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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뒤따라 나갔지만 성열은 보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렇게 크게 싸울 일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을 하다가도 어떻게 풀어야할까 막막하기만 했다. 딱 일주일 전엔 일이 귀찮고 힘들어도 항상 웃고 있었는데 요즘은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 쉬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옥상으로 올라와 성열에게 전활 걸었다.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컬러링을 가만히 듣다 이쯤 되면 받지 않겠다싶어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성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소 딱딱한 ‘여보세요.’에 잠깐 당황하다 끊는다는 말에 급하게 그를 잡았다. “성열아. 이따 저녁에 만나자.” [알았어, 바쁘니까 이만 끊을게.] 이 정도만 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바로 승낙해오는 성열에 내심 기분이 좋아져 통화 창도 꺼져버린 폰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성격답게 서로 ‘여보야♥’로 저장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성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이성열이랑 싸우기라도 했어?” “왜, 싸우기라도 하니까 좋아?” “좋긴. 나도 싸웠는데 화해했어.” 난간에 기대 밑을 내려다보던 우현을 쳐다보지도 않다 그의 마지막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다 떠오른 성열의 입가에 난 상처에 미간을 좁혔다. “아 그니까 일단 때린 건 미안하고, 너희 앞으로 잘 만나라고. 난 깨끗하게 물러날 테니까.” 우현은 뒷머릴 긁적이다 그간 유치하게 굴었던 것도 사과하며 먼저 자리를 떴다. 싸운 이유 물어보려고 했는데. 주먹다짐 할 정도로 꽤 심각했나. 아님 그 사이에 내가 있었나. 이젠 성열과의 화해 방법을 찾기보단 성열과 우현의 일에 정신이 빠져 하마터면 점심시간인 걸 완전히 잊어버릴 뻔 했다. ** 약속한 곳은 성열의 회사 앞이 아니었다. 무슨 생각인지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의 회사 앞으로 움직였고, 막 성열에게 앞으로 나오라는 문자를 보낸 뒤였다. 그러고 보니, 난 그의 직장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내가 말할 틈도 없이 풀어놓는 걸 그는 가만히 들어주기만 했으니까. “성열아!” “여긴 왜 왔어.” “그냥.. 너 빨리 보고 싶어서.” 여전히 살짝 굳은 표정을 풀지 않고 내 머릴 정리해주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면 그래도 오늘 안에 다 풀 수 있겠다 싶어 얼른 그를 뒤따라갔다. 그래도 내게 걸음을 맞춰주듯 천천히 걷는 성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 뒤돌아봤다. 가만히 눈치 보며 뒤따라가던 내가 맘에 들지 않은 듯 표정을 구겼다 대뜸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잡아 버린 손을 보고 날 한번 보던 성열이 그대로 날 이끌었다. 평소엔 마냥 어린 아이 같은 얼굴이 이럴 때 보면 무섭긴 무서워. “열아. 화 풀렸지?” “다시 한 번 더 말해봐.” “응? 성열아?” “그거 말고. 열이라고 다시 해봐.” 무게 잡던 그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내 앞엔 두 눈을 크게 뜨고 얼른 다시 말해보라며 재촉하는 성열만 보였다. 여기서 웃을 타이밍은 아니지만 표정이 너무나 간절해 보여 고갤 숙여 웃어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귀여워서. 그러다가도 내가 그렇게 표현을 안 했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 저거 사줘, 열아.” 때마침 눈에 들어온 목걸이를 손짓하며 가리켰고, 따라 고개 돌린 성열이 어이없다는 듯 날 쳐다봤다. 길가에 흔히 파는 목걸이였지만 그 순간 왜 그렇게 예뻐 보였을까. “다음에 사줄 테니까 집에 가자, 데려다 줄게.” “바빠?” “다시 회사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내일 주말이니까 하루 종일 만나줄게.” “내가 만나주는 거지, 알았어.” 집으로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어색함이 아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회사 주차장에 두고 온 차 대신 우리가 택한 건 버스였다. 뭔가 풋풋한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비교적 한산한 버스 안도 마음에 들었고,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아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 ** 시계를 확인 하자마자 잠이 확 달아났다. 성열과 약속 시간은 앞으로 3시간 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나름 신경 써서 화장도 하고 머리도 하고, 약속 장소까지 가는 시간까지 더하면 아슬아슬했다. 얼마 전, 친구와 놀다 샀던 원피스를 꺼내 입고 머리도 단정히 빗고 밖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확인했다. 신경 쓴 만큼 달라 보이는 모습이 뿌듯해 시간을 확인하며 밖으로 나왔다. 오늘 그를 만나면 평소보다 더 밝게, 나름 애교 있게 인사 해야겠다 다짐하며 버스에 올랐다. 잘 가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았다. 그냥 간만에 어디 놀러가자고 할 걸 그랬나. 요즘 나보다 더 바빠 보이는 성열에 그냥 멀리 가지 말자고 했는데. 오지도 않는 문자에 계속 폰만 들여다 보다 버스에서 내렸다. 이제 저기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는데. 이상하게 차가 막혀 답답해 보이는 도로에 얼굴을 찌푸렸다. 건너편으로 갈 수는 있으려나, 지하철역으로 내려가야 하나. 일단 횡단보도 앞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걸음을 옮겼다. “남우현? 갑자기 무슨 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성열이랑 약속 있는데? 아, 신호 바뀐다. 이따 다시 연락할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은 우현이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빨리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늦으면 또 잔소리 할게 뻔한데. 폰을 다시 가방에 넣고 달렸다. 기껏 머리 했더니 이게 뭐야. 아직 남은 신호 시간에 안심하며 막 건너려던 참에 걸음을 멈췄다. 굳이 뛰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성열아...” 사람들 틈으로 쓰러진 사람을 보려 애쓰다 몸에 힘이 빠졌다. 사고가 꽤 심하게 났는지 피를 많이 흘렸고 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며 주윌 감싸고 있었다. 순간 스쳐지나가는 우현의 목소리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멍하니 사람들을 밀쳐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길에 쓰러진 성열이 보였다. “성열아...” 들리지 않을 성열의 목소리를 떠올리려 애썼다. 내가 더 빨리 올걸. 그냥 차라리 어디 놀러가자고 할걸.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차마 성열의 몸 하나 만질 수 없었고, 그저 울기만 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가만히 눈을 감은 성열을 쳐다보기만 했다.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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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ㅏㅠㅠㅠㅠㅠㅠ여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럼프? 이게 맞나봐요.. 진짜 잘 안 써지고.. 이거 이제 거의 끝인데
다음엔 어떡하죠?? ㅠㅠㅠㅠ 빙의를 써야하나 픽에 도전 해봐야하나..
소재야 뭐 그렇다 쳐도 글이 잘 안 써져서 큰일ㅠㅠ 이런 덩손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매번 하는 말이지만 진짜 진심이라.. 이번편 맘에 안 들지만 일단 썼으니까 올리는데..아...
난 역시 얘기가 길어지면 이렇게 되나..
암호닉♥
도끼
텐더
SZ
해프닝
롤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