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C W.볍씨 여러번의 관계끝에 백현이 힘없이 쓰러졌다, 거친 숨을 고르던 정길이 그런 백현을 내버려두곤 욕실로 사라졌다. 정길이 들어가고 난 후 얼마되지 않아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자연스럽게 룸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다 지독하게 울려퍼지는 정액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남자가 곧 누워있는 한 인영을 발견했고 그는 웃으며 천천히 백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 으, 더럽게도 굴려먹었구만. 얼마나 먹인거야. " 침대밑에 떨어져 있는 다량의 주사를 보던 남자가 혀를 끌끌 차며 ' 독한걸로도 썼네, 병신새끼. ' 하는 욕지거리를 뱉었다. 주사기를 두손가락으로 집고는 혀를 끌끌차던 남자가 안됬다는 눈빛과 함께 백현의 얼굴로 눈을 돌렸을 때였다. " 어? " 손에 들린 주사기를 가볍게 던지고는 백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 꽤 괜찮게 생겼는데? ' 하며 고민하는 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긁던 남자가 생각을 마쳤는지 이불로 백현을 대충 감싸곤 가뿐히 어깨에 걸쳐매었다. " 뭐, 어차피 보지도 못할껀데. " 문이 열리자 그 앞에는 사내보다 많이 작은 체구의 또 다른 남자가 보였다. 남자가 웃으며 문 밖에 서 있던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어번 치고는 말했다. " 잘 처리해. 디오. " " 네, 카이님. " " 아, 얘 옷이랑 신발들 좀 챙겨와줘. " 인사와 함께 머리만 빼꼼히 나와 있는 백현을 흘겨보던 디오가 심란한 표정으로 룸안으로 들어갔을 때 마침 샤워를 마친 정길이 디오와 마주했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넌 누구냐며 소리지르는 정길에게 디오는 인상을 찡그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 씨발, 내가 기분이 매우 안좋으니까 입닥치고 뒤져. " 순식간에 정길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 손에 들려진 총을 상의 뒷주머니에 넣은 디오가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디오가 백현이 입었던 옷들과 신발들을 챙겨들곤 침대에 라이터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타들어가는 침대를 보며 디오는 생각했다. 저 침대에 누워있던 인간이 저였다면 카이는 자신을 데려갔을까, 아니면 지금 저 침대처럼 정길과 함께 불에서 타 죽어가고 있을까. 불길이 처음보다는 거세진걸 깨닫고 디오는 재빠르게 방안에서 벗어났다. * 백현을 들쳐업은 카이가 재빠르게 인적이 드문 골목쪽으로 빠져나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던 카이가 이내 한 검은색 차앞에 섰다. 카이가 그 자리에 멈춰서자 조수석에서 덩치큰 남자가 허겁지겁 백현을 뒷자리에 눕히고는 카이를 태우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찬열은 혼란에 빠졌다. 저가 본것이 맞다면 백현이 왜 저자에게 있는 거지? 그것도 기절한채로? 혼란스러운 찬열이 그 차를 따라가려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땐 이미 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조수석에 있던 무전기에서 신호가 울렸다. " 레이! 어떻게 된 거야 백현이가ㅡ! " 『 .. 안그래도 그거 때문에 그래, 찬열. 』 레이의 마지막말을 들은 찬열이 울부짖으며 핸들을 신경질적으로 쳤다. 백현아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백현아 .. 『 내가 백현 빼오려고 다시 방으로 갔는데, 지금 백현 있었던 방 불에 타고 있었어. 지금 백현 살아있는 건 확실해? 』 * 디오가 잠시 후 백현의 옷가지들을 들고 나왔을 땐 카이는 가고 없었다. 씁쓸하게 웃은 디오가 이럴줄알고 조무래기들에게 시켜 뒤에 대기해놓으라고 시킨 차로 몸을 옮기려던 때였다. " 거기서. " 낮고 떨리는 목소리가 저를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려던 디오가 순식간에 왼쪽뺨을 얻어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영문도 모른채 한대 얻어맞은 디오가 인상을 찡그리며 일어서려할때 찬열이 디오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 ... 켁 " 키차이 덕에 숨쉬기가 힘겨워진 디오가 두손으로 찬열의 손목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것 같이 분노에 찬 눈으로 저를 보던 남자가 저를 씹어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 그거 백현이꺼지. 우리 백현이 어디로 데려갔어,씨발새끼야." 백현이라면 카이님이 데리고 가신 그 남자를 말하는 건가. 곧 흥미를 잃은 눈을 한 디오가 생각했다.이 자가 백현을 알고 있다면 디오는 이 자도 죽여야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디오는 총을 꺼내지 않았다. " ... 카이님이 데려가셨어. " " 하, 뭐? " " 말했을텐데, 카이님이 데려가셨다고. " " 그 새낀 누구야! 백현이는 박정길이란 새끼랑 ..! " " 걘 방금 내가 죽였고, 근데 내가 갔을 때 백현이란 사람도 정상은 아니었는데. " 찬열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상이 아니었다고? 혼란스러워하는 찬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디오가 미소지었다. 몰랐던 눈치네. 디오가 중얼거리자 찬열은 디오를 재촉했다. 찬열의 재촉에 인상을 찡그리던 디오가 ' 이 손 놓고 말해. ' 하며 신경질을 내곤 찬열의 손을 쳐 찬열의 손을 벗어났다. 디오가 늘어난 와이셔츠의 목부분을 매만지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 마약에 절여졌을걸. 대충 보니까 존나 독한걸로만 썼던데. 내 생각엔 정신이 완전 나갔을거야. 한번에 다량으로 그것도 존나 독한걸 주입당했는데 누가 괜찮겠 ... 야,야 울어? " 당황한 디오가 갑자기 저를 안고 우는 찬열에 당황했다. 뭐야! 안김을 당하는 건 처음인 경수가 얼굴이 벌개져 우물쭈물하고 있을때 귓가에 들려오는 흐느낌소리에 순간 몸에 주고 있던 힘을 뺐다. 이 자는 그 백현이란 자때문에 울고있다. 디오가 잠시 힐끗 봤던 백현의 얼굴을 떠올렸다. 저와는 달리,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살아가는 백현이 새삼 부러웠다. 나와는 달리, 사랑을 받는 사람. 사랑받을 사람이 있는 사람. 허탈한 웃음을 낸 디오가 주먹을 꽉 쥐었다. 뭐야, 나랑 정반대잖아. 흐느끼는 찬열의 배를 디오가 세게 쳤다. 찬열이 뒤로 물러나자 디오가 ' 눈물이나 닦아, 병신새끼. ' 하며 찬열에게 키하나를 던졌다. " 내가 빼줄게, 내가 존나 죽을지도 모르지만. 뭐 잘못되면 우린 남남이니까 그리 알아. " " .... " " 뭘 그리 보고 있냐, 키만 커선 순 머저리잖아. 니가 운전해, 난 좀 쉬어야겠어 네비 찍어줄테니까. " " ... 야,너 " " 닥치고 따라와, 지금 난 매우 두려운 상태니까. 신경건드리지마. 그 잘난 변백현인가 뭔가 발견하면 데리고 바로 튀어. 뭐, 그 전에 같이 죽을지도 모르는 사인데 통성명부터 하자, 너 이름이 뭔데. " " ... 박찬열. " " 난 도경수. " 찬열은 경수가 내민 손을 잡았다. 생각지도 못한 조력자를 만난 셈이었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긴 해도 일단 찬열은 경수를 믿어보기로 했다. 맞잡은 두손에 힘이 들어갔다. 경수는 그런 찬열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 더이상 물러날곳도 없다. 경수자신에게 왜 이들을 도와주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못본다는 것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하나. 경수는 말없이 운전하는 찬열을 힐끗보곤 조수석에 몸을 기대 불편하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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