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생 연하 남친 12
w.누 나
*약간의 수위 주의
그의 손이 조금씩 더 파고들수록 내 안에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나왔다. 바지 위로 그의 것을 어루만지던 손길이 멈출 만큼 그의 손길은 아찔하고 위험했다. 공공장소인지라 그런지 소리도 마음대로 내지 못하고 억눌린 거친 숨소리만이 날 괴롭힐 뿐이었다. 예뻐, 예쁘다 라며 나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그의 속삭임에 나의 두 볼은 붉은 물감이 백지에 퍼지듯 붉은 빛을 내며 달아올랐다.
그의 손이 내 안을 더 깊게 탐하기 직전에 나는 그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서 우러나오는 빛 하나만으로 의지하는 어두컴컴한 상영관 안에, 내가 앉은 자리에서 머지않게 떨어진 자리에 익숙한 실루엣이 비쳤기 때문이었다. 이재환. 이재환이 있다.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보고 듣지 못해 그임을 알아채는 것이 이 어두운 공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데, 말도 안 되게 단번에 그 실루엣이 뇌를 찌르듯 선명하게 와 닿았다.
갑자기 제지 당한 제 손길에 어둠 속에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행위를 누구에게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급히 손을 떼어내 주변을 쭉 한 번 훑어보는 그였다. 주위에 어느 하나 우리에게 시선을 주고 있지 않음을 알아채고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작게 입을 열었다.
"왜?"
"그만해."
"갑자기 왜?"
"여기서 이러는 거 싫어"
"알았어."
웬일로 그가 순수히 내 말을 들었다. 아니, 그도 이 행위가 어느 정도 위험했음을 감지했기에 그만뒀을 가능성이 더 크다. 얼핏 보면 민폐라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러한 행위는 공공장소에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김원식과의 은밀한 몸 속삭임에 더 해 이재환이라는 예상치 못한 등장에 더 이상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이재환에게 옮긴 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내 목 부근으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고, 그 숨결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김원식과 코가 닿을 거리에서 그가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누나, 근데 나 있잖아"
"...근데 뭐?"
"이거 어떡해?"
"뭘 어떡해?"
"이거."
이거,하며 검지 손가락으로 제 중심부를 가리키며 내 시선을 자연스레 뺏은 그였다. 바지 위로 이미 부풀 대로 부푼 그의 것을 가리키며 울상을 짓는 그의 모습에 괜히 미안한 감정이 생겼지만 그 마음이 더 커져 그와의 그 행위를 이어가기 앞서, 앞에 이재환이 있다는 생각에 진도를 더 빼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가로막아 섰다. 김원식의 축 처진 눈, 아니 무언가를 갈망하는 그의 눈빛과 그의 아래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미세하게 저으며 앞에 있는 이재환 쪽을 시선을 돌려 버렸다.
' 가릴 거면 잘 좀 가리고 다녀. 내가 뭔지 알면 다른 사람들도 뭔지 다 아니까. 다 큰 여자가 말이야, 좀 조심해서 다녀라. '
예전에 이재환이 나의 목에 남겨진 붉은 자국을 보며 했던 말이 문득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연인 사이도 아닌 남의 말이, 실제 연인인 나와 김원식의 사이의 애정행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재환은 정작 나와 김원식이 같은 상영관 안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있을 텐데. 단지 같은 공간 안에 숨 쉬고 있다는 이유로 이재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옆에서 계속 어떡하냐며 몸을 부비적 거리며 다른 곳에 시선을 둔 나의 관심을 얻으려고 찡찡대는 김원식에 한쪽 눈썹을 올리며 다시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혼자 가서 풀던지 알아서 해."
"...여기서? 나 혼자?"
여기서 하다가 잡혀갈 일 있냐?"
"그럼 어떡해-"
"뭘 계속 어떡해야. 너가 알아서 하라니까?"
"누나가 좀 도와주면 안 돼?"
"안 돼."
"아-"
"야, 우리 그냥 나가자. 너 어차피 지금 영화 안 보지?"
"누나가 풀어주게?"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이 영화 재미 없다."
"나가자"
나는 단순히 앞에 앉은 이재환이 계속 눈에 밟혀 마음이 불편해지자, 차라리 이재환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 빨리 영화관에서 나오고 싶었던 건데 김원식은 그걸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들뜬 마음에 내 손목을 힘주어 잡아끌었다. 다행히도 맨 뒤, 구석진 좌석에 앉아 다른 관객들에게 아무런 피해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상영관에서 나오자 놔줄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어느새 남자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에 당황하며 뭐 하는 거냐고 발걸음을 멈추며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버티고 있자 그가 내 손목을 놓더니 벽으로 밀쳐 두 팔 사이에 나를 가둬버렸다.
"나 급해."
"나와."
"나 급하다니까?"
"어쩌라고, 나와."
그에게 지지 않으려고 표정을 굳히며 평소 나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자, 그는 말없이 눈을 몇 번 깜빡이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오늘만 져주는 거야,라며 뒷머리를 긁적이고선 혼자 화장실로 향한 그였다. 단 몇 분 사이로 휙휙 바뀌는 상황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정면에 있는 벽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김별빛-"
익숙한 목소리로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번쩍 들어 그 목소리를 향해 본능적으로 쫓아갔다. 동굴같이 깊고 굵은 김원식의 목소리가 아닌, 그것보다 조금 더 높고 깔끔한 목소리였다. 이재환, 그의 목소리임이 분명하다. 내 눈이 그를 발견하기도 전에 내 귀가 그임을 알아차렸다.
"이재환? 너 여기서 뭐해?"
"너야말로 여기서 뭐해? 완전 반갑다."
"영화 보러 온거야? 혼자?"
"응, 근데 재미 없어서 그냥 나왔어. 넌, 김원식이랑?"
"응. 화장실 갔어."
평소 혼자서도 영화를 잘 보러 다니고, 영화 관람하기가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재환이기에 중간에 재미없다고 나오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는데. 설마 나와 김원식을 보고 따라 나온 건 아닌가, 아니면 정말 영화가 재미없어서 중간에 나온 게 맞나, 온갖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상상해 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재환에게 재차 물어봤는데 역시나 내게 돌아온 대답은, '재미 없어서'였다.
"생각보다 늦게 나오네. 여자친구 혼자 기다리게 하고, 김원식 나쁜 놈이네 이거."
"배 아프다면서 급히 들어갔거든. 이제 슬슬 나올 때도 됐는데."
"뭘 잘못 먹었길래 그러나?"
"글쎄, 딱히 뭐 먹은 것도 없는데."
김원식이 배가 아파 화장실에 오래 있다는 거짓 섞인 핑계로 대충 둘러댔고, 이재환은 내 말을 건성건성 들으며 내 목 부근에 시선을 두었다. 계속되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괜히 목을 긁적이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사이, 이재환의 손길이 내 목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근데 이건 언제쯤 없어지려나? 한 일주일?"
내 목에 붉게 피어난 꽃을 손 끝으로 두어 번 툭툭 건드리며 표정을 점점 굳히는 이재환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화가 섞여 낮게 깔린 목소리가 화장실 앞 복도에 가득 울려 퍼졌다. 김원식이 나타나자 깜짝 놀라 온몸에 반응을 보이는 나와 달리, 느긋하게 내 목에서 손을 떼어내며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김원식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나왔네. 데이트 잘 하고, 나 간다."
"어.. 어 그래 잘 가. 다음에 보자."
이재환이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복도 폭이 좁아서 그런 건지, 김원식과 어깨를 부딪히며 제 갈 길을 갔다. 여자인 내 시점으로 그 두 남자를 봤을 때는, 둘 사이 분위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무언가가 존재해 있었다. 김원식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가던 이재환도, 이재환에게 어깨가 밀쳐지던 김원식도, 그 누구 하나 입을 한 번 열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 수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듯했다. 뭔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늘 내가 사랑스럽다는 듯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만 보내오던 김원식이,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 분명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그의 눈빛만으로 스스로 위축이 되었고, 괜스레 죄인이 된 듯했다. 차마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초점 없이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곧이어 ‘씨발’ 이라는 낮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와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뭐하고 있었냐?"
"......"
"뭐하고 있었냐고 묻잖아, 시발"
"...우연히 만난 것 뿐이야."
"근데 그 새끼가 왜 네 목을 만지고 있던 건데?"
"......"
"말해."
"......"
"변명 하나 못 하는 거 보니 존나 찔리나보네, 들키면 안 되는 거 들킨 것처럼."
"...무슨 소리야?"
"둘이 무슨 사이냐?"
"너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내가 지금 널 의심하는지 안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나 못 믿어? 그런 거 진짜 아니야."
"됐다. 이재환인지 뭔지 걔랑 서로 목이나 만지면서 잘 놀아. 피곤하니까 먼저 간다."
단순히 삐쳤다고 하기엔 너무 앞서 가버린 반응을 보인 김원식에 당황해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한 채로 내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그를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게 아닌데.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의 품에 안기며 미안하다고, 오해라고 하며 떠나가는 그를 붙잡아 예전처럼 사이좋은 연인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냉정하게 일방적으로 제 할 말만 하고 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싸늘한 그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고 순간 밀려오는 억울함이 내 눈앞을 감싸 안아 뜨거운 눈물로 변해갔다.
전에 내가 그에게 마음에도 없던 이별 선언을 하고 먼저 등을 돌렸을 때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무작정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얼마나 시간이 경과 한 건지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 고개를 숙였다.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물고 손에 쥔 가방을 더 힘껏 쥐었지만, 그럴수록 애꿎은 눈물만이 더 흘러내렸다. 어느새 사람들이 다 지나간 것 같자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소리 없이 실컷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참았던 눈물까지 전부 다.
눈물에 아이 메이크업이 다 녹아 투명하던 눈물이 검게 변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방울방울 땅에 떨어지며 날 더 죄인처럼 만들었다. 김원식, 내가 울면 자기가 잘 못 한 것처럼 울상을 지으며 울지 말라고 아기 달래듯 조심스럽게 달래주던 그였는데. 내가 그 때문에 이렇게 눈물을 흘릴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별일 아닌데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로 운 것 같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을 이해했길래 그토록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던 걸까?
언제는 마스카라를 망치는 남자 말고 립스틱을 망치는 남자를 만나라고 얘기했으면서.
절대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이 천천히 메말라 가기 시작했고, 불안정하던 호흡도 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할 무렵 갑작스럽게 누군가에 의해 내 머리 위로 모자가 씌워졌다.
설마 김원식인가?, 하는 생각에 훌쩍이며 여전히 쭈그려 앉은 채로 고개만 위로 올리니 생각했던이재환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앞에 있자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나 모자를 더 푹 눌러 쓰며 그에게 화장이 가득 번진 내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숙였다.
"너 아까 간 거 아니었어?"
"네가 이러고 있을까 봐 안 가고 있었다."
"그럼 내가 김원식이랑 싸운 것도 다 봤어?"
"못 봤다고 치지 뭐."
"...다 봤네."
"아 몰라 몰라,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넌 나랑 김원식 사이에 모르는 게 뭐냐?"
"야, 우리 술이나 마시러 갈래? 기분 전환 겸,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그래. 그러지 뭐."
평소 술을 못 마셔 입에 잘 대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술과 함께 상처받은 내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다. 근처 호프집으로 향하는 도중에 이재환과 단 한마디의 말도 섞지 않았다. 그도 이번만큼은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묵묵히 나보다 조금 앞서서 자연스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호프집으로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호프집에 들어가니 코 끝을 찌르는 강한 술 냄새와 온갖 종류의 음식 냄새가 나를 반겼다. 눈에 띄는 아무 빈자리에 앉아 모자를 더 누르고 앞에 놓인 휴지로 내 두 볼을 세게 문질러 검은 눈물로 인해 희미하지만 검게 남은 자국을 닦아내었다. 그는 나와 아무 상의도 없이 제멋대로 맥주 두 잔과 함께 감자튀김과 치킨을 시켰다.
"그렇게 많이 안 시켜도 돼, 나 입 맛 없어."
"입 맛 없어도 먹어. 울었잖아."
맥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우리 사이에는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맥주로 가득 채워진 잔이 내 앞에 탁- 하고 놓이자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아직 취하지도 않았는데, 아주 적은 양의 알코올이 들어오자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재환에게 내 속마음을 얘기해나가기 시작했다.
"김원식, 너 진짜 싫어해."
"......"
"내가 너랑 친하게 지내는 게 죽을 만큼 싫대. 너랑 얘기하는 것도, 네 옆에 있는 것도 꼴도 보기 싫대. 그냥 네 존재가 싫은가 봐. 근데 걘 왜 그렇게 생각이 삐뚤어졌지? 왜 친한 형, 좋은 형 한 명이 생겼다고 생각을 안 하지?"
"그렇게 대놓고 나 싫어한다고 얘기해줘서 고맙다."
"진심이야, 걔 너 진짜 진짜 싫어해."
"질투하는 건가 보지. 네 옆에 남자라고는 김원식, 걔 하나여야 되는데 내가 계속 나타나니까 싫은 건가 보지."
"그러니까 왜 싫어하냐고. 내가 너를 좋아한대? 너랑 바람이라도 났대? 웃긴 애야 진짜."
"좀 진정해라 김별빛. 김원식 아직 네 남자친구잖아. 이런 일도 있어야 더 가까워지는 거지. 근데 그러고 나서 연락해봤어?"
"...아니."
"야, 멍청아 연락해보고 말해. 오해였다고, 미안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해. 빨리."
그의 말을 듣고 허겁지겁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카카오톡으로 김원식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원식아, 이번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충분히 오해했을 만한 상황인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 봐. 지금 당장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화 좀 풀리면 나랑 만나줄래? 얼굴 보고 화해하고 싶다. 기다리고 있을게. 사랑해 ♥]
아무리 기다려도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에 애가 탔고, 그럴수록 속이 타 맥주로 끊임 없이 목구멍을 축였다. 김원식을 기다리며 마신 맥주 양은 내 주량보다 훨씬 넘어섰고, 평소 주량을 넘긴 나는 당연히 취해버렸다. 계속 사라지지 않는 1이라는 숫자가 야속했다. 전화를 걸면 받을까, 핸드폰을 집어 들고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애써 잡아 버티며 김원식에게 전화를 수십 번 걸었다. 핸드폰으로는 김원식의 목소리가 아닌 통화 연결음만이 끊임없이 들렸다. 전화도, 톡도 받지 않는 김원식에 너무 속이 탔다. 김원식도 그래서 그때 그렇게 술을 마셨던 것이었을까? 힘들어서? 그런데 아무리 술을 마셔도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더 고통스러웠다. 슬픔과 원망스러움이 오가는 감정이 몰려왔다.
역시나 통화 연결음에서 마무리 지어진 김원식과의 통화에 또다시 한 번 전화를 걸려 했지만, 이재환에 의해 내 손에서 핸드폰이 뺏겨졌다.
"내놔."
"너 너무 취했다. 그만해."
"내놓으라고. 김원식 목소리 듣고싶어."
"안 받잖아, 좀 기다려 봐."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김원식이 이렇게 차갑게 구는 거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될지 나 진짜 모르겠단 말이야. 이런 취급 당할 만큼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 넌 잘못한 거 없어."
"내가 잘못 한 거 없는 거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세상이 아는데, 왜 김원식은 모르는 거야?"
"그만해."
김원식 나쁜 새끼. 이제 걔 나 안 좋아하나 봐, 나 못 믿는 거 보니까."
"그만 하라고 했다."
"난 아직 걔가 너무 좋은데. 왜 걔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그만하라는 그의 말을 듣고도 내 할 말만 하고 있는 도중, 갑작스레 내 손목이 잡혀 몸이 앞으로 당겨지면서 이재환의 입술이 내 입술 위로 겹쳐졌다.
***
독자님들께 공지사항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체대생 연하 남친'에서 당분간 수위글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론은 내리게 된 이유는, 얼마 전 인스티즈에 관한 여러 얘기가 나오면서 한동안 수위글을 쓰지 않는 게 맞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글 흐름상 약간의 수위도 있을 예정이지만, 예전처럼 행위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글은 한동안 쓰지 않겠습니다.
2. 앞으로 올리는 모든 글들에 구독료를 걸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글들은 구독료를 받을 만큼의 가치가 없어서..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3. 그동안 올렸던 '체대생 연하 남친' 텍스트 파일을 기차 할까 생각 중입니다. 텍스트 파일 공유를 희망하는 독자님들이 몇 분 계시는지 보고, 안 계시다면 텍파 기차는 없던 일로!
앞으로 그동안 잃고 있었던 본래의 '체대생 연하 남친'의 모습을 되찾아 항상 노력하는 '누 나'가 되겠습니다. :D
*
암호닉: 포로리님 귤님 택구나님 보일라님 당근님 안녕님 배꼽님 피노키오님 사랑님 윤슬님 설탕님 별레오님 망고님 루시님 탐레인님 까까님 바밤바님 후다닭님 찰진목소리님
너무 늦게 왔죠? 미안해요 ㅠ
이제 서서히 재환이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재환이의 활약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 예쁜 독자님들, 오늘도 역시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