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134340 Pluta
BGM 출처 : 브금백과, 플짤의 개 여시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헀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류시화, 자살
모든 게 엉망이었을 때도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약물에 의존하려고도
가르침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잠을 자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시를 쓰는 법을 배웠다.
바로 오늘 같은 밤
바로 나 같은 누군가가 읽을 지도 모를
이런 시를 위해.
레너드 코헨, 나의 시 中
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 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 곳에 들어오셨습니까
이성복, 만남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 문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김재진, 새벽에 용서를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쏠리네
바람부니 물결이 친다고?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월엔 어땠는 줄 알아?
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
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
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 줘
조원규, 풀밭에서
다 지나온 것, 너무 애쓰지 말자
......
이 봄, 살아있기 때문에
너도 살아있구나
그렇구나,
그래서 서로가 더욱 고맙다
박호민, 봄빛 아래서 中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中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정호승, 너에게 中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김재진,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