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25살이고
이제부터 내가 얘기하고 싶은 애는 나보다 2살 아래인 23살임.
평소에 글재주 똥망이고
이렇게 인터넷에 내 얘기 쓰는 거 처음이라서 횡설수설해도 이해해주기 바래.
내가 평소에 눈치가 좀 좋은 편이거든?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얘를 처음 본 지 얼마 안 되서
얘가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라는 것도 깨닫게 된 지 꽤 오래 됐어
근데 난 정말 솔직하게 동성애에 대해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입장이야
근데 문제는 나는 얘랑 어느 정도 친분을 쌓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얘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얘를 갑자기 멀리할 수가 없었어
얘는 (만약 진짜 얘가 나를 좋아하는게 맞다면) 그 감정까지 꾹꾹 눌러가면서 나한테 티 안내려고 평소랑 다름없이 행동하는데
나 혼자 막 불편해하고 거리 두면 솔직히 좀 이상하잖아?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얘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었고
그래서 난 내 짐작이 맞는 지 확인하려고
쓸데없이 얘한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질투도 해보려 해보고 떠보기도 엄청 많이 떠봤어
그래서 얘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됐는데
문제는 내가 얘를 떠보면서 얘한테 상처를 진짜 엄청나게 많이 줬는데
내가 그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는거야
상처줘서 미안하다 라고 하기에는 내가 얘를 일부러 떠봤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하기에는 얘가 너무 신경쓰였고 이제까지 내가 했던 말에 죄책감도 들었지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한 1년 정도 지났어 (이 친구 마음을 확신하게 된 이후로부터)
물론 걔 때문은 아니지만 그 동안 난 여친도 사겼었다가 한 몇 달 안 가서 깨지고
막 이런 저런 과정을 반복했고 이걸 얘는 다 지켜봤음 그 과정에서 분명 얘도 엄청 많이 상처받았을 거임
근데 며칠 전에 얘랑 같이 밥먹고 나서
나는 뒷골목에서 담배피고 있었고 얘는 그냥 옆에 서 있었어
근데 얘는 평소에 담배 연기를 싫어해서 담배를 전혀 안 피고
난치병까지 있는 애라서 흡연을 절대 하면 안 되는 애거든?
근데 얘가 담배피고 있는 내 모습 가만히 보면서 하는 말이
"형, 나도 담배 필까?"
이러는 거임.
진짜 깜짝 놀라서 걔 얼굴을 봤는데..
진짜 살면서 그렇게 상처받은? 울 것 같은? 표정은 실제로 처음 본 거 같음.
그래서 내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 했더니
자기가 담배라도 펴야 나랑 공통점이 하나라도 생기는 거 아니냐 이러는 거임..
내가 얘를 알게 된 지 이제 거의 1년 반? 다 되가는데
얘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 너 좋아한다' 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꺼낸 건 이게 처음이었음
순간 진짜 나도 울컥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얘가 고개 절레절레 저으면서 라는 거야
진짜 그 말 하는 걔의 그 표정을 보면서
내가 진짜 나쁜 놈이구나
얘가 상처 진짜 많이 받았겠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더라고..
나는 얘가 나를 좋아하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얘한테 피드백을 안 해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놓여서 쓸데없이 얘한테 상처만 더 준 꼴이잖슴..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는데
그 이후로 진짜 내가 얘를 어떻게 대해야 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