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동안 황미영은 급속히 말이 줄었다.아까의 질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진지 오래다.1층입니다.이 소리가 나자마자 황미영은 황급히 내리더니 숨을 골랐다.“어디 아파요?”아 역시 나는 연기를 못한다.너무 걱정하는걸 티낸것같다.“그게..엘리베이터타면 좀그래 무섭고..”의외로 황미영의 반응이괜찮다.오히려 자기가 엘리베이터를 무서워했다는게 민망한것같다.귀엽다.움찔거리는 입꼬리를 겨우 내리고 아.하고 탄성을 내뱉어준뒤 다행이네요.하고 발연기를 해주자,황미영이 씨익 토토로같은 웃음을 짓는다.괜히 토토로가 좋아질것같다.“너 엄청 다정한아이구나.친하지도 않은데 챙겨주고”내 칭찬을 한다.오늘 난 매우 계탔다.마음속으로 쾌재를 외치는중인데“으아..어떡해..늦었다..”눈썹을 축늘어뜨리더니 달릴준비를한다.“왜그러세요?”“나 대학생이잖아.20분후면 강의시작이야..미안하지만 먼저 뛰어가볼게”신발끈을 질끈묶더니 금새 아파트울타리밖으로 뛰어간다.지각의 힘을 위대하다는걸 새삼 다시 느낀다.근데 빨간머리가 다시 뒷걸음을 친다.황미영이 얼굴을 빼꼼 들이밀고 손을 흔들더니“조심해서 가”이 한마디를 하고 다시뛰어간다.저 여자는 정말 어떻게 표현할수가 없다.오는 길을 거의 황미영의생각에 가득차 학교에 도착하자,당연하다는듯 윤지가 내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있다.그리고 항상 똑같은웃음과 똑같은 인삿말“안녕 호원아”하고 말한다.아.이제야 명백히 알게되었다.어제의 윤지를 볼때와 오늘의 윤지를 보는느낌이 다르다는걸그렇다고 윤지가 매력이없어진것아니다. 분명 윤지는 예쁘다.나랑 사귀기전에도 인기가많았고,나랑 사귀고있는 지금도 많다.심지어 어떻게해야 남에게 자신이 사랑스러워보이는지 아는 매력적인 여자애다.윤지를 보는 마음이 편치않다.아무말없이 굳어있는 나를 걱정스러운듯 쳐다보는 윤지를 보니한층 기분이 가라앉는다.애써 웃어보이자 금새 쫑알거린다.참새는 귀엽지만 시끄럽다.그게 내눈에 비치는 윤지의 모습이였다.경청하는척하며 끄덕거리자 별반응이없다.잘듣고 있다고 생각하나보다.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이자윤지한테 고백을 받을때의 내모습이 생각난다.나에게 고백할때 윤지는 상당히 저돌적이었다.길가던 나를 잡더니 귀에꽂힌 이어폰을 뺏더니 바로 사귀자고 말하는거다.나는 그때당시만해도 여자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내가 무성애자인줄알았다.기겁하지마라.나도 그런 고민을 한다.“..그래”솔직히 윤지가 좋아서 사귄건아니다.성정체성의 확립을 도와줄 동기가 필요했는데 하필 그게 윤지였을뿐이다.하지만 이미 그 대상은 바뀌어버렸다.더이상 시간을 끌수는 없다.질질 끌면 힘들뿐이다.“...우리 헤어질까?”나는 애매모호한 질문을 던졌고윤지는 처음과 다르게 힘없이“그러자”하고 수긍을했다.아직도 윤지한테 그것이좀미안하다.내친구놈들이 날죽이려했지만,왜헤어진건지는 말하지않았다.친구놈들은 시간이지나면 말을 안꺼낼걸아니까라는 자신감때문이였을거다.내가 찼지만 차인듯한 먹먹한 기분에 물먹은 솜마냥 축축쳐져서 집에 돌아오는길 나는 금새 햇살에 말린이불처럼 보송보송해졌다.당연히 계기는 황미영이다.술에취한건지 비틀비틀거리다 묶여진 강아지한테가서 멍멍짖는소리를 따라하지않나 아주원맨쇼를 한다.참다못해 웃음이터지자,황미영은 내쪽을 떡하니 쳐다보더니 갑자기 똑바른 걸음으로 걸어온다.척척 군인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이호원이다!옆집사는 이호원!!”헤실헤실웃으며 삿대질을 하더니 뒤로 자빠지려한다.놀라서 잡고보니 이미 졸고있다.이여자.술버릇이 심하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