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그랬듯 굵은 글씨로 표시된 부분은 과거임으로 유의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결혼해"
"푸읍"
"할 짓이 그래 없나"
"둘이 연인이었어요?"
"왜들이래 오늘 만우절이야. ㅇㅇㅇ 말을 믿어? 또 또 박제형이랑 짜고 치는 ㄱ.. 둘이 사겼어?"
"..가족끼리 그라믄 안 되는,"
"애인이라니까!"
"애인이라니까!"
미쳤고만, 진짜 미쳤어. 어린 애 속이려고 단단히도 마음 먹었네. 어휴 윤도운 빨리 속았다 인정해라. 아주 그냥 둘이 살림 합치지? 아님 어디 나무엑터스 오디션이나 봐. 연기력 아깝지 않냐들. 둘이 그러는 게 뭐 한 두번인가. 원필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뭐 하나는 할 때 됐..."
"미쳤구나"
"진짜 미쳤는갑네"
"..프로포즈야 아님 청첩장 뽑았어?"
"...아니 둘이 가족 아니었,"
가족 아니라고.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해. 결국 ㅇㅇ의 손바닥이 나갔다. 도운의 뒷통수를 찰지게 때려댔다. 그만, 그만해. 됐어 그만해. 야 ㅇㅇㅇ! 제형이 ㅇㅇ의 허리를 안았다. 그만, 옳지. 어 그래. 한 술 더 떠먹어 화를 삭히는 ㅇㅇ의 머리를 헝클이고 뺨에 내려 앉은 먼지를 떼어 주었다.
"아니 저게 안 믿잖아"
"넌 언제 믿었냐? 내가 결혼 하자고 했을 때"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또!"
"다 돌았네. 돌았어. 안 사귄다매!"
"야 김원필 니 입 딱 다물어 봐봐. 니 일주일 전에 내 보고 박제형 어쩌고.. 죽고 싶나 ㅇㅇㅇ"
"..나는, 난 간다. 난 모른다"
영현이 가방을 끌어 안고 일어났다.
"어딜"
"어딜 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제형과 ㅇㅇ가 손에 다시 앉아야 했지만. 원필이 소주에 담긴 사이다를 원샷했다. 잔이 거센 소리와 함께 탁자 위로 흔들렸다.
그래서 둘이 언제부터 어? 그랬냐고. 여기서 딱 불어.
지금 창문을 열면
w. 랑데부
"기다려 줄 거지?"
그때 내가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안나.
1.
"너 우산 있어?"
"응"
"빌려줘"
제형이 고개를 저었다. 내 간을 빼가라. 한국어는 겁나 늘어가지고, ㅇㅇ는 제형의 가방 지퍼를 열었다. 제형의 긴 팔이 ㅇㅇ의 손을 꼭 쥐었다.
"싫어"
"돕고 살자 좀. 너 여기서 안 멀잖아"
"여자 기숙사는 바로 앞이야"
지 밖에 몰라. 넌 나 생각이나 하냐?
"또 싸운다. 또,"
"안 싸웠어!"
"안 싸웠어!"
"그래- 안 싸웠다. 하이고 안 싸웠네. 그래"
성진은 손사레를 치며 책상에 엎드렸다. 대체 저렇게 다퉈 무엇이 남는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다퉜다. 저정도면 좋아해서 만나는게 아니라 싸우려고 만나는 거지 아주. 그러니까 비밀 연애를 삼년씩이나 하기 편하지. 기어코 제형은 ㅇㅇ의 손에 들린 우산을 빼앗아 들었다. 가져가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해. 제형이 우산을 가방에 구겨 넣었다. 진짜 정 털리게 구네. 장난으로 넘어가면 어디가 덧나? ㅇㅇ는 제형의 낡은 가방을 발로 깠다. 힘없이 가방이 구석으로 날아가 박혔다.
"갈 거야"
"야"
똑바로 해두고 가.
"fuck you"
그대로 ㅇㅇ는 발을 쿵쾅대며 교실을 나가 버렸다. 유독 비가 오면 예민하게 굴었다. 비가 싫은 건지 비가 와 제형이 더 싫은 건지. ㅇㅇ는 거세게 내리치는 빗방울을 바라 보았다. 기숙사끼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 기세론 전부 젖어버릴게 뻔했다. ㅇㅇ는 손바닥 위로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닦아냈다. 여름도 아닌데 쏟아지는 비가 싫었다. 사월밖에 안 됐는데 무슨 비야, 꽃 다 떨어지게. 하얀 운동화가 신경 쓰였다. 어제 빨았는데, 씨.
"업혀"
"싫어"
"업, 야!"
가차없이 ㅇㅇ는 수그린 제형을 발로 밀었다. 정문에 그대로 엎어진 제형이 홱 돌아보았다. 째려보면 뭐 어쩔껀데. 당연히 욕부터 박을 줄 알았거니, 제형은 다시 ㅇㅇ의앞에 쭈그려 앉았다.
"허리 아퍼. 빨리"
데려다 줄 거면서 괜히 지랄이야.
ㅇㅇ는 제형의 넓은 등에 업혔다. 뛰어왔을까, 등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제형은 ㅇㅇ의 하얀 운동화를 벗겨 손가락에 걸었다. ㅇㅇ는 제형의 우산을 펴 들었다. 비가 내리면 제형은 꼭 순한 강아지가 되었다.
예민해지는 ㅇㅇ가 신경 쓰였을까. 휘적휘적 긴 다리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괜시리 신경질을 부린 것 같았다. ㅇㅇ는 제형의 머리칼을 손가락을 비비 꼬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죽어도 하기 싫은데. ㅇㅇ는 제형의 목을 꼭 끌어 안았다.
"들어가"
"..갈 거야?"
"이따 올게"
사감한테 걸리면 끽, 알지?
씨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ㅇㅇ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젖은 어깨를 털어내고 우산을 건넸다. ㅇㅇ는 우산을 받아 든 채 서 있었다. 제형은 ㅇㅇ를 내려다 보았다. 입술을 오물거리는게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제형은 어느정도 할 말을 예상했다. 섣불리 입술을 떼지 못하는 ㅇㅇ가 귀여웠다. 제형은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들어가 빨리"
"..야"
"응"
제형의 교복 자락을 쥐었다. 아씨 이야기 해야 하는데.
"...미, 아씨. ..ㅁ,"
"왜"
"..ㅁ, 미친놈아!"
이게 죽을라고 진짜.
날선 대답과는 달리 제형은 고개를 젖혀 웃었다. 하고 싶은 말 대신 어쩌면 마음의 소리였나. 제 입을 찰싹 찰싹 때려가는 ㅇㅇ를 제형이 끌어 안았다. 이대로 걸리면 죽어라맞던가 퇴실이었다. 하지만 제형은 ㅇㅇ가 터져버릴것처럼 꼭 안았다. 젖은 셔츠가 ㅇㅇ의 얼굴을 부볐다.
"전화 할게"
"야, 야! 야 박제형 너 우산!"
"너 쓰라고!"
미친듯이 퍼붓는 빗 속에서 제형이 외쳤다. 진짜 간다! 공격적으로 쏟아지지는 비를 맞으며 제형이 손을 흔들었다.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이는 하트엔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치켜 들었다. 일절만 해라 박제형.
*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됐냐고,
"야"
"응"
"사귀자"
"미친놈"
무드도 없이 대뜸. 그것도 만우절에. ㅇㅇ는 무심하게 제형을 올려다 보았다. 왜 아주 반지 가져와서 프로포즈를 하지. 이건 좀 약한데? 진심이라고 생각 해본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제형의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그 목소리에 넘어간 것만 셀 수 없었다.
"진짜야"
"장소 한 번 차암 잘 골랐다. 놀이터? 왜 소꿉놀이 하게?"
너랑 나랑? 말도 안 돼는 소리를 해. 어제도 선물 받는 거 봤거든?
제형은 빠지는게 없었다. 멀대 같이 키만 큰 것 같았지만 나름 사지가 멀쩡했고, 어 음. 아 펜싱부 부장이고, 나름 공부도 했다. 꼴뚜기 같이 생겼어도 보다보면 봐 줄만한 치킨리틀? 그정도는 됐다. 아, 그냥 사람이었다.
태어나 옆을 보니 제형이 있었다. 제형보다 이틀 먼저 뒤집었고 제형보다 먼저 걸음마를 뗐다. 놀이방도 같이 다녔고 여섯살 유치원 생일 파티에선 무려 ㅇㅇ가 제형에게 뽀뽀를 한 사진도 있었다. 초등학교 육년 중 사년은 같은 반이었다. ㅇㅇ가 오른다리, 제형이 왼다리인 것마냥 붙어다녔다. 한 명이라도 없으면 걷지 못할 것처럼. 어느 날 ㅇㅇ가 집에 홀로 남겨졌을때도 제형은 찾아왔다. 박제형.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미국 안 간다고 주저 앉아 울었다. 불어터진 짜장면도 못 먹고. 떠나기 전 날은 ㅇㅇ의 옆에서 꼭 붙어 잤다. 그렇게 지랄을 한 것치곤 빨리 돌아왔다.
"너는 내가 싫냐"
"싫고 좋을게 뭐 있어. 우리가 언제 그런 거 따졌어?"
그네에 앉아 흔들거리는 ㅇㅇ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며 제형이 물었다. 어쩌면 너무 가까운 사이가 진심을 망쳤을지도.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ㅇㅇ가 미웠나. 제형은 풀어지지 않게 매듭을 짓고 일어났다.
"간다"
"에? 너 삐졌어?"
"그런 거 아니야. 갈 거야"
제형이 긴 다리를 휘적이며 공원을 빠져 나갔다. 놀라는 척이라도 해줬어야 하는 건가. ㅇㅇ는 이프로를 꼴깍꼴깍 삼켰다.
만약 저게 진심이라면,
박제형은 나한테 뭐였더라?
*
"또 또"
대걸레를 끌고 오던 제형은 교실문에 중심을 기댔다. 수업 끝난지가 언젠데, 방과후 시간이 전부 겹치긴 어려웠다. ㅇㅇ는 턱을 괴고 무거운 안경을 흔들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제형이 ㅇㅇ의 앞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안경을 쓴 건지, 안경을 얹은 건지. 제형은 엄지와 검지로 알 두꺼운 뿔테 안경을 빼냈다. 툭, 안경 대신 ㅇㅇ의 고개가 그대로 떨어졌다. 숨을 죽인 제형의 손으로 떨어진 고개는 기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아 침,"
불쾌한 말투와 달리 제형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사탕을 문 것처럼 새하얀 볼이 볼록 나와 있었다. 손가락은 움찔거렸고, 긴 속눈썹이 제형을 간질이기도 했다. 교정에서 불어와 창가에 걸터 앉은 꽃잎보다 네가 예뻤다는 것을 너는 알까. 제형은 긴 손가락으로 ㅇㅇ의 볼을 쿡 눌러보았다.
"..주거"
그와중에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였다. 제형은 억지로 입술을 깨물고 웃음을 삼켰다. 자, 자라고. 제형은 고히 가운데 손가락을 접어 주었다.
2.
"야 죽을래?"
"Nope"
벨 한 번만 누르라고 했지. 너도 노크 한 번만 안 하잖아. 아 진짜 신성한 토요일 아침부터 뭐,
"이거 먹어"
"뭐야"
"몰라 엄마가 해줬어. 갖다주래"
이모한테 감사하다고 전해줘. 엉, 이제 꺼져. 어 그래
ㅇㅇ는 문을 쾅 닫았다. 뭐야, 쟁반에 담긴 음식을 맡고 ㅇㅇ는 미소 지었다. 아싸 맛있는 거. ㅇㅇ는 쟁반을 부엌 아이랜드 식탁 내려놓고 거실을 바라보았다. 아침 햇살이 잘 들어오고 있었다. 청소를 좀 해야 하나, 넓은 거실을 보고 ㅇㅇ는 한숨을 쉬었다.
"야 노크 한번만 하라고"
"나랑 청소하자"
"bye"
"아 제발"
급하게 닫는 문을 ㅇㅇ는 발을 끼워 세웠다.
"사랑해"
"이럴때만?"
제형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문꼬리에 힘을 주었다. 와 이 재수탱이를 보소. 아니 자존심 부릴 때가 아니지, ㅇㅇ는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제발 응? 같이 하자. 같이 하자 박제형. 사랑해요, 사랑해요 제형아 이 새끼야.
"what the.. f**k. don't you clean your face?"
(..존나 뭐야, 얼굴 안 치워?)
"좀 좋게좋게 도와줄 순 없어? 아 됐어. 꺼져"
ㅇㅇ는 문을 쾅 닫았다. 나 혼자 할 거야, 드러워서 진짜. ㅇㅇ는 돌아서 비밀번호를 꾹꾹 눌러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최대한 강하게 문을 꽝 닫았다. 매우 화났음, 무언 아닌 무언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ㅇㅇ는 현관 앞에 서 카운트를 셌다. 셋, 둘, 하나.
"하 시발 알겠어"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제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 진짜 싫어. 난 너 좋아. 제형은 마른 세수를 하며 신발을 벗고 먼저 들어갔다. 사실 청소야 함께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냥 이렇게 혼자 있는게 싫었다. 빈 집에 또 홀로 앉아 있는 게 싫었다. 보기 싫은 재수탱이지만 얘라도 있는게 좋았다.
"뭐야 끝?"
"응 끝"
이럴거면 왜 부른거야. 제형이 ㅇㅇ를 내려다보며 눈으로 욕을 짓껄였다. 청소기를 두고 걸레를 빨아 건조대에 올리고 ㅇㅇ는 손을 씻었다.
"게임 할래?"
제형이 돌아가려 슬리퍼를 신다 ㅇㅇ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주 짧은 찰나였다.
"ok"
(좋아)
게임씨디 가져올게 기다려. 제형은 ㅇㅇ의 머리를 헝클이고 문을 반쯤 열어둔채 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형은 게임씨디와 간식거리 여러가지를 한가득 손에 들고 다시 ㅇㅇ의 집으로 들어왔다.
"피난 왔어?"
"텐트 칠래?"
아 오랜만에? 응 오랜만에.
ㅇㅇ는 제형을 올려다 보고 웃었다. 처박아 두었던 높은 의자 두 개를 제형이 창고에서 꺼내 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냈다. 그리곤 거실에 양쪽으로 세웠다. 그새 ㅇㅇ는 안방에 고히 접어둔 이불을 질질 끌고 와 높은 의자 두 개 위에 덮었다. 들어와. 잠깐만 우유 가지고.
"안 좁아?"
"안 좁은데"
"좋아"
어릴적부터 만들었던 아지트였다. 제형과 ㅇㅇ는 조금씩 커갔고 어느샌가 박혀버린 아지트였다. 그렇게 엉성한 아지트에 들어와 게임씨디와 과자를 쌓았다. 만화책 볼래. 보던가. 그냥 좋아하는 무엇이든 그곳에 처박아 두었다. 그리고 우리의 텐트, 우리의 아지트, 우리의 작은 집이라고 불렀다. 제형의 골격으론 이제 퍽 더 작아진 집이었지만 제형은 몸을 구겨 앉아 ㅇㅇ가 꺼낸 만화책을 받아 폈다.
"우유?"
"nope"
싫음 내가 마신다. 이젠 너덜너덜한 만화책이었다. 아마 적어도 백번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읽었을 거다. 그러나 항상 읽었다. 이젠 몇 페이지에 어떤 문장이 있는지도 읊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해가 막 떠오른 시간부터 해가 지고 달이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시간까지 그 안에서 게임을 하고 만화책을 보고 과자 몇 개를 서로에게 던지며 놀았다. 텐트 안은 깔깔 거리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 박제형 겁나 웃겨. 네가 시작한 거잖아, 아 그래도,
"이제 접을까"
"아니"
"집 안가?"
"여기서 잘래"
배 안 고파? 아까 피자 먹었잖아. 그래 나 이불 가져온다. ㅇㅇ는 텐트에서 기어나와 이불을 하나 더 꺼내 질질 끌고 들어왔다. 이불 한 개 밖에 없어. 상관없어. 야 비켜봐 나 좀 눕게 아 겁나 커 박제형. 제형이 먹던 과자와 게임씨디들을 한곳에 긴 팔로 쭉 밀어 자리를 마련했다.
"아 이불 가져가지마"
"니가 더 많이 덮고 있잖아"
"아니거든?"
"맞거든?"
텐트 밖으로 제형의 발이 쑥 나왔다. 야 너 춥겠다. 몰라 졸려 걍 자. ㅇㅇ는 제형에게로 데굴데굴 굴러갔다.끝끝내 잠에 들 때까지 서로 이불을 뺏으며 잠에 들었다. 조용히 자자 제발. 제형은 ㅇㅇ를 끌어 안았다.
"거미줄이야 뭐야, 야 멀대"
아 진짜 ㅇㅇㅇ 왜. 그냥 불렀어 이제 처 자.
"야 박제형"
"why"
"잘자"
제형의 품에 파고 든 ㅇㅇ가 말했다. 죽어라 싸워도 죽어라 좋았다. 온전한 내 편, 박제형 너. 제형은 팔베개를 베고 잠들어가는 ㅇㅇ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하얀 이마 위로 꽃잎같은 입술이 닿고 떨어졌다.
you to.
*
아 팔 아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어야 하는데. 안 닥쳐? 너나 닥쳐. 또 제형의 볼에 생채기가 났다. ㅇㅇ의 머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치고박고 한 교실에 몰아 넣은 후 잘못을 서술, 아니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딱 옆에 앉아 반성문을 끄적였다.
"이메일로 보내면"
"you'll die tomorrow"
(내일 넌 죽겠지)
"내일 나랑 같이 죽을 생각은 없냐?"
"To one's sorrow never ever the nothing nothing that"
(정말 안타깝게도 절대 정말로 전혀 없어)
너한테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 그치? 그치 넌 등신이지. 제형은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너 기숙사 가기 전에 내가 접어서 쓰레기통에 버릴거야. 쪼그만게, 한번 해보든가. ㅇㅇ는 샤프를 으득 물며 제형을 노려보았다. 억울하면 너도 키 크던가. 아 이게 진짜. ㅇㅇ는 제형의 팔을 꼬집었다. 아 이 기지배가 진짜. 제형 역시 ㅇㅇ의 이마에 톡 딱밤을 놓았다. 죽었어 너 아주, 또 달려 들어서 엉켰다.
쟤네 안 말려도 돼? 괜찮아 누구 하나 피보면 끝날거야.
*
밖에 비 내려? 안 오는데. 무료하게 듣는 수업은 정말 지루하다 못해 졸리웠다. ㅇㅇ는 제형의 니트를 늘어 잡으며 물었다. 다음 교시는 뭐야. 다음 교시 점심이야. ㅇㅇ는 늘어잡던 제형의 니트조끼를 팩 놓고 시계를 보았다. 그 중요한 말을 왜 지금해.
"야야 뛰지마 다쳐"
"넌 걸어오던지"
"아 ㅇㅇㅇ!"
나란히 식판에 음식을 받고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아 브로콜리, 이 학교는 브로콜리 농사를 짓고 있는 거야 뭐야. 백날천날 브로콜리야. ㅇㅇ는 브로콜리를 하나씩 골라 제형의 식판으로 옮겨 놓았다. 애냐 아직도 편식하게. 제형은 ㅇㅇ가 옮긴 브로콜리를 먹어주며 핀잔을 놓았다. shout up Jae. 아 이름 부르지마. 아니 새끼야 이름도 못 불러? 내가 홍길동이야? 홍길동은 니 형 이름이고 등신아.
"너 이거 다 먹을거야?"
"응"
"한입만"
"한입?"
"응"
"지랄하네"
제형은 웃으며 ㅇㅇ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아 야! 아 시발 이 기지배. 그리고 그 얄미운 손가락을 앙 물어 뜯는 ㅇㅇ였다. 진짜 또라이 또라이. 제형은 손가락에 묻은 침을 ㅇㅇ의 와이셔츠에 짓이겨 닦으며 노려 보았다.
"뭘 봐 안준다며, 네 여자친구 안해"
"그래. 하지마, 누구세요? 누군데 제 앞에..아!"
ㅇㅇ는 가차없이 제형의 종아리를 깠다. 진짜 재수탱이야 너는 평생, 결혼해서도, 늙어 관 들어갈 때까지 재수탱이야 알아?
야간자율학습까지는 아니었다. 그냥 숙제나 팀플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개방해 제형과 ㅇㅇ는 늦은 시간까지 교실에 발이 묶여 있었다. 왜냐면 이 재수탱이가 수행평가를 위한 제비뽑기에서 나를 처 뽑았기 때문이지. 아니 쟤는 저 손으로 할 줄 아는 게 뭐야 도대체?
"야 자지마"
"안 잤거든?"
"침자국한테 말해 그런 건"
ㅇㅇ가 푹 떨어지는 고개를 제형은 큰 손으로 받아내고 괜히 핀잔을 주었다. 잠을 잘 거면 잠만 자고 할 거면 하라고. 빈 종이에 글씨보다 죽죽 마구잡이로 그어진 볼펜 자욱들을 보고 제형은 한숨을 쉬었다. 안 잘거라고. 퍽이나. 분명 자지 않을 거라고 오분 전에 말해 놓고 또 졸고 있다. 제형은 노트북을 두드리다 ㅇㅇ의 종이를 조용히 빼와 대신 자료 조사를 추려 적어내려갔다. 같이 하긴 무슨, 결국 우물거리며 책상으로 흘러내리는 ㅇㅇ를 잠시 제형은 팔을 괴고 바라보았다.
"...ㅇㅇㅇ"
뭐가 예쁘다고.
그리고 뒤척이다 이내 의자에서 또르르 떨어지는 ㅇㅇ의 허리를 끌어 안아 다시 앉혔다. 자 그냥 넌 자라. ..이따 깨워. 깨우긴 뭘 깨워. 제형은 ㅇㅇ의 종이에 마저 글을 정리해 적었다. 두 장 정도의 분량을 확인하고 제형은 자신의 파일도 저장해 유에스비를 뽑았다.
"wake up"
"5minit.. just 5,"
"두고 간다"
그리고 제형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분을 기다렸다. 그러다 엎드린 ㅇㅇ의 콧잔등 밑으로 손가락을 대보았다. 숨은 쉬고 있네. 다시 제형은 십분을 기다렸다. 색색거리는 ㅇㅇ의 숨소리가 들렸다.
"아주 데이트를 해라, 어?"
"go,go 쉿"
"...뭐야 뭔데"
"nothing. back to sleep"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다시 자)
교실로 돌아온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짐을 챙기다 와르르 쏟아진 물건들의 소음으로 부스스하게 ㅇㅇ가 다시 일어났다. 제형은 불만 끄고 가달라는 신호를 짧게 보내고 ㅇㅇ의 등을 토닥였다. 그냥 자도 돼. 오분 있다가 깨워. 알겠어. 교실의 불이 꺼졌다. 창 밖 운동장 트랙을 비추는 조명들을 빼고 교실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있었다. 제형의 휴대폰 불빛이 꺼지면 다시 켜지고 다시 꺼지면 다시 켜졌다. 그렇게 숨을 죽이고 ㅇㅇ를 바라보았다.
"좋아해"
제형은 휴대폰을 딸깍 켜 빛으로 ㅇㅇ의 얼굴을 비추며 나지막히 말했다.
3.
널 안은 채
잠깐이라도 내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못하게 너에게
내 전부를 다 줄 텐데
그럴 텐데
잠깐이라도 내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못하게 너에게
내 전부를 다 줄 텐데
그럴 텐데
4.
"Isn't it here?"
(여기에 없어?)
"없다. 어디 갔는데, ㅇㅇㅇ"
어디간거야, 너 그렇게 숨으면 내가 찾는 거 힘들다고 했지. 제형은 와이셔츠의 팔을 걷으며 숨을 몰아 쉬었다. 몇 교시부터 없었더라. 아침부터 뭔가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나도 예민하고 너도 예민하고 그냥 안 물어봤는데. 꼭 이렇게 사라지냐, ㅇㅇㅇ. 제형은 두 번이나 그 넓은 학교를 뒤졌다. 갈 만한 곳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제형이었으나 제형도 찾지 못하고 헤매는 터였으니 이번엔 아주 꼭꼭 숨어버린게 분명했다.
제형보단 ㅇㅇ가 좀 더 밝았다. 장난기도 더 심했고 우선 잘 웃었다. 제형만 아는 사실이었으나 ㅇㅇ는 속상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입을 꼭 닫았다. 그리고 몸도 숨겨버렸다. 그래봤자 학교야, 초등학교에선 신발장에 숨었고 중학교 때는 거리로 나가서 애 좀 먹었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ㅇㅇ의 숨바꼭질이 벌써 이번으로 세번째였다.
"..찾았다"
제형이 에페 사이에 몸을 구기고 쭈구려 있던 ㅇㅇ의 앞에 마주 앉았다. 오늘은 또 뭔데. 싫어 너도 문 닫고 가. 빨리 나와. 잘 숨었는데 네가 또 찾았잖아. 내가 아님 너 못 찾아. 제형은 까칠한 말투를 접어두고 에페 사이로 손을 뻗어 ㅇㅇ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장학금 받았어"
"잘했어"
"엄마는 언제 오녜"
제형은 머리를 쓸어주던 손을 우뚝 멈추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머리칼을 쓸어 주었다. 우리 엄마도 안 오잖아. 이모는 바쁜거잖아. 제형은 몸을 일으켜 에페를 뽑기시작했다. 하나 두개 에페를 모두 뽑아 강당 바닥에 쌓아두고 보관함에서 ㅇㅇ를 꺼내 앉혔다.
"아파?"
"little"
(약간)
"와봐"
제형은 다리를 쭉 펴고 앉은 ㅇㅇ의 앞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있었어. 몰라 다섯시간? 오십번만 해준다. 제형은 ㅇㅇ의 다리를 꾹꾹 주물렀다. 꽁꽁 뭉쳐 있는 다리가 분명 저렸을텐데 ㅇㅇ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형은 그것 또한 익숙해져 있었다.
"업혀"
"유난"
"싫음 말, 아!"
에페를 정리하고 제형이 ㅇㅇ의 앞에 쭈구려 앉았다. 호의를 거절하면 안돼지, ㅇㅇ는 달려가 제형의 넓적한 등에 가속도를 붙여 퍽 업혔다. 아 기지배 좀 평범하게 업히라고. 내가 왜 세상에서 너 괴롭히는게 가장 재밌어. 자 출발 빨리 출발해. 느리다, 엔진이 안 들어갔나. ㅇㅇ는 다리를 달랑거리며 제형의 목을 끌어 안았다. 아 숨 막혀. 그러라고 하는 건데. 아씨 기지배 진짜.
"밥은 먹었어?"
"nope"
"do eat?"
(먹을래?)
"네가 준 초콜릿 남았어"
"그게 밥이냐"
넌 빨리 달리기나 해. 에헤이 엔진이 고장 났고만? 아 새차 뽑아야지 안돼겠네. 너 진짜 죽는다. 제형은 순간 욱해 트랙을 빠르게 뛰었다.
"아-엔진 가열이 너무 늦다"
"집어 던지기 전에 닥쳐"
ㅇㅇ는 제형의 목을 더 꼭 끌어 안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해가 트랙을 비추고 있었다. 두바퀴만 더 뛰어줘. 제형은 ㅇㅇ를 업고 트랙을 뛰었다. 야 무거워. 조용히 해라. ㅇㅇ는 제형의 입을 꽉 막았다.
"아 진짜!"
드럽게 진짜 박제형. ㅇㅇ는 손에 묻은 침을 제형의 등에 박박 닦았다. 야 근데 오늘 기숙사 대청소인거 알았어? 엿됐다.
"야 빨리 뛰어"
"안 내려?"
"아 빨리빨리 gogogo going up"
내가 이야기했어? 너 진짜 싫다고.
미안한데 나는 네가 너무너무 좋다.
나도 그래.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마라
그럼 좋은 쪽으로 할게
내가 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해. 아냐
5.
"아주 백만년만에 본다, 어?"
"오바 떠네, 무슨 백만년만이야"
야 그래도 일년만이야. 일년만, 너는 나 안 보고 싶었냐? 보고 싶은게 이상한 거 아니야?
ㅇㅇ는 고개를 젓고 소주를 땄다. 복학하니까 이래저래 바빴어.
"네 간은 안녕하냐. 뭔 만나자마자 깡소주야, 깡소주가"
"우리가 커피 두고 수다 떨려고 만났냐. 넌 아직도 잔에 사이다 따라 먹냐?"
취향이야 임마. 원필은 ㅇㅇ의 손에서 소주를 빼앗아 따라 주었다. 천천히 달릴 생각이 죽어도 없어 보이네. ㅇㅇ는 벽 한 켠에 기대둔 키보드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해? 공연"
"아아, 가끔. 할 새가 어딨어 복학이네 졸업이네. 얼굴 몇 번 못 봐"
그래. 그렇겠지.
딱히 피한 건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바빴고 어쩌다보니 치열해져서. ㅇㅇ는 원필을 볼 때마다 느낌이 이상했다. 자꾸 가슴에 구멍이 생겼다. 찬 바람이 들어차는 것만 같았다.
-데리러 갈게 20:06
-연락줘 20:06
"박제형 연애하더라"
"거기까진 과하다"
"과하긴 뭘. 왜 불편해?"
불편한게 아니,
회식을 마친 두 팀이 나가고 들어왔다. 왁자지껄한 무리들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찼다. 그렇게 찬 바람처럼 제형이 들어왔다. 여기까지 공지해준 원필이 아니었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줄을 몰랐다. 열심히도 피했다. ㅇㅇ는. 제형은 ㅇㅇ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옆자리에 털썩 앉은 제형의 코트에서 옅은 담배향이 묻어났다.
"맥주?"
"응. 맥주"
이 상황 어쩔건데? ㅇㅇ는 앞에 놓인 소주를 단숨에 비웠다. 다시 제형을 마주할 줄 알았을까? 수백번 제형을 다시 만나는 상황을 그려보았지만 이 만남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
"니들 안 죽었네"
넌 또 왜 와.
갑자기 분위기 동창회야 뭐야. ㅇㅇ는 자리에 앉자마자 잔을 부딪히는 성진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잔을 비웠다. 다들 어떻게 엮였냐고, 대학 들어와 밴드 동아리 들어왔다 이지경까지 왔다. 제형은 다른 대학이었는데 어떻게 엮였냐고. 시발 김원필 동기였다. 어린 놈의 새끼가 친구 먹고 데려온 기다리스트가 박제형이란 사실을 알자마자 탈퇴했다.
제형은 별 말 없이 잔을 홀짝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ㅇㅇ는 제형을 미처 바라보지 못했다. 다들 대화만 잘들 해대는데, ㅇㅇ는 하염없이 잔을 부었다.
"훅 가, 천천히 좀 마셔라"
"나 쎄거든?"
"놔둬라. 쟈 언제 말 듣는 거 봤나"
할 게 술잔 비우는 일밖에 없었다. 아 괜히 렌즈끼고 왔어. ㅇㅇ는 뻑뻑한 눈가를 만지작대며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마주했다.
"연애하더라 니"
"얼마 안됐어"
"야 무슨 연애를 티비 프로그램에서 보는데. 채널 돌리다 리모컨 던졌다 새끼야"
"그냥 방청 간 거야"
"좋아 죽던데? 아주"
제형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봄 같았다. 이미 지난 봄이 제형의 얼굴에 피었다. 애인, 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창백했던 표정이 화사하게 풀렸다. 슬핏 스치며 본 것같다. 제형의 약지에 자리한 반지가. 그 반지를 보며 새삼 과거의 제형이 떠올랐다. 싸울만큼 싸웠고 화해도 정말 많이 했었다. 그게 아니라도 박제형은
"좋아해"
"뜬금없이?"
"그럼 각 잡고 이야기하는게 좋아?"
새삼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제보다 더 좋아졌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상기시켜주곤 했던
"Tomorrow I'll tell you I love you"
("내일은 사랑한다고 말 할 거야")
그런 사람이었는데.
"야 ㅇㅇㅇ. 혼자 갈 수 있겠어?"
"..불렀어"
"뭐?"
"불렀ㄷ, 우욱"
메스꺼운 속이 밀고 올라왔다. 앞다퉈 쏟아지는 토사물을 게워내며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았다. 거센 스매싱이 아니라 따뜻하고 큰 손이 ㅇㅇ의 등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불쾌하게 스며 들던 빗방울이 어느새 멎어 있었다.
"..물 줄까"
제형이었다. ㅇㅇ에게 우산을 기울고 생수를 내밀었다. 새삼 다시 만나서 한 말이 "물 줄까"네. ㅇㅇ는 제형이 내민 생수를 바라보았다. 웃어야 돼, 울어야 돼.제형이 내민 생수를 받아들려는 찰나였다.
"감사합니다. ㅇㅇ야 괜찮아?"
"응? 어어"
영현이었다. 곧장 제 가디건을 벗어 어깨에 둘러주고 영현은 우산을 기울였다. 영현은 엄지로 입가를 닦아주고 젖은 앞머리를 털었다. 안에 있으라니까, 안 추워?
"아 여보세요?"
"선배 언제 왔어"
"안 보이는.. 저기 있네"
"방금"
"..추워"
그냥 춥다 선배.
영현의 목소리와 제형의 목소리가 번갈아 섞였다. 제형의 품으로 달려가 안기는 여자가 보였다. 제형은 여자의 뒷통수를 감싸고 깊게 끌어 안았다.
"갈까?"
"응! 안 추워? 우산은"
"이리와"
제형과 여자의 대화가 어렴풋이 들렸다. ㅇㅇ는 영현의 품을 파고들었다. 선배도 달려왔구나. 축축한 티셔츠에 얼굴을 묻었다. 비와서 싫고, 추워서 싫고 다 싫어. 영현은 꼬물꼬물 파고 들어오는 ㅇㅇ를 쓸어 주었다. 가자, 데려다 줄게.
"..."
영현의 손을 잡고 지나치는 새 제형의 시선과 마주쳤다.
기다려줄거지?
내가 너한테 무슨 답을 줬는지,
"잘가"
기억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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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부작 정도로 예정 되어 있는 짧은 글입니다. 독방에 여쭈어보니 제형이를 원하는 하루님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느리지만 열심히 굴러가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들숨에 건강 날숨에 재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