저녁은?"
"신청 안 했잖아. 야. 너 음료수는 마실 수 있어?"
"응? 응."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이성열은 교실을 나가 어디로 달려갔다. 몇 분을 멍하니 기다리자 이성열이 빵과 이온음료 세 캔을 사왔다.

 


"나 빠르지?"
"아, 응."

 

뒷문을 닫은 이성열이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우리 이렇게 친한 사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빵은 내 거, 포카리 네 거, 이프로 포도 내 거, 복숭아 네 거."
"아... 고마워..."
"마셔."

 

그 날 석식시간에, 이성열과 나는 마주앉아 꽤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의외로 속이 깊은 녀석이어서 동생 걱정도 꽤 많이 하는 것 같았고, 어머니의 가사일을 자주 도와드리는 편인 것 같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었고, 우리는 순식간에 친해졌다. 그 후로도 종종 나는 급식을 못 먹었고 이성열은 휴강을 했다. 그 때마다 우리는 더욱 더 많은 얘기를 했다.

 


"어? 얘 또 아픈가 보네."

 

그 날도 나는 혼자 교실에 남았고 이성열은 친구들을 놓쳤다. 그리고 이제는 이성열이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에휴, 나도 한숨 자야지.

 

그리고 나처럼 엎드린 것 같았다.

 


"... 야."
"..."
"내가 네가 자고 있으니까, 못 들으니까 하는 말인데."
"..."

 

이게 또 뭔 말을 하려고.

 


"... 나 너 좋아한다. 그것도 되게 많이."

 

생각치도 못했다. 그저 좋은 친구고, 내가 조금 좋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이성열도 내게 그런 감정을 품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고개를 슬며시 오른쪽으로 돌렸다. 이성열은 당연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눈이 마주쳤다.

 


"... 아! 야! 아, 너!"
"..."

 

당황한 이성열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아! 난 너 자는 줄 알고! 아 진짜!"
"이성열."
"아, 진짜! 와-, 사기야!"
"나도 좋아하는 것 같아."
"... 어?"

 


이성열 삑사리.

 

내가 그렇게 말했고, 이성열의 얼굴은 그제서야 붉어졌다.

 


아씨, 그럼 나도 너 좋아하고 너도 나 좋아한다는 얘기 맞지?
어.
와, 나-...
'와, 나' 뭐.
진짜 진짜 많이 많이 좋아한다고.

 

 

 

 


명수

 

 

 

김명수는 잘생긴 녀석이었다. 그 잘난 얼굴 덕에 주변 학교에도 소문이 자자했지만, 정작 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여자애들이 더 난리를 치는 걸지도 모르지.

 


"야, 밍스야! 매점 가자!"
"어."

 

김명수의 친구가 살갑게 말을 걸었고, 김명수는 그 특유의 톤으로 대답했다.

 


"야. 근데 여자애들은 쟤가 뭐가 좋다고 맨날 명수, 명수, 명수타령이냐?"
"솔직히 김명수 잘생겼잖아."
"야아! 그래도 맨날 웃지도 않고 말투도 딱딱해서는-..."
"네가 뭘 모르는구나. 중요한 건 얼굴이지 너 같은 몹쓸 애교가 아니야."

 

내 뒷자리에 앉은 남자애와 여자애가 김명수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김명수는 왠지 다가가기 어려운 타입이었다. 남들에 비해 빼어난 외모가 아닌 김명수가 뿜어내는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고독해보이고, 권태로워 보여서 가끔씩은 경외감이 들기까지 했다. 그런 걸 느끼는 건 비단 우리 뿐만이 아닌지 선생님들도 김명수는 조금 어려워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같은 동네에 꽤 오래 살았던 나도 김명수에게 친근하게 굴 수가 없었다.

 

 

 

말만 '자율'인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하교했다. 길이 갈라질 쯤이 되어 나는 우리집 쪽으로 들어갔다. 골목 어귀서부터 7분 정도 걸으면 우리집이었다. 안 무섭게 한 쪽 이어폰만 꽂고 대충 아무 노래나 재생했다. 최근에 컴백한 걸그룹의 발랄한 신곡이었다. MP를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자,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가는 김명수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 골목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이 우리집, 왼쪽이 김명수네 집이었다. 몇 년동안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등하교(물론 하교할 때는 나는 야자가 끝나고 가는 거였고, 김명수는 연습생이어서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지만)를 같이 하는데도 우리는 인사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이였다. 김명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이나마 야속할 만도 했지만, 쟤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렇게 대하니까, 라며 내 처지에 스스로 수긍하곤 했다.

 


"어!"

 

실은 어, 도 아닌 이상한 비명소리였다, 내가 내지른 소리는. 내가 살고 있는 빌라로 들어가는 어귀에 누군가가 서있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마주친 것이었다.

 


"... 김명수...?"
"..."

 

내가 불확실한 목소리로 묻자 김명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언제나의 그 뚱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너 왜 여깄어?"
"볼 일 있어서."
"아... 그래? ... 난 들어갈게."

 

몇 초간의 어색한 대화를 끝으로 나는 계단을 올랐다. 2층, 아니, 1층, 정확히는, 이 빌라는 반지하가 있었고, 1층도 2층도 아닌 1.5층 정도 높이의 1층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1층에 살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김명수는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여기에 서있는 걸까. 3층에 예쁘장한 언니 사는데 혹시 그 언니랑 사귀기라도 하는 걸까. 짝사랑에 빠진 열아홉 여고생의 상상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괜히 스스로만 마음앓이하는 꼴이 돼버렸다.
그 후로도 김명수는 5일 중 사나흘은 우리 빌라 앞에 서있곤 했고 우리는 언제나처럼 별 다른 대화 없이 스쳐지나가는 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김명수는 그 날도 어김없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우리 빌라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는 당연하게 김명수의 존재 여부만 확인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지나가리라, 했는데, 김명수가 대뜸 야, 하고 불렀다. 어쩐지 조금 나른하고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 왜?"

 

내 물음에 김명수는 아무 말도 없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어?"
"... 번호..."
"... 내 번호?"

 

끄덕끄덕.
나는 엉겁결에 번호를 줬고, 집에서도 계속 김명수 3층 언니랑 사귀는 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나 김명수. 저장해.

 

씻고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며 방으로 들어오자 그런 문자가 와있었다. 그 흔한 이모티콘 하나 없는 딱 김명수스러운 문자였다. 나는 당연히 저장했고, 우리는 매일 밤마다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딱히 밖에서도 친하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만이 풀렸을 뿐이었다. 그런 관계가 여름방학까지 이어졌다. 3주 동안의 보충수업을 거치고 개학하기 딱 1주 전부터 1주일, 정확하게는 5일간의 진짜 방학이 주어졌다. 방학이라고 해도 우리는 고3이었고 나는 친구와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했지만, 점심시간 쯤이 되면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시간을 때우다가 3시 쯤에야 다시 공부를 하기 일쑤였다.

 


지이잉-.

 

"어? 야, 너 문자 왔다."
"아, 그래?"

 

친구의 말에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물고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살아있음?

 

김명수였다. 김명수는 보충을 듣지를 않으니 방학동안은 마주칠 일이 전혀 없었다.

 


"어? 뭐야. 너 왜 웃으면서 문자하냐? 남자야? 남자지!"
"아니야-. 내가 무슨 남자냐!"

 

내 핸드폰을 뺏으려 드는 친구를 요리조리 피해 아직 살아있음 너는 잘 지내? 라는 문자를 보내고 플립을 닫았다. 그리고, 김명수에게선 금요일까지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금요일 밤. 아니, 토요일 새벽 1시. 나는 마지막 주말을 즐겨보겠다고 컴퓨터를 켜고 한창 메신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계속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인가, 해서 방문을 열고 거실 쪽으로 귀를 기울여 봐도 들리는 건 부엌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뿐이었다.

 


아씨, 뭐지.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들려는 걸 억지로 누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도 그 소리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설마 밖에서 나는 건가, 싶어서 에어컨을 켰음에도 창문을 열어보니, 김명수가 날 바라보고 환히 웃고 있었다.

 


"야! 너 거기서 뭐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외쳤다. 내 외침에도 김명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그의 얼굴은 맨질맨질해 보였다. 이거, 꿈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는 김명수가 이 시간에 내 방 창문에 돌맹이나 던지고 있었을 리가 없어.
꿈이라 확신하며 창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야, 너 진짜 거기서 뭐해!"
"잠깐 내려와 봐."

 

내려가긴 뭘 내려가. 이 새벽에 부모님 깨시면 나 끝이야, 끝!
그럼 창문으로 내려와. 너네 집 안 높잖아. 그리고, 내가 받아줄게.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실은 어렸을 때 종종 이렇게 나가 놀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내려가는데, 달이 너무 크고 밝아서 무슨 동화 속의 공주님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김명수는 내가 내려오자 어, 좁 춥나? 하면서 제가 걸치고 있던 저지를 내 다리 위에 올려주고는 야, 잠깐만 여기서 딱 기다려! 하곤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다시 뛰어오더니 아이스크림 하나를 내게 건냈다.

 


"고마워."

 

내 말을 들으며 그는 내 옆에 앉았다.

 


"근데 너 진짜 이 시간에 뭐하냐."
"그냥."

 

이번에도 생글생글 웃으며, 앞만 보고 말했다. 얘가 술이라도 마셨나, 오늘 왜 이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설레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우리 다음 주 개학이지?"
"응."
"그럼 다시 볼 수 있겠네?"
"아. 그렇네."
"우리 그럼,"
"..."

 

서로 앞만 보고 얘기하다가 김명수의 그럼, 하는 목소리에 나는 그를 쳐다봤고, 그는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2학기엔 같이 등하교 하자."

 

내가 멍청하게 우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있자,

 


"좀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며 쑥쓰러운지 다시 앞을 바라보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무는 김명수가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앞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만 끄덕이고 딸기요거트맛 아이스크림을 한 입 작게 물었다.
올 여름의 맛은, 아무래도 딸기요거트맛인 것 같다.

 

 

 

 


성종

 

 

 

"야, 이성종 진짜 게이 아니야?"
"아니래도."
"야 근데 진심-..."
"아 진짜, 아니라니깐?"
"막말로 네가 어떻게 아냐?"
"아오-..."

 

쟤, 게이 아니라고.

 

친구들에게 목소리를 죽이고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살짝 돌리자, 제 친구들 사이에서 떠들고 있던 이성종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웃으며 날 바라보다가 냉큼 시선을 피해버렸다. 이성종은 날 좋아하는데 게이는 무슨 게이야.
이성종은 날 좋아하고 있었다. 이성종의 친구들도, 내 친구들도 눈치채지 못 했지만, 이성종과 나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성종은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지만, 뭐.

 

 


오래간만에 햇빛 받는 날이었다. 고3의 시간표에는 예체능 과목은 단 하나도 없이 오로지 수능을 위한 수업들로 빽빽했지만, 1년에 딱 한 번, 체력장이 있는 날은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오래달리기는 여자애들이 먼저 달리고 여자애들이 다 끝나면 남자애들이 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늘가에 모여앉은 아이들은 저들끼리 평소에는 남자애들 앞이라 하지 못했던 품평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 여자애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단연 부반장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중학교 때까지 체육을 했어서 그런지 몸이 좋았다. 열아홉이지만 소년이라기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청량감을 지닌 아이였다.

 


"근데 이성종도 쩐다."
"그니까... 쟨 몸이 좋은 것도 아닌데 장난 아니네..."

 

하나둘씩 이성종의 이름이 들리기 시작했다. 남자애 치곤 너무 마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낭창낭창해 보이는 몸에 여자애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이성종은 부반장을 제치고 1위로 들어왔고, 당장 수돗가로 가 물을 콸콸 틀고 그 큰 두 손을 모아 받은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세수를 어푸어푸. 그 옆으로 부반장이 가서 이성종을 머리를 수도꼭지 아래로 밀어넣었다. 머리가 다 젖은 이성종이 부반장에게 물을 뿌려버렸다. 그 뒤로 더워하는 남자애들이 다가와 저들끼리 물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보시다 못한 선생님이 "얼른 안 오냐!"하고 호통을 치셔서야 애들은 다시 돌아왔다.

 


"아우씨, 하여튼 너어-!"

 

이성종이 부반장에게 씩씩거리자 부반장을 웃으면서 "누가 당하랬냐"라고 더 약올렸다. 부반장을 노려보던 이성종의 시선이 어딘가를 헤메다가 나와 마주쳤고, 작게 웃고선 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기..."

 

친구들은 매점을 들렀다 간다고 해서 혼자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나를 이성종이 불렀다.

 


"어?"
"아, 아니야..."

 

내 쪽을 향해 뻗어 있던 가느다란 팔이 어쩐지 애처롭게 다시 가볍게 주먹을 쥐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도 종종 이성종은 나를 불렀다가 아무 것도 아니라며 주춤거리길 몇 번 반복했다. 그렇지만 이성종의 소심증이 문제였던 건지 뭔지는 몰라도 그 무수한 시도들은 하등 도움도 되지 않았고, 결정적인 기회는 여름이 다가오는 5월 말이 돼서야나 찾아왔다. 2층 식당에서 밥 먹고 내려오던 내가 덜렁대다가 계단에서 구른 게 그 기회였다.

 


"괜찮아?"
"으으으..."
"어떡해! 일어설 수 있겠어?"

 

내가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하자 친구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괜찮냐고 묻기만 했고 지나가던 애들도 무얼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하기만 했다.

 


"어? 야, 뭐야? 왜 그래?"

 

그 와중에 부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을 먹고 내려오는 길이었나 보다.

 


"야! 얘 넘어졌는데 못 일어나!"

 

친구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외쳤고, 부반장도 당황해서는 어어?!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누군가 인파를 헤치고 빠르게 내 곁으로 다가왔고, 망설이지도 않고 나를 들쳐업었다. 나는 아파서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나를 업은 그 사람을 당연히 부반장일 거라고 생각했다.

 


"야아-... 정신 좀 차려 봐-..."

 

그렇지만 그건, 울 것 같은 미성이었다.

 


"... 이성종...?"
"응응, 나 이성종이야."

 

얘는 내가 정신 잃은 줄 알았나 보다. 내가 묻자 냉큼 답해주었다.

 


"... 너 나 좋아하지."
"응응. 좋아해, 많이 좋아해."
"야아, 울지 말고 말해-..."
"좋아해."

 

이성종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성종의 등에 고개를 묻은 나를 그 상태로 보건실에 도착했고, 보건 선생님의 차를 타고 도착한 병원에서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는 진찰을 받았다.

 


"으휴. 넌 맨날 다쳐오지, 정말."

 

엄마의 못마땅하다는 말에도 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넌 뭐가 그렇게 좋냐?"
"그냥-."

 

성종이가 나 좋아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줬는데, 드디어 우리 마음이 닿았는데 엄마라면 안 좋겠어?

 

깁스한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는 5월 말의 거리는 환한 햇살로 반짝였다.

 

 

 

 

 

 

 

 

Hㅏ...

역시 전 포부는 큰데 결과는 똥망이네여...ㅁ7ㅁ8

왤케 짧냐고요? 왤케 갈 수록 흐지부지냐고요?

제가 그렇죠 뭐... 간만에 망상이 폭ㅋ발ㅋ해서 달려들긴 했지만 제 역량이 제 망상을 따라잡질 못하네옇... 흐규흐규

 

그리고 우현이는 원래 저게 아니라 다른 거였는데 쓰고보니 구상해뒀던 걸 발견했다는 건 비밀이예요^^!

그리고 브금은 랜덤으로 골라서 안 어울릴지도 모르니 양해부탁드려요...☞☜

안 들으시는 게 나았을지도... 규_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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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진짜 빈말이 아니고 더럽게설레네요 그대 이러기에요? 헐
12년 전
밤비
헐 전 그대 댓글이 더 설레네요... 핳... 사랑해요 그대 절 가져요 그대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2
그대..나1인데기억하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ㅠㅠㅠㅠㅠ너무조으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흡ㅠㅠㅠㅠㅠ명수너무설레..날가져명수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미안..ㅋ다느므느므좋군..여..ㅠㅠ흡ㅠㅠ암튼오랜만에서봐서이런글너무너무좋다!!!!!스릉흔드..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기억하죠!!!!!ㅠㅠㅠㅠㅠ 그대 좀만 기달려요 호원이 빙의글 써놓은 거 다 찾아서 가져올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명수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실은 즈는 호원이가 제일 설렐 거라고 생각했는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4
앜ㅋㅋㅋㅋ당연히호원이도설레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명스내스타일이얌..ㅎㅎㅎㅎ뮤튼!!!!호원이빙의글기대할게야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3
어우진찌살레네요 특히동우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ㅜㅜㅜㅜ내가지금저싱황인데 한가지다른건 동우같은남자도없고동우도없다는것
12년 전
밤비
헐ㅋㅋㅋㅋㅋ 그대 저세요?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맨날 저 상황인데 그냥 주변은 죄다 남자 사람이고 남자는 없네요... ^^ 그저 폰 속의 동우가 즈와 함께 하네옇...ㅋ
12년 전
독자5
유학준비중이란거읽고 두준두준 설리설리햇눈데 다읽고나니깐 현실과의 갭이 너무 커서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에겐 수많은 동우의사진이 폰에저장되있우니깐 괜찮아요 이세바로진정한 모니터남친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엉ㅇ엉
12년 전
밤비
어어어어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혹시 그대 설마 캐나다나 프랑스로 유학가는 그대세요??? 설마??? 레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9
헐 그대....호름돋아요 어찌안거에요
12년 전
밤비
즈는 일본 간다던 익인이었으니까옇....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11
여기 유학가는 그대들 진짜 많네요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전 오래전에글을올렸어서 저기 프랑스나캐나다가신다는그대하고는 다른사람인둣..즈는 캐나다로 확정됬어요ㅠㅠㅠ엉어우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일본ㅠㅠㅜㅜㅠ 한번도가본적없는나라
12년 전
독자6
와진심아옼ㅋㅋ너무좋다ㅠㅠ
12년 전
밤비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닼ㅋㅋㅋㅋㅋ 와진심아옼 에서 그대의 마음이 느껴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7
헐이거뭔데 이렇게좋죠?!
12년 전
밤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루비루 망상 빙의글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 감사해옇... 스릉해여....
12년 전
독자8
금손여신ㄹㅁㅠㅠㅠㅠㅠ 금스흡느드 스릉흔드♥
12년 전
밤비
아휴ㅠㅠㅠㅠㅠ 금손이라뇨ㅠㅠㅠ 여신이라뇨ㅠㅠㅠ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ㅠㅠㅠㅠㅠㅠ 전 그저 한낱 비루한 인슾일 뿐인 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10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대 사랑해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어제 밤부터 계속 우울했는데 이 글 읽고 기분 좋아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육성으로 꺆!!! 어뜨케!!! 악!!! 하면서 읽었네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설레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으엏...ㅠㅠㅠㅠ 그대 지금은 기분 좀 괜찮으신가요?ㅠㅠㅠㅠ 이 비루한 글로나마 그대 기분이 좀 나아지셨다면 정말 다행이예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대 사랑해요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14
넹넹 지금은 그대 빙의글에 완전 빙의해서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밤비그대♥
12년 전
독자12
아진짜더럽게달달하네요그대 ㅜㅠㅜㅠㅠㅠㅠ거진짜대바듀ㅜㅜㅜㅜㅜㅠ 어떻게 브금도이리좋나요ㅠㅠㅠ
12년 전
밤비
감사해요 그대ㅠㅠㅠㅠ 근데 브금은 성경 거 빼고는 다 랜덤이었단 게 ㅇ함정...☆★
12년 전
독자13
그래여??근데다잘맞았어요 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15
하 ㄷ우혀너ㅏㅎㅇㄹ\]ㄹ으앙ㅇ항나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그... 그대?!!! 정신을 차리세요!!!!!;;;;;
12년 전
독자16
헐 대박 ㅜ
12년 전
밤비
감사해여 그대ㅠㅠㅠㅠ 읽어주신 것도 댓글 달아주신 것도 다 감사해요ㅠㅠㅠㅠ
12년 전
독자17
헣...좋다
12년 전
밤비
헣... 그대의 댓글도 조으닿...♥ 그대 댓글먹고 빙의글 씁니닿...♥
12년 전
독자18
절ㄹ가지세요 그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약속시간에 늦어도 좋다는 패ㅐ기로 그ㅐ대가 쓴 달달하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빙의글읽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ㅏ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성종아ㅏㅠㅠㅠㅠㅠㅠㅠ나도 좋아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으아니 그댛!!!!!!!!!!! 약속시간에 늦다뇨!!!!!!!ㅠㅠㅠㅠㅠㅠ 앙대여 저깟게 뭐라고ㅠㅠㅠㅠㅠ 그래도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성종아 그대를 업고 달려랗!!!!!! 울면서 달려랗!!!!!!!
12년 전
삭제한 댓글
아 성종이..내가 앓다죽을 성종아 ㅠㅠㅠㅠ나에게도 그 아름다운 미성으로 좋아한다고해줘 ㅜ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으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왤케 다들 성종이 앓이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아름다운 미성... 핥......♥ 성종이는 사랑입니다, 아니아니, 종교입니다♥

12년 전
독자20
성종아.........
12년 전
밤비
성종아 보고잇숴...? 우리으 마으미 이론고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2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오늘 절 못재우게 하실려고 작정하신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밤비
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예옄ㅋㅋㅋㅋㅋㅋㅋㅋ 못 주무시게라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 밤은 잘 주무신 거 맞죠, 그대?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22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설레요 ㅠㅠㅠ 콜라 마시고 있는데 ㅠㅠㅠ 설레서 다 뿜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23
그대ㅠㅠㅠㅠㅠㅠ 나 내일 시험 치는 고쓰린데...2시부터 지금까지 이 글에서 못 헤어나오고 있어요 이 상태로는 이 글을 백쉰번쯤 읽고도 날이 밝지 않으면 그대가 쓴 모든 글을 미친 여자처럼 울면서 읽을 기세란 말이에요 고로 그대가 이 사태를 책임져요ㅠㅠㅠㅠ 는 무슨 그대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거하자? 어? 금손 여신 밤비느님 내거하자ㅠㅠㅠㅠㅠㅠ 내 삶의 한 줄기 빛과 소금 같은 사람...날 한순간이나마 유토피아에 데려다 놓다니......하.....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진정한 행복을 맛보았어요ㅠㅠㅠㅠㅠ 사랑해요 그대...비루한 내 사랑을 바칠게요 거부 그런 건 음슴!!! 앞으로 종종 댓글 달게요 라엔 두 글자 기억해준다면 그대가 이 시대의 진정한 천사s2
12년 전
독자24
+) 말 덧붙이려고 댓글 수정하다 두 번이나 날려먹고 빡쳐서 이 뭐....때려칠까 땀땀 하다가 글 복습하고 다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어요...s2 각 멤버마다 있는 브금이 적절하다 못 해 신의 한 수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랜덤.....☆★ 그대라 그런가 랜덤도 남달라ㅠㅠㅠㅠ
++) 조각으로라도 무언가 쓰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겨서 임시저장이라도 해둬야겠다 싶어 모바일로 인티 들어왔다 그대 글 보고 닥빙하느라 뭘 쓰고 싶었는지 까먹은게 함정이라면 함정...ㅋㅋㅋ
+++) 일곱 명 버전 모두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명수...♡ 밤마다 저렇게 집 앞 계단에 앉아있고 그러면 참 설렐듯...현실은...걍 밤길 조심^^;;;;;

12년 전
밤비
으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 자고 일어나니 이상하게 쪽지가 뙇!!! 뭔가 했더니 라멘 그대의 과하게 설레는 쪽지였군요... 댓글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모티였다뇨!!!ㅠㅠㅠㅠ 모티로 댓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텐데 이렇게 길게까지!!ㅠㅠㅠㅠ 라멘 그대 저 감동 빠방하게 먹이셨어요ㅠㅠ 헠헠 저는 이제 라멘 그대의 농노!ㅋㅋㅋ 안 그래도 제가 라멘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시고! 라멘킬러인 거 어떻게 아시고!ㅋㅋㅋ 그나저나 못 주무셔서 으쯔나요...ㅠㅠ 시험인데 컨디션이...ㅠㅠ 다 제 탓입니다ㅠㅠ 제 불찰이예요ㅠㅠ 라멘 그대는 나쁜 컨디션에도 굴하지 않고 시험 대박나시길! 모평도 대박나고 수능까지 대박나시길!!! 우리 같은 고쓰리끼리 힘내요 그대!!!!
12년 전
밤비
+) 엉엉... 암만봐도 그대 댓글 제 스타일 설레는 스타일...♥ 그니까 그대도 제 스타일... 은 소금소금할게요☞☜
실은 이런 망상글 10개는 더 써낼 수 있다는 게 함정... 심지어 우현이는 이미 두어 개 정돈 제 USB에 있다는 게 더 함정...☆★
명수 별 생각 없이 썼는데 반응이 폭ㅋ발ㅋ적ㅋ이라 놀랐어욬ㅋㅋㅋㅋ 근데 진심 망상하면서 읽어보니 두준두준 설리설리...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25
학교 와서 댓글 확인했는데 라...라멘...그래요 라'엔'이지만 그대가 라멘이라면 라멘인 것이죠!!!! 저야말로 밤비느님의 농노이니까요..★ 좋을대로 불러주세요 그대 '-^* usb....남우현 망상글....보....보고싶다....생각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을 아침부터 주체할수가 없어요 그대ㅠㅠㅠㅠ 이런 글을 열 개는 더 써낼 수 있다니ㅠㅠㅠㅠㅠㅠㅠ 그대가 진정한 금손...사랑합니다...s2
12년 전
밤비
헐 '엔'이었나요? 헐... 멘붕... 구차한 변먕을 좀 하자먼 제가 쓰는 폰트가 ㅁ과 ㅇ이 비슷해서...☆★ 라엔 그대 미안해요... 라엔라엔라엔!!!! 금손이라뇨... 똥손 잉여입니다... 라엔 그대! 텍파는 주말까지 꼭꼭 보내드릴게묘!!
12년 전
독자26
하찮은 제 닉 하나로 멘붕까지..ㅠㅠㅋㅋㅋ 그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요!! 라엔이든 라멘이든 그대가 기억만 해준다면야 무슨 상관이겠어요..s2 그리고 불찰이라뇨ㅠㅠㅠㅠㅠㅠ 어제 제게 꿈 같은 행복을 안겨주셔놓고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입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잘못이라며...ㅠㅠㅋ 어제 댓글을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밤비 그대도 고삼이군요!!!! 아침에 바빠서 막(...) 읽었더니 그걸 캐치를 못 했....그대의 내신과 수능 성적은 축복 받을거에요 god blessing you! 불교 신자라면 미...미안해요 그대 그냥 포괄적 의미로 받아들여줘요 ☞☜ 정작 쓴 사람은 무교지만...ㅋㅋㅋ텍파 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인다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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