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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샤이니의 화살을 듣고 적은 글 입니다.

 

 

 


[종인X루한X세훈] 파편

 

 

 

 루한은 종인을 사랑하면서도 그를 사랑한지 몇 일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루한의 기억력은 빌어먹게도 좋아서 종인이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말들도 또 종인의 미소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루한은  볼 수없는 종인을 생각하며 힘겹게 하루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떤 날는 루한에게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나는 진지하게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루한, 당신은 왜 종인을 사랑하나요."


"종인으로 인해서 나는 지금 살고 있어요."


"루한,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그하고 당신은 이루어질 수 없어요. 당신은 용기도 없으면서 그를 원하는 거에요? 아니면 정말 그 되지도 않을 사랑을 안고 살겠다는 거에요."

 

 

 

나는 그떄 루한이 이제는 김종인을 포기하겠다고 해주었으면 하고 내심 바랐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루한을 보듬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열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루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실망시켰다.

 

 

 


"있잖아요, 세훈.."


"..."


"시간이 지나게 되면 종인을 잊을 수 있을까요."


"..."


"나는 간절해요. 나는 지금과 같을 것 같아요. 나도 내가 그를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구요."

 

 

 



 루한은 여전히 얼마 남아있지 않은 김종인의 흔적과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단지 시간에만 의존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작은 희망을 놓치기 싫은 모양이었따. 그렇게 루한의 짝사랑은 날이 흐르는 것과 같이 깊어져만 갔다. 루한이 고백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 같다고? 그건 절대 아니다. 나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차라리 루한에게 고백을 하라며 재촉한 적이 있었다.

 

 

 



"루한, 김종인한테 고백하는게 어때요?"


"저도 그러려고 했지만요 세훈, 종인은 다른 사람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 마음 계속 안고만 있을건가요."


"..."

 

 

 

차라리 그가 김종인을 포기하고 그만 내게 안겼으면하고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한 말에 흔들려 울어버렸음 싶었다. 그렇다면 내게 안길지도 모를테니까.

 

 

 


"언제까지 울거에요, 도대체. 그 반쪽뿐인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요."

 

 



루한은 그날 밤 내게 말했다. 세훈, 내 마음을 고백한다고 해도 나는 거절당할 것이 뻔해요. 고백에 실패하면 나는 지금보다 더 아플 것 같아요. 하고. 그리고 그날 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쉴새 없이 빛났고 또, 루한도 울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수도원 앞의 벤치에 앉아 글을 쓰고있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안타깝게도 김종인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짝사랑에 실패한 루한이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유부남이 될 김종인이기에 루한이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 조금 기쁘기도 했다. 소중한 사람이 이제 아프지 않아도 된다.

 

 



"루한, 김종인이 이번 주말에 결혼을 한대요."


"..."


"그러니까 이젠 그를 잊어요."


"그렇게 못해요, 나는.."


"왜 이리 미련해요. 김종인으로 인해 상처도 늘어가잖아요. 아프잖아요. 이젠 그만해도 돼."


"세훈, 나는 안 돼요..종인으로 인해 입은 상처도 많지만.."


"..."


"..그만큼 종인이 내 가슴 깊이 들어와버려서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세훈, 나는 종인을 사랑해요..사랑해. 그래서 잊을 수가 없네요.

 

 

 

 



 사실은 나는 루한의 안타까운 사랑을 글로 적고 있었다. 루한이 아파하는 날이 늘어갈수록 글 또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종인의 결혼식 이틀 전날 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기 위해 우연히 루한의 방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발길을 루한이 방으로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는 루한이 창문 밖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입을 꾹 막고 울음소리를 참는 모습이 곧 떨어질 한떨기 꽃잎처럼 안쓰러웠고 어느 문학 작품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루한. 왜 그래요."



대답이 없었다.



"왜 울고 있냐구요."

 

 

 



말 없이 고개만 저었다. 울기만 하는 루한을 눕히고 잠을 재웠다. 나에게 있어선 그것이 최선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복잡한 마음에 그가 서있던 창문가로 갔다. 마을과 이곳의 사이에 있는 강가에서 김종인이 그의 연인과 입을 맞추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과 조금씩 고개를 드는 김종인에 대한 원망에 고개를 내리니 시선이 닿는 창틀에 불안하고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가끔은 나를 생각해주세요. 그대는 나의 전부잖아요.'

 

 

 



생각이 많아졌다. 창틀의 문장에 루한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과 이야기들이 조금씩 전해지는 것 같았다. 복잡했다. 눈물이 고여서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있었고 또 아름답게 빛났다. 반짝이는 별빛들이 루한의 눈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까만 하늘에는 구름없이 비가 내렸다.

 

 

 



"기억이라도.."


"..."


"해주세요.."

 

 

 



비가 쉴새 없이 내렸고 별도 빛났다.

 

 

 

 




 이상했다. 루한은 그날 밤 잠이 들고 김종인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 이후로 나는 루한의 침대 옆에서 글을 적었다. 별이 빛나던 밤도, 창틀의 문장도 하나 하나 채워나갔다. 루한이 잠이 든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글의 마무리 문장을 생각하다 문득 루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오묘했다. 행복해 보였지만, 또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가 눈을 떴을 때, 루한은 없었고 침대 위에는 내가 쓰던 글만 있었다. 온 집안을 찾아도 루한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루한의 방으로 왔지만 정말 그는 없었다. 그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글에 눈이 갔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던 글의 마지막 문장은 완성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필요했습니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가슴에 너무 깊게 들어와서 그 없이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를 위해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또한 전부터 그래왔듯이 매일 밤을 울며 지새우지 않을까요. 나는 여전히 그를 너무 사랑하네요. 잔인하게도.'

 

 

 

 



자리에 주저 앉았다. 완성된 듯해던 이야기는 마무리 되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바라본 내 손에는 이야기의 결말이 있었다.

 

 

 

 


'세훈, 나는 그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요. 저는 그를 사랑하는게 전혀 힘들지 않아. 내가 그를 사랑하는건 당연한 것 같아요. 세훈은 늘 내 사랑을 걱정했지만, 제가 종인을 사랑하니까 괜찮아요. 전부 다요.'

 

 

 

 

 

 



 루한은 김종인을 갖기에는 너무 초라한 존재였고, 여전히 사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어쩌면 루한은 김종인을 잊고 살아갈 자신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잘읽고 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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