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리고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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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처음을 여는 아이야. 늘솔길을 타고
하염없이 가거라. 그 길의 끝에는 정녕 네가 원하는 따스한 햇살이 비출 것이니.'
월국에 암흑기가 지속된 지 근 100년.
황제의 핏줄을 잇고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가, 너는 무슨 길을 타고 나에게 달려왔느냐.
너는 나에게 옥구슬 같은 존재이며 내 뱃속을 밝혀주는 빛과 같은 존재였느니라.
장차 큰솔이 되어 온 세상을 편안하게 하리니.
...옥안, 옥안아.
너는 마루한이 되어 세상의 가장 위에 설 것이다."
핏덩이와 같이 붉은 기를 머금고 있는 작은 아이..
옥안의 어미는 그렇게 옥안을 바라보았다. 이 작은 아이는 점점 자라나 해의 빛, 그것을 닮은 청년이 되었다. 강인하고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빛을 띠는 그의 눈빛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권위에 자연히 따르도록 하였고, 또한 강직하고 올곧지만 따뜻한 성품이 드러나는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은 마치 햇살이 그곳에 닿는 것과 같이 빛났다. 궁궐의 모든 이를 비롯해 그의 아비와 어미인 황제와 황후, 온 나라의 백성들은 옥안을 월국의 암흑과도 같은 사로국-월국은 사로국에게 100년간 끊임없는 간섭을 받아왔다-을 몰아내고 온전한 이 나라의 황제가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옥안아."
"예, 황제 폐하. 하문하시옵소서."
"내일이 너의 황태자 책봉식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맞느냐?"
황제의 따뜻한 눈길이 옥안에게 닿았다.
"예, 폐하.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비천하고 모자란 저에게 감히 황제폐하를 이을 황태자라는 칭호를 부여하시니 심히 망극하나이다."
"비천하다니, 모자라다니 가당치 않다. 너는 나에게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나의 아들이니라.
옥안아, 이제 때가 되었구나. 내 너에게 황제가 아닌 아비로서 해줄 말이 있다. 이 아비의 말을 들어주겠느냐?"
"예, 아바마마. 무엇이든 마음속 깊이 새기겠습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따라 생각해보건대, 이 나라의 역대 황제들 중 가장 성군이라고 칭송받으시는 분은 누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 나라의 태조이신 1대 황제폐하 이십니다.
『구회록』을 비롯한 많은 서책들은 태조께서 이 세상의 모든 황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군이셨다고 알려줍니다."
"맞았다. 그런데 그분께서 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군으로 칭송받으시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
"그것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태조께서는 '온'의 승인을 받은 '마루한'이셨기 때문이다."
옥안은 어리둥절했다. '온'은 무엇이며, 또 '마루한'은 무엇인가. 황제의 아들로서 교육받으며 많은 서책들을 읽고 많은 학문을 연구해온 터, 그의 귀를 거치지 않은 지식은 없다 할 정도로 옥안은 많은 지식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황제께서 옥안에게 하는 말씀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바마마, 그것들이 정녕 무엇이온데 태조께서 그것들로 말미암아 성군으로 칭송받으신다는 것입니까?"
"그래, 이 말은 대대로 내려오는 유명한 전설이었으나 이 전설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자신을 성군이라 칭하며 반역을 꾀하는 일이 많았기에 그 말은 절대 꺼내서는 안 되는 금기와도 같은 것이다. 이와 관련된 서책들은 전부 오래 전에 불태워져 사라졌지. 허나 나의 증조부 즉 선혜황제께서 어린 나에게 이것을 후대에 전하라 이야기 해주셨느니라. '마루한' 곧 으뜸가는 큰 사람을 의미하는 이 호칭은 '온'이라는 자들에 의해 부여되는 호칭이다. 이 '온'이라는 자들은 달의 기운을 가진 자들로,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증조부의 말씀에 따르자면 이들중 한명은 1000년에 한번 월식이 있을 때 나타나 황제가 될 자들에게 자격을 부여한다. '온'이 인정하여 '마루한'의 칭호를 얻을 때, 황제는 비로소 진정한 성군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태조께서는 이 나라를 건국하실 때 온에게 마루한의 칭호를 부여받아 지금까지도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성군으로 남으신 것이니라. "
"아바마마,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거라."
"이 온이라는 자들이 마루한의 호칭을 부여할 때 비로소 성군이 된다 하셨지요. 그렇다면 성군이라는 것은 저 자신의 자질로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옵고 단지 그들이 호칭을 부여해 주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확실치 않다. 허나 이것만은 분명히 말해줄 수 있다. 태조께서 갑자기 그러한 성군으로 칭송받으신 것이 아니다. 태조께서는 1000년에 한번 나올까 하는 성군의 자질을 이미 갖추고 계셨다는 것. 온이라는 자들도 그러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옥안은 처음 전해듣는 이 말이 과연 진실일까 생각하며 의문을 품었으나 감히 황제폐하께 다시 하문할 수 없어 문안 인사를 드리고 침전을 나왔다.
황제는 옥안이 없는 방을 보고 나직이 말하였다.
"..내일 밤, 월식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는 확신한다. 그 성군의 자질을 갖춘 자는 바로
옥안, 너이리라. "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옥안은 황제께서 하신 말씀을 곱씹어 보았다.
'온'...그 자들은 누구인가. 어디에서 오는가. 어떻게 오는가. 황제께서 나에게 그 말씀을 해주신 까닭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나는 참으로 부덕하고 못난 사람이 아닌가. 부끄럽다."
옥안은 그러한 생각들을 떨치려 하였으나 멈출 수 없는 호기심이 그를 지배했고, 그자들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사실이 없기에 답답하였다.
또한 내일 황태자 책봉이 끝나고 나면 나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으리라 생각하며 다짐. 또 다짐하였기에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적어도 사로국, 사로국 만큼은 이 나라에서 영향력을 없애야 할 것이다.
그들의 존재 때문에 황제께서는 그들이 언제 어떤 것을 요구하며 숨통을 조일까 매일 근심으로 가득하시니.
황태자 책봉이 이루어지면 그들은 또 우리에게 무엇을 빌미삼아 요구할 것인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 * *
다소 소란스러운 궁궐이 책봉식의 준비를 모두 마치자 황제와 황후가 정해진 자리에 앉고
종친과 문무백관이 동서로 줄지어 선다. 그들이 황태자와 황제에게 사배를 하자 황제는 꿇어앉은 황태자에게 차레로 죽책문, 교영문, 태자인을 전한다.
황태자 책봉식이 진행되면 될수록 이상하게도 옥안의 마음이 불안해져갔다.
아니, 불안한 것인지, 기대감에 벅차올라 주체할 수 없는 것인지 그도 분간할 수 없었다.
어젯밤, 황제께서 해주신 말씀 때문인 것인가.
...'온'.
문득 생각이 나는 옥안이었다. 성군이라는 칭호라니. 부끄럽다며 자신을 꾸짖고 그것을 불충과 불효라고 생각하는 자신이었기에 옥안은 왜 그러한 생각이 드는지, 모순적인 자신의 마음에 부덕하다며 소리쳤다. 자신도 권력욕과 야망에 휘둘리는 다른 이들과 다를게 없다며 자책했다. 그렇게 옥안은 그 '온'이라는 존재가 자신도 모르게 기다려지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며 황태자 책봉식을 마쳤다. 황제폐하와 황후마마께 저녁 문안 인사를 마치고 자신의 침소로 돌아온 옥안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정말 답답하였다. 그는 단지 황태자의 궐로 거처를 옮긴 첫날이라 그러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평온했던 마음이 흐트러지며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마음 속에서 이상한 저릿저릿한 감각과 함께 끝도없이 벅차는 기분에 옥안은 가슴에 손을 대었다.
황태자 책봉식에서 느꼈던 감정과 같은 것이다.
정말 이상했다. 그러한 감정과 마음상태는 점점 심화되어 그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그의 하얀 침수복에는 식은땀이 흥건하였다.
-월식, 세상은 암흑으로. 때가 되었나니.
이상한 일이로구나. 내가 지병이 있었던가.
마음을 가라앉혀아 한다.
옥안은 자리를 고쳐앉고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한참이 지나고, 겨우 정신을 차리니 사방은 암흑이었다.
창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달빛이 오늘은 한 가닥의 실만큼도 나타나질 않는다.
고요하다.
그런데 옥안은 고요하고 지독한 정적이 흐르는 이 곳에 낯선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을 느꼈다.
옥안은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몸이 결박당한 기분이었다.
이 방에 흐르는 낯설고도 날카로운 기운, 그것은..
..살기다.
그것을 알아 챈 순간, 옥안은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에 칼을 대는 누군가, 누군가가 앞에 있다.
"황태자께서는 오늘 이곳에서 죽음이라는 독주를 들이키게 되실 터이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암흑 속의 이 자는 누구인가. 이 칠흑같은 어둠속을 뚫고 나에게 칼을 겨누는 자.
-월식, 어둠이 걷히리라.
"..누구냐."
사로국에서 보낸 첩자인가.
"마지막 가시는 길, 이 몸이 길동무가 되어 안내해 드리리다."
밝아지는 달, 어둠에 묻힌 이가 서서히 밝은 빛을 내며 깨어난다. 침소에 옅은 빛이 들어온다. 달빛이 서서히 이 공간을 잠식하고, 옥안의 앞에 있는 자가 그 기운만으로 사람을 꿰뚫어 죽일듯한 살기를 내뿜으며 칼을 들어 옥안을 향해 내려친다. 그 순간, 옥안은 진정되었던 가슴에 다시금 심한 충격이 오는 것을 느꼈다. 숨을 들이켰다. 옥안의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황제폐하, 아니 아바마마...어머니. 불효한 소자를 용서해주시겠나이까.
애재, 애재라. 이 한을 어찌 다 갚으리요.
옥안은 가슴을 더욱 부여잡으며 눈을 감았다.
"..."
옥안은 살에 칼이 박히는 소리를 분명 들었으나 어찌하여 자신의 몸에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지 의아하였다. 눈을 뜨자 그의 앞에는 아까의 그 첩자가 칼에 찔려 숨이 끊어진 채 무너져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또 하나의 형상.
희안한 차림을 한 어떤 이가 거대한 칼을 들고 서있었다.
6척쯤 되어보이는 큰 키와 각진 어깨, 뒤로 질끈 묶은 머리칼, 어둠 가운데서도 빛나는 눈빛.
옥안은 눈이 마주치자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사로잡혀 입을 떼지 못하고 그를 바라만 보았다. 눈 앞의 그가 칼을 등 뒤의 칼집에 꽂아 넣고 옥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이었다.
그가 마치 야수의 그것과 같은 도약과 착지로 옥안의 얼굴을 마주한 것은.
옥안의 눈높이보다 약간 높게 쭈그려 앉은 그를 보고 위안은 이상하게도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오묘한 표정의 그 남자는 옥안의 턱을 잡아 올려 옥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나를 기다렸는가."
옥안은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이자가 범상치 않은 자임을 확신했다. 정체를 물어야 한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 황제폐하의 말씀이 불현듯 떠오르는 옥안이었다.
'나는 그대를 발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제 두려워할 것은 없다."
온, 그들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당신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처음을 여는 자, 테라다 타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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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힘드러유ㅠㅠㅠㅠㅠ며칠에걸쳐쓴건데도 이것밖에안나오다니 ㅠㅠ
조심스럽게 댓글 부탁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