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잘 지내?? 나는 그럭저럭 살 만해. 만점은 아니지만 적당히 나쁘지는 않은 대학 성적을 받고 있고, 세 끼 꼬박꼬박은 아니지만 배고프지 않게 밥먹고 지내고, 이제껏 꿈꿔왔던(오빠같은?ㅎㅎ) 사람은 아니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스무살 첫 연애도 하고 있어. 그렇게 살아. 뛰어나고 빛나진 않더라도 언젠간 그러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저냥 살고 있는 것 같아. 아, 몇주 전에 나를 아주 아껴주시던 분이 돌아가셨어. 그냥... 오빠에겐 뭐든 말하고 싶으니까. 평생 소중한 사람을 잃은 적이 없던 내가 몇달 간격으로 두 명을 잃으니 멍하고 허무하더라. 그런데 말이야, 그냥 살아. 살아지더라고. 난 막, 밥도 못먹고 그럴 줄 알았는데, 조금 슬프고 눈물나고 생각나고. 그러다 배고파서 밥먹고 잠이 와서 잠도 자. 내가 이렇다는게 참 죄책감이 들기도 하는데 지내면서 느끼는게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거구나 싶어. 그러다 어느 한날 너무 지치고 힘든 날에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면 펑펑 울어. 그러다 말아. 난 이렇게 살고 있어. 때론 죄책감을 느낄 만큼 행복하게, 때로는 미칠 듯한 그리움에 잠겨서 우울하게. 오빤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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