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와서. 작년에 만들어 놓은 트랙리스트를 듣다 네 노래가 나와서. 너무 보고싶은데 말할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글을 적어. 네가 떠나고 나는 너를 기억하는 공간에 매번 발걸음을 했어. 혼자는 너무 겁나서 친구랑. 친구랑 함께 조용히 너를 보러 갔어. 친구는 매번 꽃과 너에게 줄 편지를 가지고 갔고 나는 그냥 옆에서 가만히 너를 봤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너를 봤어. 그리고 마지막 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 전날 책상 앞에 앉아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떠올려 봤어. 어릴 때부터 나는 주변을 위해서 참고 견뎌내고 나보다 주변을 챙겨야만 하는 아이였어. 그게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나봐. 그래서 결국 세시간 동안 아무 말도 쓰지 못하고 빈 편지지를 가지고 너를 보러 갔어. 너를 한껏 눈에 담다가 수고했어 네 글자를 포스트잇에 써서 남겨놓고 왔어. 그냥 그것 밖에 할 수 없더라. 그때 못 다 전한 마음을 지금 쓰려고 하나봐. 조금 더 일찍 쓸 걸. 멍청하고 미련해 진짜. 데뷔 때부터 너를 좋아한지 십년이 넘었어. 가장 힘들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하루의 끝과 시작을 너로 함께 했어. 아직도 너에게 미안해. 너는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는데 정작 나는 아무 것도 너에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마지막 콘서트 때 우리를 보는 네 표정을 보고 목이 메여서 크게 사랑한다고 외치지 못해서 미안해. 그 때 조금 더 크게 외칠걸. 너에게 닿도록 힘줘서 말할걸. 언제나 너는 내 자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너에게 부담이 되었을까봐 그것도 미안해. 이 글을 쓰는 것도. 너무 늦게 용기내서 미안해. 그냥 모든 게 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너를 좋아했던 10년 간 나는 너무 행복했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10년이고 20년이고. 나도, 너도, 멤버들도. 모두들. 먼 훗날 모퉁이 돌아서 나 만나게 되면 수고했어! 그러고 안아주라. 그래도 될만큼 부끄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게. 이제 곧 네가 좋아하는 계절이 와. 너는 겨울이 싫었지만 이제는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라고 했지? 나도 겨울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좋아해. 다 네 덕분이야. 내 청춘을 함께한 너에게 언제나 자랑스러운 내 가수에게 푸른 밤을 닮은 언제나 나에겐 빛과 희망인 너에게 종현아 사랑해 늘 그렇듯 오늘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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