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아픈덴 없어? w.명작시카 "아줌마, 오이 만원어치 주세요." "어유~ 예쁜 아가씨 오랜만에 왔네. 근디 만날 같이 왔던 친구는 같이 안 왔남. 만날 오이사네 안 사네 실갱이 피든게 생각 날 듯 말 듯 헌디.." 날 좋은 봄날이다. 재작년 이맘때쯤에 너와 함께 걷던 그 벚꽃길이 생각이 나. 유리야, 넌 어떻게 지내? 나는 네가 그렇게 먹으라던 오이에 도전 해 보려고 오늘 마트를 갔었어. 근데 문득 마트는 사치라며 개구쟁이처럼 룰루랄라 거리며 재래시장에 나를 데려갔던 네 모습이 생각나서 발길을 돌렸는데.. 아직도 난 네가 내 옆에서 시카베이비 오이 만원어치 사줄게, 먹어요 할 것 같은데.. 너는 나를 떠났어. 왜 나를 떠난거야, 왜 내게 헤어짐을 고한거니. 채소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친구 아니고 애인이였어요, 제 애인 권유리요 라고 말 하고 싶은걸 꾹 억누르던 수연은 낑낑거리며 오이가 가득 담긴 봉투를 받아 들었다. 시장 여기저기서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미간이 좁혀진다. 몇걸음 가다가 방금 전 들렸던 채소가게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유리와 오이로 옥신각신 했던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눈물이 고여버렸다. 남들과는 다른 사랑, 남들과는 다른 연애, 남들과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했다. 처음이였다. 같은 여자에게 그렇게 설레고 그렇게 목을 맸던것은. 헤어지고나서 조차 이리도 목이 메이는 것은. 아니,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 마저, 같은 여자와 몸을 나누며 사랑을 속삭였던 것 마저 다 처음이였다. 권유리, 너는 참 나쁘다. 너를 이리도 사랑하게 만들고 대체 왜 너는 날 떠난걸까. 유리가 너무 미워 손에 힘이 턱 풀린 수연이 손에 쥐어져 있던 비닐봉투를 놓쳤다. 떨어진 봉투에서 쏟아져버린 오이들을 외면한 채, 비닐 봉투를 놓친 제 손끝을 보며 수연은 무작정 뛰었다. 권유리 또한 제 손에서 놓쳐버린것만 같아서, 그리움에 사무쳐 가슴이 미어 터질 것만 같아서 차라리 숨이 멎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유리가, 유리가 너무 보고 싶었다. "..어쩐 일이야, 수연아." "유리 있어? 태연아.. 권유리 나오라고 좀 해줘." "..그럴 수 없다는거 알잖아. 얼른 돌아가. 유리도 많이 힘들거야, 그러니까.." 힘들거라고? 권유리도 나랑 헤어진게 힘들까? 나 힘든거라면 제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나 힘들지 않게 막아줬던게 권유리야. 내가 울면 가장 먼저 내 눈물을 닦아주던 사람이, 바로 권유리야. 그런 권유리가 나를 떠났는데 걔가 힘들거라고? 차라리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하라고 그래. 바람끼가 다분한 권유리니까. 차라리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좋아졌다고 그렇게 말하라고 그래. 난 단지 지금 유리가 너무 보고싶은거니까, 그러니까 제발 유리 한번만 불러내 줘, 태연아.. 수연은 유리의 룸메이트 태연의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제 우는 소리가 이렇게 큰데 얼굴 한번 내 비추지 않는 유리가 너무 미웠다. 분명 이 현관문 너머에, 유리 방 이라고 적힌 저 방문 너머에 네가 있을텐데, 내가 이렇게 너한테 매달리는건 처음이잖아. 권유리, 나와서 나 한번만 안아주면 안 될까? 딱 한번만.. 안아주면 안 될까.. "수연아, 유리 보러 가자." 태연의 차를 타고 유리의 납골당으로 가는 내내, 수연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아니, 하지 못 했다. 창밖에 비치는 유난히도 맑은 봄 하늘을 보다가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몇일후면 벌써 유리의 기일인데, 유리가 세상을 져버린지도 벌써 1년이나 됐는데 수연은 아직도 유리에 대한 열병이 사그라들지를 못 했다. 유리야, 나를 떠나 도착한 그 하늘은 어때? 예쁜 여자 많아? 그래서 내 꿈 속 조차 들려주질 않는거니. 밤마다 침대에 누우면 아직도 난 네가 내 옆에 누워 팔베게 해 줄 것만 같고, 내 가슴을 콕 콕 찌르며 우리 수연이 오늘은 가슴 좀 더 컸나? 할 것만 같고, 연락도 없이 현관문을 벌컥 열고 집에 들어와서 시카베이비 좋아하는 치즈 케잌 사왔어 할 것만 같은데. 아직도 난 네에 대한 사소한 점 하나, 사소한 흔적 하나 지우지도 잊지도 못했는데. 언젠가 수연과 유리가 사소한 다툼으로 잠시 헤어졌을 무렵의 어느날, 수연은 유리가 없다는 허전함에 멍하니 허공만 보며 목적도 갈 곳도 없이 길거리를 배회 했었다. 유리는 그런 수연의 집앞에서 수연을 기다리다가 수연이 외출을 하자 거리를 두고 뒤에서 쫓았고, 발걸음이 휘청거려 넘어질 뻔 한 수연의 팔을 뒤에서 붙잡고 제 쪽을 보게 한 뒤 유리는 버벅이며 뜬금없던 한마디를 건넸었다. "수..수연아, 잘 지내? 아픈덴 없어?" 하고. 그 짧은 한마디에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어디선가 저를 지켜보고 있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수연은 이내 그 자리에서 권유리 너 나빠 하며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유리에게 안겼었다. 유리는 안절부절 이도저도 못하며 수연을 달래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혹여 수연이 아는 사람이 지나갈까봐 유리는 제 가슴에 수연의 얼굴을 꼭 끌어 품에 안았었다. 그러나 이젠 안길 수 있는 유리의 품도 없다.혼자 울어야 한다는 이 현실에 수연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유리가 떠났던 날, 마치 그 날 처럼. 그 물음을 제가 유리에게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아랫입술을 꼭 깨문 수연이 가슴속으로 나지막히 속삭였다. 유리야, 잘 지내? 아픈덴 없어? fin- 으어 망작이네요.. 그냥 좀 슬픈 얘기를 써보고싶었어요.. 제가 오늘 따라 우울해서ㅠㅠㅋㅋ 글잡엔 솟픽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꽤 계시는 것 같은데 다음엔 해피 해피한 글로 찾아 뵐게요!♥ 율싴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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