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nium : 조각글 02 《바보》 놀자. 학연은 쓰게 웃었다. 곧 있을 대회에 늦은 밤 까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뒷정리를 하고 나오던 학연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 두 눈에 담기는 모퉁이를 따라 복도에 늘어져있는 두개의 그림자. 안돼. 그날 학연이 대회 있는 날이란 말이야. 왜 숨어야만 하는지. 학연은 자신의 심정만큼이나 무겁게 축 늘어진 가방끈을 다시 고쳐매고 벽에 기대선다. 그래도. 나랑 같이 놀자니까. 들을수록 웃음이 터져나온다. 입꼬리를 당겨 웃는다. 눈꼬리가 휘어진다. 곧 일그러진다. 울듯 말듯 일그러진 얼굴. 어두운 가운데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허공을 바라본다. 초점이 흩어진다. 아. 안되는데. 꼭 간다했단 말이야. 괜한 기대를 해본다. 그렇게 계속 거절하라고. 못간다 그래. 넌 좀 조용히 해 제발. 흔들지마. 뺏어가지마.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돌리고 팔짱을 풀고 한쪽어깨에 여전히 매달려있는 무거운 가방을 다시 추스려매고 모퉁이를 돌아나가면. 학연아. 지금까지 연습한거야? 어색하게 웃는 별빛. 그와 잡고있던 손을 놓고 바지춤에 손을 문질러 닦으며 등 뒤로 숨기는 행동. 조금만 더 고생하자. 얼마 안남았잖아. 시큰둥한 남자가 등 뒤로 숨겨진 별빛의 손을 잡는다. 근데. 학연아. 미안한데 나 대회 못 보러 갈 것 같아. 일이 생겼어. 오랜만에 친구들이 얼굴 좀 보자 그러네. 그래. 그대로 둘을 지나쳐서 걸어간다. 아무렇지 않게. 겉은 아무렇지 않게 속은 시커멓게 내가 모르는 니 친구. 거짓말. 그렇게나 오랫동안 함께했고 모든걸 같이 나눴는데 내가 모르는 니친구. 그런게 있을리가. 속보이는 거짓말. 이미 멀어져버린 별빛의 마음을 놓지 못해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학연. 대회 당일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 한참을 대기실에 앉아있는 학연. [연아! 시간되면 꼭 갈께. 잘해. 화이팅 14/09/05 04:52pm] 바보같이 폰에 쥔 손을 놓지 못하고 상처받을걸 알면서도 모두가 빠져나갈때까지 오늘 받은 상이라며 자랑하고 싶어 다른손에 꼭 쥐고 있는 트로피도 놓지못하고 기다린다.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 참 바보같다. 바보 차학연. - 응원감사해요. 쓴지 좀 된 짧은글 하나 있길래 올려요.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