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인어야? 다짜고짜 들이댄 질문에 너는 웃었다. 당황할 법도 한데 그냥 웃기만 한다. 가볍게 흘러나오는 네 웃음소리는 청량하고 맑다. 파도가 부드럽게 철썩이며 물결치는 그것과 동일한 무게의 소리다. 갑작스럽고 엉뚱하게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그 질문에 담긴 내 의도는 묵직하고 뜨거웠다. 혹여나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생각은 없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 너를 빤히 쳐다본다. 대답을 재촉하는 무언의 몸짓이다. 아니. 거짓말. 아니야. 봐. 너는 양 다리를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반짝이는 비늘이나 얇아서 뒤가 비쳐 보이는 날선 꼬리의 시각적 이끌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내 것보다 조금 마르고, 물에 젖어 반들거리며, 매끈한 피붓결에 한 치의 엇나감조차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부위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나는, 그 움직임에서 물고기가 있는 힘껏 몸부림칠 때의 소리를 들었다. 파닥, 파닥. 생존을 겨냥한, 또는 수면 위로 팍 튀어올랐을 때의 유려하고 우아한 몸짓에서 비롯되는 소리. 허나 다급하고 날카로운 기운이 서린. 내가 아는 바로, 물고기가 저런 소리를 내는 경우는 단 하나였다. 그 미끄러운 몸뚱아리가 인간의 손아귀에 쥐여져 스스로 죽음을 예감했을 때의. 필사적인. 나에게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다가왔던 것이 어쩌면 너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모든 감각이 외치는 극명한 진실을 외면하기로 마음먹었다. 돌덩어리가 목구멍에 걸린 듯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와서, 토해내듯이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속삭였다. ...나는 네가 인어일 줄만 알았어. 너는 또다시 웃었다. 매끈한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일렁이는 파동 같은 웃음이었다. 웃음소리는 며칠 동안이나 내 귓속에서 넘실거렸다. 청명한 웃음이 소리 죽여 속살거리다가 점점 불어나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너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허리부터 무지갯빛 비늘이 아롱아롱 돋아나 얇고 하늘하늘한 꼬리까지에 이르는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그렸다. 물을 머금어 함빡 빛나는 풍성한 머리칼과 소금물에 젖은 얼굴의 생기. 미소. 그 웃음소리. 상상 속의 너는 아름다웠다. 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갔다. 한산하고 작은 마을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논란이 될 만한 소재거리라곤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대도시였다면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이었을 사건은 입에서 입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온갖 추측이며 목격담들이 난무했다. 나는 가장 주된 질문의 대상이었으나,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너는 실종되기 전날, 바다 근처를 거닐고 있었다고 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해변 주위를 맴돌았다고 했다. 시커먼 바다가 너를 집어삼킬 듯이 사납게 요동쳤음에도 절대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나는 사람들의 관심이 수그러들어 마지막 남은 이마저 입을 닫을 때까지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가라앉는 건 일어나는 것만큼 쉽고 빨랐다. 곧 모든 일상이 제자리를 찾고, 사람들은 무뎌져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굴었다. 그제서야 나는 눈을 뜨고, 귀를 열었다. 그리고, 너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눈을 뜬 날부터 줄곧 바다의 곁을 떠나지 않던 너를, 끝내 바다와 하나가 된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