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할 일 생겼다. 카르엘. 스파이 좀 해라. "
"예?"
스파이 하라고, 반복하는 민혁의 말에 성재는 벙찐 듯 민혁을 쳐다보다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내저었다.
" 에이, 뭔 스파이에요. 애들 소꿉놀이도 아니고. "
" 위에서 내려온 지시야. "
" ...진짜? "
" 그럼 내가 거짓말하냐 임마. 걔네 요즘 움직임 심상치 않다고
특별히 조사하란다. 곁에서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자세히.
그게 스파이지 뭐냐, "
민혁은 특별히에 하나하나 힘을 주어 말했다. 성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였다.
" 근데 그걸 왜 내가 해야 되는데요? "
" 이새끼가 "
아아, 말로 하라니까 말로. 민혁이 손을 올리자 몸을 한껏 움츠린 성재는
그걸 왜 제가 해야 됩니까 대장님? 하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민혁에게 물었다.
딱, 결국 민혁에게 머리를 쥐어박힌 성재는 머리를 문지르며 불평했다.
" 아 왜 때려요!! "
" 그럼 내가 가냐 이자식아. 제일 빠릿빠릿하고 젊은 놈이 가야지. "
" 하긴 대장님이 가면 하루도 안돼서 들키겠네 "
" 뭐? "
다시 올라오는 민혁의 손에 성재는 황급히 민혁의 손을 저지했다.
아이 참, 우리 대장님 ,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성재는 외투와 가방을 집어들었다.
" 너 다음주부터다 "
" 아 싫어요, 안해요 "
" 뱀파이어 애들 예쁘대. "
"...진짜? "
" 진짜 "
진짜...?하며 민혁을 향해 성재는 씩 웃어보였고 민혁은
그런 성재에게 진짜. 한글자씩 강조하며 말했다.
어! 저거봐요! 성재는 갑자기 시계를 가리키며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민혁 역시 갑자기 소리지르는 성재에 놀라
시계를 쳐다보았다.
" 벌써 6시네! 출근도 정시에 했으니까 퇴근도 정시에! 칼퇴근!
저 퇴근합니다!! 경례!! "
" 야!!! "
벌써 여섯시네!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성재는 민혁에게 손을 찡긋하곤
사무실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 너 다음주부터 잠입이야!!!! "
그리고 전 남자 좋아해요!! 소리치며 뛰쳐나가는 성재의 뒷모습을 향해 민혁은
아우, 저 자식 저거. 하며 성을 냈다.
저 놈 저래가지고 잘 할 수 있으려나.
성재가 나간 문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민혁이다.
" 아오, 뭔 스파이는 스파이야. 그걸 개나소나 다 하나. "
성재는 투덜대며 도어락 번호를 눌렀다.
띵-하는 짧은 기계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성재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 자기야, 나 왔지롱 "
성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집안 곳곳을
둘러본다.
" 왔어? "
" 아이고, 우리 예쁜 자기. "
" ...숨막혀 "
일훈이 방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오자
성재는 감출 수 없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일훈을 세게 끌어안았다.
" 오늘 잘했어? "
" 하... "
잘했냐고 묻는 일훈의 말에, 일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성재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자기야...낮은 목소리로 일훈을 부르는 성재의 목소리에
덩달아 일훈 역시 불안해져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하며 거듭 묻는다.
" 자기야..."
" 왜 그래. 말 해봐 "
" 나보고..."
" 응 "
" 스파이하래 "
" 뭐? "
스파이하래 나보고...라며 찡찡대는 성재에 일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는거야, 자세히 좀 말해봐. 라며 재촉했다.
" 카르엘에 잠입하래..."
" ...카르엘? "
응, 카르엘. 성재는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의 일훈을 끌어안았다.
짜증나...다시 일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그런 성재를 일훈은 괜찮아, 너무 걱정마. 하며 토닥여주었고
아아 몰라, 성재는 그런 일훈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 나 그래서...다음 주 부터 장기간 출장인데. "
" 근데 "
" 집에 못 들어오는데 "
" 그래서 "
" 우리 자기 못 보는데 "
"..."
" 가기 전에 한 판? "
콜? 성재는 음흉하게 웃으며 일훈을 바라보았다.
에라이 이놈아, 머리 속에 그 생각 밖에 없지.
일훈은 성재를 째려보며 성재를 떼어내려 낑낑댔다.
" 아이, 우리 자기. 왜 이렇게 튕길까. "
" 아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