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 중 고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있었던 당신의 목소리.
책이라곤 읽지 않았던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읽고 또 읽었던 당신의 책.
노래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당신의 글.
유일한 내 위로였던 당신을 떠나보낸 나의 스무살의 겨울.
그땐 어른처럼 보이던 당신이었기에 슬프기도 서운하기도 속상하기도 하며 한편으론 조금 더 버텨주지. 조금만 더 힘내주지란 원망도 했었지.
하지만 당신과 같은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어떻게 버텼을까 이 나이까지. 정말 참고 또 참고 하루를 버티고 버티다 떠났던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더라.
하루하루가 숨 쉬기 힘들고 버겁고 지쳐버린 아침 해와 무거운 밤공기는 날이 갈 수록 나를 좀 먹고 목을 조여오더라.
이런데도 당신은 어떻게 모든 이들을 위해 노래를 하고 위로를 해줬을까. 당신도 지금의 나처럼 단순히 하루를 버티던 그저 나이만 먹던 아이였을텐데. 그저 해가 바뀌고 내 나이가 바뀌었을 뿐 나의 외로움과 공허함은 변화도 해결도 없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가끔은 그래서 당신을 따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
그래도. 그래도... 한 번 더 숨을 쉬어보고 한 번 더 발버둥을 쳐보려 해. 당신이 그랬듯 나도 버텨보려고. 이 시간을, 이 하루를, 이 일 년을 또 그렇게 버티며 보내보려고 해. 그리고 곧 다시 당신을 떠나 보내던 그 겨울을 보내고 당신이 좋아하던 그 따뜻한 계절이 와 당신보다 일 년을 더 살았을 때. 그때 부터는 내가 당신을 위로해줄게. 더이상 당신에게 위로를 받는 사람이 아닌 당신을 위로 해줄 사람이 되어볼게.
많이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그 외로움이, 공허함이 약간이라도 채워지길 바라서. 내 스스로의 상처를 어루어주지 못했던 경험을 이용해 당신의 상처만은 달래주고 싶어서.
그때 부터는 당신을 그리워 하는 것이 아닌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당신을 찾을게요.
나의 달, 나의 봄, 나의 겨울. 오늘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