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이혼했다.
결혼한 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생기지 않는 아이가 남자에겐 스트레스였고 남자는 결국 불륜을 저질렀다. 이미 소원해졌던 부부관계였고 이와이즈미는 남자에 대한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 남자는 못마땅한듯했지만 결국 이혼해주었다.
이혼하자마자 이와이즈미는 임신 사실을 알았다. 아이는 임신한지 3개월째였고, 이와이즈미는 4개월 전부터 전 남편과의 관계를 하지 않았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그제야 떠올렸다. 착잡한 마음에 소꿉친구를 불러서 술을 진탕 마셨던 날을.
2.
오이카와 토오루는 이와이즈미의 이혼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애초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결혼이었다. 그리고 이와이즈미의 임신 소식도 들었다. 3개월, 이와이즈미는 아이 아빠를 언급하지 않았고 오이카와는 3개월 전의 밤을 기억해냈다. 두 사람은 아이 아빠에 대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퇴근을 이와이즈미가 혼자 사는 집으로 했다. 이와이즈미는 입덧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임신 사실을 몰랐을 정도였지만, 오이카와는 괜히 걱정을 명목으로 맨날 이와이즈미의 집에서 같이 살다시피했다. 이와이즈미도 외로웠고, 또 오이카와가 익숙해져있기에 올 때마다 타박을 주긴 해도 문전박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동거 아닌 동거는 익숙해졌고, 오이카와는 좋았다. 이와이즈미의 일상에 천천히 스며드는 모습이,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와이즈미가.
[이와짱 오늘 저녁은 카레 어때?]
[올 때 당근]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 문자에 웃었다. 이와 짜증 닮은 못난 당근 사 가야지.
3.
[야 오이카와 올 때 하겐다즈]
[이와짱 입맛도 고급이네 ㅇ.< 아가짱이 먹고 싶은 거지?]
[닥쳐]
임산부가 입이 곱지 못해서야. 오이카와는 그러면서도 웃고 있었다. 당연한 저런 문자가 너무나 좋았다. 이와이즈미는 어느덧 임신 6개월 차가 되어가고 있었고, 태동도 있었다. 특히 요즘은 태동이 자주 느껴져서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배를 붙잡고 하루종일 있을때도 있었다. 그리고 뒤늦은 입덧인지 헛구역질은 하지 않아도 종종 오이카와에게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오이카와는 그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몽글몽글했다.
"1200엔입니다."
이와이즈미의 입맛대로 하겐다즈를 고르고, 구입하는 내내 오이카와는 기분이 좋았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면서 가격을 지불했다. 자신이 이와이즈미의 남편이 된 것 같고, 뱃속의 아이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짱, 하겐다즈 사 왔어~"
오이카와는 괜스레 큰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켜져 있는 TV와 다르게 집은 조용했고, 오이카와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와이즈미가 쓰러져있었다. 이와이즈미의 다리 사이엔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4.
오이카와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기절한 이와이즈미가 진료를 받는 내내 무서웠다.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닐지, 이와이즈미가 잘못되지는 않을지, 무서웠고 두려웠다. 특히 말없이 잠든 것 같은 이와이즈미가 너무나 무서웠다.
"보호자분?"
"네! 제가 이와이즈미 보호자인데요."
"남편분이 많이 놀라셨나 보네요, 자세한 건 결과를 알아봐야겠지만 전치태반 같습니다. 만약 전치태반이라면 아내분이 자연분만은 힘들고, 제왕절개하셔야 합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항상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와이즈미가 한없이 약해 보였다. 오이카와는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와이즈미만 건강하다면, 뱃속의 아이는 없어도 괜찮다. 오이카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지금 이와이즈미는 무사한가요?
"네, 아직까지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일단 오늘은 입원하셔서 좀 진정을 취해야 할 거 같네요.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가 돌아가고 나서야 오이카와는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릴 수가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여전히 눈 감은 채로 곤히 자고 있었고, 오이카와는 그런 이와이즈미의 배를 보았다. 어제와 다를 거 없는데 괜히 더 작아 보이는듯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환자분 입원실로 옮기시겠습니다. "
입원실로 옮기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고 나서야, 오이카와는 정신을 차렸다.
5.
"야, 오이카와. 일어나."
"이와짱 일어났네? 어디 아픈 곳은? 배는? 괜찮아?"
이와이즈미는 입원실 풍경에 바로 오이카와를 깨웠다. 의식을 잃었었던가, 배가 아프면서 하혈을 했던 것도 같다. 오이카와는 어찌나 급했던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했고 늘 왁스로 세팅했던 머리는 산발이 된 채로 자고 있었다. 일어난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몸 상태부터 체크했다.
"어, 괜찮아. 그보다 의사가 뭐래?"
"이와짱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도 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이와이즈미는 말없이 오이카와를 쳐다보았다. 오이카와는 화가 나려고 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말투가 격앙되었다.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를 빤히 보다가 살짝 웃었다. 오이카와의 말과 흐트러진 모습에 자신을 걱정하는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로 되는 게 아니라고. 앞으로는 더 신경 써 이와짱."
"그래그래, 그래서 뭐래. 아이는? 뭐 잘못된 거래?"
일단 지금은 괜찮은데, 전치태반일 거 같대. 그러면 자연분만은 어렵고 제왕절개해야 한대.
"아기한테 위험한 건 아니래?"
"이와짱 본인이나 신경 쓰세요, 아이는 멀쩡하니까."
6.
다행히도 검사 결과, 전치태반은 아닌 것으로 나왔다. 하혈의 원인은 스트레스로 판정되었고, 이와이즈미는 무사하게 퇴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오이카와의 과보호는 더욱 심해졌다. 이와이즈미가 일어나려고만 하면 오이카와도 같이 벌떡 일어나서는,
"왜 왜 일어나! 이와짱?뭐 필요한 거 있어?"
"화장실 간다. 그냥 앉아 있어 좀."
고작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화장실마저도 데려다줄 기세로 이와이즈미를 바라보곤 했다.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의 과보호가 어이없다가도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와이즈미가 살짝의 불편함만 호소에도 병원에 가자며 졸랐다. 그리고 훈련 스케줄을 빼더라도 이와이즈미의 검진에 항상 동참했다.
"이상 없이 잘 자라고 있고요, 이제 산모님도 더 힘드실 거예요. 배도 땅기실 거고, 변비도 심해지실 거고. 튼 살 예방은 잘 해주시고 있죠? 아이가 많이 작은 편이라 아직은 배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더 배 커지실 거예요. 남편분이 옆에서 튼 살 관리 잘 해주세요."
오이카와는 받아 적을 기세로 의사의 말을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은연중에 자신을 남편 취급하는 의사의 말에 오이카와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런 오이카와를 보는 이와이즈미도 기분이 좋았다. 새삼 오이카와가 든든해 보이는 자신이 이상할 정도로.
"오늘 점심은 밖에서 먹고 들어가자. "
"너 오늘 훈련 안 해?"
오늘은 스케줄 뺐지롱. 이와짱 병원 가는 날이니까!
평소 같았으면 욕했을 것이다. 선수가 훈련을 마음껏 빼도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이유가 자신의 병원 방문 때문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오늘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와이즈미가 멈춰 서서 웃었다.
"그래, 잘했어. 토오루."
그 말을 듣고 오이카와가 정신을 차린 건, 벙찐게 풀린 3초 후였다.
7.
오이카와 토오루는 나가기 전에 수면양말을 꼭 들었다. 그리고 잠이 많아진 이와이즈미의 발에 신겨주고 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배가 부풀어 오른 터라 양말도 제대로 못 신는 이와이즈미를 얼마전에 본 것부터 점차 버릇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휴일이라 나가지는 않지만 여느 때와 같이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양말을 신겨주고 주방으로 가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와짱 일어나, 밥 먹자."
오이카와는 11시가 되었는데도 일어나지 못하는 이와이즈미를 깨우러 방안으로 들어갔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귀여워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깨우기로 했다. 이와이즈미는 답지 않게 잠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싫어. 너나 먹어.."
"안돼, 아가짱이 배고파한다구? 빨리 일어나자. 세수도 해야지?"
베게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리는 이와이즈미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오이카와는 흐뭇하게 웃었다. 뽀뽀하고 싶은데 안되겠지. 오이카와는 잠에 취한 이와이즈미를 보며 마른 세수를 했다. 미치겠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맛없으면 죽을 줄 알아.."
"네네, 우리 아기짱은 세수하러 갑시다."
누가 아기라는 거야. 망할카와가.. 이와이즈미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오이카와 손에 이끌려 나왔다.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 세수까지 시켜준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감싸 안아 부엌으로 이끌었다.
"아침부터 왠 튀김 두부야."
"시계 보라구, 지금이 아침이야? 점심이거든요!"
"아, 그렇네."
어느덧 잠에서 깬 이와이즈미가 밥상을 보고 투정을 했다. 그러다 시계를 다시 흘끗, 보고서는 수긍을 하더니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잘 먹는 이와이즈미를 흐뭇하게 보기만 하다가, 기억나는 게 있는지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게 뭐야."
"이와짱 튼 살 크림 다 쓴 거 같아서, 어제 사 왔지롱. 이와짱 이제 혼자서 못 바르지? 내가 발라줄게!"
이와이즈미는 말없이 밥을 먹었다. 오이카와는 쳇, 거리다가 다 먹은 이와이즈미에게 더 줄까 하고 물어보곤, 고개를 젓는 이와이즈미를 다시 부축해 거실로 데리고 나갔다. 대충 상을 치우고 쇼파로 온 오이카와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 이와짱. 옷 걷어봐."
"됬거든, 혼자 발라도 돼. 저리가."
"쓰읍, 이와짱 팔 안닿는거 알거든? 움직이기도 힘들어하면서. 빨리 옷 걷어보라니까?"
오이카와를 빤히 보던 이와이즈미가 임부복을 걷었다. 오이카와가 멈춰섰다. 아, 내가 먼저 걷으라고 하긴 했지만. 오이카와는 어쩔줄을 몰랐다. 원피스 형식으로 된 임부복을 배가 보이게 걷으니 속옷만 입은 이와이즈미의 다리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진정해 오이카와, 임산부를 보고 꼴리면 그건 진짜 쓰레기야.
"뭐해, 안발라?"
"어?응!"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 옆에 앉아 크림을 쭉 짜서 바르기 시작했다. 서투르게 배를 만지는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 사이엔 말이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야, 진짜 오이카와가 내 남편이라도 된거같잖아.
"..있지 이와짱.."
"왜."
"...나랑 결혼할까?"
오이카와는 여전히 이와이즈미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야, 너 나 좋아해?"
"응."
"언제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어 이와이즈미와 눈을 마주쳤다.
"나 한번 갔다왔는데."
"괜찮아. 그 전부터 좋아했었으니까."
"애기도 니 애 아닐수도 있는데."
"내 애 맞아."
"..내가 널 안좋아하면?"
그럴 일 없어.
"그래.맞아."
8.
오이카와는 제일 먼저 부모님에게 소식을 알렸다. 이와이즈미를 제 딸처럼 아꼈던 부모님이셨고, 또 짝사랑 또한 알고있던 부모님이었기에 결혼은 허락도 전에 기정사실이 되어있었다. 이와이즈미가 이혼한건 이미 부모님께 상관이 없는듯 했다. 결혼식은 뱃속의 아이때문에 생략했다. 아이를 낳고 뒤늦게나마 하자고 오이카와가 그랬다. 또, 이와이즈미의 부모님은 오이카와를 붙잡고 우셨다.
다음으로 오이카와가 한건, 이와이즈미와의 혼인신고를 하러 간것이였다. 전남편과의 결혼때도 성을 바꾸지 않았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로 성을 바꿨다. 자의 반, 타의 반인 선택이었지만 어쨌거나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오이카와 하지메가 되었다.
"여보."
오이카와는 대체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만큼 많은 애정표현을 했다. 자고있는 하지메에게 뽀뽀를 하는것은 물론 호칭도 여보로 바뀌었다. 하지메라고 부르는게 부끄럽다나 뭐라나. 여보라는 호칭이 더 오글거리는 하지메에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망할카와, 그렇게 부르지말라고. "
"에에? 이제 여보도 오이카와거든요."
어느덧 그 사이에 하지메는 산달이 다 되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하지메의 방 한켠엔 언제든지라도 병원에 갈 수 있게 짐이 쌓여있었다. 오이카와는 시기적절하게 시즌오프를 맞아 훈련을 최대한 나가지않고 집에서 하지메의 발닦개가 되었다.
9.
아이는 무척이나 건강하게 태어났다. 2.9kg으로, 하지메는 3시간을 진통했다. 오이카와는 안절부절못하며 분만실 밖에서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톱엔 피가 물들어있었다. 하지메가 분만실안으로 들어오지말라고 무척이나 반대한 탓이었다. 신생아실의 창 넘어 아이를 처음본 오이카와는 눈물을 죽죽흘렸다. 입원실에 있는 하지메를 찾아갔을때 하지메가 왜 이렇게 우냐며 면박을 줄정도로.
"이와짱, 우리 애기 이름은 뭘로 지을까?"
"히카루."
"에? 이와짱이 생각해 둔 이름이야?"
그냥, 아까 진통하는데. 문득 애기가 너처럼 빛났으면 해서.
오이카와 토오루는 그런 하지메의 말이 너무나도 벅차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래서 하지메를 무작정 껴안았다. 방금 애 낳은 사람이란건 생각하지도 않고 힘껏 껴안았다.
"고마워. 하지메. 진짜, 고마워."
나도, 고마워 토오루. 하지메의 팔이 오이카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10.
오이카와 히카루는 무척이나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 아이를 볼때마다 오이카와는 한없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를정도가 되는. 그런 아득함.
"하지메짱, 우리 둘째는 어때? 하지메짱 닮은 딸로."
"젖병으로 맞기전에 닥쳐."
하지메는 여전히 툴툴거렸다. 오이카와는 그런 하지메의 반응이 너무나 익숙해서, 그런 하지메의 말속에 있는 애정과 부끄러움까지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히카루는 모유와 분유를 섞어 먹이는 단계에 있었고, 오이카와는 하지메가 모유를 먹이는걸 볼때마다 느낌이 이상해지곤했다.
"하지메짱."
"뭘 봐."
"모유는 어떤 맛일까?"
물론 그 질문의 답은, 젖병으로 맞는것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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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구상 > 이와이즈미가 이혼녀인게 보고싶다 전남편이 개찌질한것도 보고싶다
그래서 이와이즈미 애 생긴거 보고 애 뻇겠다고 난리치는것도 보고싶은 사랑과전쟁st가 보고싶다
중간>오이카와 불쌍해..!
마지막>오이카와가 불쌍해서 사랑과 전쟁을 포기했음다
오타,맞춤법,띄어쓰기 검사 하나도 안했응게로 보다가 심하게 거슬린다 하는것만 말해주면 수정할게..
밍나 오이이와 파자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