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
제 12화_
헝클어진 미움 하나
열린과 가영이 먼저 술집에 앉아서 안주를 먹고있었을까, 지민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듯 눈치보며 들어오자
가영이 인상을 쓴채로 말한다. '쟤는 또 뭔 잘못을 했길래 저렇게 들어와?' 그 말에 열린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물을 마신다.
지민의 뒤로 익숙한 사람이 들어오자, 열린이는 물을 마시다 사레 들렀는지 기침을 하며 정국을 빤히 보았다.
"……."
"엄.. 그게.. 말이지?"
"……."
"다 같이! 친구들끼리 마시는 건데 뭐!"
눈치 보이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하하하! 큰 소리 내며 웃는 지민에 열린이 조금은 인상을 쓴채로 지민을 보았고.
가영은 이 상황이 재밌다는듯 정구과 열린을 번갈아보다 말했다.
"그래! 니네 헤어지고나서 처음으로 술자리에서 만나는 거 아니냐? 동창회는 제외."
"……"
"그래애! 어색한 것도 풀고 그래라! 우리 가운데서 뻘쭘하다.."
열린이의 맞은편에 앉은 정국이 열린을 바라보았고, 열린도 피하지않고 정국을 바라보았다.
뭔가 할말이 많은듯 정국이 열린을 부담스럽게 바라보면, 그제서야 뒤늦게 열린이 시선을 돌려 물을 다시금 마신다.
"우리 그때 생각 나? 수학여행 갔을 때.. 제주도에서 말 탔잖아? 그때 길열린 떨어져서 울고불고."
"그 일을 어떻게 잊냐? 길열린 표정 상상하면 웃겨 죽어.. 진짜."
열린이 그만 좀 놀려라.. 웃으며 말하자 지민이 일부러 약올리려 소리내어 웃었고, 열린이 손을 뻗어 지민을 때리려고하자
지민이 잔을 들고 '짠!'외친다. 지민 덕에 모두가 잔을 들고선 잔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열린이 웬일로 꺾어 마시지않고 원샷하자 지민과 가영이 오오- 하며 괜히 열린을 바라보고선 웃기 바빴고
예상치도못한 정국의 목소리에 모두가 정국을 바라보았다.
"네 애인은 뭐하는 사람인데."
"……."
열린이 아무 대답도 못한채 정국을 바라보자, 가영이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이제서야 열린이가 궁금하냐? 빨리도 물어본다."
"……."
"그래! 너네 둘다 새로운 애인도 생겼겠다! 서로 자랑 좀 해봐."
"미친 자식아 뭔 자랑이야."
"이야.. 분위기 띄워보려했다가 미친자식 소리나 듣고 내 팔자야.."
"뭐하고 사는데."
또 한 번의 정적이 흐른다. 처음보는 무심한 눈빛으로 안 어울리게 진지한 목소리를 한 정국의 모습이 처음이라, 당황한듯했다.
"그냥저냥 살지 뭐.."
"일은 안 해?"
"할 거야."
"할 곳은 있냐."
"찾아보면 수두룩 해."
"하다가 정 없으면.."
"내가 알아서 할거야. 그러니까 신경 좀 끄지~?"
열린이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을 하자, 정국은 아무 대답도 않았다.
둘의 대화가 왜 이리 낯선지.. 지민과 가영이 여전히 눈치를 보며 서로 눈만 마주치며 깜빡이다
다시금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 정국을 바라본다.
"남자가 잘해주냐."
"……."
"네가 좋대?"
열린이의 표정이 굳자, 지민은 상황파악을 하고선 급히 각자의 잔에 술을 따뤄준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잔을 채우고선 또 하늘높이 들며 짠! 외쳤고, 아무도 잔을 들지않자 지민이 정국의 팔을 잡고 흔들며 말한다.
"일단 술 좀 더 마시고 얘기 나눕죠! 예!? 에에에에이~ 각자 한병씩 마시고오오오~~"
"막 집 찾아오고 누나도 참 이상하다니까."
"내가 남이냐?"
"남이긴 하지."
"밥 좀 차려보거라."
현진이 소파에 드러눕고선 한숨을 쉬자 석진은 익숙한듯 현진이 좋아하는 라면을 서랍에서 꺼낸다.
현진이 '청양고추 듬뿍'하고선 티비를 틀었고, 석진이 냄비에 물을 부으며 말했다.
"결혼 날 다가오니까 한숨이 더 늘었다 누나?"
"원래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라던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누나가 돈이 좋아서 한다했으면서 왜 불쌍한 척이야?"
"확! 내가 못 된 사람이었다면.. 보험ㅅ.."
"그만, 그만."
"아직 말도 안 했어!"
"딱 봐도 이상한 소리 할 것 같아서 그래. 만나다가 마음에 안 들면 이혼 해. 요즘은 이혼은 별 거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근데 너는 언제 연애하냐? 결혼 할 나이잖아."
"애인 있는데?"
애인 있다는 말에 현진이 놀란듯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석진을 바라보았다. 석진은 무슨 일 있었냐는듯 라면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
"한달은 넘었지 만난지?"
"왜 나한테 말 안 해?"
"전화 해도 받지도 않았으면서. 서운해 할 생각 마라?"
"…와 김석진이 연애한다."
"근데.."
"뭐."
"고작 한달하고 조금 만났는데."
"……."
"결혼 얘기하면 부담스럽겠지?"
"……"
"……."
"푸흡.."
"……?"
"너 설마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냐? 쫘식 진짜.."
얄밉게도 배까지 잡고 웃는 현진에 석진이 또 익숙한듯 고개를 저으며 라면을 냄비 물에 넣는다.
뭐가 그리 웃긴지 쉬지도않고 끅끅 웃던 현진이 석진에게 다가가더니 한참 큰 석진의 등을 세게 치며 말한다.
"다 컸는데?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생기고.. 너 원래 결혼 안 하고, 연애만 하다 죽자.. 했던 놈이잖아?"
"그 말을 믿어? 이 얼굴 아까워서 어떻게 연애만 하냐? 2세는 보고 죽어야지."
"아.. 진짜 미친놈.. 너 때문에 내가 웃다가 살빠지겠다 야."
"실컷 웃으세요~"
"그 여자 어디가 좋아? 예뻐? 어디 사는데? 뭐하는 사람이야? 아, 이왕 만나는 거 예뻤음 좋겠다. 나 예쁜 거 좋아하잖엉."
"누나보다 훨씬 예뻐."
"요오오오오오오~~!"
"정말.."
"사진 없어? 같이 찍은 사진이라던가~ 뭐 뽀뽀하는 사진이라덩가~ 없냐아? 보여주라? 엉?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서 결혼까지 하고 싶은데~?"
"저리 가."
현진이 야 임마! 소리치며 석진을 장난스레 밀어내자, 석진이 뒷걸음질을 치다가도 다시금 웃어보였다.
나 좋다고 따라다닌 게 엊그제같은데.. 현진의 말에 석진은 어깨를 으쓱인다.
라면을 먹고있는 현진의 맞은편에 앉은 석진은 핸드폰을 한참을 만지작거렸고, 현진이 라면을 먹다말고 석진을 힐끔 보았다.
"핸드폰이라곤 잘 보지도 않는놈이.. 하지도않던 짓을 하네?"
"그러게."
"……"
"나 이 사람 만나고 하지도않던 짓을 그렇게 하네."
벌써 취한 가영과 취해가는 지민이 서로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있다.
다들 그때 생각에 푹 빠진듯 한명도 빠짐없이 작게 웃고있었다.
"그 왜? 다같이 땡땡이 치다가 학주한테 걸려서 다같이 벌 섰잖아?"
몇년 전 그들의 회상이 떠오른다. 다같이 뭔 꿍꿍이가 생겼는지 쉬는시간에 몰래 교실에서 빠져나왔고
정국이 열린이의 손을 덥썩 잡고선 먼저 앞장 서 걷자, 가영과 지민도 둘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제일 먼저 지민이 담을 넘는다. 뭔 할말이 많은지 자꾸만 너무 높다며 찡얼 거리던 지민이 한 번에 성공하자 괜히 뿌듯한지 웃는다.
'너무 쉽잖아?'
빨리 가라? 가영의 말에 지민이 겨우 바닥에 발을 디뎠다. 체육바지를 입은 가영이 알아서 익숙한듯 담을 넘었고
지민은 '오 사내자쉭!'하면 가영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린다.
갑자기 정국이 쭈그리고 앉아서는 자신의 등을 보였고, 열린이는 뭐냐는듯 고개를 갸웃한다.
'나 밟고 올라가.'
'널 어떻게 밟고 올라가?'
'뭐 어때. 자, 밟아.'
만난지 얼마 되지않은 둘은 아직 서먹했고, 정국을 밟지 못하겠는지 열린이 가만히 서서 정국을 내려다보자
담 너머로 '얼른 와!' 지민의 목소리에 열린이 손사레를 치며 말한다.
'안 되겠다.. 나 뒷문으로 돌아서 나갈게!'
'…….'
'어어..어? 뭐해!'
정국이 열린을 번쩍 들자, 열린이 급히 닿는대로 담 위로 다리를 올린다.
혹시라도 치마 안이 보일까 정국이 고갤 돌려 눈을 질끈 감았고, 열린이 넘어간 걸 확인 한 정국이 따라 뒤늦게 담을 넘는다.
담을 다 넘자마자 다같이 웃으며 자리를 뜨려고 했을까.
'야! 너희!!'
학주 목소리에 다들 놀래서는 토끼눈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국이 '뛰어!' 소리를 내면, 거짓말처럼 짜기라도한듯 다같이 뛰기 시작한다.
장면이 넘어가고, 넷이서 사이 참 좋게 복도에 서서 책상을 들고있는 모습이 참 웃기다.
지나가는 학생들 마저 이들이 웃긴지 다들 웃으며 지나갔고, 가영과 지민은 창피한지 고개를 숙인채 얼굴이 빨개진다.
정국도 민망한지 고개를 숙이다가도, 뭐가 웃긴지 열린이 웃고있자
얼굴이 빨개져서는 열린을 힐끔 본다.
'…….'
'니들은 이 상황이 그렇게 좋냐? 둘다 실실 웃고있네..'
가영의 말에 이상하게도 다같이 소리내어 웃어보인다.
"그때.. 학주한테 문가영 잡히는 바람에 다같이 또 의리 쩔어서는 잡혀준 거 아니냐?"
"거.. 인정한다... 미안하네.."
가영이 취해서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았고, 지민이 어우야! 안 아파? 하며 손을 뻗다가도 곧 지민도 헤롱헤롱한지 멈춰서서는
검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자신의 눈 앞에 흔들어보인다.
"난 이게 한개로 보인다. 나 안 취했다."
"그래, 너 안 취했어."
"열린이 너는 왜 이렇게 멀쩡하냐?"
"나 취했는데?"
"어히구야... 아, 나 가영이 데리고 바람 좀 쐬고 올게."
"어? 지민아!"
지민이 대충 정국과 열린 눈치를 보며 가영을 끌고 밖으로 나갔고, 열린이는 괜히 따라나갔다간 피한다고 생각할까
뻘쭘히 앉아서는 빈잔을 내려다본다. 정국이 열린이의 잔을 채워주고선 그 다음으론 자신의 잔을 채웠다.
열린이 아무 말도 않고선 잔을 들고 마시려고하자, 정국이 입을 열었다.
"괜찮냐?"
"뭐가?"
"한병을 넘게 마시고도 멀쩡하네."
"이상하게도."
"……."
"네 여자친구는 어때? 예뻐?"
"…글쎄."
"글쎄는 뭔 글쎄야? 네 눈에 예쁜 거면, 예쁜 거지!"
"……."
말 없이 잔을 비우는 정국에 열린도 속도를 맞추려 아무렇게나 원샷을 한다.
열린이에게 할말이 있는지 정국이 고갤 들어 열린을 바라보았고, 열린이는 왜 쟤가 저렇게 쳐다보는 건지 의문을 품은채 눈만 깜빡인다.
"길열린."
"어."
"너 예전에."
"……."
"……."
"예전에?"
"…아니야."
겨우 말을 건냈는데.. 결국 끝까지 말을 하지 못한다. 서로 아무 말도 없이 또 그렇게 멀뚱히 앉아만 있었을까.
열린이 술을 따뤄주려고하자, 정국이 술병을 빼앗아 자신이 잔을 채워준다.
항상 여자가 술잔 채워주는 건 보기에 별로라며 자신이 따뤄주더니.. 여전하네 한달이 지나도.
"전정국."
"어."
"이제와서 말하는데."
"……."
"우리 벌써 헤어진지 한달 됐어. 누군가에겐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만.. 나한텐 꽤 길었어."
"……."
"우리 이렇게 어색한 것도.. 애들이 우리 때문에 눈치 보는 것도.. 난 나 때문에 불편해 하는 건 질색이라."
"……."
"우리 이제부터.. 오늘부터! 친구로 지내자. 그냥 말로만 친구 말고.. 정말 진정한 친구.. 힘들 때 얘기도 들어주고,
민망한 모습 보여도 보듬어주고, 감싸주고 그런."
"……."
"너도 만나는 사람 있고, 나도 만나는 사람이 있으니까, 하는 소리야."
"……."
"거진 10년을 만나면서 서로 단점도, 장점도 다 아니까. 더 서로에 대해서 잘 아니까.
이제 연인이 아닌 친구로서 대해주고 충고도 해주는 사이가 됐음 좋겠네."
"……."
"나는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다네.. 계산은 내가 하고 나갈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보자!
다음에 만날 때는! 지금보다 더 편해졌음 좋겠는데."
열린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을 하고 나갈 때까지 정국은 열린을 붙잡지 못한다.
열린이의 말이 기가찬지 정국이 흘러넘칠듯 술이 채워져있는 술잔을 내려다보며 작게 웃는다.
석진씨가 데리러 온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겨우 집 앞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야 석진씨에게 전화를 해야겠단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에게 전화를 건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벌써부터 웃음이 흘러나온다.
"전화 왜 이렇게 빨리 받아요?"
- 마침 열린씨 생각나서 연락 하려던 참이었어요.
"텔레파시? 뭐하고 있었어요?"
- 이제 씻고 나와서.. 음..진짜로 열린씨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석진씨이.."
- 네에.
"저 오늘 너무 힘들어요."
- 무슨 일 있었어요?
"……."
- 어디예요? 제가 갈게요.
"……."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에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이유도..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술을 마셔서.. 열이 올라서 그런 거라 생각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민과 가영이 한참 지나도 들어오지않자, 정국이 술집 밖으로 나왔을까..
가영은 어디가고 전봇대를 끌어안고있는 지민에 정국이 지민의 후드티 모자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문가영은 어디다 두고 혼자 있어?"
"집 간다동데?"
"술이나 더 마실랬더니.. 너도 갔냐.."
"나.. 갔다... 헤롱헤롱 해애애애~"
가영이 비틀거리며 한참을 걸었을까, 토가 나올 것 같은지 금방 가로등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한참을 있는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엉엉 울다가 또 미친 사람마냥 또 웃으며 걷는 가영에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쳐다본다.
또 얼마나 걸었을까..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진 가영이 하아아아! 하며 소리를 지르자, 부딪힌 사람이 가영을 이상하게 내려다본다.
"뭐예요오!!! 진짜! 아파 죽겠네!!!!!!!!"
="괜찮아요?"
"괜찮으면 내가 앉아있겠어요!!"
"소리 지르는 거 보니까 멀쩡한데."
"어라...."
"……."
"어!! 그 재수없는 양반!!! 야이씨!!"
가영이 야이씨! 소리치며 윤기를 때리려는듯 벌떡 일어나려고 하다가 또 넘어지고만다.
짧은 치마 덕에 다 까진 다리에 윤기가 대충 가영의 손목을 잡고선 일으키며 말한다.
"술 마셨어요?"
"그래! 어쩌래!"
"어쩌래는 또 어디말이래. 술 마셨으면 집이나 가요."
"집 가고 있는데! 그쪽이 날 가로막았잖아!"
"추운 날에 멋부리겠다고 짧은치마 입긴.. 얼어 죽겠구만."
"뭐어? 이 새끼가아!! 야아!! 너 진짜! 몇살이야! 화아악!!"
"……."
"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 집 딸인지 네가 모르는구나? 우리 아!!빠! 검사야.. 어렸을 때부터! 한~번도 욕 한!!번도 안 듣고 살아왔다구우!
사고싶은 거 있으면 무조!건 사고! 엉!?"
옆에 지나가던 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으려고하자, 윤기가 학생들에게 말한다.
"찍지 마세요."
"네.."
가영이 또 토가 나올 것 같은지 쭈그리고 앉아서는 '등등등!'하자, 윤기도 얼떨결에 무릎을 굽히고선 가영의 등을 토닥여준다.
토를 다 했는지 가영이 일어나려고 하다가 그만 쓰레기 더미에 자빠져버렸고, 윤기가 잡으려다가 놓쳐버려서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뿔싸.. 겨우 손을 치워 가영을 보았을 땐...
"……."
"이 상황에 잠이 와? 그것도.."
저 쓰레기 더미를 침대로 삼고?
"오늘 여기서 자도 되지?"
"자고 가."
"요즘 우리 정국이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무 일도 없지."
"아닌데.. 너 나한테 뭐 숨기고있는데."
"아니야."
희연이 정국에게 뽀뽀를 해주려고하자, 정국이 아무 표정도 없이 허공만 보았다.
희연은 정국이 술을 마시고 오니 더 기분이 안 좋아보인단 생각에 뒷걸음질을 치며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지민이랑 싸운 건 아니지?"
"내가 걔랑 싸울 일이 있나?"
"그러니까.. 말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피곤하다.. 들어가서 자자."
"응.."
정국이 씻으러 욕실로 들어서자, 희연은 괜히 찝찝한지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다른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같은 침대에 누워 열린이 석진을 끌어안은채 그렇게 한참을 있는다. 석진은 열린이 무슨 일이 있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않고, 열린이 말해줄 때까지 기다린다.
"그거 알아요?"
"…뭐요?"
"나 열린씨한테 첫눈에 반한 거 맞는데.. 열린씨 우는 모습에 진짜 더 뿅간 거."
"…치."
"아, 이 여자.. 우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다른 남자들이 울려서 더 반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져야겠다.
그래서.. 우는 모습도 꾹꾹 아껴뒀다가 겨우겨우 한 번 보자."
"……."
"내가 울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좀 그러네요."
석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은 열린 덕에 석진의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아오른다.
혹시라도 얼굴이 빨개진 걸 들키게될까.. 열린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 석진이 눈을 감는다.
자다가 눈을 뜬 희연은.. 옆에 정국이 없다는 걸 알고선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주위를 둘러본다.
'정국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정국에 희연이 침대에서 내려와 집안을 다 확인한다.
신발장에 없는 정국의 신발에.. 희연은 전화라도 해볼까 싶다가도 혼잣말을 한다.
"뭔 급한 사정이 있었으니까.. 말도 없이 간 거겠지."
방에 들어와 불을 킨 희연이 혹시라도 연락이라도 하고 간 걸까 싶어서 핸드폰을 확인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 바닥에,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들이 희연이 정리 좀 해줄겸 옷들을 갠다.
옷을 개서는 장롱에 넣으려, 장롱을 열었을까.. 또 널브러진 옷더미들을 꺼내어보다가 무언갈 발견하고서 눈이 커진다.
늦은 시간이었다. 새벽 한시가 되어서는 정국이 열린이의 아버지가 있는 병실 앞에서 서성인다.
작은 창문에 비치는 열린이의 아버지에 정국이 한참을 서있다.
"……."
한달.. 아니? 한달을 더 지나서 더 말라진 열린이의 아버지에 정국이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물어 뜯는다.
어머니까지 간이침대에서 주무시고계시자 정국이 말도없이 문을 천천히 소리나지않게 열어서는 열린이의 부모님이 좋아하는
과일들이 담긴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선 문을 천천히 닫는다.
그렇게 또 멈춰서서 뭔 생각을 하는듯 싶다가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작은 소리들에 눈을 뜬 열린이의 어머니는 급히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문 바로 앞 바닥에 놓여진 과일 바구니를 확인한다.
급하게 일어나 병실 문을 천천히 열어 나온 어머니는 저 멀리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정국의 뒷모습을 본다.
"…전ㅅ.."
붙잡으려 손을 뻗은 어머니는 끝까지 이름을 부르지도 못한채 손을 거뒀다.
정국이 엘레베이터에 타자마자, 자신의 모습을 볼까 급히 몸을 숨긴 어머니가 바닥에 놓인 과일을 보았다.
옷더미들 밑으로 깔려있던 한 번도 못봤던 액자에 희연이 입을 틀어막은채.. 액자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서로 사이좋게 웃으며 손을 잡고있는 열린과 정국의 사진이었다.
"……."
사진위로 써져있는 처음보는 글씨에 희연이 티나지않게 인상을 썼다.
'7년째 열애중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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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헤헤헤헤헤ㅔㅎ헤ㅔ 20분 더 기다리시느라 고생이 많으셔쪄용
스카이캐슬 보러 가야지!!
오늘부터 정주행 시작했어요 헤헤헤헤헤헹ㄴ헨헨헨헤네한ㅇ하ㅓㄴ아헣대ㅑㅓㅐㄷ램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