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범 내 연인은 청순하다 지훈은 생긴 것과 영 안 어울리게 귀여운 걸 존나 좋아했다. 그 예로 지훈이 키 작은 사람만 보면 답싹답싹 끌어안는 것도 포함됐다. 그 키 작은 사람의 범주에 민혁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아주 짜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 짜증내는 것이 민혁 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민혁에겐 스트레스였다. 왜 표지훈이 자길 끌어안는데 우지호가 더 화를 내는 건지 1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핫핑크 색 티셔츠를 입고 간 날에는 눈을 이만큼 크게 뜨고 달려드는 지훈 덕에 민혁은 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게다가 그 티셔츠가 아끼는 옷 탑 쓰리에 든다는 것도 문제였다. 제발 그 옷 좀 자주 입으라는 지훈과 절대 입지 말라는 지호 사이에서 고민하던 민혁은 결국 지호에게서 똑같은 디자인에 색상만 다른 티셔츠 한 벌을 선물 받았다. 이런 식으로 지호가 민혁의 일에 간섭한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이었다는 것도 민혁에겐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에게 고나리질을 받는 것은 별로일 뿐더러 그게 연하라는 건 더 별로였다. 차라리 재효와 썸을 타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유라 함은 연하는 귀찮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지호가 작업할 때 멋지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작업할 때 한정이라는 것이었다. 그 문장은 마치 재효가 셀카 찍을 때 멋지다는 말이나 지훈이 핫핑크 앓이를 할 때 보기 싫다는 말처럼 일반적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고나리질이 마냥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 민혁이 술에 잔뜩 취해서 혼자 집에 가야 할 때 재효는 지호에게 전화를 했다. 민혁의 일이라면 작업을 하다가도 달려오는 지호 덕분에 편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민혁은 그런 지호의 신속함에 감사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술을 마셨을 때 한정이었다. 민혁의 집으로 가는 동안 민혁은 굉장히 깜찍하게 굴었지만 다음 날 아침엔 달랐다. 지호가 숙취에 시달리는 민혁을 위해 이것저것 사다 줘 봤자 몸이 안 좋다며 옷을 홀랑 갈아입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나중에는 지호도 포기하고 대충 꿀물 한 잔 정도만 민혁에게 가져다 바쳤다. 이런 관계가 형성된 건 민혁이 지호를 꽤 귀엽게 여기던 때 쯤 시작됐다. 지호야, 나 오늘 술 마실 건데 혹시 모르니까 취하면 네가 좀 데려가 줘! 주소는 이렇고 같이 가는 유권이랑 태일이 번호는 저렇고 장소는 여기고 시간은 몇 시고……. 평소 가공할 주량을 갖고 있던 민혁은 남에게 이런 부탁을 자주 했다. 특히 왠지 더 한가해 보이는 경이나 재효가 그 부탁의 피해 대상이었다. 그 날 저녁 지호는 조금 당황했다. ㅁㄴㅇㄹ로 시작된 외계어부터 처음 보는, 민혁의 빨리 데리러 오라는 애교 섞인 문자 덕분에 이게 제 휴대폰이 맞나 의심까지 할 뻔 했다. 간신히 생각을 정리한 지호가 이래서 저런 부탁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한 후에 민혁을 데리러 가기 위해 작업실에서 나왔다. 지호가 술이 약하면 자주 마시질 않으면 되지 왜 자주 마셔서 지인들을 괴롭히나 생각하며 출발했던 것과는 달리, 민혁을 차에 태운 뒤로는 왜 술을 자주 마셔도 지인들이 가만히 있나 이해했다. 평소에 거의 보기 힘든 정도의 애교나 웃음ㅡ그것도 헤실헤실ㅡ을 선보이는 민혁이 낯설어 미칠 것 같았지만, 그것보다도 귀여워서 집에 소장해 두고 싶었다. 저런 술버릇이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 줘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 지호가 민혁에게 푹 빠진 것도 그 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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