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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준] 모래성 로맨스  

 

 

exo-k  

세훈X수호 (오세훈X김준면)  

 

 

 

 

 

 

 

 

 

 

W.밤사자  

 

 

 

 

 

 

 

 

 

 

 

 

 

모래성 로맨스 (부제:12년만의 재시작)  

 

 

 

 

 

 

 

 

 

 

02_  

 

 

 

 

 

* * *


 어제 하루는 집 안에서 문을 다 걸어 잠그고 핸드폰도 꺼둔 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세훈이! 무려 세훈이가 나를?! 5년? 5년 장난하나 지금. 23년을 살면서 이런 충격적인 고백은 처음이었다. 있었어도 세훈의 이 고백이 0순위일 것이다. 그리고 난 남자잖아. 저랑 똑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 건장한 남자. …키? 그래, 세훈이보다는 아주조금!(많이)작지만… 어디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기라도 한가. 그냥 성격좋아 베실베실 웃고 다니는 정도. 그래 웃지 말아야지.

 난 세훈의 멋없는 고백을 듣고는 혹시나 아영이 때문에 괜히 떠보는 건가 싶어 조잘조잘댔다. 넌 그런 사람이 아니야, 너랑 내 사이가 얼마나 좋은 형, 동생사이냐 연설을 해줬을 땐, 어쩐지 오세훈이 너무 조용했다. 내가 세훈의 마음속을 들여다 본 것이 아니라서 지레짐작 밖에 못하지만 조금 상처받은 얼굴. 안락한 내 원룸 자취방 침대에 누워 강의 들으러 갈 생각 조차 않고 있으니 계속해서 오세훈의 표정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이건 뭐 아지랑이도 아니고. 답답한 마음에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사레가 들려 켁켁. 아, 가끔 사레들렸을 땐, 세훈이가 등을 두드려줬었는데. 갑자기 오세훈의 오른 팔만 떼와서 내 등을 두드리고 싶어졌다. 몸 말고 팔과 손만. 얼굴을 볼 용기는 나지 않으니까. 이틀 연속으로 참 기고한 운명들이다. 정말 친한 셋이서 아주 지랄같지. 그래도 내가 가장 나은건가. 적어도 누굴 짝사랑해서 속앓이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준면은 자신의 머리로 감당 안 되는 것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아무것도 한 거 없이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걱정없이 쉬어버리자 마음먹고 눈을 감았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확인해보니 수신자는 '우쭈쭈 세훈강아지'라고 나름 귀엽게 갖다 붙인 세훈의 애칭. 얘는 자기 번호가 이런식으로 저장되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왠지 말해주긴 싫다.


"왜! 여보세요!!"


 자신의 생각이 많을 뿐인데 괜한 화풀이하듯 전화 받았음을 알린다. 그리고 그런 준면의 말투를 듣곤 조용한 오세훈. 잠시간의 침묵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 것도 같다.


-…학교 안와?
"아 오늘은 갈거야!"
-언제 올꺼야
"지, 지금갈꺼거든?!"
-빨리 와
"거, 걱정마셔! 절때 너 안볼거 아니니까!"
-당연한거 아니야? 아직 고백 한 번 밖에 안 했어
"돼, 됐어…"


 고백이란 단어에 낭랑하던 목소리가 급 땅굴로 꺼진다. 왠지 언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얘기. 어찌 한 순간에 죽마고우 둘을 어색한 사이로 만들었는가. 나란 존재가 참으로 안타까운 운명같았다. 다 된 밥상에 김준면 뿌리기란 말인가?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의 끝을 붙잡았다.


-늦었다고 뛰지말고 천천히 와.
"알았어요~ 걱정마셔. 씻고 갈게"
-김준면.


 저의 이름을 부르는 세훈의 목소리에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생각들이 피어났다. 어감이 딱딱했던 내 이름이 이렇게 듣기 좋은 이름이었나 하고.


-보고싶어!


 마지막으로 세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수화기에 대고 작게 소리친 세훈은 정말로 준면이 제 눈 앞에 모습을 보이길 바라고 있었다.

 

 

-

 

 

 준면은 슬금슬금 쥐새끼마냥 강의실을 기어갔다. 그리고 뒷 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착석. 드르륵하는 문 소리가 난 근원지로 고개를 돌린 세훈은 멀리 앉아있는 준면에게 고갯짓을 했다. 일로 와. 아냐 됐어. 이리 오라니까. 여기 있을거야. 오라고. 입 밖으로 새어나가는 말은 아니었지만 둘은 입모양으로써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유하게 생겨선 고집이 센 준면을 이길 수 없는 세훈은 결국 자신의 짐들을 챙겨 준면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준면의 옆에 앉아있던 죄없는 종인은 세훈의 째림에 어쩔 수 없는 자리이동을 했을 것이다.


"절대 나 안볼거 아니라며?"
"응. 대신에 같이 안 다니려고."
"그럼?"
"아싸 생각 중이야"
"왕따겠지…"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거.든~"


 세훈은 한 마디도 안지려는 준면이 익숙한지 짧게 하하웃고는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준면이 형. 형이 나 없이 어딜다녀? 어딜 가던간에 껌딱지처럼 붙여다녀주겠다. 아냐 껌딱지는 좀 허접한가? 그럼, 정으로라도 뗄 수 없는 똥강아지라도 되어주겠어. 정에 약한 형은 날 절때 못 놔.
 세훈이 이런 다짐을 하던 말던 준면은 애써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이동하던 준면의 뒤엔 세훈이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준면의 핸드폰에 저장 된, '우쭈쭈 세훈강아지'라고 불러도 될 만큼 충견, 아니…애완견 같아 보인 건 비단 한 두명의 학생이 아니었다. 원래 나란히 걷던 저 둘이 왜 저러고 걷는다냐?하던 학생들이 의아해하며 지나쳐갔다.


"형 걸음 빠르다"
"당연하지. 널 떼어놔야 되는데 이정돈 해야지"
"날 떼어놔?"
"당연하지."
"내가 또 고백할까봐?"
"…다, 당연하지"


 아오 저 고백이란 단어는 정말 듣고싶지 않다. 겨우 두 글자 단어일 뿐인데 날 이리도 할말을 잃게 만든단 말인가.


"어? 형 잠깐 주춤거렸어."
"뭐가!"
"아니야."


 준면이 흥분해서 소리치니 세훈은 하려던 말을 삼킨다. 그리곤 밥을 다 받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얄밉게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준면은 이에 신경쓰지 않고 제 밥만 푹푹 퍼먹었다.
 이젠 말 따윈 섞지 않으리. 세훈이랑 말만 길어져봤자 괜히 나만 당황스러움을 내비칠 것이다. 내가 선을 그어놓으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난 오세훈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마음정리를 해주길 바란다. 연을 끊기에 우린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해왔다. 나 자신이, 또는 세훈이 갑자기 서로에게서 멀어져 영영 헤어진다면 아마 못 견디겠지.


"형, 아영이 누나는 어쩔거야? 누난 학교도 달라서 형이 직접 연락해야 얼굴을 비칠텐데"


 맞다. 아영이가 있었지. 거의 매일 보는 오세훈과는 달리 아영이는 같은 대학교가 아닌지라 일주일에 한 두번씩 보는 게 전부였다. 항상 만나면 밥먹고 쇼핑하고 술먹고 하는게 전부지만 그런 일상들이 나에게 있어선 꽤나 큰 의미이자 일상이었다. 갑작스런 둘의 고백으로 인해 내 일상이 무너져 내리게 할 순 없다. 일단 이녀석보단 아영이가 우선이었다. 여자이기도 했고, 2년간의 짝사랑 끝에 고백을 한건데… 아마 낙심하고 있을 게 눈에 선했다.
 

 

 

 

 

* * *

 

 약속 시간까지는 대략 삼십분 정도 남았다. 어쩐지 계속 신경쓰이는 아영이와 조금 더 대화를 해볼 참이었다. 혹시나 표정이 어두워보이면 어르고 달래야지. 벤치에 몸을 기댄 준면은 그렇게 생각하며 음료수 캔을 따 벌컥벌컥 들이켰다. 7월의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은 나무그늘 속에 있기 때문이라 느꼈다. 저 땡뼡을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있노라면 감탄사가 나온다. 물론 자신도 땀을 뻘뻘 흘리며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말이다.


"준면아!"


 가만히 이슬이 맺힌 음료수 캔을 만지작 거리던 준면은 아영이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삼일만에 본 아영이는 예상과는 달리 여느때와같이  밝게 웃고있었다. 머리나 옷에 힘을 팍 줬다는 걸 준면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일찍왔네?"
"너도 미리 나왔으면서~"


 아영 역시 약속시간보다 일찍나왔다. 일말에 희망이라도 잡고싶은 마음이었다.
 바람이 불고있지만 햇빛이 뜨거워 시원한 바람은 아닌터라 에어컨이 빵빵한 커피숍으로 자릴 옮겼다. 그냥 밥을 먹을거 그랬나 하며 저가 좋아하는 프라푸치노를 시키려다말고 아이스카페라떼를 두 잔 시켰다. 이제 프라푸치노는 누군가와 못 먹을 것 같다. 프라푸치노의 '프'자만 봐도 세훈과의 그 날이 떠올라서 여간 신경쓰인다.


"아영아, 내가 오늘 만나자고 한 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아영의 얼굴을 살폈다. 딱히 시선을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스리슬쩍 웃는 모습에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런 준면을 보곤 아영이 입을 열었다.


"난 너가 굉장히 착한 애란 거 알아."
"…"
"아마 내가 여기서 울고불고 깽판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겨 줄 수 있는 것도"
"…"
"근데 안 그럴려고…. 어거지로 사겨주는게 정말 갖고싶은 물건을 돈이 없어 훔치는 거랑 뭐가 다르겠어"
"아영아…"
"나 마음정리하려고 잠시 제주도라도 놀러가려고"
"엉?"


 가끔 무대포같은 성격이란 건 잘 알고있었지만 뜬금없는 발언에 고백이 거절당한 후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난 그 사이 한가지의 사건이 더 발생하여 어느 한쪽으로라도 치우쳐 생각을 못했는데.
 준면은 아영과의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평정심과 친구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아영은 '그래서 그 교수가 말이야~'로 시작해서 '완전 웃겼어~'하고 말을 끝맺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준면은 맞장구를 쳐주며 같이 웃었다. 그래, 이래야 정아영이지.


"근데 준면이 너한테 미안하다고 먼저 했어야 되는데 잊고있었어"
"응? 뭐가?"
"내가 고민상담들을 다~ 세훈이한테만 했던거 같아. 너에 대한 것들이 아니어도 고민상담상대가 생겨서 특정인물한테만 해버렸달까…"
"뭐야~ 그런거였어? 난 여태 니가 고민없이 살 정도로 생각없이 살고있나 했었는데,"
"뭐어~? 말이 심한거 아냐?"


 아영이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준면의 손을 찰싹 때렸다. 정말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다. 짓궂게 말을 하면서도 말에는 가시가 전혀 없는. 그런 대화를 하는 게 우리들의 일상이었다.


"근데, 근데 말이야…"
"응?"
"세훈이가, 그러니까 오세훈이 너랑 이런저런 얘기할 때, 걔는 너한테 뭐 말 한 거 없었어?"
"…무슨 얘기?"
"아니 그러니까, 세훈이도 너한테 무언가를 털어놓지 않았을까…하는 뭐,"
"아니, 없었어."


 아영은 딱 잘라 말했다. 일방적인 내 고민상담이었다며 세훈이는 시시때때로 무리수개그나 날렸다고 한다. 그래서 상담의 판을 깼대나 뭐래나. 그래도 준면은 왠지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아영은 세훈이가 나한테 고백한 걸 모르겠구나. 셋이서 절친사이이긴 하지만 계속 모른 채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사이가 유지되기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만나서 기분이 좋아졌어.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다 하고. 난 솔직히 니가 나 뻥 차고 계속 사이가 멀어지는 건 아닌가 얼마나 마음 졸였다구"
"실망이야, 우리 우정이 한 순간에 끝날 정도로 얕았어?"
"아니지 아니지, 나랑 김준면, 오세훈은 부랄친구 아니야?"
"얘가 말은 참,"


 준면은 아영의 남성적인 대화에 코를 찡긋하며 웃었다. 핀잔을 줄 때나 하는 버릇이었다. 둘은 손인사를 하고 제 갈길을 갔다. 다음에 만났을 때도 이렇게 친구처럼 대해줘. 그럼 마음이나마 편할 것 같아.


 준면이 떠나는 뒷모습을 표정없이 바라보던 아영은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해 준면아. 내가 안 된다면, 너한텐 세훈이어야 해. 난 질투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은 안 되겠다. …잘 가."


 그리곤 양쪽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방향을 틀어 준면에게서 등을 돌렸다. 잘 해라 오세훈. 포기를 모르는 내가, 너니까 쉽게 포기하는거야.

 

 

 

 

 

* * *

 

 12평에 안락한 원룸 자취방에서 토요일의 휴일을 만끽하고있던 준면은 난데없는 초인종 소리에 놀라 숨을 죽였다. 준면의 자취방에 놀러 올 사람은 정말 뻔하디 뻔한 인물일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오래지낸 사이라지만 자취방엔 좀도둑이 많이 드는 걸 아는지라 매일매일 문을 걸어잠그고 살고있어 세훈마저도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다. 일단은 집에 없는 척 해야지. 나중에 만나면 친구만나러 갔다고 하면 되지. 내 친한 동기가 오세훈 너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 …아뿔싸. 내가 벌써부터 거짓말따위 할 궁리를 하고있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내가 왜 이렇게 피해야 돼.
 어쩐지 자기 혼자만 세훈을 멀리하는 것 같아 얕은 죄책감에 빠진 준면이었다.
 

"문 열어"
"…"
"…문, 열어줘~"


 현관 문 밖에선 문을 열어달라는 세훈의 기운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없으면 어쩌려고 문을 열어달래? 지나가는 주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네. 난 자취방까지 찾아 온 오세훈을 외면할 수 없어 현관문 렌즈 사이로 내다봤지만 안보였다. 옆에 서있나. 그리곤 아주 조용하게 잠금을 풀고 손잡이를 잡아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타인에 의해 현관문이 열렸다.


"헬로우~"


 반쯤 열려진 문 사이로 세훈의 발랄한 얼굴이 들어왔다. 힘 없는 목소린 연기였구만? 목소린 아주 연기대상감이다. 누가 얘 성우로 안쓰나.


"어쩐 일이냐?"
"내가 여기 오는 걸 뭐, 새삼스레"
"…그런가"
"안 들여 보내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으로 시선을 흘낏 주고는 다시 눈을 맞춰왔다. 아- 들어오던지 말던지. 그렇게 말하곤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문을 활짝 열어주진 않았다. 왠지 그 정도의 친절을 베풀면 안 될 것 같았다.


"여태 자고 있었어?"


 아직 정돈되지 않은 침대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준면의 대답이 없자 그렇다 멋대로 결론을 내리곤 이불을 털어 말끔하게 정리했다. 세훈의 그런 행동에도 준면은 그냥 놔두라며 딱히 터치하지 않았다. 하지 말래도 할 것을 알기에. 차가운 방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누운 준면은 눈을 감고서 더위를 날리려했다. 더울 땐 바닥이 최고지 암.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훈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밖에 안 나가? 더우니까 그러고 있는 거야? 내가 시원 한 거 사줄게. 계속 그러고 있으면 턱 돌아간다?
 세훈은 준면이 언제 쯤 대답을 하려나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나가…. 너 혼자 맛 있는 거 먹고와"
"다시 와?"
"…집으로 가"


 눈을 감은 그 상태로 말하는 준면이 세훈은 야속하게 느껴져 괜히 발로 한번 찼다. 형이 언제 쯤 다시 바보같이 웃어줄까? 안달나는 기분에 속만 답답해졌다. 불과 며칠 안 되었는데 형의 웃는 얼굴이 그리워졌다. 요 근래 계속해서 무표정만 일관.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고백따위 하지말걸 그랬나…. 아니야, 지금 후회해 봐야 소용 없는 짓이었다. 진전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준면은 세훈의 소심한 발길질을 받곤 이 놈이 업어키웠더니 다 큰 형을 발로 차고있네. 라고 생각했다.


"형, 자?"
"…"
"김준면"
"…"
"준면아, 사랑해"
"…씨이-"


 세훈은 낮게 신경질 내는 준면이 귀여워 가까이 다가갔다. 눈을 감곤 있지만 아랫입술을 비죽이느라 이빨이 다 드러났다.
 내 두번째 고백. 하지만 처음과 달리 준면은 대놓고 무시를 할 참인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형, 밥은 먹었어?"
"…아니"
"나가자. 저번에 형이 먹자던 피자사줄게"
"너나 먹어"
"왜"
"오늘 하루는…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진짜?"
"응"
"안 움직이고?"
"응"
"이래도?"


 세훈은 시종일관 눈을 감고 엎드려 누워있는 준면에게 다가가 양쪽 허리 옆 바닥을 짚었다. 무언가 다가왔음을 느낀 준면은 살짝 눈을 떠 세훈을 올려다봤다. 너 뭐하냐? 이마를 찡그리고 물으니 킁하며 살짝 웃기만 한다. 왠지 가만히 있다가는 뭔 일이 날 것 같아서 세훈을 밀치고 일어났다. 징그러운 자식. 나도 남잔데.


"가자. 너가 사는거고"
"알지"
"절대 배고파서 널 따라 가는 게 아니야"
"알지~"
"피자를 혼자 먹고있는 동생이 궁상 맞을 것 같아서 그런거야"
"거 참, 감동이네"
"밖은 덥냐?"
"내 마음만큼 뜨거워"


 아아 그러셔. 넌 좀 입을 다물고 있어줬으면 좋겠다 오세훈.

 

 

 

-

 

 

 


 주문한 피자가 나오기 전 까지도 준면은 입을 열지 않았다. 계속해서 핸드폰만 만지고, 주위를 둘러보고, 창 밖을 구경하는 둥 세훈의 시선을 피했다. 이럴거면 왜 나온거야? 자신을 따라나온 준면의 태도가 바뀔 줄 알았던터라 짜증이 조금 났다. 참고 참아서 대인배나 돼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피자가 나오고 우와 탄성을 지르며 준면이 피자를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꽤나 배가 고팠나보네. 집에 계속 혼자 있었으면 굶어 죽었을 지도 모른다. 휴일은 항상 나랑 아영이 누나가 끌고 나가거나 집에서 밥을 해줬지.


"맛있어?"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끄덕끄덕. 그리고 피자를 또 다시 한 입. 와 TV광고에서 맛있다고 찬양하던 맛이 이 맛이구나! 다 먹어주겠어. 이제 막 두 조각째 집으려던 찰나 맞은 편에서 턱만 괴고 쳐다보던 오세훈과 눈이 마주쳤다. 지 돈 내는거면서 안 먹고 뭐하는거야. 먹다 체하게. 내가 너무 개걸스럽게 먹었나. 이제 오후 4시가 지나가려고 하는데 첫 식사라 조심스럽게 먹기도 힘든데. 넌 안먹냐고 묻고 싶었지만 피자와 함께 목구멍으로 삼켰다. 내가 먼저 말을 붙이는 건 일단 삼가야겠다.


"내가 이렇거 계속 옆에 있을건데, …진짜 한 마디도 안 할거야?"


 무시.


"투명인간처럼 대할 거냐고"


 또 무시.


"형이 무시한다고 내가 고백한 걸 주워담진 않아."


잠시 멈칫. 딱 그정도로만 반응하고 다시 피자로 신경을 집중시켰다.


"김준면! 아니, …형. 진짜 나랑 말도 안 할거야?"
"응!!"
"했네, 지금"
"에이씨,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그러는거야?"
"뭘? 왜 형을 좋아하냐고?"
"어? …어."
"그야 이유를 대라면 수 없이 많은데….음- 웃을 때 입꼬리 시원한 거랑, 그리고 바보같이 웃는 거."
"진짜 웃지 말아야겠다."
"어쩌려고?"
"시크해지려고. 니 말 계속 먹고, 찡그리고 다녀야지."
"안 돼. 맨날 웃고다니던 사람이 무게잡고 다니면 얼마나 웃긴지 알아?"


 색다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형한테 빠지면 어떡해. 뒷 말은 삼켰다. 안그래도 베실베실 웃는 모습에 여럿 설레게 만들 것 같아 매일 옆에서 붙어다녔던 건데. 사실 형한테 마음 갖고 있던 여자애들 내 눈엔 다 보였지만 내가 싹을 잘라내버렸지.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준면에 매력은 웃는 모습 뿐 만이 아니라, 생색내기, 잘난척하기, 동물을 좋아하는 모습 등 세훈의 눈엔 모든 게 사랑스러웠다. 자고 일어나 까치집을 만든 머리, 잠을 잘 때, 몸이 가려워 긁는 그 모습까지도. 물론 이런 감상들을 입 밖으로 꺼내버리면 소름돋는 시늉을 할 준면이기에 말하진 않았다.


"웃기냐 그게? 그럼 웃기게 해야지"
"웃겨도 귀여워"
"야 오세훈. …솔직히 같은 남자잖아. 너 게이야? 난 아니야!"
"나도 게이 아니야! 남자 안 좋아해. 형이 좋은거지!"


 갑작스레 높아진 언성은 주위테이블의 손님들까지 조용하게 만들어버렸다. 잠시 정적이 지나간사이 준면은 가릴 것도 없는 콜라컵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쪽팔려. 나 남자한테 고백받았소 광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다신 여기 오면 안 되겠다.
 잠시간의 사건은 금방 왁자지껄하게 돌아왔고, 가만히 마른침만 삼키던 세훈은 준면의 콜라를 빼앗아 마셨다.


"야 그거 내 빨대,"


 평소엔 누가 입을 댄 빨대든 그냥 쓰고보고, 먹던 막대사탕까지 혼자먹냐 타이르고 빼앗아 먹던 준면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린 옛날부터 침을 나눈 진한 사이 아니었나?"
"…."
"같이 목욕탕도 가고, 잠도 같이 잤잖아"
"…으,"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 

 

 

2화예요!! 넘 빨리 올렸죠?.......ㅠ 

준면이 쫌... 밉..상인가요? 지만 무시하면 되는 줄 아나봐요...ㅋㅋ.....ㅋ... 

어쨌든 짧은 1화에 덧글 달아주신 분들 랑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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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헝ㅠㅠㅠ빨리 올라와서 좋은데요ㅜㅜㅜㅜ저 저번에 독자2입니다ㅜㅜㅜㅜㅜ혹시 암호닉 신청되나요?ㅠㅠㅠ준면이 너무 귀여워요ㅜㅜㅜ사랑해요ㅜㅜ세준금손이라니ㅜㅜㅜㅜㅜㅜ세훈이의 들이댐을 응원합니다ㅠㅠ
11년 전
밤사자
덧글 되게 빨리 다셨네요ㅋㅋㅋㅋㅋㅋ
암호닉.!!! 네네네네!! 암호닉 신청해주쎄용~!! 글잡에 서식하면서 팬픽만 읽다가.. 저도 암호닉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은 ㅠㅠ흑

11년 전
독자4
암호닉 슈슈로 할게요ㅜㅜㅜ작가님 사랑합니다 비루한 세준러는 구원해주셔서ㅜㅜㅜㅜ
11년 전
밤사자
아니에요 슈슈님 ㅠㅠ 제가 사랑합니다ㅠ
11년 전
독자2
세훈이가 아주 적극적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더 들이대 세훈앜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밤사자
5년의 짝사랑과 5년의 욕..정..이......죠..ㅋㅋㅋㅋㅋㅋ덧글 감사합니다~~ㅎㅎㅎ
11년 전
독자3
달달달해용~~ 잘읽고 가요~~^^
11년 전
밤사자
비루한 팬픽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마워용~
11년 전
독자5
ㅠㅠㅠ풋풋달달해여 세준세준하네요ㅎㅎ 재밌게 잘읽고갑니다
11년 전
밤사자
저 달달한거 좋아해서 써봤는데..다행이네요 ㅠㅠㅠ 덧글 감사해용~
11년 전
독자6
지난화의 독자 1입니다 ㅋㅋㅋ 제가 그 독방에서 세준 형동생이엇으면 좋겟다고 햇던 징어에여 사실 ㅎㅎㅎㅎ 저런 연하의 패기 매우 바람직해여ㅠㅠㅠㅠ빨리 준면이가 뽈인럽 해야할텐데..!! 잘보고가요 암호닉은 수녀로 신청할게요 ㅎㅎ
11년 전
밤사자
님 덕에 나이설정을 바꿔서 나은 것 같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연하공은 사랑입니다..♥ㅎㅎㅎ수녀님 기억할게요!
11년 전
독자7
ㅠㅠ중간에준면이이름부르는거겁나설레요ㅠㅠㅠㅠㅠ연하공은역시패기가넘쳐야최고져ㅋㅋㅋㅋㅋ그나저나좋은칭구아영씨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밤사자
좋은친구 아영앀ㅋㅋㅋㅋㅋ 이름 오징어.......오...씨로..오진아.. 막 이런거 하려다 참았어요, 흡 ㅠ
11년 전
독자8
세훈이좋다
11년 전
밤사자
저도 세훈이가 좋아yo..ㅜ
11년 전
독자9
쓰다보니길게쓴게아닌것같지만ㅠㅠㅠㅠ
어휴아영양진짜착해요ㅠㅠㅠㅠ오ㅅㅔ훈은능글맞고ㅋㅋㅋㅋㅋㄲ패기를보여줘!!!
진짜셋다너무귀엽고ㅋㅋ준배가미워ㅠㅜㅜㅠ오세훈을봐주세여!!

11년 전
밤사자
헐..!!아영양,,,이응부자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준배는 복받았어요..ㅎㅎㅎ
11년 전
독자10
억ㅋㅋㅋㅋ이제보니까이응이^^!이응이응이응!
11년 전
독자11
ㄱ연하의 당돌함ㅋㅋㅋ귀여워욬ㅋ
11년 전
독자12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준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랑 사기자....준면아...아 이러면 안 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세훈이라 ㅇ김준면이랑 애기하는거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귀여워서...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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