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안 가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내가 안 가면 누가 가냐고 계속 보채면서 짝남도 나 보고싶다고 했다고 고등학교 졸업 뒤로도 내가 일방적으로 짝남 연락 많이 무시하고 단답하고 피하고 그랬어 ... 너무 잊고 싶었거든 술 약속 있어도 얘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 그래서 친구 몇명이 둘이 무슨 일 있냐 그러면 별일 없다 하고 ㅋㅋ 처음에는 짝남도 자기한테 뭐 화난 게 있냐 그러더라고 난 아니라고 그런 거 없다했고, 점점 얘도 지쳤는지 우리 사이는 이렇게 굳었었어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그냥 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냥,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갔다 진짜 홀 앞에 도착해서도 내가 왜 왔지 그냥 갈까 말까 고민 수백번하다가 그냥 돈만 전해주고 얼굴만 조금 보고 와야지라고 마음 먹었어 얘 작년에 결혼했는데 (속도위반이었어) 그때는 진짜 못가겠어서 친구들한테도 거짓말하면서 축의금만 따로 전해달라했거든 내가 올라가니까 딱 돌잡이하려고 막 청진기며 판사봉이며 이것저것 사회자가 설명해주더라 짝남이랑 아내분이랑 아들이랑 셋이 예쁘게 다 한복 입고 있는데 진짜 보기 좋더라고 셋 다 예쁘고 아들은 진짜 정말 예쁘더라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지어지더라고 아기는 결국 판사봉 집었다 ㅋㅋㅋㅋㅋ 짝남도 같이 고등학교 다닐 때 변호사 한다 그랬었는데 피는 못속이나봐 돌잡이 끝나고 얼른 친구들한테만 눈인사하면서 바빠서 가야한다고 말하는데 짝남하고 눈이 마주쳤다 그냥 한번 웃어주고 혼자 나와서 지금은 다시 집 가는 길이야 카톡 왔어 왜 그냥 갔냐고 와줘서 고맙다고 아직 못읽었는데... 그때 그냥, 둘이서 이상하리만큼 서로 생각하고 호기심일지는 몰라도 좋아한다하고 그랬던 시절에 내가 한 번 용기 냈다면 지금 우리가 달라졌을까 싶기도 한데, 그건 너무 내 욕심인 거 같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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