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후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왔는데 이 시간에 한 11살쯤 돼 보이는 애가 혼자서 비비탄 총을 쏘고 있는겁니다.
어두워서 총이 꽤 리얼하게 보이더군요. 그런데 애가 갑자기 저를 힐끗 보더니 "형아 잘봐. 형 이거 봐봐"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봤는데 하늘이나 벽에다 쏘더군요. 속으로 무슨 야광탄이라도 나오나 싶었는데 허무하게 끝났음.
그러더니 비비탄 총알이 떨어졌다면서 비비탄 총알을 꺼내고 채우더군요. 그때까진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란 생각을 하면서
흐믓하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의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에 애가 책가방을 메고 총을 혼자 쏘고 있고
뭔가 표정도 불안해보이고 계속 제 눈치를 봤기 때문입니다. 총알을 채우면서 대화를 좀 나눴습니다.
대화내용은..
저: 넌 이시간에 집에 안가고 여기서 뭐해?
그애: 어? 그냥..이제 가려고.
저: 요즘엔 일찍 들어가야 돼. 나쁜 사람들 많아서
그애: 형은 착한 사람이야? 형은 착한거 같기도 해. 형 그럼 나 집에 데려다줄래?
저: 어? 집이 어딘데?
그애: 2단지..강대병원 밑이야. 형, 형이 나 좀 데려다줘라.
저: 갑자기 왜?
그애: (눈치보면서) 어..그냥 좀 어두워서
그때 들었던 생각이 뜬금 어두워서 집에 데려달라니..애초에 혼자 마치 누굴 기다리듯이 두리번 거리면서 총을 쏘고 있었으면서..
라는 생각이였습니다.
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잠깐 자전거 좀 가져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졸졸 따라와서 형 내가 이 자전거 탈게라고 하더니 계속 타겠다고 조르는겁니다.
애초에 애 눈빛도 좀 이상하고 상태가 딱 봐도 안좋아보여서 당연히 자전거를 주지 않았습니다.
브레이크 망가져서 지금 타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잠깐 단념했는지 형 그럼 나 집에 데려다줘. 이러면서 계속 뒤에서 비비탄총알을 채우는 겁니다.
날 쏘려고 그러나 싶어서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확인했습니다. 애가 확실히 자꾸 눈치도 보고 뭔가 불안해보이더군요.
거기서 또 잠깐 얘기를 나눴습니다.
"너 왜 그런데 이시간에 혼자 있는거야?"
"그냥..할머니집에 있다가"
"이 시간에 할머니가 널 혼자 보내신다고??"
"어...응"
"부모님은 안 계셔?"
"그냥 어디 좀 갔어"
그러더니 다시 또 자전거에 집착하는겁니다. 그래서 그때 아 이거 뭔가 구리다란 생각을 하고
"잘 봐. 브레이크 망가져서 위험하다니까 저 가로등 앞까지 갈테니까 그쪽으로 와" 하고 바로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러더니 "형 저기 가로등?"이라길래
"형 이제 집에간다, 너도 빨리 집에가라" 라고 하니까
"형 나 데려다줘야지. 강대병원까지 같이 가야지" 소리치는 거임
"형 지금 좀 바쁘다. 사람들 많으니까 금방 갈거다" 라면서 그냥 무시했음. 실제로 거기서 강대병원 걸어서 7분거리밖에 안됨.
그런데 소름돋는게 걔가 갑자기 "형 거기서!!! 거기서!!! 서!!!! 서라고!!!" 완전 다른 목소리로 미처럼 소리지르면서 막 뛰어왔음.
그래서 진짜 기분 나빠서 자전거로 따돌리고 집에 왔는데 제가 오바한걸까요???
진짜 애가 좀 이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