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메뉴는 뭐-야아-?" 오늘도 어김없이 여섯 바퀴벌레들이 자연스레 집으로 들어온다. 스테이크를 먹은것에대한 대가가 너무 크다. 결국 벌써 4일째 밥을 해주고 있다. 역시 집밥이 최고라며 아주 잘먹는다. 하... 내가 살다살다 6인분 식사를 만들게될 줄이야. 온몸이 쑤셔. 하지만 난 오늘 기분이 매우 좋다구우- 씐난다구우- 드디어 나에게도 봄날이 오는것인가. 심지어 대낮부터 우당탕 소리를 내는 윗집의 사운드도 발랄한 밴드음악처럼 들린다. 유후. "오늘 메뉴는 보쌈입니다. 맛있게들 드시고 저는 갑니다."
"뭐야, 어디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실실 웃으며 말했더니 매의 눈 진환오빠가 날카롭게 물어본다. 아. 말해도 되나...? 또 엄청 놀릴것 같은데. "ㅅ...소개팅이요..." "뭐?!" 다들 나한테 왜그래요... 나도 핑크빛 연애좀 해보겠다는데 표정들이 왜그러신지. 내 머리위에 아기귀신이라도 있나? 거의 뭐 경악으로 가득해진 얼굴로 날 바라본다. 워메 부담스럽다잉. 한국의 유일무이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이쁜이가 대학도 합격했으니 남자친구를 사귀어야하지 않냐며 동갑인 초훈남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바로 약속을 잡아버렸다. 도대체 얼마나 잘생겼길래 다른 여자가 채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며 바로 약속을 잡아? 심지어 얼굴만 훈훈한게 아니라 마음도 훈훈하단다. 구세군이세요? 마음이 훈훈한건 뭐야. 그렇게 잡은 모솔탈출 소개팅이 바로 오늘이라는 말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좀 만지고 나름 화장도 하고 방문을 여니 여섯 남정네들이 내 방문 앞에 쪼르륵 서있다. "...밥 안 먹고 뭐해요?"
"너 진짜 소개팅해? 그놈이 어떤 놈일줄 알고 그렇게 막 만나고 그러는거야? 이상한 놈이면 어떡해?"
내가 만나게될 그 초훈남분의 이름이 '놈' 인가봐요? 나도 몰랐네.
"○○아, 세상 남자들은 다 늑대야. 오빠만 빼고."
내가 저 얘기 왜 안나오나 했다...쯧. 분명 우리오빠가 말하길 저런말 하는놈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앞으로 지원오빠를 조심해야겠군.
"넌 꾸며봤자야. 어떻게 꾸미나 안꾸미나 못생긴건 똑같냐?"
꺼져 새꺄. 근데 내가 그정도로 별로니? 너희 만난 이례로 가장 정성을 다해 꾸몄는데. "많이 이상해?" "어. 그니까 가지 말고 우리랑 밥이나 먹어." 뭐래 ㅋㅋㅋㅋㅋㅋ 왜 되도않는 떼를 쓰냐. 무뚝뚝함이 뚝뚝 떨어지는 준회새끼에게 비웃음을 한방 날려주고 현관문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이 남정네들이 또 무슨 개소리를 지껄일지 모르기에.
"다른옷 입고 가면 안돼요? 바지가 너무 짧은것 같아요 누나."
토란아 너가 패션을 모르는구나. 추워도 예쁘기 위해선 참아야 하는게 패션이야.
"누구 보여주려고 다리 다 내놓고 가는건데?"
"어...? 말했잖아 소개ㅌ-" "그니까. 그 놈이 너 남자친구는 아니잖아?" "ㄱ...그렇지. 근데 앞으로 내 남자친ㄱ-" "그럼 다른거 입고가. 그 짧은 그거 신경쓰여." 인간아 말좀 씹어 삼키지좀 마라. 너 그러다 체한다. 나도 말좀 하자 시키야. 여섯명이 하나같이 인상을 구기며 말하는 꼴을 보니 절대 못 나갈것만 같다. 다들 나한테 왜이래... 그래서 지금 필요한건? 스피드- 19년 인생 처음으로 빛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말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달려 집을 빠져나와 버스를 탔으니까. "안녕하세요." 뭐야 시발 존나 잘생겼잖아...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낫닝겐을 보다니. 내 버킷리스트중 하나가 '원빈 실물 보고 죽기'인데 원빈 안봐도 될것 같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쁜아 사랑한다. 내가 너와 친구가 된것은 신의 한수였어. "우리 동갑인데 말 편하게 해요." 서로 말을 놓고 대화를 하다보니 마음까지 훈훈한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내가 이래봐도 사람 얼굴만 보고 막 좋아하는 그런 여자는 아니라구. 이 훈남군은 얼굴, 매너, 말솜씨 뭐 하나 빠지는게 없냐. 이제 도장만 찍으면 되겠네요, 혼인 신고서에.(음흉) "영화보러 갈래?" 만난지 한시간만에 빠르게 친해진 우리는 취미, 좋아하는 음식, 요즘 즐겨듣는 노래,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까지 비슷한면이 무척이나 많음을 알게 되었다. 딱 내 남자네요. 날 위한 맞춤형 남자야. 맞춤제작 된건가요? 뭐 이렇게 사람이 단점이 없어-☆★ 아 진심 영화도 잘 골라... 심지어 미리 예매를 해놨어... 나 이러다가 얘 팬클럽 만들 기세 ㅋㅋㅋㅋㅋ 내가 회장임. 내자리 탐내지마. "뭐해? 들어가자." "어? 어어 그래. 팝콘 내가 들게, 이리줘." 훈남이가 엘레베이터쪽에서 눈을 못떼길래 소매를 잡으며 말을 걸었더니 그제서야 시선을 거둔다. 아는 사람이라도 본건가? 영화는 '비긴 어게인'. 외간 남자랑 단 둘이 앉아 영화를 보려니 떨리긴 떨린다. 와 잘생긴거봐라 와 너 왜 연예인 안하니?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아니 아냐아냐" 내가 너무 뚫어져라 쳐다봤나보다. 고개를 돌려 나한테 얼굴을 들이대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뭐가 묻었냐고 묻는다. 내 심장 나대지마. 19년간 멀쩡하던게 왜 나대고 난리야. 씩 웃는것도 존나 씹덕이네... 영화 중반,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Lost Stars'가 흘러나왔다. 훈남군이 쓱 다가와 내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을 하려 하는데 쿵- 뭐야? 뒤에 앉은 어떤 매너없는 놈이 훈남이 좌석을 발로 찼다. 어떤 새끼니. 훈남이가 나한테 말을 하려 했는데 방해한 새끼님 얼굴좀 봅시다. 매우 짜증이나서 고개를 휙 돌렸다. ...여기 시베리아 인가요? 아님 지금이 빙하기인가? 두 남자가 검은색 마스크에 스냅백에 머플러에 어두운색 자켓까지 입고 앉아있다. "저기요." "ㄴ..네?" 목소리는 또 왜저렇게 저음이야. 동굴로 꺼져야할듯. "에티켓은 지켜주세요." "제가 다리가 길ㅇ-" "죄송합니다." 한놈이 다리가 길어서 그랬다고 입을 놀리려 하는것을 옆에 앉은 남자가 막았다. 너이시키는 그 말 끝까지 했으면 영화관이 이종격투기 경기로 변하는 꼴을 봤어야 했을거야. 다시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팝콘을 먹기위해 손을 넣는데... 어머어머어머 닿았어 시발 닿았어 손 닿았어 훈남이와 손이 닿았다. 아 부끄러. (부끄) "팝콘좀 먹을게요." ...시발? 좌석 발로 깐 새끼 옆에있는 새끼가 설렘 가득하던 팝콘통에 손을 쑥 집어넣어 팝콘을 가져간다. 살다살다 영화관에서 쌩판 처음보는 사람들 팝콘통에 손 쳐넣는 놈도 있네. 딱 영화에서 나오던것 처럼 손이 부딪혀 설렘설렘한 분위기가 연출되려 하던것을 깨버렸다. 매우 빡친 나머지 저새끼 얼굴에 콜라를 던져버릴까 하다가 훈남이의 존재를 깨닫고 참았다지. "영화 어땠어? 재밌었어?" "완전. 내가 진짜 보고싶었던 영화거든. 고마워. 대신 밥은 내가 살게!" " 어이구 아닙니다. 이렇게 귀여운 여자를 만났는데 내가 사야지." 진심 개설렌다.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쳤던때가 엊그제인것 같은데. 시발 커플 천국이다아아아 연애 못하는 니네가 고자다아아아 그 잘생긴 얼굴을 코앞에 들이대며 뭐먹을까 뭐먹을까 하며 재롱을 피우더니 슬쩍 내 손을 잡ㄴ...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어떤 새끼냐. 아까 그 놈이네? 좌석 발로 차던? 내가 지금 존나 잘생기고 마음까지 구세군인 애랑 손좀 잡으려고 하는데 불만있니? 진심으로 화가 폭발한 나머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휙 틀어 노려봤다. 저거저거 모자에 검은 마스크에 검은 재킷에 단추구멍보다 작은 ㄴ....눈.... 지원오빠?
"...라고 말하려다 조용히 참는다."
뭐 조용히 참아 말 다해놓고. 옆에는 진환오빠다.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싱크홀이라도 만들 수 있을만큼 깊은 한숨을 쉬며 지원오빠의 정강이를 깐다. 나이스샷. "뭐야, 둘이 왜 여기있어요? 나 따라왔어요?" "누구세요, 저 아세요? 전 그냥 바퀴벌레같은 커플 한쌍이 꼴보기 싫어서 참견좀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평생 내가 해주는 음식에 털끝 하나-"
"안녕하세요, 스무살 해외파 부자 김지원 입니다. ○○이 옆에 계신 분은 성함이...?"
멍하니 설전을 벌이는 우리를 바라보던 훈남이가 당황한듯 하다. "아, 어... 저는 ○○이랑 동갑인 김훈남 입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진환오빠 지금 굉장히 굉장히 장모님 같았어. 마음에 안드는 사위 앞에서 장모님들이 하는 흔한 말투 같잖아.
"내가 형이니까 말은 놓을게. 밥먹으러 가던 길인가? 그럼 같이가자. 내가 살게."
지원오빠는 지금 굉장히 굉장히 내 친오빠같아. 여동생 남자친구를 보고 저새낀 떨궈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때 오빠들이 흔히 하는짓이잖아. 근데 시벌탱 진짜 넷이서 밥먹으러 가는거야? 뭘 먹어도 체할사람 두명 예약이요. 훈남이까지 합해서 두명. Behind story No.1)
"쟤 지금 저대로 입고 튄거야? 얘가 미쳤나."
"도대체 누가 ○○이한테 남자 소개시킨거야?"
"그 누나 아닌가? ○○이 누나 유일무이한 한국친구, 이쁜이 누나요."
"이름부터 개명해야겠네. 저 꼬맹이 진짜 빨리 뛴다. 그 짧은 몸뚱아리로 ㅋㅋㅋㅋㅋ"
"야, 누가갈래."
"내가 여기에 내 모든 운을 건다. 안내면 빠져, 가위 바위 보-"
"...보쌈이나 마저 먹어야겠네요."
"진환이형이랑 나야? 아 형 빨리 옷챙겨 쫓아가야돼 빨리빨리! 나 모자 쓸까? 마스크도 할까? 옷은 무슨색이 좋을까? 아무래도 눈에 안띄는 검은색이 좋겠지? 신발은 뭐신지? 잘 달리려면 어제산 운동화 신어야하나? 머플러도 할ㄲ-"
"...혼자갈래 제발."
Behind story No.2) ○○이와 카페에 마주앉아 이야기한지 30분. 신경쓰여 미치겠다. ○○이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뒤에 온통 검은 것들로 치장한 두 남자가 있다. 뭐, 그냥 앉아서 둘이 이야기를 한다던가 커피를 마신다던가 하는건 나랑 상광없지. 둘이 마주앉은게 아니라 나란히 앉아서 나를 쳐다본다. 30분 내내. 거의뭐 째려보는 수준이긴 하다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데 못알아봐서 삐졌나싶어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초면이란 말이지. 30분이 지나고 나니 더 무섭다. ○○이가 내가 한 농담에 예쁘게 웃으면 '농.담.하.지.마.' ㅇ...입모양으로. 서로 잘 맞는다며 하이파이브라도 하면 '어.딜.만.져.' 누가보면 내가 성추행이라도 한줄 알겠다. 더 앉아있다간 프라푸치노먹고 체할 것 같아서 영화나 보러가자며 끌고 나왔다. 저들은 왜 영화관에도 있는가. 저 멀리 엘레베이터쪽에 서있는데도 나는 왜 소름이 돋는가. 신발끈이 풀려 매기 위해 ○○이에게 잠시 팝콘을 넘기는데 '니.가.들.어.'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소매를 잡고 흔드는 ○○이가 아니었다면 그자리에서 석상이 되었을지도. 근데 저 두 남자들은 뭐지? 뭔데 또 만날것만 같지?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시발 이건 악몽이다. ♥♥♥♥♥♥♥♥사랑요정 암호닉♥♥♥♥♥♥♥♥ 내꺼인듯내꺼아닌내꺼같은한빈/뿌요를개로피자/으우뜨뚜/워더/바비아이/윤형형/ 뿌요네 개로피자^₩^/햄볶해요/들레/김한빈네꽃밭/헐/보름달/ 사랑헤 빈us/ ♡뿌랄요정♡/라인/홈매트/새우탕을개로피자/플라워왈츠/츠네/양꽃/yg앞편의점알바생/휴지/햫/딸기/김지원/퓨어/구준회약혼녀/오레오즈/김빱/푸인형/뽀로로/뿌리부터요정/준회/연/이히엄마/꼼데맘빈/판다/내가 고자라니...!/일콩/철컹철컹/동동/아가야/뒷태여신/핫초코/한빈/한빈아사랑해 **암호닉은 [ ]안에 신청해주세요. 가장 최신글에! (혹시 신청했는데 암호닉이 없다 하시는분은 말씀해주세요) ※별거없는 특별편을 이리도 사랑해주시다니 감동 먹었어요...(오열) 이번편은 다음편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항상 고마워요 독자님들♥하뚜 ※다음편 예고: 여섯 남정네들의 진상쇼가 펼쳐질 예정...쿨럭
춰럭글... 고마워요우어어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