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빡빡한 생활속에 지친 여러분, 쉼표를 드립니다.
김종인
왜 왔어? 그냥 죽어버리지.
자신의 19년 동안 보지 못한 친모의 말은 모질었다. 아니 모질기보다는 질겼다. 마치 고기를 굽다 타서 가위로도 잘라지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친모의 태도는 생각한대로였다. 사실 이집에 무작정 쳐들어가기 전, 날 낳기 전에 살았던 동네로 수소문해 갔을 때 그 곳에서 모친은 악랄하고 천하에 나쁜년으로 통했다.모친의 이름만 대도 동네 주민들은 치를 떨며 소금을 뿌리거나 욕을 날리기 일쑤였다. 이런 모친을 찾아간 이유는 하나였다. 살기 위해서.
그 여자
글을 쓸 때 보통 문장이 길거나 독자들에게 한 타임 쉴 수 있도록 쉼표를 쓰잖아? 그러면 글이 더 매끄러워 보이고 자연스러워 보이지. 그리고 독자들의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와주기도 하지. 근데 나한테 그게 없어. 내 글에는 쉼표가 없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날 어려워 하나봐. 여자는 불안한 듯 먹고 있던 캔 음료 꼭지를 따서 캔 안에다가 넣었다. 그러고는 캔을 들더니 흔들었다. 넘칠 듯 말 듯 하게 아슬아슬 출렁거리는 음료수 속에 같이 움직이는 꼭지. 꼭지와 캔 표면의 마찰 때문에 소리가 나는데 마치 그 소리가 여자의 심장박동 같았다.
여자는 얼마동안 캔을 흔들다가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꺼냈다.
네가 나의 쉼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쉼표 김종인과 쉼표가 필요한 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