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의 눈에, 크리스는 아주 좋은 선배였다. 후배들이 술이나 밥을 사달라고 해도 군말없이 사 주었고, 누군가에게 짜증내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들끓었고, 그는 아주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종대는 그냥 그의 많은 후배 중 하나, 그 정도였다. 어쩌면 그는 종대를 귀찮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매일 카톡 메세지를 보내고, 술자리도 몇 번 같이 할 정도로 엄청나게 들이대니까.
종대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크리스가 그어 놓은 선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인기가 많은 만큼 그는 사람을 보는 눈이 철저했다. 제 사람이 아니라면 딱 선을 그어놓고 행동했다. 그의 눈에, 종대는 아마 인기 많고 능력 좋은 선배 곁에 거머리처럼 붙어서 대학 생활을 잘 해 보려는 후배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겠지. 종대는 삼십분 째 대답이 없는 크리스와의 대화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명 메세지는 읽었다고 되어 있는데, 대답은 훨씬 뒤에, 그것도 짧게 돌아오곤 했다.
종대는 당연히 크리스가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였다. 크리스와 가진 몇 번의 술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려 그것을 해명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크리스에게 고백과도 같은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종대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일찍 깨달았고,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금방 자신의 취향을 인정하고 적응했다. 하지만 종대는 절대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제가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종대는 바라보는 사랑만 하고 있었다.
크리스를 몰래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이때까지 종대가 좋아해 왔던 다른 남자아이들의 경우보다 더 힘들었다. 항상 인기가 많았고, 종대가 보기에도 너무 잘난 사람이었으니까. 조금 덜 잘난 사람을 좋아할 순 없는 거냐며 자신을 자책할 때도 있었지만 크리스를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미안해 오늘은 너무 바쁘다 오후 4:34
-혼자 있다고 밥 안 먹지 말고 오후 4:34
-밥 잘 챙겨 먹고 오후 4:35
-알았지? 오후 4:35
아, 오늘도 안 되나. 종대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제가 졸라서 2주일에 한번은 꼭 같이 밥을 먹곤 했는데. 요새 많이 바쁜지 번번히 거절당했다. 그 성격 어디 안 가는지 거절하면서도 종대를 걱정하는 듯한 말투다. 종대는 답장을 하지 않고 폰을 껐다. 이런 사소한 것에 설레는 제가 정말 바보같았다.
죄송합니다 ㅠ_ㅠ 아팠어요.
글도 요새 잘 안 써지고...
하편으로 빨리 돌아올게요. 내용은 다 짜놓은 상태인데 손이 안 따라주네요ㅠㅠㅠ
전 왜 이렇게 진부한 소재가 좋죠... 엉엉
짧아서 죄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