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니가 없는 시간을 요새는 뼈저리게 생각하고 있어. 우리가 전처럼 친구로 돌아갈수있을까, 우리가 전처럼 마주보고 웃을수있을까. 맺지 못한 물음만이 머리를 떠다니고 답답한 마음은 항상 나를 짓눌렀어. 벌써 5년이 다되어가는 너와 나는, 자꾸만 더 멀어지고 있고 나는 그런 너를 돌리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너는 나를 돌아봐 주지 않더라. 솔아,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솔아, 내가 너를 놓아주는게 맞을까. 솔아, 나는 어쩌면 좋을까.
권태기의 끝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명의 멤버들 소리가 울려퍼졌다. 수고했어요 하며 웃는 PD의 목소리와 작가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대기실로 돌아온 멤버들이 자리에 앉았고 헤드폰을 끼고 눈을 감으려는 한솔을 보던 승관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 솔아. 승관의 손길에 한솔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 고개를 들어 승관을 바라봤다. 나, 피곤한데. 툭 뱉어진 말에 승관이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미안해, 쉬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을 감고 헤드폰을 끼는 한솔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쉰 승관이 뒤로 돌아 한솔과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 손장난을 쳤다. 쟤네 왜저래? 승철이 정한을 툭툭치며 묻자 어깨를 으쓱한 정한이 고개를 저었다. 몇 달 전부터 저러네. 걱정스러운 표정에도 둘의 사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그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거대한 벽이 둘을 가로 막았다. 차에 옮겨 타서도, 한솔은 승관의 옆에 앉지 않았고 항상 잡던 승관의 손을 잡지도 승관의 눈을 마주하지도 않았다. 잠깐이겠지, 이번에도 금방 돌아와주겠지. 하는 승관의 생각은 빗나가서 비어있는 과녁을 맞췄다. 한솔은 그렇게, 변했다. 전보다 더 많이.
"승관아"
"네?"
"스케줄"
"아아 가요"
승관이 멍하니 앉아있자 매니저가 말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선 승관에게 어깨동무를 한 석민이 같이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최한솔. 승철의 부름에 한솔이 고갤 갸웃하며 승철을 바라봤고 한숨을 푹 쉰 승철이 말을 이었다. 너 승관이한테 왜그러냐. 제가 뭘요.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거야,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거야. 승철의 말에 한솔이 미간을 찌푸렸다. 걔 얘기 별로 하고싶지 않은데요. 최한솔. 저 가사써야해서요. 꾸벅 인사하고 개인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한솔을 보던 승철이 고개를 저었다. 뭐가 틀어진지는 몰라도 완전히, 틀어진것만 같았다. 차로 향하는 동안 한마디 말도없는 승관의 모습에 괜히 승관의 볼을 쿡쿡찌른 석민이 물었다. 너 왜그래. 석민의 말에도 그저 멍한 승관의 모습에 석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승관아. 낮게 불러오는 이름에 정신을 차린듯 어색하게 웃으며 네? 하고 하는 대답이 어딘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한솔이랑, 무슨 일 있어?"
"....."
"왜그래 둘이"
"형"
"어?"
"5년이면요, 5년이면 많이 지치겠죠"
"...."
"5년이면, 내가, 지겨워졌을거에요"
승관의 말에 석민이 입술을 꾹 물었다. 허탈한 승관의 웃음도. 체념한듯한 승관의 말도. 뭐라 말해주지 못할만큼 공허해보여서. 그래서 석민은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승관아. 괜찮아요 형. 다시금 웃어보이며 어깨를 으쓱하고 먼저 차에 올라타는 승관을 따라 조용히 자리에 앉은 석민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서울의 야경은 예뻤지만 분위기는 너무 슬펐고 애써 모른척했지만 제 옆에서 조용히 눈물만 훔치고 있는 승관이 너무 안쓰러웠다.
네, 오늘은 특별게스트 방탄소년단의 V씨! 안녕하세요 V입니다. 라디오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승관의 재밌는 말도 석민의 이야기도 게스트로 나온 태형의 행동도 모두 잘 어우러져 완벽하게 방송을 끝냈다. 수고하셨어요.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승관을 잡은 태형이 웃으며 제 핸드폰을 건넸다. 선배님 이거 왜.. 번호,달라는건데. 태형의 말에 승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번호..제 번호요? 응, 친해지고 싶어서요 후배님. 헤실헤실 웃으며 말하는 태형의 모습에 승관이 어색하게 매니저에게 시선을 돌리자 매니저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승관이 태형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어 건넸고 웃으면서 전화를 걸어 제 번호를 찍어준 태형이 핸드폰을 흔들면서 먼저 밖으로 나갔다. 연락할게요. 태형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차로 돌아온 승관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쯤이면 항상 한솔이에게 문자가 왔는데, 오늘도 라디오 잘 들었다고 수고했다고 문자가 왔는데.
"....."
"승관아"
"....."
"울지마"
석민의 말이 신호탄이였던것처럼 승관이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서럽게 우는 승관을 살짝 끌어안은 석민이 등을 토닥이며 승관을 달랬다. 울지마, 응? 승관아 괜찮아. 흐어,흐, 저, 진짜, 어떡하면, 좋아요 형. 제가슴을 쿵쿵치며 울음을 토해내는 승관의 모습에 석민이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어긋나버린 둘의 사이를. 아파하는 승관을. 그저 보기만 할뿐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게 너무 미안해서 말없이 승관의 등을 토닥여줄 뿐이였다.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승관과 한솔의 상태는 싸했지만 승관은 요새 하는 태형과의 연락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한솔을 좋아했을때처럼 따뜻해지는 마음은, 너무 오랜만이라 그게 작은 행복이였다. 오늘 이거 말고 스케줄없으니까 다 가서 쉬어. 네. 매니저의 말에 모처럼 아이들이 기분좋게 소음을 만들어냈다. 승관아. 매니저가 아이들 몰래 승관을 부르자 승관이 쪼르르 달려나갔다. 쿵 하고 닫히는 문에 한솔이 살짝 눈을 떠 문가를 바라봤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저 왜요? 승관의 물음에 오늘 스케줄 마치면 태형이가 만나자고 했다면서. 어? 어떻게 알았어요? 승관이 묻자 핸드폰을 툭툭 친 매니저가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주셨어 너랑 놀아도 되냐고. 하며 말을 이었다. 참 태형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한 승관이 웃음을 짓자 딱 세시간만이야. 하며 웃어보인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네 고개를 끄덕인 승관이 기분좋게 대기실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때 한솔과 눈이 마주쳤다. 허공에서 삼초, 그리고 곧 바로 고개를 돌리는 한솔덕에 승관이 쓰게 웃음을 지었지만.
"수고했어요"
"네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은 생각보다 일찍 끝이났고 모두들 숙소로 돌아갈때 승관만 유일하게 차에 남았다. 승관이는요? 정한의 물음에 있어 임마 나랑 드라이브갈거다. 하고 답한 매니저가 문을 닫았고 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숙소로 돌아온 한솔이 보이지 않는 승관의 모습에 옆에 있던 승철을 툭 쳤고 그에 왜 하고 묻는 승철에게 말을 이었다. 부승관은요? 승철이 피실 웃으며 모르겠는데. 하고 답하자 괜히 기분이 나빠진 한솔이 방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에 승철이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아직 가능성이 조금은 남아있을것같기도 했다.
승관은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한솔이 거실로 나와 물을 마시고 있을때 열리는 문에 시선을 돌렸다. 네, 지금요, 네, 아 진짜 너무 감사해요, 다음엔 꼭 제가 살게요, 네, 네 형 들어가세요. 전화를 마친 승관이 고개를 들었다가 한솔과 눈이 마주쳤고 미간을 찌푸리며 저를 바라보는 한솔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어디갔다오냐. 처음, 한솔이 제게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 갔다오냐고"
"잠깐 친구 보러"
".....김태형?"
"야, 선배한테 말이 그게"
"여기 걔없잖아"
"최한솔"
"나랑 얘기 좀 하자"
"싫어"
"...."
"나 피곤해"
승관이 말을 하고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고 어이없다는 눈으로 방문을 바라보는 한솔을 거실에 앉아있던 멤버들이 쳐다봤다. 분위기가 위태로웠다. 유리잔을 싱크대안으로 넣어둔 한솔이 걸음을 옮겨 승관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 문을 잠궜다. 너 뭐하는데. 얘기, 하자고. 승관이 셔츠 단추를 풀다 말고 한솔을 바라봤다. 할얘기 없다고 했잖아. 부승관. 나가. 승관의 말에 한솔이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까지 차가운 눈으로 말을 뱉은적은 없었는데. 승관은 죽을 지경이였다. 한솔이 너무 미워서, 이제서야 저를 봐준다는게 너무 미워서. 죽을것같았다. 얘기 좀하자고 부승관 제발. 한솔이 승관의 손목을 잡아 돌려세웠다. 왜, 이제서야, 그러는데?
"뭐..?"
"내가, 내가 그렇게 얘기하자고 할때는 너 나 거들떠도 안봤잖아"
"...."
"내가, 그렇게 너 잡을때는 너, 나 봐주지도 않았잖아"
"부승관"
"왜, 내가 다른 남자랑 웃고 떠드니까 열받아?"
"...."
"짜증나? 너만 바라보던 병신같은새끼가 변하니까 두렵니?"
"야"
"제발! 제발 좀 하나만 해!"
승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한솔이 말없이 손목을 풀자 손을 들어 눈가를 비비던 승관이 곧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니가 안나가면, 내가 나갈게. 다시 재킷을 챙겨든 승관이 문을 열고 나가고 그자리에 주저앉은 한솔이 머리를 헝클였다. 승관의 말이 모두 맞았다. 그렇게 승관이 저를 바라봐줄때는, 잡고 돌려세우려 할때 거들떠 보지도 않은게 자신이였는데. 승관이 다른 사람과 웃고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났다. 씨발. 욕을 낮게 중얼거린 한솔이 두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태풍이, 갑작스레 밀려드는 기억이란 파도가 저를 덮치는게 겁이났고 또 무서웠다. 어떻게 버텨야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승관의 마음이. 권태기라는 생각이 한솔을 흔들었다. 어둠은 낮게 내려앉았고 복잡한 밤은 더 깊어만갔다.
음 이게 뭘까요 내님들.. 시험기간에 짬내서 왔는데 망했네요 미안해요 내님들 사랑해요ㅠㅠㅠㅠㅠ 오타는 사랑으로 감싸주세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