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하철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간다.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
언젠가 어떠한 이유로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할지라도
처음 보는 듯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스치는 인연.
그런 많은 사람들과 달리,
그 남자는 처음 보는 듯 바라 볼 수 없는 인연이 되어 버렸다.
첫 인상에서부터, 커다란 무언가를 나에게 남긴 그 남자..
여름이 시작되는 그 때에,
나는 그 남자와 같은 버스에 올라탔다.
또다시 그 남자와 함께 하는 같은 공간..
그 어떤 함께했던 공간보다 가까이에서 그 남자를 볼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지만, 그 남자와 가까울 수 있었던 같은 공간..
버스가 흔들릴 때 마다 살짝 살짝 몸이 부딪혔고,
그 때 마다 알 수 없는 향기를 맡았다.
그 남자만의 향기..
몸이 부딪힐 때 마다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그 남자가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졌다.
그 남자와 함께 타고 가는 버스..
버스는 그렇게 저가 가야 할 곳을 향해서 달렸다.
버스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고,
한산한 버스 안, 서로 반대편에 앉은 그 남자와 나.
붉은 얼굴을 숨기려 숙였던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달리는 버스 안,
자리에 앉은 그 남자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어떤 노래를 들을까..? 그 남자는..
그 남자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했는지
어느새 내 귀에도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아무 음악이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듣는 듯 했던 그 남자는, 이내 벨을 눌렀다.
내가 내리기 전에 내리는 구나.. 어딜 가는 길일까..
또다시 짧은 사랑은 떠나갔다.
그렇게, 그 남자는 다시 스쳐 지나가는..
버스 안의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