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좀 있으면 전 여친이랑 헤어진지 1년이될거야. 아. 전여친이라고 말은 못 하겠네. 난 2년 남짓 그 사람이랑 만나면서 제대로 사랑받은적은 없는거 같으니까. 아니. 사랑은 했을려나. 그냥 날 아끼는 방법이 서툴렀거나 그런거 어니었을려나. 아니다. 아니야. 그 사람을 위해서 아직까지 변명거리를 만드는 내가 호 투더 구지. 그냥 모태 밑췬니연이라고 깔고 가자. 난 대학교 3학년 들어갈 쯤에 일식 집 알바를 시작했어. 규모가 꽤 큰 레스토랑이었는데, 자리 수 가 많고 서버 머릿수가 많아서- 서버마다 구역을 맡고, 손님이 들어오면 문지기 호스트 들이 구역 내 테이블로 안내해주는, 그런 방식이었어. 내가 처음 서버로 들어가고, 짬빱이 없으니까 그나마 손님이 덜 들어오는 문 앞 문지기들 카운터 뒷쪽 구역을 맡았거든. 그때 그 사람을 처음 만났어. 하나부터 열까지 부터 나랑 정 반대였던. 나는 몸매도 굴곡도 여성미도 없어. 투블럭 포마드에, 눈에 띄는 타투, 친구도 별로 없는. 근데 그 사람은 딱 봐도 학교에서 인기 많을 것 같은 스타일. 긴 생머리에, 눈에 띄는 빨간 립스틱, 큰 키에, 화들짝 놀랄만한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 들어간 되게 여성스러운 몸매. 처음 만난 날, 나는 그 사람이랑 말도 못 붙이고 정신없이 일만 했었어. 첫날이라 정신은 없고, 처음 본 포스기계는 모르는거 투성이고, 손님이 오이 알러지 있다고 신신당부했었는데 롤에 아보카도 대신 오이가 박혀있고. 엄청 깨지고, 엄청 바쁘고, 엄청 힘들었어. 9시쯤 되서 내 구역을 잘랐어. 손님이 덜 들어오기 시작할때 쯤 호스트 들이 알아서 구역을 자르고, 손님들 분산되지 않게 구역 하나로만 장사하거든. 그리고 잘린 구역을 맡았던 서버는 퇴근을 하지. 진심 진 빠져서 레스토랑 뒷문 통로에서 담배피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그 사람도 퇴근하는지, 사복차림으로 통로 쪽으로 나오더니, 내 옆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더라. 나보고 수고했다고, 바쁜데 무난하게, 센스있게, 잘 하더라고, 나긋나긋하게 칭찬해주더라. 예쁜 사람이 나 칭찬 해주니가 그냥 기분 좋고 설레었어. 그리고 담배 다 필때까지 시덥잖은 얘기 하다가, 꽁초 버리고 나도 옷 갈아입으로 들어갈 쯤에- 나보고, "너 되게 잘 어울린다, 우리 가게 유니폼." 그리고 내 기모노식 유니폼 허리춤에 있던 리본을 훅 풀더니 뒷문으로 나가더라. 되게 빨리 친해지고, 진도도 굉장히 빨리 나갔고, 나는 사랑도 매우 불같이 했어. 진짜 2년동안 지독하게, 미치도록 연애했어. 거의 병적으로 사랑했다고 보면 돼. 사람을 진짜 겉모습으로 판단 하면 안되는게, 나는 여성미 없는 외모 스타일 이지만 성격이 충격스러울 만큼 여자여자하고, 그 사람은 겉만보면 천상여자이지만 성격은 대놓고 남자같았거든. 그래서 묘하게 모든 면에서 너무 잘 맞았었어. 겉궁합, 속궁합, 궁합이란 궁합은 진짜 다. 근데 이사람이랑 만남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뭔가 되게 이상했던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어. 깊게 들어가지는 않을게. 그냥, 내가 이 사람을 더 사랑하면 할 수록, 나만 비참해지는 느낌? 내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내가 더 외로워지는 느낌? 그게 2년차 되고 나서 절실히 느껴지게 시작된거야. 우리 사이의 2년 기념일이 지나고 한달이 더 지난 날. 우리는 마지막으로 크게 싸웠어. 왜 때문에 우리가 싸움을 시작했는지는 진짜로 기억이 나질 않아. 사소한거였겠지. 근데 어떻게 끝났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약혼남이 있다고. 약혼남이 처음부터 있었다고. 6년째 사귀는 중 이고, 상견례까지 다 끝낸 사이라고. 와 나ㅋ. 여태까지 내가 왠지 모르게 외롭고 서러웠고 속상했던 날들과 행동, 그리고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이해가 되더라구. 그 날로 난 그 사람을 모든 곳에서 차단하고, 알바를 그만두고, 폰 번호까지 바꾸면서 까지 도려냈어. 한 달 후, 술취해서 그 사람 인별 들어가서 보는데, ㅋ, 결혼했더라. 그게 작년 5월 말 이었어. 이제 몇달만 있으면 또 5월이올텐데. 그때되면 난 내 마음의 문을 다시 열수 있을까. 여기까지 읽어준 우동들 있으면 - 고생했다. 읽어줘서 고맙다. 오늘따라 울적해서 아무에게도 못 해줬던 작년 일들을 이렇게라도 풀었으면 했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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