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서로 몸 섞은 뒤에다가 하도 여우같은 년이라 남자라는 거부감도 안들었고
꼭 연애라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그 히여멀건한 찹쌀떡이랑 말이야.
…아, 찹쌀떡? 크큭, 웃기긴 한데 그년 애칭이야. ……오글거리는거 알아 새끼야.
근데 진짜 찹쌀떡 같아. 하얗고 말랑하고. 옛날에는 가슴크고 허리 잘록해서 한 품에 들어오는 년들이 좋았는데
이젠 그런건 다 상관없어. 이상형이건 이상향이건 이제 내 취향은 숨소리 하나도 빠짐없이 다 표지훈한테 맞춰져 있으니까.
뭐, 그렇게 진절머리난다는 표정 지어도 어쩔수 없어. 이게 사실인걸.
어쨌든간에 잘 지냈어. 한동안은. 여우같은 년 애교보는것도 재밌었고,
걔네집에 내 옷들이 쌓여가는것도, 내 집에 그 년 냄새가 베는것도 좋았어.
암캐같은게, 그래도 몸에서는 달달한 냄새가 나더라고. 애기 살냄새. 꼭 어린애처럼 뜨거운 물로 씻고나오면
피부가 약한건지, 그 년 특성인건지 몸이 발갛게 달아오른 년 목에 얼굴 파묻고 냄새 맡는것도 좋았고
밖에서 길 가다 손잡거나 뜬금없이 야한말 속삭이면 얼굴 빨개지는거 보는것도 재밌었어
그런년이 꼴에 또 밖에서 섹스하자 그러면 거부하진 않아. 아니, 오히려 지가 덤벼들었지
그년 집, 우리집부터 그 년 학교, 내 작업실, 공중 화장실, 비상구계단. 진짜 간도 컸지, 씨발.
꼴리기도 꼴리는데 그 년 놀리는것도, 나 유혹하려고 끼부리는거 보는것도 존나 재밌었어.
특히 화장실. 좁은칸에 그 년 몸 구겨넣고 서서 몰아부치는데 소리 점점 커질때마다 존나 짜릿하더라.
그때 그 화장실 들어오는 새끼들도 존나 놀랐었을꺼야. 남자화장실에서 살 치덕대는 소리 들리고,
한 새끼가 앙앙거리고 있었을테니까. 그것도 남자가. 뭐, 호강이라면 호강이였겠지만.
…그래, 뭐 꼴에 좀 간지럽게 놀았어. 그 년도 귀여웠고, 웃기게 남자랑 연애하는데 그냥 좋았어.
그 년 몸이 좋아서 정이 생긴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 년을 좋아했던 건지도 몰라.
그냥 좋았어. 몸이든, 냄새든, 목소리든, 얼굴든. 달달한 입술까지.
그 년, 좋아했어.
근데,
여우년이 꼬리아홉개 드러내고 팔랑이는게 어디 가겠어?
짐승은 대가리가 없어. 번식만 할줄알지. 그게 자연의 섭리고, 이치니까.
근데, 짐승보다 더한 그 년이 그 버릇을 어따 버렸겠어.
그 씨발년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