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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3220l 73
이 글은 8년 전 (2016/7/09)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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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요약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씀ㅠ 진짜 읽으면서 구역질나오고 펑펑 울었다ㅠㅠ 

그녀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실제 성폭행 피해자(미국인입니다)가 쓴 책에 나오는 진.짜. 강간 묘사입니다. 적나라하니 주의.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주세요. 

(※원문 그대로의 글이 아니라, 강간과 그 직후 장면만-그것도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편집한 겁니다. 책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인지라.) 

ㅡ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내 등을 밀쳐서 나는 수풀 속으로 넘어진다. 손에서 피가 난다. 얼굴을 바닥에 정면으로 부딪쳐, 뺨에 상처가 난다.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낯선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자는 내 머리카락을 틀어쥐고 나를 확 끌어당긴다. 그리고 꼿꼿이 선 채 무릎을 꿇린 다음 팔을 등 뒤로 꺾는다. 다른 내 한 손은 앞에 떨어진 지갑과 책을 잡으려 허공을 휘젓는다. 

마구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면서 나를 끌더니 이내 길을 가로질러 간다. 내 발은 땅에 닿을 듯 말 듯 질질 끌린다. 온갖 저속한 말을 내뱉으며,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인 양 말한다. 그가 내뱉는 말이 머릿속을 점점 더 소란스럽고 어지럽게 만든다. 머리가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어떤 집을 향해 가면서 뭐라고 말을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머리를 너무 꽉 쥔 탓에 움직일 수조차 없다.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다. 서둘러 집 쪽으로 다가가 거의 계단에 들어선다. 공포감 때문에 목소리가 몸 안에 갇혀버린 것만 같다. 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발이 포장도로에 거의 닿지도 않는다. 계딴 위로 올라가라고 다그친다. 그리고 앞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손으로 내 머리를 쥐고서 자기 쪽으로 튼다. 내 눈이, 아마도 내 두뇌가 재빨리 파악에 들어간다. 190센티가 넘을 듯한 키에, 금발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증오와 분노에 찬 엽기적인 초록 눈동자는 내 눈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온몸에 냉기가 좍 흐르는 것만 같다. 당장이라도 나를 해칠 것만 같다. 미색 스웨터는, 키가 큰 편인데도 소매가 죽 늘어져 있다. 데님 셔츠를 입었는지 스웨터 목 안쪽으로 파란색이 보인다. 

손을 내 어깨에 얹은 채 얼굴을 내려다본다. 무언가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대신 가까이 오려 한다. 순간 나는 뒤로 자빠지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내 눈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팔로 바닥을 짚으며 뒤로 물러나려는데, 엉덩이와 팔꿈치에 이어 머리가 딱딱한 바닥에 부딪힌다. 

어느새 바닥에 깔린 얇은 매트리스 위에 나자빠졌다. 당황한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려고 한다. 그는 내 손을 앞으로 묶고 속옷과 스타킹을 벗긴다. 앞쪽에 단추가 있는 청치마는 맨 위 고리만 잠긴 채 겨우 몸에 걸쳐져 있다.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_혀 가슴이 드러난다. 레인코드 한쪽이 완전히 벗겨진다. 

주변은 조용하고 내 의식은 또렷하다. 방을 살펴보려고 애를 쓴다.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마룻바닥을 새로 마감하는 데 쓰인 새 페인트와 안료의 메스꺼운 냄새가 섞여 머리가 아프다. 주변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고, 그래서 더욱 불안해진다. 

 

방에는 매트리스뿐 다른 가구가 없다. 갓이 없는 스탠드 전구는 불이 꺼진 채 구석으로 치워져 있다. 몹시 낡은 매트리스에는 파란색과 하얀색 줄무늬가 있다. 너무 얇아 바닥이 그대로 느껴진다. 머리 바로 밑에서 올라오는 착색제 냄새,땀 냄새, 먼지 등이 뒤섞인 듯한 고약한 냄새가 집 안에 진동해 속이 메스껍다. 

공포감이 엄습해 오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떨린다. 내 두려움을 그가 분명히 알아채는 것을 느낀다. 나는 위험한 동물 곁에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차분히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 말고는 그 어떤 광원도 없다. 곁눈으로 그를 보는데, 그 역시 내가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린다.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나를 덮쳐 다리를 벌려 내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온몸이 얼어붙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만을 느낀다. 너무 심하게 겁에 질려 숨을 들이쉬는 일조차도 힘들다. 

그의 몸은 뜨거워서 끓는 듯했지만, 손은 얼음같이 차갑고 거칠어서 난폭하게 살점을 찢어놓는다. 손에서는 이미 묶일 때 난 상처에서 피가 흘러 배 위로 떨어지고 있다. 배에 맞닿은 팔의 피부가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그의 차가운 손과는 정반대다. 그의 피부는 불쾌한 느낌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내 위에 누워 페니스를 내 다리에다 대고는 내 안으로 삽입하려고 애를 쓴다. 원하는 대로 딱딱해지지가 않자 대신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애를 쓴다. 

허벅지 근육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요구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다리를 꽉 더 오므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씨름을 벌인다. 내 모습은 마치 살아남으려는 원초적인 본능을 가진 한 마리 동물 같다. 사람이 아니라 그저 성욕을 위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몸뚱이 아래서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틈조차 노릴 수 없다. 고개로 그의 어깨를 밀어_히며 일어나 보려고도 한다. 두뇌와는 상관없는 듯 생각지도 못한 말이 입 밖으로 마구 튀어나온다. 사정하고, 구걸하는 말이다. 내 목소리인 것 같은데 머릿속에서 나온 말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 끔찍하다. 그저 신음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그가 하는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꺼번에 튀어나와 횡설수설로 들린다. 내가 미친 것일까? 왜 이해하지 못하고 하라는 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선택이 없는데, 생각들이 그냥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한다. 내 안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엄청난 비명이 짧게 터져나온다. 다리를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그는 다리 사이를 파고들려 애를 쓴다. 너무 엎치락뒤치락한 탓에 다리 근육에 불이라도 붙은 듯 뜨겁게 느껴진다. 

얼굴을 바짝 대고 혀를 입속에 집어넣으려 하면서 손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숨이 가쁘다 못해 헐떡대기 시작한다. 그는 한 손으로는 내 다리를, 다른 손으로는 내 턱을 잡고 얼굴을 못 돌리게 한다. 

미쳐 날뛰더니 뒤로 물러나 무릎을 대고 앉는다. 자세를 고쳐 잡고, 마지막으로 다리를 세게 벌린다. 그러고는 걷바로 꿇어앉아 왼손을 다시 사용한다. 맞을 것을 알았으면서도 막상 주먹이 내 턱을 곧바로 내리치자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내리친 힘의 세기에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인데다, 그의 완력 아래서 내 힘이 얼마나 약한지에 다시 한 번 놀라 멍해진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입 속으로 흐르는 피를 빨아들인다. 혀가 본능적으로 상처 부위를 훑는다. 흔들리는 아랫니가 빠지지 않도록 주위 잇몸을 혀로 꼭꼭 눌러 밀어넣는다. 입술이 얼얼하다. 찢어지고 피가 나는 입술은 금세 부어오른다. 얼굴을 왼쪽으로 틀고, 매트리스에 피를 뱉어낸다. 일부는 삼켜 목구멍 아래로 흘러들어간다. 

주먹으로 맞은 데가 너무 아파서 눈의 초점을 맞출 수가 없다. 온몸을, 다리, 가슴, 배, 얼굴 할 것 없이 마구 두들겨팬다. 숨쉬는 것이 힘들다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의 주먹이 다음에는 어디를 내리칠지 예상조차 할 수 없고, 내 몸 어디를 가격하는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뭐라 지껄여 내가 의식을 차리게 만든다. 사정하듯, 협박하듯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달라는 것이다. 혼돈스러우면서도 분노가 인다. 내가 그를 해치고 있는 것이 아닌다. 칼자루를 쥔 것은 그다. 나를 깔아뭉개는 욕을 내뱉더니 왜 삽입이 안되는지 묻는다. 경험이 없노라고 낮은 소리로 말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말은 실수였다. 오히려 더 큰 흥분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내뱉는 말마다 모두 끔찍하고 악의에 가득 차 있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단어뿐, 의미를 구성하지 못한다. 지칠 대로 지쳐 간다. 이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다 빠질 지경이다. 다시 다리를 벌릴 때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내 근육은 그의 힘에 결국 밀리고 만 것이다. 

내게서 새어나오는 끊어질 듯 말 듯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을 듣자, 그의 얼굴에는 놀라는 기색이 스친다. 페니스로 나를 억눌러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신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을 내 안으로 밀어넣을 수 없을 때까지 밀어넣었다 끄집어내었다 하는 동작을 계속 반복한다. 

본능적으로 그 물건을 확인하려고 하지만 묶인 손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손가락으로 그의 손을 할퀴어 봐도 꿈쩍도 않는다. 

 

얼굴이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어오르고, 숨이 가쁘고 고통스럽다. 피가 목구멍 뒤로 조금씩 넘어가는 것을 느낀다. 누워 있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 손을 들어 그에게 제발 좀 풀어달라고 사정한다. 놀랍게도 들어준다. 다시 손을 들어 보지만 그의 몸에 닿지는 않는다. 그는 내 두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것을 보다가 팔을 뻗어 나를 꼼짝 못하게 한다. 나는 다시 매트리스 안으로 푹 쓰러지고 만다. 

등 쪽에 경련이 점점 더 심해진다. 그가 그 물건을 내 안으로 밀어넣는 것을 계속하는 통에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서서히 지쳐 가면서 빼내려 한다. 그가 하는 일을 감지하자 가만있을 수가 없어진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그것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다리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굴러, 배를 끌어안는다.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다. 얼굴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눈에 가득 찬 눈물이 뺨을 타고 매트리스로 떨어진다. 온전히 혼자라고 느낀다. 이보다 더 끔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운이 다 빠지자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발밑의 벽에 몸을 기댄다. 그때만큼은 내가 우선 대상이 아니다. 잠시 동안의 그 틈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오히려 공포스럽다. 어떻게 이 집을 빠져나갈까 생각하려 애를 쓰지만 도무지 생각이란 것을 할 수가 없다.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원한다. 움직이려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옆으로 누운 채 그대로 있다. 그를 보는 일이 속이 울렁거릴 만큼 싫은데 근육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이 장소 이 시간 그대로 나는 얼어붙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발에서부터 진행된 마비가 다리, 허벅지, 배를 타고 올라와 가슴을 답답하게 죄어온다. 놀란 마음에, 이런 식으로 목까지, 호흡까지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한다. 그냥 숨 쉬는 일이 멈춰지는 것일까? 여기서 이제 난 죽는 걸까? 목숨을 구하는 일은 고사하고 움직일 수조차 없다. 

무슨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란다. 그쪽을 바라보자 그가 무릎으로 일어나는 게 보인다. 방이 어두워 마치 유령 같다. 그의 얼굴이 좀 더 뚜렷하게 보이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는 없다. 한동안 감정이 사라지며 이상하게 차분해지고, 아마도 이런 것이 사람이 죽기 전에 느끼는 기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편안한 이끌림 속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것만 같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 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감정의 부재 상태는 금세 사라진다. 숨을 들이마시고, 입술의 피비린내를 맡으며 숨쉬는 것도 잊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다시금 공포감이 밀려오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의 손아귀에 놓인 나는 존엄성이라고는 온데간데없다. 지금 나는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있으며, 이 순간에는 왜라는 질문조차 던질 수가 없다. 

처음으로 그를 이모저모 뜯어본다. 전혀 강간범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괴물 같은 행동을 할 사람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다르게 생겼어야 했다. 모두가 한번 보면 멀찌감치 거리륻 두고 싶게 생겼어야 옳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안전할 수 없다. 벽을 등진 채 축 처져 있는 그는 길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참을 수 없는 상실감이 나를 집어삼킬 듯하다. 죽을힘을 다해 비명을 지른다 해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크게 상심한 상태라, 그가 내게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그가 목소리 톤을 바꿔 사과조의 욕을 시작하는데, 화가 치민다. 나에게 이해를 구하면서, 마치 본인이 의도한 짓은 아니라는 듯이 나에 대한 염려를 대놓고 말한다. 커질 대로 커진 까만 동공에 가려진 듯한 초록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본다. 농담치고는 너무 잔인하다. 

그가 해대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는 얘기에 역시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악의에 찬 나의 조용한 반항을 보면서, 그는 고통 속의 내가 더욱 아름답다는 말을 한다. 그를 노려보면서 누워 있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서로가 이 방에서 칼자루를 쥔 것은 그임을 알고 있다. 둘 다 그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강요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의 갑작스런 침묵에 더욱 두려워진다. 나를 더욱 심하게 해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손을 또다시 묶는다. 욕을 퍼부으며 나를 일어나지 못하게 밀친다. 내 머리를 뒤로 젖히고 목을 입에다 갖다대어 깨물면서, 차라리 죽기를 바라게 도리 것이라고 속삭인다. 

다리를 벌려 나를 꿰뚫을 듯한데,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다. 이것으로 그만 끝이 나고 집에 갈 수 있기를, 그래서 나를 돌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를 세게 치받고 또 치받는다. 그래도 사정은 할 수가 없다. 손은 아직도 앞쪽으로 묶여 있어 팔과 가슴 쪽으로 밀쳐지는 행위는 그 자체가 고통이다. 어찌나 무지막지한지 살이 뼈에 부딪히는 것을 느낀다. 짐승처럼 킁킁거리면서 씩씩대는 그와 동일한 목적의 더럽고 구역질나는 공모에 빠진다. 그가 사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정에 이르지 못하자 실망해 왼쪽으로 나를 밀친다. 그러고는 일어나 내 등을 한 대 가릭고 다시 앞으로 옮겨와 무릎을 꿇는다. 내 머리를 낚아채고 끌어당겨 입에 페니스를 넣으려고 한다. 턱이 깨져 온통 부어올랐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는 사레라도 걸린 듯 기침이 터져나와 뒤로 물러난다. 손으로 그의 허벅지와 배를 밀친다. 입에다 넣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매 순간 나 자신과 약속한다. 앞으로 10분만, 15분만 버티면...고통을 견디는 내 한계를 시험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섹스가 아니라 나를 욕보이는 것 자체다. 페니스를 입에 넣을 수 없자 화를 내면서 떨어져 나간다. 나는 등으로 구른다. 골반으로 매트리스를 누르면서 다리를 모으고 떨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데, 문득 의식이 없어진다. 

 

깨어나보니 그대로 누워 있다. 그동안 중간의 기억이 없다. 맨 위쪽 고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몸을 감싸고 있다. 눈이 타오르고, 얼굴이 붉어진다. 내 존재는 실종된 상태다. 그 누구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것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나를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기어와서 내 다리를 벌리려고 애를 쓴다. 그가 내지르는 고함을 들어도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은 힘겹다. 말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입을 벌리지도 못한다. 나를 끌어당겨 엉덩이를 잡아 꼼짝 못하게 한다. 얼굴 오른쪽을 매트리스에 짓누르면서 내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만든다. 고개를 돌려 바닥을 향하게 했다가 다시 얼굴 왼쪽을 대고 눕는다. 손이 여전히 묶여 있어서 고개를 비스듬히 할 수밖에 없다. 숨을 쉴 수도, 그만하라는 뜻으로 제발 손을 풀어 달라고 사정하는 신음 소리조차 낼 수가 없다.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입을 벌려 본다. 턱뼈가 으스러지는 듯이 아프다. 또다시 정신을 잃을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내 몸 아래로 손을 뻗어 양손을 묶은 끈을 풀어주더니 피에 절은 천을 입에다 쑤셔넣는다. 부들부들 떨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몇 번이나 침을 삼켜 본다. 양손을 쓰지 못하도록 등 뒤에서 붙잡고 있다.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천에 묻은 먼지와 피를 함께 마실 수밖에 없다. 숨을 쉴 만한 탈출구는 전혀 없다. 반항을 멈춘다. 온몸으로 숨을 내쉬어 보려고 한다. 기묘하게도 근육이 무기력해지면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이런 것이 죽는 거구나, 점점 흐느적거리면서 이제 삶의 끈을 놓을 때라는 느낌이 든다. 힘이 빠진 그가 묶은 손을 풀어 준다. 숨을 다시 쉬려는 욕망이 나를 끌어당기는 암흑보다는 강해서일까, 손을 놓아주자마자 천을 입에서 빼낸다. 

하반신을 끌어올려 항문성교를 한다. 준비 따위는 전혀 없이. 생살이 찢어지는 듯한 갑작스럽고 지독한 고통이다. (*인용자 주-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 꼬리뼈가 골절돠었다고 합니다ㅠㅠ)그는 계속 치받으면서 허벅지 안쪽에서 흐르는 피를 탓한다. 몸이 두 쪽으로 찢어질 것만 같지만, 버텨 내면서 깊은 숨을 몰아쉰다. 이제 짐승처럼 끙끙대는 소리가 내 안 깊은 곳에서부터 삐져나온다. 

갑자기 내가 몸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에 깜짝 놀라고 만다. 거칠고 악마 같은 그의 몸짓과는 반대로, 몸 밖으로 나오는 내 움직임은 부드럽고 여유롭다. 방 한구석으로 가서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라본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너무도 심한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서 생기는 정신적 혼란이다. 매트리스에 누운 한 소녀로부터 해리되고 나니, 내가 그 소녀를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완전히 혼자 내버려진 듯하다. 

고통을 감내하려는 몸짓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것으로, 그 안에 더는 내가 없기 때문이다. 정상의 범주에 남이 있기 위해서는 몸을 벗어나야 한다. 그를 밀쳐 손과 무릎으로 일어서는 나를 본다. 다시 숨쉴 수 있게 된다. 그는 내게 욕설을 퍼붓고 더 깊이 넣겠노라고 협박한다. 내 안은 불타는 듯하고, 그의 것이 닿는 근육 역시 분노에 차고 또 고통스러운 상태로 경직된다. 매트리스 앞으로 손을 뻗어 딱딱한 바닥으로 나아간다. 딱딱하고 생생한 느낌,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손가락이 나무 틈 사이를 마구 파고든다. 

공황 상태로 허우적대는 나 자신을 다시 느낀다. 이런 것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나를 볼 수 있는 분열 상태가 나를 온통 휘감는다. 그가 두려우면서도, 내게 일어나는 일이 더욱더 두렵다. 그는 나를 미치게 만들고 말 것이다. 

감자기 나를 잔인하게 끌어당겨 바닥에서 양손을 떨어뜨린 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내려놓는다. 찌릿한 통증이 순식간에 허리를 세게 내리친다. 손톱으로 바닥을 긁어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내뻗으면서 빠져나가려고 미친 듯이 애를 쓴다. 양손에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 팔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듯 분리된 듯 내 앞에 펼쳐지는 양상을 내 것이 아닌 양 바라볼 뿐, 그것을 인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투명한데도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뼈나 신경도 볼 수 있다. 딱딱한 바닥의 파편이 손톱 밑 피와 뒤섞여 있다. 

광폭하게 내 안으로 들어와 반복해서 쑤셔 댄다. 허리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가 거칠게 밀어넣는다. 내게서 빠져나가도 바라던 만큼의 안도감은 찾아오지 않는다.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그가 벽 쪽으로 나가떨어지자 나는 곧바로 기절한다. 

내 엉덩이를 잡은 그의 손이 빠져나갖, 매트리스 위에 쭉 뻗어 꼼짝도 할 수 없다. 탈진 상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면서 누워 있는 것이다. 앞에 있는 벽으로 시선이 향한다. 새로 칠해진 표면 위의 작은 붓 자국들이 화려한 굽도리 널과 교차된 모양에 눈길이 간다. 참 정교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깊고 검은 잠이 나를 덮친다. 

심장 뛰는 소리, 그리고 몸에서 쿵쾅거리는 울림을 듣고 깨어난다.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가 들을까 두려운 마음에 스스로 진정하려고 숨을 들이마신다. 물속으로 들어갈 때처럼, 공기를 언제 다시 접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처럼, 숨은 짧고 거의 들릴 듯 말 듯 희미하다. 

힘이 들지만 눈을 감은 채 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는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그의 눈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그는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내게 하는데, 나는 토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더욱 화를 내어 총을 쥐고 내 턱에 겨눈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얼굴을 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내 목을 심하게 내리치고는 손가락으로 목을 짓누른다. 심한 욕설에 목과 가슴을 억누른 압박감이 더해져 그가 더 멀게 느껴지고 그의 말을 더욱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나는 천천히 움직인다. 내 손을 그의 손 위로 가져가서 세게 할퀴자 피가 스며나와 내 손을 적신다. 

갑작스럽게 그가 발작적으로 움직여 깜짝 놀란다. 총을 내 뺨에다 갖다대고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호흡, 그리고 심장이 멈춘다.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총알이 뺨을 뚫고 머리를 날려 버리기를 기다린다. 다음 순간이 일평생에 걸친 고통처럼 느껴지고, 내 모든 삶이 이 행동, 이 집 안, 이 강간범, 이 강간, 이 순간 속에서 존재하는 것 같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천동 같은 포탄 소리가 머리를 뚫고 지나가리라 예상해 보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는 뒤로 물러나 똑바로 서서 총탄을 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하나씩 세어 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잔인한 웃음을 터뜨리며 총과 총알을 냅다 던진다. 

다시 내 쪽으로 다가온다. 내 눈은 그의 눈에 고정되어 있다. 이제 힘이 남아 있지 않다. 도망가려는 환상도, 희망도,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냥 멍한 공허뿐이다. 몸을 숙여 또다시 삽입한다. 나는 한 조각 고깃덩어리다. 내가 알고 있듯이 그도 그것을 안다. 그의 페니스가 내 안쪽 깊숙이 와 닿는다. 몸을 뒤로 젖히면서 사정을 하고 나를 꽉 끌어안는다. 그리고 1분 후에 다시 시작하고 또 사정을 한다. 

내 눈이 그의 눈을 똑바로 본다. 그는 얼굴을 돌린 채 계속 해댄다. 그의 얼굴이 내가 이 세상에서 보게 될 마지막 얼굴이라는 사실이 두렵다. 왜곡되고 혼란스러운 이미지들 속에서, 더 명확히 보려고 애를 쓰긴 해도 그럴 수 없음에 오히려 감사한다.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그가 내 속으로 넣을 때마다 피부가 뼈 위에서 움직인다. 내 피부가 마치 치수가 너무 큰 옷처럼 느껴찐다. 그를 향한 의식의 초점이 멀어지면서 암흑으로 빠져든다. 

깨어난다. 춥다. 그는 내 몸에서 떨어져 멀찌감치 있다. 

방을 둘러본다. 그는 내게서 멀리 떨어진 벽에 기대어 있다. 머리가 아픈 듯 어정쩡한 자세다. 나는 그가 숨을 쉬는지를 보려고 가슴 한 곳과 벽 위의 한 지점을 영원이라도 되는 듯이 한참동안 뚫어져라 바라본다. 

나는 고개를 든다. 조금씩 움직인다. 멈춘다. 조금 움직인다. 멈춘다. 무릎으로 설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계속한다. 평생이 걸릴 것만 같다. 현기증이 나고 메스껍다. 그래도 계속 움직인다. 천천히, 하지만 조심스럽게. 눈은 그와 문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무릎에 온몸을 지탱하고 앉을 수 있다. 앞으로 몸을 숙이고 팔 바깥쪽에 기대어 웅크리니, 조금 전과 비슷하지만 이제 손 대신에 팔을 사용하고 있다. 문 쪽으로 다다르려는 몰표가 있어 육체적 고통은 한결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다. 

용의주도하게,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천천히,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가 뒤에서 잡을까 조마조마해서, 아주 조금씩 움직였다가 잠깐 멈추기를 되풀이한다. 

마치내 문에 도착해서 멈춘다. 한동안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문손잡이를 쥐고 이제껏 해 본 적이 없을 만큼 천천히 돌린다. 거의 다 왔는데, 내가 도망치는 것을 그가 보면 무슨 짓을 할지 두렵다. 

그 집에 들어갈 때 정신없이 들어갔듯 나올 때도 정신없이 나온다. 나는 지금 관 밖으로 나와 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매달린 옷을 대충 휘감는다. 

 

어떻게 가야 할지 전략을 세운다. 일단 그 강간범이 내가 도망친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집에 가야만 한다. 메스껍고,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은 느낌과 싸우고 있다. 옷이 땅에 닿지 않도록 입고 있는 것을 몸에 휘감는다. 

숨 쉬는 게 힘들고 고통스러워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래를 본다. 코트가 나를 감싸고 있지만 엉망진창이며, 안에 입은 셔츠는 단추를 채우지도 못한 상태다. 치마는 거의 입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허둥지둥 채운 단추마저도 고르지 못하다. 

앞쪽을 훑어보니 셔츠와 코트에 가려지지 않은 부분은 모두 피범벅이다. 벌써 한참 지난 것이라 대부분 말라붙어 있지만, 가슴과 오른쪽 어깨에서는 새빨간 피가 다시 흘러나온다. 손으로 만져 본다. 아직도 따뜻하다. 

 

피를 흘리고, 처절함 그 자체다. 

어느새 욕조 안에 서 있다. 샤워기를 틀었지만 어떻게 했는지 혹은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스르려고 애를 쓰지만, 아직은 되질 않는다.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머릿속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강간범이 귀에 대고 따갑게 했던 말이 들린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울리고, 소리가 자꾸만 커진다. 미쳐버릴 것만 같이 두렵다. 공포감이 올가미처럼 목을 조여 온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끓는 듯 뜨겁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물이 이 남자에 대한 기억을 다 태워버리고 그가 건드린 내 살갗을 벗겨내 주엇으면 좋겠다. 

손으로 타일을 짚고 기대어 한쪽 발에서 다른 발로 체중을 싣는다. 아무런 감정도 없고, 살에서부터 뼛속까지 아무런 감각도 없다. 

샤워실 벽을 똑바로 바라보는데 물 한 방울에 눈길이 간다. 

찬찬히 초점을 되찾고 물방울을 바라본다. 물방울은 타일을 따라 흘러내리다가 수도꼭지에서 부드럽게 떨어져 내 발치에 고인 핏물에 섞인다. 

얼마나 오랫동안 서서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만 개의 조그마한 물방울이 생명을 다하는 것을 바라본다. 한참을 푹 빠져서 들여다보고 있는데, 발 주변에 웅덩이를 이루고 배수구로 돌아나가는 것이 내 피라는 생각 문득 든다. 얼마나 많이 피를 흘릴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기절할 때까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헝클어진 채 젖어서 덩어리진 머리를 뒤로 쓸어넘긴다. 

조그마한 물방울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기포가 생기지만 거의 느끼지 못한다. 팔꿈치를 굽혀 손바닥을 펴 보고 이리저리 뒤집어본다. 손과 팔꿈치가 낯설게 느껴진다. 몸 가운데 발 빼고 유일하게 멍이나 베인 자국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옆구리를 따라 난 상처를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몸 상태를 살펴본다. 손이 눈인 셈이다. 눈으로는 차마 그가 한 짓을 볼 수가 없다. 

가슴은 부드러운데 오른쪽 가슴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 

손으로 배 쪽을 더듬고 더 내려간다.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 몸 안쪽을 만져 본다. 피범벅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를 깎는 듯 고통스럽다. 허벅지 근육이 화끈거리고 묵직하다. 기진맥진해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무릎이 꺾이지만 몸을 일으켜세우려 하지도 않고, 욕조 바닥에서 천천히 흐느적거린다. 

도저히 똑바로 앉을 수가 없어서 기도를 할 때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손과 무릎에 몸을 기대로 머리를 숙인 채, 움직이지도 않고 물이 몇 시간이나 등을 때리게 내버려 둔다. 여리디여린 부위가 열어젖혀진 채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는 샤워가 위안이 되었지만, 이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하다. 

현기증에 갑작스렁 역겨움이 일어 밖응로 나온다. 뻣뻣해진 근육이 도통 말을 듣지 않아 기어서 욕조 바깥으로 나온 다음, 욕실 매트 위에 옆으로 누워 배를 부여안는다. 

일련의 기억이 나를 집어삼킬 듯이 몰려오면서 공포감이 다시 휘몰아친다. 강간범이 따라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을 알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저 욕실 문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문을 어떻게 열었더라? 열쇠는 어디에 뒀지? 아직 문에 꽂혀 있는 게 아닐까? 

움직이는 것조차 두려워 숨도 쉬지 않고 미동도 없이 그냥 누운 지 한참이다. 두려워서 소리를 낼 수조차 없다. 그가 바깥에 있다면 내 소리를 들으 것 같아 타월로 몸을 닦는 것조차 겁이 난다. 내 심장 소리를 들을 게 분명하다. 역겨움으로 뱃속이 울렁거리다가 갑자기 죽을 것처럼 아파 온다. 마치 몸이 그 강간범이 저지른 잔인함의 흔적을 제거하려는 듯 뱃속의 내용물을 토해 낸다. 

욕실 바닥에는 더 있을 수가 없다. 천천히 고통을 추스르며 나아간다. 살살 움직여 또 구토가 나지 않게 주의한다. 입을 열 때마다 뼈가 서로 맞부딪히며 더 많은 상처를 낸다. 항문 성교로 인해 앉을 수가 없다. 오른쪽 엉덩이 상처가 너무 커서 그쪽으로 기대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움직일 때마다 몸에 난 상처를 새로 발견할 뿐이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5분, 10분이 되고 또 15분으로 늘어난다. 배가 좀 괜찮아진다고 느껴지면 또 움직인다. 이번에는 20분 후에 다시 움직인다. 그렇게 조금씩 움직인다. 안간힘을 써 가며 욕실 매트 위를 구르면서, 피를 닦아 내고, 토하고, 소변을 본다. 

용기를 내 복도로 겨우 나간다. 그 남자는 없다. 침실 앞 바닥에 옷들이 쌓여 있다. 어제 아침에 입은 옷, 강간을 겪을 때 입은 그 옷. 찢어지고 여기저기 피가 묻은 것들로,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나 자신 안에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 집에서 나는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듯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 피부 속에 내가 있다. 등을 대고 그 매트리스에 누워 있다.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퀴퀴하고 끔찍하게 지저분한 냄새다. 무릎이 세워져 있다. 속옷과 스타킹이 벗겨져 있고 청치마는 맨 위쪽 고리만 걸린 채다. 말을 하려 하지만 턱을 움직일 수가 없다. 입술은 부풀어올라 있고 피맛이 느껴진다. 블라우스와 치마는 열어젖혀져 있고, 두 손은 묶여 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내 오른편에 앉아 있다. 한 손은 내 안에다 집어놓고 다른 한 손은 도구를 쥐고 있다. 둘이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인다. 나는 왼쪽 팔꿈치를 짚고 일어나려고 애를 쓰면서 그의 스웨터를 잡는다. 손가락 사이로 스웨터의 감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나를 해치겠다고 낮은 소리로 말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것도 내 두 눈을 똑바로 본다. 지금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한다. 감정이 결여된 그 냉혈한 같은 눈빛에 소름이 끼친다. 그는 왼손으로 다시 내 왼쪽 옆구리를 세게 내리치는데, 그의 손이 치마를 뚫고 살을 파고든다. 

그때 실감했다. 내가 아주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 

...... 

......... 

...............끔찍하죠. 

공교롭게도 이 바로 다음날, 그녀는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요. 

그리고 몇 달 뒤에는 '그 일'로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도 아이를 낳아 주려고 했습니다. 입양을 보내려고 했죠. 이름도 지어놨습니다. 조금은...애정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근데 '그 일' 때 입은 상처로 자궁에 문제가 생겼다네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게, 오래 진통하다가 애를 낳았는데... 

 

애가 태어나자마자 죽었어요. 

 

몸 밖으로 나왔는데 울지를 않았대요. 그 침묵이 가득찬 분만실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상처를 딛고 일어났(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일'로 남은 후유증으로 자궁외임신이 되어 수술을 받아야 했고, 결국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익인1
...............................
8년 전
익인2
나는 진짜.....뭐라고 말해야할지.......
8년 전
익인3
......아
8년 전
익인4
와 진짜...
8년 전
익인5
와.....이건..진짜..
8년 전
익인6
아...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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