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을 걸었지.
한참이나 걸어서 향한 곳은 버스 정류장이었어. 너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고개를 숙였지. 나는 그 모습을 덤덤히 바라보았어. 너의 정수리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아서 어쩌면 멍을 때린다 싶이 너의 동그란 머리통을 쳐다보았지. 그리고 이내 너는 고개를 들어 나의 볼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어. 그 때 그 순간에 너의 손은 정말 차가웠는데 왜 그때를 생각하면 따듯한 온기가 기억이 나는지, 여튼 너는 나의 볼을 감싸 쥔채로 눈을 감았어.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도 느릿하게 눈을 감았지.아주 살짝 닿고 떨어진 아쉬운 온기를 천천히 생각하며 입술을 문질렀어. 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지, 이제 가야할 시간이야. 너의 말을 듣고 왜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어쩌면 나는 그냥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절대로 너와 헤어질 시간따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걸까. 정말로 눈물샘이 터진 것 마냥 눈물이 눈을 비집고 나오더라. 울 시간 없는데 너에게 인사해야하는데 입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어린아이마냥 울기만 했지. 그런 나를 위로해주듯 껴안아주는 너의 온기에 더욱 슬퍼서 눈물이 났어. 나의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는 너를 보고 나는 점차 울음을 그치고 너에게서 떨어졌지. 한발자국 두발자국 너는 가만히 있는데 내가 멀어졌지. 그때 나를 보는 너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해. 다섯발자국 정도 떨어졌을까 나는 손을 들고 너를 향해 흔들었어. 잘가 행복해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떨어트리며 나는 너에게 결국 마지막 인사를 건냈고 그대로 뒤를 돌았어. 등 뒤로 들려오는 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너에게서 멀어져갔지. 울음 참느라 고생했어 말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 그리고 한참을 멀어졌을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에 나는 결국 뒤를 돌았어.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나에게 손을 흔들며 너는 소리쳤지. 다시보자 꼭 다시만나자 그 소리에 난 또 울음 터진걸 넌 알고 있을까?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어. 그때서야 너의 모습이 사라지더라 그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뒤를 돈 것인데 결국은 보고 말았잖아 너가 사라지는 모습을. 우리가 정말 다시는 못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을 확인받은 셈이지.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잖아. 넌 못 봤겠지만 말이야. 음,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쓰면서 너에게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말야.
보고싶다 선우야.
언제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만날 수 있기는 할까? 매일 저녁 하늘에 기도해. 제발 한번만 선우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무엇이든 다 할테니 제발 하루만이라도 저에게 선우를 보내주세요. 그 아이에게 못 한말이 너무나 많아요. 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아요. 하늘에 나의 기도가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그 기도가 너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 하늘에서라도 나의 말을 들어줄 네가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텐데. 나는 지금도 행복해. 너가 간 이후로 나는 절대로 내가 행복해지지 않을 줄 알았지만 정말 시간이 약이더라. 처음에는 내 옆에 없는 네가 너무나도 보고싶어 매일을 눈물로 지새워 보냈어. 너의 빈자리가 너무나 커서 매꾸어줄 사람이 없다는게 너무나 슬펐어.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너의 빈자리가 익숙해지면서 편해지더라구. 나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나에게 잔소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더라. 웃기지? 하지만 네가 보고싶은건 변함이 없어. 난 너가 떠난 날에서 지금까지 널 잊은 적이 단 한순간도 없어. 맛있는 것을 먹으면 너랑 함께 먹고 싶고, 멋있는 곳에 가면 너와 함께 오고 싶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너와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서 듣는 날 상상해. 그렇게 너는 나의 모든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 너의 존재, 그리고 너의 존재의 부재까지 나에겐 이미 익숙해진거야. 나의 일상, 나의 하루 나의 선우야. 언젠간 보게되겠지. 그때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널 기억할게. 내가 널 찾아갈게. 그러니 이제 그만 하늘에서 내려와줘. 내가 널 찾으러 갈 수 있게. 노력이라도 할수있게. 항상 사랑할게.
2015.09.22 너의 사랑 HAY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